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42)
제142화. 꼭두각시
“내가 하는 말 잘 듣게.”
당고테는 운을 뗀 후, 진지한 어투로 마치 가르치듯이 말하기 시작했다.
“자네 실력은 내가 보기엔 아주 뛰어나. 어제 몬스터들을 잡는 모습을 보고 충격에 빠진 클랜원이 한둘이 아니었어.”
“…그렇습니까?”
“당연하지! 이 바닥에서 오래 살아남은 나도 놀랄 정도였으니까. 현재 자네 실력이면, B구역의 어느 클랜을 가더라도 환영받을 수 있어.
따로 클랜을 차려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야. 물론, 클랜을 운영하는 건 실력과는 또 별개의 문제지만.”
지금 당고테가 하는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어제 알롭스키가 보여줬던 무위를 비슷하게나마 따라 할 수 있는 B구역의 인물을 꼽아보라고 묻는다면, 절대 열 손가락을 넘기지 않을 것이다.
이건 단순히 당고테의 감이 아니라, 오랫동안 B구역에서 굴러다녔던 경험에 근거하는 의견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네가 B구역이 아닌, 도시 안쪽에서 활동할 수 있는 수준이냐? 하면 그건 또 아니야!
자네 생각보다 B구역과 안쪽 구역에서 활동하는 헌터들의 수준은 꽤 차이가 크거든. 메이저 클랜은 당연히 어림도 없고.”
지금 하는 말은 반만 사실이고, 반은 거짓이었다.
바로 안쪽인 R(Red)구역에서 활동하는 클랜 소속 헌터들의 수준이 B구역의 클랜 소속 헌터들보다 엄청나게 월등히 뛰어난 건 아니었다.
당고테는 알롭스키가 마음만 먹는다면 충분히 R구역에서도 활동할 수 있으며, 심지어 꽤 인기 있는 용병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당고테 입장에서는 이런 사실을 솔직하게 말할 수는 없었다.
왜냐면 어떻게든 알롭스키를 자신의 클랜 안에 붙잡아둬야 하기 때문이었다. 솔직하게 말하면 바로 뿌리치고 R구역으로 들어갈 게 뻔했다.
메이저 클랜에게 쫓기거나 하지 않는 이상 다들 훨씬 안전한 R구역에서 활동하려 하지, 누가 당장이라도 등에 칼 맞고 죽을지도 모르는 무법지대인 B구역에서 활동하려 하겠는가.
“내 진지하게 조언하지. 괜히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R구역 안쪽 들어갔다가 비명횡사하지 말고, 일단 B구역에서 같이 활동하면서 이 도시에 대한 적응부터 해.
적응을 마친 이후에 안쪽 구역에 들어가도 전~혀 늦지 않아.”
유난히 ‘같이’라는 단어에 힘을 실어 말하는 당고테였다.
“나랑 같이 한 3달 정도 일하면서 이곳저곳 돌아다니다 보면, 금방 이 도시에 대해 적응하게 될 거야. 모르는 부분은 이 도시에 빠삭한 내가 다 알려줄 거고.
혼자 무턱대고 개고생 하는 것보다 이 도시에 대해 잘 아는 나 같은 사람과 같이 일하면 훨씬 더 빨리, 그리고 안전하게 적응할 수 있을 거 아닌가! 내 말이 틀려? 응?”
아무런 대답이 없는 김진성을 향해 당고테는 계속 설득을 이었다.
“계속 이 클랜에 알 박으라는 소리가 아니야! 도전하고 싶은 곳이 있으면 언제든지 떠나도 좋아! 단지, 이 도시에 적응할 때까지만 같이 함께하자는 거야.
딱 3달만! 오케이? 내가 진짜 간부급으로 잘 대우해줄게! 주급도 섭섭지 않게 챙겨주고! 어때? 자네 생각은?”
말을 마친 당고테는 김진성의 대답을 기다렸다.
김진성은 술을 쭈욱 들이켠 뒤, 술잔을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대우만 잘해주신다면 저야 나쁠 거 없죠.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대답을 들은 당고테의 얼굴이 눈에 띄게 환해졌다.
“잘 생각했네! 하하하! 한 잔 더 받게! 오늘은 취할 때까지 마셔보자고!”
다시 술잔을 채운 당고테는 잔을 들어 올린 후 건배사를 외쳤다.
“보코하람 클랜의 밝은 미래를 위하여!”
“위하여!”
쨍! 소리가 날 정도로 세게 잔을 부딪친 후 원샷을 하면서 당고테는 속으로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어! 이 러시안 실력자랑 함께면 슬러터하우스를 궤멸시키고 B17 구역을 내 발 안에 두는 것도 꿈이 아니야!’
그때, 김진성도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중이었다.
‘일단 보코하람 클랜을 이용해서 슬러터하우스부터 처리해야겠군.’
이렇게 된 이상, 보코하람 소속으로 최선을 다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괜히 의심받을 짓을 해서 이도 저도 아닌 위치가 되느니, 확실하게 당고테의 신임을 받아서 보코하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위치까지 올라가는 게 더 낫기 때문이었다.
* * *
이후 둘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계속 주거니 받거니 하며 끝없이 술을 들이켰다.
“끄윽…! 이봐, 알롭스키.”
어느 순간 혀 꼬부라진 소리를 내기 시작한 당고테가 또다시 김진성을 불렀다.
“이제 한배를 탄 사이니까 말하는 건데, 지금 우리 클랜에 심각한 문제가 하나 발생했어.”
“스파이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래, 맞아! 스파이! 어떻게 알았어?”
벌써 네 번째 말하고 있으니까. …라고 김진성은 솔직하게 대답하려다가, 이번에도 그냥 꾹 참았다.
“내가 생각하기엔, 스파이는 여섯 명의 간부 중 한 명이 확실해. 무조건! 왜냐면….”
“차량 이동 경로랑 어떤 도축장을 공격하는지 사전에 알고 있던 사람은 간부들밖에 없었기 때문이죠.”
“그래, 그래! 맞아! 끄윽…! 그런데 누가 스파이인지 도저히 감조차 안 잡힌단 말이지….”
비틀거리면서 또다시 자신의 술잔에 술을 따르는 당고테.
그는 술잔을 집어 들면서, 반쯤 눈이 감긴 상태로 김진성을 쳐다보았다.
“뭐 어떻게, 좋은 방법이 없을까? 의견 좀 내봐! 이제 자네도 엄연히 내, 보코하람 클랜의 간부 아니야? 간부라면 당연히 이런 중대한 사태를 맞이했을 때 해결책을 내놔야 하는 법이야!”
술에 취해 훨씬 커진 목소리로 김진성에게 말하는 당고테.
그를 빤히 바라보던 김진성이 입을 열어 의견을 꺼냈다.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긴 합니다.”
“그래?! 어떤 건데? 얘기해 봐!”
당고테는 취한 와중에도 눈빛을 빛내면서 김진성에게 한층 더 가까이 귀를 기울였다.
* * *
다음 날.
오후 2시가 조금 넘어간 시각쯤에 헌터 1팀장, 오콜로가 마스터실이 있는 3층으로 올라왔다.
똑똑.
마스터실 앞에서 오콜로가 노크하자,
“들어와.”
라는, 꽤 힘이 없어 보이는 당고테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문을 열어보니, 당고테가 소파에 드러누워 있었다. 그가 힘없이 반대편 소파 쪽으로 손짓했다.
오콜로가 걱정스레 물었다.
“괜찮으십니까?”
“끄응… 괜찮아. 어제 기분이 좋아서 과음했거든.”
억지로 상체를 일으키며 대답한 그는, 빈 물컵을 오콜로한테 내밀었다. 냉수 한 잔 갖다 달라는 뜻이었다.
오콜로는 냉큼 정수기로 가서 냉수를 따르며 생각했다.
‘마나로 숙취 없애면 될 것을 왜 굳이 저러는지 모르겠네.’
이상하게 당고테는 숙취 상태를 마나로 없애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숙취를 즐긴다고 봐야 했다.
숙취 상태에서 한국 식당에 들어가 먹는 해장국 한 그릇이 그렇게 맛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크으~! 내가 자네를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고.”
냉수를 한 번에 들이켠 후 내려놓으면서 당고테는 본론을 꺼냈다.
“오늘 새벽에, 슬러터하우스를 기습할 생각이야.”
“……!”
“자세하게 설명할 테니 잘 들어.”
놀란 눈이 된 오콜로를 향해 당고테는 세부 작전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공격할 곳은 B17 구역 남서쪽에 있는 포션 제조소야. 거기가 슬러터하우스 클랜에게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는 알 거야.”
오콜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당고테가 말한 곳은 슬러터하우스 클랜이 사용하는 포션의 90% 이상을 책임지고 있는, 매우 중요한 요충지 중 한 곳이다.
“그만큼 적들이 신경 쓰고 있는 곳이고, 기본적으로 방어 병력도 많이 배치된 곳이지. 그래서 더더욱 우리가 기습할 거라고 예상을 못 할 거야.”
설명 도중에 당고테는 혹시나 하고 문 쪽을 바라보더니, 다시금 조용히 말을 이었다.
“적들의 주력인 애완 몬스터가 궤멸에 가까운 타격을 받은 지금이야말로 포션 제작소를 공격할 기회야. 적들이 외부에서 지원 병력을 끌어오기 전인 지금 기습해야 한다고. 무슨 말인지 알아?”
“…네.”
“기습 시간은 새벽 3시야. 자정까지 긴급 소집으로 전 병력을 본사 강당에 불러 모은 뒤, 바로 B18 구역 북서쪽의 폐공장으로 이동해서 작전이 시작될 때까지 대기한다.”
거기까지 설명을 마친 당고테는, 계속 조용한 목소리를 유지한 상태로 물었다.
“이런 작전 내용을 왜 너만 따로 불러서 얘기하는 줄 알아?”
“…모르겠습니다.”
“스파이 때문이야. 지난번처럼 똑같이 간부 여섯 명 다 모아서 작전을 얘기하면, 분명 또다시 제이슨 새끼 귀에 들어갈 게 뻔해. 너도 알 거 아니냐?”
“…네.”
오콜로는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정황상, 적어도 간부 여섯 명 중 하나는 스파이인 것이 확실하기 때문이다.
당고테는 오콜로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말한 작전 내용, 절대 긴급 소집이 떨어질 때까지 누구에게도 말하지 마. 부마스터인 아쿠마나 참모인 위쉬안한테도 말하면 안 돼. 명심해!”
“알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와 클랜 초창기부터 함께했던 1팀장, 너는 스파이가 아니라는 걸 내가 믿기 때문에 이렇게 따로 불러서 작전을 얘기한 거야. 그러니 나 실망하게끔 행동하지 마. 알았어?”
“네, 마스터.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당고테는 그제야 소파 등받이에 편히 몸을 기댔다. 그의 목소리도 원래 크기로 돌아왔다.
“그리고 오늘 오전에 이 건물 전체에 마나 차단 마법진 설치해놨어.”
“……!”
“이제 이 건물 안에서 외부에 소식을 전달하는 건 불가능해. 통신은 물론, 마나를 이용한 스킬을 사용하는 것도 마찬가지야.”
당고테는 오콜로를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럼 가 봐. 아, 참고로 세부 작전을 들은 간부들은 작전이 시작되기 전까지 본사 건물 밖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거, 알고 있겠지?”
“알고 있습니다, 마스터. 그러면 나가보겠습니다.”
자리에 일어선 그는 경례한 후에 조용히 마스터실 밖으로 나갔다.
이후 그는 곧바로 1층으로 내려간 뒤 뒷문으로 나갔다. 그때까지 마주친 모든 부하에게 무수한 경례를 받으면서 말이다.
“후우~.”
구석으로 가 담배에 불을 붙인 후 한 모금 뱉어내는 오콜로.
정면의 드높은 담장 위에, 어제까지는 없던 최신형 마나 차단용 기계가 설치된 게 보였다.
“…….”
잠시 기계를 응시하던 그는, 이내 주변을 돌아보며 누가 있나 살피더니 이내 품 안에서 작은 수첩을 꺼냈다.
이후 펜을 들어 글씨를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 당고테가 오늘 새벽 3시, 보코하람 클랜의 전 병력을 모아 B17 남서쪽 포션 제조소를 칠 계획입니다. 미리 대비하시기를 바랍니다. By 박쥐.
순식간에 적어 내려간 그는 바로 뜯어서 접은 뒤,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그의 고유 스킬인 ‘꼭두각시’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잠시 후. 담장 위로 한 마리의 길고양이가 뛰어 올라왔다.
오콜로의 ‘꼭두각시’ 스킬에 조종되고 있는 그 고양이를 향해, 오콜로는 손에 있던 쪽지를 던져 올렸다.
날아오는 쪽지를 입에 문 고양이는 곧장 담장 밖으로 뛰어 내려갔다.
이제 저 고양이는 오콜로가 조종하는 대로 근처에 있는 비밀 접선 장소로 이동할 것이고, 그곳에 있는 슬러터하우스의 또 다른 스파이에게 쪽지를 전달할 것이다.
‘이런 식이면 마나 차단 마법진도 소용없지.’
속으로 생각하며, 그는 계속해서 그 자리에 서서 담배를 피웠다.
겉모습만 보면, 그가 고양이를 조종하고 있다고 눈치챌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였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