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70)
제170화. 모욕감
– 쿼드라 킬!
– 전장의 화신.
“좋아! 다 잡았다!”
“주안과 루카까지 죽여버렸어!”
“아, 근데 아깝다. 알롭스키가 루카까지 죽였으면 펜타 킬인데….”
“그게 중요하냐?”
TV에서 송출되는 알롭스키의 연이은 활약상에 6팀원들은 연신 박수와 환호를 보냈다.
“벌써 7킬 1어시스트네요. 저러면 규칙상… 곧 특성 하나 구입이 가능하겠는데요?”
아스터가 2라운드 규칙이 적혀 있는 서류를 바라보면서 리카르도에게 말했다.
“그리고 구매 가능한 특성은 게임의 양상을 완전히 뒤바꿀 수 있을 정도로 뛰어난 능력이라고 하더군요.”
“그래?”
“네. 지금 상황에서 알롭스키가 특성까지 사서 더 강해지면, 블루팀 입장에서는 역전 가능성이 아예 없어지겠는데요?”
낙관적으로 얘기하는 아스터의 말에, 리카르도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혹시 몰라. 블루팀 중 고유 능력을 사용한 놈이 지금껏 아무도 없잖아.”
리카르도는 현재 2라운드가 진행되고 있는 분위기의 핵심을 놓치지 않고 있었다.
현재 10명의 선수 중, 유일하게 능력을 사용한 이는 알롭스키 한 명뿐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이렇게 알롭스키가 능력을 활용해서 날뛰기 시작하면, 블루팀 애들도 욱해서 능력을 개방할 수도 있어. 그러면 얘기가 달라져.”
“음….”
그 말에 아스터는 잠시 생각하는가 싶더니, 이내 이렇게 말해왔다.
“하지만 막내 대전 때 공개하기 아까워서 끝까지 숨길 가능성이 더 크지 않을까요?”
“물론 그렇긴 한데….”
지금 그들이 지켜보는 경기는 현재 만 오천 명이 넘게 지켜보고 있는, 대놓고 소문난 축제다.
여기서 능력을 공개하면 사실상 신대륙 전원이 알게 되는 것이나 마찬가지고, 안에서 경기 중인 애들도 모두 그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알롭스키가 대단하긴 하군. 저렇게 많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줄은 몰랐어.”
이어진 리카르도의 말에 아스터를 포함한 주변 6팀원 모두가 공감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신대륙에서도 애초에 저 정도로 능력을 많이 보유한 이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그렇다고 역사상 아예 없었던 건 아니다. 굉장히 드문 경우로 한 명씩 발굴되는 편인데, 알롭스키가 그러한 인물 중 한 명인 것이다.
“저렇게 능력이 많으니까 거리낌 없이 공개할 수 있는 거겠지.”
“그리고 아직 다 공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겠죠.”
“맞아. 제일 중요한 핵심 능력은 아마 끝까지 숨길 가능성이 커.”
리카르도와 아스터가 그렇게 서로 의견을 주고받을 그때.
마침 두 명의 중계진도 비슷한 이야기를 꺼내는 중이었다.
[이로써 레드팀의 알롭스키 선수가 7킬 0데스 1어시를 기록하게 됩니다!] [이건 좀 많이 큰데요? 하필 알롭스키의 포지션이 정글이라서, 이제 블루팀의 라인에 선 선수들은 언제 알롭스키가 정글에서 튀어나올지 몰라 몸을 사릴 수밖에 없을 겁니다.] [이렇게 불리해진 상황을 역전하려면 블루팀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두 가지가 있습니다. 하나는 ‘극후반전’으로 끌고 가는 법이죠.] [‘극후반전’…!]다니엘 해설은 지금 참가 선수 모두가 최고 레벨인 20을 찍고, 특성 구매도 모두 마친 상황에서 전투를 펼치는 ‘극후반전’에 대해 언급한 것이다.
[극후반전이 되면 확실히, 주안과 루카, 그리고 기안까지 한 팀인 블루팀이 훨씬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슈트 능력 제한이 20%까지 풀리면 아무래도 능력치가 높은 선수가 더 활약하기 유리해질 테고, 능력치가 높은 선수가 많은 팀은 누가 봐도 블루팀이 확실하니까요.] [그렇다면 나머지 한 가지 방법은 무엇일까요?] [역시, 고유 능력을 공개하는 거겠죠. 지금 알롭스키처럼요.]
다니엘 해설은 술술 설명을 이어갔다.
[그리고 고유 능력을 슬슬 풀지 않으면, 제가 말씀드린 극후반전까지 끌고 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당장 순간 이동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는 알롭스키를 블루팀 입장에서 어떻게 막을 수 있겠습니까?] [거기에 원소 능력이 얼마나 강한지도 다들 몸소 체험한 상태죠?] [그렇습니다. 공격력이나 이동 속도, 거기에 타고난 능력치까지…. 지금 경기장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알롭스키를 잡으려면 평범한 신체 능력만으로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그런데 과연 고유 능력을 공개하는 선수가 있을까요? 만 오천 명이 넘게 시청하고 있는 이번 막내 대전 때 말이죠.] [개인적으로 확률이 그리 높아 보이진 않습니다만…. 일단 저희 프로그램의 운영진들과 특히 트리운포 클랜의 간부진 측에서는 굉장히 바라고 있을 겁니다.]
간부진 입장에서는 소속 헌터들이 능력을 공개하면 무조건 이득이다.
앞으로 클랜끼리 레이드를 돌 때 소속 헌터의 능력을 많이 알고 있으면 그걸 이용해서 작전을 짜기도 훨씬 수월해지기 때문이었다.
– ㄹㅇㅋㅋ
– 공개 좀 해라 제발!
– 선수들 능력 궁금해서 계속 시청 중인데….
– 전부 능력 공개하면 시청자 5만 명도 가능함 ㄹㅇ
[마침 시청자들도 원하고 있네요!]채팅창을 보며 토마스 캐스터가 외치자, 다니엘 해설이 웃었다.
[하하하…. 그런데 그 전에 팀 분위기부터 정리해야 할 것 같네요. 지금 분위기면 능력을 사용해도 무조건 질 겁니다.]말하는 다니엘의 시선은 블루팀 넥서스 근처 ‘회복 샘’에 고정되어 있었다.
그곳에는 주안과 루카가 막 부활한 상태였고,
“야, 이 병신 새끼야!!”
그 둘의 분위기는 현재 매우 험악했다.
“그러게 내가 라인 밀지 말고 타워에 박혀 있으라고 했잖아!!”
주안이 화가 머리끝까지 난 표정으로 고래고래 소리치고 있었다.
“그때 내 말만 들었어도 둘 다 이렇게 허무하게 뒤지지는 않았어! 그리고 뒤질 거면 혼자 뒤지지, 왜 나까지 불러서 같이 뒤지게 만들어?!”
“…….”
계속 이어지는 호통 속에서도 루카는 할 말이 없는지 입을 꾹 닫고 있는 모습이었다.
초반에 주안에게 계속 이죽대던 모습과는 정반대의 반응이었다.
“이제 어떡할 거야? 너 때문에 미드랑 바텀 라인 전부 다 망가져 버렸어. 너 때문에! 이제 세 라인 전부 다 밀리는 상태에서 경기해야 한다고!”
“…잠깐만요.”
“뭘 잠깐만이야, 이 새끼야! 넌 미안한 감정도 없냐? 내가 지금 너였다면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잠깐만!”
결국, 버럭 소리치면서 주안의 말을 끊는 루카.
“알겠으니까 알롭스키 좀 봐요.”
“뭐?”
“미니맵으로 저놈이 무슨 특성 구매했는지 보라고.”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하는 루카의 모습에, 주안은 그를 의아하게 쳐다보다가 이내 미니맵을 확인해 보았다.
아군 위쪽 정글을 털고 있는 알롭스키가, 미리 박아놓은 와드의 시야를 통해 확인되고 있었다.
주안은 알롭스키가 현재 보유 중인 특성을 확인해 보았고.
“……!”
동시에 눈썹을 꿈틀했다.
※ 메이어의 소울 약탈자 : 적군을 처치할 때마다 소울 중첩 4회, 어시스트를 올릴 때마다 소울 중첩 2회를 얻습니다.
소울을 최대 30 중첩까지 쌓을 수 있으며, 중첩 1당 신체 능력치 억제를 1% 해제합니다.
보유한 사용자가 사망 시 중첩 소울을 모두 잃습니다.
“이 시건방진 새끼가…!”
주안의 두 눈동자에서 불꽃이 팍 튀었다.
설명만 보면 알 수 있듯이, 경기가 끝날 때까지 한 번도 죽으면 안 되는 아이템이다.
즉, 알롭스키는 블루팀 전원을 상대로 절대 죽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야, 다들 저 새끼가 산 특성 확인했어?!”
– 네.
– 봤습니다.
대답해 오는 다른 블루팀원들의 목소리도 하나같이 모두 가라앉아 있었다.
다들 저 특성을 구매한 알롭스키에게 모욕감을 느낀 것이다.
“앞으로 전투가 벌어지면 무조건 첫 번째로 저 새끼부터 잡는다. 이건 경기 결과를 떠나서 우리 자존심이 걸린 문제야. 알겠어?!”
– 네!
– 알겠습니다!
모두가 큰 목소리로 대답하는 그때.
“그런데 어떻게 잡을 건데요?”
바로 옆에 있던 루카가 그에게 질문해 왔다.
“뭐?”
“자기 마음대로 순간 이동을 할 수 있는 알롭스키를 어떻게 잡을 거냐고요. 분명 위기에 빠지면 순간 이동으로 도망칠 게 빤한데요?”
“그건….”
거기까지는 아직 생각을 못 한 주안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뭐, 혹시 고유 능력이라도 공개해서 잡으려는 겁니까? 아까 타워에서도 약간 그런 뉘앙스로 말을 하던데….”
주안은 의미심장하게 말을 잇는 루카의 얼굴을 바라봤다.
“…왜 꼭 내가 공개해야 하지? 네가 먼저 보여주고 잡을 수도 있는 거잖아?”
“왜냐하면, 형이 우리 블루팀의 ‘리더’니까요. 리더가 먼저 솔선수범해서 보여줘야 부하들도 따르는 법 아니겠습니까?”
루카는 기분 나쁘게 실실 웃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형이 먼저 고유 능력을 공개해서 알롭스키를 잡는 데 일조한다면, 나를 포함한 부하들 역시 공개하지 않을 이유가 없죠. 안 그렇습니까?”
“…….”
“뭐, 공개할 용기가 없다면 어쩔 수 없고요. 리더가 공개하지 않는데 우리도 공개할 필요는 없으니까요.”
말을 마친 루카는, 여전히 대답이 없는 주안을 바라보며 씨익 웃은 뒤 몸을 돌려 바텀 쪽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의 뒷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보던 주안은, 이내 한쪽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지금 한 그 말, 평생 후회하게 만들어주지.’
* * *
– 그…. 괜찮겠어요?
오랜 침묵 끝에 들려온 단테의 목소리에, 김진성이 혹시나 자신을 부른 건가 싶어서 대답했다.
“저한테 말한 겁니까?”
– 네. 그, 아무래도 방금 구매한 그 특성이 좀….
“아.”
김진성은 피식 웃으면서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한 번도 안 죽으면 되죠, 뭐.”
– …정말 조심하셔야 합니다. 분명 적들도 님이 구매한 특성을 확인했을 거예요.
“그거 노리고 산 거예요.”
– …네? 그게 무슨…?
순간 이해하지 못한 단테의 목소리. 하지만 김진성은 바로 주제를 돌렸다.
“혹시나 적들이 갱 오면 바로 저한테 말씀해 주세요. 아까 보셨다시피, 언제 어디서든 제가 도와드리러 갈 수 있습니다.”
– 네~
– 님만 믿고 열심히 라인 미는 중입니다.
“네. 잘하고 계세요.”
실제로, 세 라인 상황은 아까 전과는 180도 바뀌었다.
김진성의 연이은 활약상에 주눅이 든 블루팀은 아까 전과는 반대로 타워 안에 박혀서 미니 몬스터만 겨우 받아먹고 있었다.
반면, 아군은 김진성이라는 든든한 보험 덕분에 자신 있게 라인을 밀어 넣고 있는 모습이었다.
– …어어? 미드가 갑자기 라인 밀러 접근해 오는데요?
그때 들려오는 8팀 선수의 목소리. 김진성은 미니맵을 확인해 보았다.
그 말대로, 주안이 갑자기 타워 쪽에서 치고 나와 라인을 밀고 있는 7, 8팀 선수 쪽으로 달려들고 있었다.
“…뭐지?”
김진성은 의아해했다.
현재 적군의 위치를 보니, 딱히 누군가가 주안을 도와주러 갈 상황도 아니었다.
유일하게 순간 이동 스킬을 사용할 수 있는 바텀의 루카 또한, 타워 안에 박혀 있는 상황이라 바로 도와주러 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다.
‘…설마?’
그때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간 김진성.
그는 곧바로 미드 쪽에 지시했다.
“일단 주안과 싸우세요. 대신, 언제든지 뒤로 도망칠 준비는 한 상태로요.”
– 도망칠 준비요?
“네. 혼자 저러는 거 보니 뭔가 있어요.”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쿵!
갑자기 주안이 있는 힘껏 땅바닥에 손바닥을 찍었다.
그 소리는 멀리 있는 김진성의 귀에까지 들려왔다.
“……!”
동시에 김진성의 눈이 커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