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91)
제191화. 신대륙에 넘어온 이유
‘상처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잖아?’
불과 몇 초 전만 하더라도 온몸이 피투성이였던 알롭스키가 맞나 싶을 정도였다.
지금은 피를 흘린 자국만 옷에 남아 있을 뿐, 방금 왼팔에 생긴 것 이외에는 상처가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무슨 회복력이… 설마 자체 회복 스킬까지 보유한 건가? 아니면 타고난 재생력이 말도 안 되는 건가?’
둘 중 어느 경우라도 헨리케 입장에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그럴 만한 것이, 지금까지 전력을 다해 공격했던 것이 한순간에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이러면 제대로 한 방에 죽여야만 하겠군.’
상황을 파악한 헨리케는 이내 알롭스키의 목, 그리고 심장 부위를 번갈아 가며 확인했다.
자잘한 상처 정도는 순식간에 회복할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이상, 치명타를 입히지 않으면 알롭스키를 쓰러뜨릴 수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다.
‘걱정할 건 없다. 절대 내 공격 속도를 따라잡을 수는 없을 테니까.’
헨리케는 마음을 먹음과 동시에 다시금 알롭스키를 향해 달려들었다.
“……!”
알롭스키의 눈이 다시 한번 커졌다.
정말 눈 한 번 깜빡이기도 전에, 어느새 헨리케의 검이 자신의 목과 닿기 직전이었던 것이었다.
말 그대로 빛과 같은 속도.
‘빛보다 빠르지 않다면, 절대로 넌 내 공격을 피해낼 수 없다.’
섬광(閃光).
빛처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는, 헨리케의 유일한 고유 능력이다.
이 능력 하나만으로 그는 남미 최고 반열의 헌터 자리에 등극했고, 30대도 안 되는 젊은 나이에 신대륙의 메이저 클랜인 PCC의 1팀장의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사실상 브라질에서 유준호 취급을 받던 이가 바로 헨리케였던 것이었다.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인간!
헨리케와 마주했던 어떠한 적들도 그 압도적인 스피드 앞에서 모두 무릎을 꿇었다.
방어력이 강한 자는 계속 두들겨 맞다가 무릎을 꿇었고, 유일한 천적 능력이라 볼 수 있는 ‘반사’ 능력자 역시 헨리케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등을 내주고 말았다.
눈앞의 알롭스키도 마찬가지였다.
수많은 능력을 보유한 그 역시, 목에 검이 닿기 직전까지 헨리케가 움직인 것조차 눈치채지 못하지 않았는가.
이미 아까 전 사용했던 분신술이나, 혹은 텔레포트로 빠져 나가기도 이미 늦은 상황이다.
‘목을 베였는데도 살아날 가능성은 없겠지!’
헨리케가 속으로 생각하던 그때, 그가 휘두른 검이 알롭스키의 목에 닿았다.
그리고.
터엉!
‘?!’
휘두른 힘 그대로 검이 튕겨 나옴과 동시에 헨리케의 두 눈이 커졌다.
‘방금, 무슨…. 엇?!’
상황 파악을 할 시간조차 없었다.
당황해서 잠깐 멈춘 그의 온몸을 갑자기 무언가가 뒤덮었기 때문이다.
확인해 보니, 마나로 만들어진 거미줄이었다.
온몸이 칭칭 감긴 걸 확인한 헨리케는,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위험하다!’
그는 재빨리 검을 휘둘러 알롭스키와 연결된 거미줄을 끊어낸 다음, 곧바로 뒤로 몸을 날렸다.
하지만 살짝 늦었다.
촤악!
“윽…!”
알롭스키가 검을 휘두르는 게 더 빨랐던 것이었다.
상체에 깊은 상처를 입은 헨리케는, 착지하자마자 허리춤에서 포션을 꺼내면서 외쳤다.
“막아!”
그 외침에, 지켜보고 있던 부하들이 다시금 일제히 알롭스키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로 인해, 연이어 헨리케를 공격하려 했던 알롭스키의 의도는 실패하고 말았다.
“쳇!”
어쩔 수 없이 부하들을 상대하기 시작하는 알롭스키의 모습을 보며 헨리케는 온몸을 칭칭 감은 거미줄을 모조리 끊어내었다.
이후 입에 포션을 들이부으면서, 방금 공격이 막힌 상황을 다시금 머릿속으로 복기했다.
‘아까 전…. 무슨 반탄 실드 같은 것에 막힌 듯한 느낌이었는데.’
죽은 10팀 선수, 챠노가 사용하던 ‘반탄 실드’.
방송을 통해 봤던 그 능력과 방금 검이 튕겨 나왔을 때 느낌이 매우 비슷했다.
‘왜 저놈이 반탄 능력까지 보유하고 있지?’
아까 헨리케가 괜히 챠노를 먼저 급습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나마 자신의 활약에 가장 방해가 될 능력이 바로 챠노가 보유한 반탄 실드 능력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비슷한 능력을 알롭스키가 똑같이 보유하고 있을 줄이야.
‘이러면 이야기가 달라지는데.’
또 한번 난감한 표정으로 바뀌는 헨리케의 얼굴.
반탄 능력을 보유한 것이 사실이라면, 사실상 헨리케에게 있어 알롭스키는 천적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브라질 최고의 유망주 취급을 받았던 그에게는 유일한 약점이 하나 있다.
바로 힘이다.
민첩은 물론 실전 능력이나 부하들 통솔력, 비상한 두뇌 등, 모든 면에서 평균 이상의 능력을 보유한 헨리케.
하지만 유일하게 힘, 즉 한 방 파괴력이 약하다는 단점이 있었다.
쉽게 말하자면, 지금 알롭스키의 저 반탄 실드 능력을 뚫어낼 만한 한 방이 없다는 소리다.
‘…어쩔 수 없군. 부하들이랑 합공할 수밖에.’
그나마 다행인 것은, 현재 그는 일대일 대결을 펼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주변의 부하들과 같이 포위 공격을 펼치면, 그에게 부족한 한 방을 충분히 메꿀 수 있는 상황이다.
‘일단, 부하 중에 한 방이 강한 고유 능력을 보유한 놈을 이용해서….’
헨리케가 알롭스키를 포위한 채로 전투를 벌이는 부하들의 면면을 빠르게 확인하고 있을 그때.
‘……!’
갑자기 헨리케의 등골이 서늘해졌다.
동시에 그의 온몸 세포가 외치기 시작했다.
죽기 싫으면 당장 움직이라고!
헨리케는 반사적으로 땅을 박차고 옆으로 몸을 날렸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그가 서 있던 곳을 누군가의 검이 휘두르고 지나갔다.
헨리케는 몸을 날리는 와중에도 상대방이 누군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돌렸고,
‘…어?!’
동시에 경악했다.
‘알롭스키가 왜 여기에…?!’
검을 휘두른 상대가 다름 아닌 알롭스키인 것을 확인한 헨리케는 자신도 모르게 부하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정말 알롭스키가 맞는지 알아보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는 확인할 수 없었다.
그와 부하들 사이에, 불투명한 보라색 장막 같은 것이 쳐져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제야 헨리케는 주변을 돌아보았다.
‘이건…. 아공간 마법진?’
상황을 바로 파악한 그는, 곧바로 입고 있는 방어구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마법진 무효화’ 기능을 활성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뭐야? 왜 안 없어져?’
평소 같았으면 바로 사라졌어야 할 아공간 마법진이, 무효화 기능을 활성화했음에도 너무나 멀쩡히 남아 있었던 것이었다.
자연스럽게 그는 극도로 당황한 표정이 되었고,
“아마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마법진 취소가 안 될 거야.”
그런 그의 귀에 알롭스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건 ‘공허’ 능력을 사용해서 만든 나만의 마법진이거든. 들어는 봤나?”
“……?!”
“못 들어봤을 거야. 그러니 당연히 마법진을 푸는 방법도 모를 테고.”
알롭스키는 천천히 헨리케 쪽으로 걸어오면서 느긋하게 말을 이었다.
“자, 또 한번 그 빛과 같은 속도로 계속 도망쳐 봐.”
동시에 아공간 전체에 수십 개, 아니 백 개가 훌쩍 넘어가는 보라색 구슬들이 생성되었다.
공허의 탄환이었다.
순식간에 수백 개, 수천 개로 불어나는 탄환들을 본 헨리케의 두 눈동자가 점점 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 * *
“…으….”
무릎을 꿇고 있는 주안의 입에서 아주 작은 신음이 들려왔다.
얼굴과 온몸 전체가 피범벅이 된 채로 흐느적대고 있는 그의 앞에, 너무나 멀쩡한 모습으로 떡하니 서 있는 뒤몽.
그가 입을 열었다.
“말했잖아? 나는 너의 천적과 다름없다고. 직접 맞서 상대해 보니 확실히 느껴지지 않나?”
“…쿨럭, 쿨럭!”
“물론, 능력의 상성을 떠나서 그냥 싸웠어도 내가 무난히 이기긴 했겠어. 생각보다 기본 실력 차이가 너무 나던데.”
“쿨럭…이 새끼가…!”
연신 기침과 함께 피를 토해내면서도 뒤몽을 노려보는 주안의 눈빛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살기로 가득한 그의 두 눈동자를 본 뒤몽은 이내 피식 웃었다.
“독기 하나는 칭찬할 만하군. 괜히 영업부장이 반드시 데려와야 한다고 나를 설득한 게 아니었어.”
그는 곧 쪼그려 앉아 주안과 시선을 맞추었다.
“너에게 마지막 기회를 주지. 이대로 내 손에 덧없이 죽을 것인지, 아니면 나를 따라 PCC 클랜으로 들어올 것인지.”
“…뭐?”
주안이 잘못 들은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하지만 그가 잘못 들은 것도 아니었고, 뒤몽 역시 헛소리를 지껄이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 PCC 클랜은 실력을 최우선으로 본다. 실력만 뛰어나면, 과거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설사 라이벌 클랜의 촉망받는 유망주 소속이라도 말이지.”
“……!”
“사실 우리뿐만 아니라 다른 메이저 클랜들도 다 비슷비슷해. 알파 클랜을 봐라. 거기에 순수혈통 미국인이 몇 명이나 되나? 내가 알기론 5%도 넘지 않는 것으로 아는데.”
틀린 말은 아니었다.
알파 클랜이 지구 최강, 그리고 최고의 클랜으로 우뚝 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혈통과 출신, 과거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의 실력자들을 모조리 끌어모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너 같은 애들을 계속 빼먹어야 앞으로 트리운포를 잡아먹기 더 편해지거든. 무슨 소린지 알지?”
“…….”
“그리고 이 신대륙까지 넘어와서 벌써 이렇게 개죽음당하긴 싫잖나? 너 신대륙으로 왜 넘어왔어? 지구 최강이 되고 싶어서 넘어온 거 아냐?”
“…….”
“편하게 살 거였으면 브라질에 남아서 평범한 일반 던전이나 공략하며 살았겠지. 안 그래?”
구구절절 옳은 말에 주안은 한마디도 반박하지를 못했다.
“선택해라. 나를 따를 거면 지금이라도 머리를 땅에 박고 충성의 맹세를 해라.”
“……!”
“그 정도는 해야 내가 너를 믿고 데려갈 수 있지 않겠어?”
뒤몽은 실실 웃으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현실적으로 생각해라. 이곳에서 네가 나를 따르지 않고 살아남을 방법은 존재하지 않아. 봐라.”
뒤몽은 바로 옆을 돌아보며 턱짓을 했다.
“그나마 너를 도와줄 수 있는 동료들이 어떤 꼴이 됐는지.”
그제야 주안은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보다 심하다면 더 심한 몰골로 바닥에 쓰러져서 꿈틀거리고 있는 루카, 그리고 기안의 모습을.
살아있는 게 신기한 둘을 바라보며 뒤몽은 입을 열었다.
“너희들이 제아무리 장래가 촉망받는 유망주라 할지라도, 유망주는 유망주일 뿐이야. PCC 클랜의 최정예 헌터들 앞에서는 그저 세 살배기 어린아이 수준일 뿐이라고.”
“큭….”
“그나마 알롭스키가 조금 선전하고 있는 것 같긴 한데, 그놈도 1팀장인 헨리케 앞에서는….”
말을 이으면서 제일 구석에서 싸우던 알롭스키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뒤몽.
동시에, 그의 얼굴에 머물러 있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뭐야?”
그는 눈앞에 보이는 상황이 이해가 되지 않는 듯했다.
그럴 만한 것이, 그의 시야 안에 서 있는 유일한 존재는 알롭스키 한 명뿐이기 때문이었다.
그의 발치에 고깃덩어리처럼 뭉개져 있는 존재는 바로….
‘헨리케…!’
처참한 모습으로 쓰러져 있는 헨리케의 시체를 본 뒤몽의 안색이 변했다.
PCC 클랜 내 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실력자.
헨리케가 전사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