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92)
제192화. vs 천적
“얘가 너희 클랜 1팀장이었어?”
김진성이 눈을 부릅뜬 뒤몽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고작 이 정도 실력으로 1팀장이면, 클랜 수준이 어떤지 안 봐도 뻔하겠는데?”
“……!”
“야, 주안! PCC 가면 안 된다. 꼬라지 보니 여기 들어가면 오히려 다운그레이드야.”
김진성의 도발은 성공했다.
뒤몽을 포함한 PCC 클랜원 모두가 김진성을 살벌하게 노려보기 시작했으니까.
“이 새끼가 뚫린 입이라고…!”
특히 마스터인 뒤몽의 두 눈동자 안에서는 이전까지 볼 수 없던 분노의 불길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트리운포보다 PCC 클랜이 더 약하다!
트리운포를 역사적인 숙적이자, 그들의 발밑에 있다고 늘 생각해 왔던 PCC 클랜원들에게 이 말보다 듣기 싫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뭐 하고 있어?! 어서 저 새끼 안 치고!!”
버럭 외치는 뒤몽의 명령에, 남은 모든 PCC 클랜원들이 일제히 김진성을 향해 달려들었다.
대략 30명 정도 되는 숫자.
게다가 나름 PCC에서도 최정예 헌터들이라, 한 명 한 명이 뿜어내는 기세가 절대 만만치 않은 상황이었다.
‘아까 능력 사용하는 거 보니, 포위당하면 꽤 골치 아파지겠어.’
그래서 김진성은 마음을 먹었다.
이들을 혼자 상대하지 않기로 말이다.
푹! 촤악!
“컥…!”
“아악!”
달려들던 PCC 클랜원들의 후방에서 갑자기 뜬금없는 비명이 들려왔다.
일행들은 그쪽으로 홱 고개를 돌렸고, 이내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전부 알롭스키잖아!”
하나같이 똑같은 알롭스키의 모습을 한 이들이, 후방에서 갑자기 나타나 그들을 향해 검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이었다.
숫자는 딱 봐도 최소 60명 이상. 확실하게 PCC 클랜원들의 배는 뛰어넘는 숫자였다.
모두가 당황할 그때, 뒤몽 역시 놀란 눈으로 중얼거렸다.
“설마, 분신술…?”
촥!
“끄아악!”
“씨발! 전부 다 죽여!”
“포위당하지 않게 조심해라!”
곧 60명이 넘는 알롭스키‘들’과 30명 정도의 PCC 클랜원들끼리의 처절한 전투가 펼쳐졌다.
그리고, 승기는 초반부터 완전히 알롭스키 쪽으로 기울었다.
애초에 일대일로는 PCC 클랜원들 한 명 한 명에 절대 뒤지지 않고, 오히려 실력으로 앞서는 마당에, 숫자마저 알롭스키 쪽 분신들이 훨씬 많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후~! 속이 다 시원하네.’
압도적으로 적들을 몰아붙이는 분신들을 바라보는 김진성의 얼굴에는 자신도 모르게 후련한 미소가 맺혔다.
그동안 정체가 들킬까 봐 주변 눈치 본다고 분신술을 얼마나 오랫동안 사용하지 못했던가.
‘사실 이번에도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어.’
당장 자신이 입고 있는 방어구에 촬영용 무선 카메라가 달려 있다. 현재 김진성이 분신술을 사용한 사실을 생방송이든, 녹화 장면을 통해서든 간에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에게 들통이 날 것이다.
그걸 알고 있음에도 김진성이 굳이 자신의 능력을 공개한 이유는 바로….
촤촤촥!
‘…저놈 때문이지.’
김진성의 시선이 뒤쪽 너머로 향했다.
한 명이 휘두른 검에, 분신 세 명의 목이 동시에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뒤몽의 짓이었다.
‘저놈을 상대하려면 전력을 다해야 할 것 같거든.’
김진성이 본능적으로 그렇게 느꼈을 그때.
뒤몽이 김진성 쪽을 바라보며 크게 외쳤다.
“진짜 나와라! 분신들 다 쳐 죽이기 전에!”
그 외침에 김진성은 화답했다.
곧바로 뒤몽을 향해 달려들었던 것이었다.
까앙!
급하게 들어 올린 뒤몽의 검에서 큰 타격음이 들려왔다.
충격으로 인해 파르르 떨려오는 검신. 그리고 손아귀에서 오랜만에 느껴지는 얼얼한 충격.
뒤몽은 본인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
“제법이군, 그래.”
동시에 그는 몸을 틀면서 돌려차기를 시전했다.
바로 반대편 팔을 들어 가드 자세를 취해 공격을 막아낸 김진성.
퍽! 하는 소리가 팔뚝 위에 들려옴과 동시에, 그의 몸이 뒤로 한참 밀려났다.
다급히 자세를 바로잡은 김진성은, 긴장을 늦추지 않은 상태로 뒤몽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강하다.’
그래도 한 메이저 클랜의 수장이라는 것인가? 아까 전 상대했던 1팀장, 헨리케와는 차원이 달랐다.
가드 자세의 김진성을 뒤로 한참을 밀어낼 수 있는 강한 힘. 거기에 자신의 기습을 막아낼 수 있는 헨리케 못지않은 민첩성까지.
딱 두 합을 나눈 것이 전부였지만, 김진성 정도 고수가 되면 그 정도 합만으로도 상대의 경지를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기본기 자체는 최소 나보다 동급이고, 어쩌면 나보다 강할 수도 있다.’
괜히 방금 김진성의 분신 세 명의 목을 한 방에 베어버린 것이 아니었다.
본체인 김진성보다도 강할 수도 있는 상대인데, 분신은 기본적으로 본체의 75%의 능력밖에 발휘할 수가 없으니까.
참고로 고수 간의 싸움에서 1/4이라는 수치는 하늘과 땅보다 더 큰 차이다. 한 번에 세 명을 죽인 게 전혀 놀라운 일이 아니라는 거다.
‘전력을 다해야 해.’
마음을 먹은 김진성의 온몸에 검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그동안 봉인해 놨던 마기를 전력으로 끌어올려서 발생한 현상이었다.
그때, 상대방인 뒤몽 역시 진지한 태도로 알롭스키와의 대결에 임하려 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방금 합을 겨뤘을 때 파악한 알롭스키의 경지가 그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이었기 때문이었다.
‘내가 착각했군. 이 새끼는 처음부터 유망주로 분류될 만한 놈이 아니었어.’
영상을 통해 분석했던 알롭스키는, 정말 높게 평가하자면 그동안 신대륙에서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던 최고의 신예들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냉정하게는 그보다 한 단계, 혹은 두 단계 아래의 수준으로 평가했었던 뒤몽이었다.
하지만 직접 부딪혀 보니, 이건 어지간한 메이저 클랜 부마스터 이상의 수준이었다.
당장 PCC 클랜의 2인자인 이고가 눈앞의 알롭스키보다 기본 능력치가 높지 않을 거라고 뒤몽은 확신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방금 달려들었을 때 움직임은, 헨리케와 별다른 바 없는 속도였는데.’
무엇보다 놀란 점은 아까 전 자신에게 달려들었을 때의 알롭스키의 속도였다.
빛처럼 움직이는 고유 능력만으로 1팀장의 자리를 차지했었던 헨리케와 별 차이가 없었던 것이었다.
그가 평소에 헨리케와 많이 대련해 보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 속도에 익숙해지지 않았다면 방금 기습을 절대 막아낼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 새끼가 어디서 나타난 거지?’
첨예한 대치 상황에서도 자신도 모르게 이런 생각을 떠올리는 뒤몽이었다.
실제로, 이 정도 괴물이라면 신대륙에 넘어오기 전부터 전 대륙에 소문이 쫙 났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알롭스키라는 이름을 가진 실력자가 존재한다는 소문을 뒤몽은 생전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방심하면 큰코다치겠어.’
뒤몽이 경시하지 않은 채로 마음가짐을 단단히 하고 있을 그때.
다시금 김진성이 뒤몽을 향해 달려들었다.
아까와 똑같은, 빛처럼 빠른 속도로 말이다.
‘헨리케와 같은 공격법은 나한테는 안 통한다!’
뒤몽은 속으로 외치면서 ‘감’이 이끄는 대로 검을 들어 올렸다.
까앙!
그리고 김진성의 검은 정확히 뒤몽이 들어 올린 검에 막혀버렸다.
이것이 헨리케에게 첫 패배를 안겼던 뒤몽의 방식이었다.
기본기가 훨씬 뛰어난 뒤몽의 예리한 감은 헨리케의 빛처럼 빠른 민첩성도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뛰어났던 것이었다.
‘…음?’
그런데, 검을 막아낸 뒤몽이 눈썹 사이를 찡그렸다.
분명 아까와 똑같이 막아냈는데, 몸에 느껴지는 충격이 더 크게 느껴졌던 것이었다.
그 여파는 뒤몽을 반 발짝 뒤로 물러서게끔 했다.
‘뭐지? 아까 전과 힘의 차이는 없어 보이는데…?’
의아해하는 뒤몽을 향해 김진성은 계속해서 몰아쳤다.
까까까까깡!
짧은 간격으로 연이어 들려오는 검끼리 부딪치는 소리.
엄청난 속도로 몰아치는 김진성의 공격을, 뒤몽은 모조리 막아내었다.
하지만 막아내면서 점점 뒤로 물러서는 것은 뒤몽도 어찌할 수가 없었다.
‘윽…! 도대체 뭐지?’
뒤몽은 자신이 밀리는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아까 전과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충격은 똑같은데, 왜 그의 몸이 힘겨워하고 있는 것일까?
곧 그는 이유를 알아챘다.
‘내 마나가 저놈의 마나에게 밀리고 있다.’
검끼리 부딪칠 때마다, 그의 검신의 절반 정도가 순간적으로 검은색으로 물들었다가 사라지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자신의 고유 마나인 초록색이, 합을 나눌 때마다 알롭스키의 고유 마나 색깔인 검은색에 압도당하고 있는 상황.
이건 아까 전 주안을 상대했을 때와는 정반대였다.
주안과 합을 나눌 때마다, 천기(天氣)의 천적이나 다름없는 그의 초록색 마나가 항상 주안의 전신을 압도했었다.
지금 김진성을 뒤몽으로 바꾸고, 뒤몽을 주안으로 바꾸면 아까와 상황이 똑같다고 볼 수 있다.
‘설마 이 새끼 마나가…? 아냐, 말이 안 되는데.’
뒤몽은 순간 머릿속에 떠올랐던 가정을 바로 지워버렸다.
어떻게 ‘이성’을 가지고 있는 중간계 생명체가 마기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말인가?
그게 가능한 존재는 고레벨 마계던전에서 만날 수 있는 마왕밖에 없다.
‘아무튼, 이러면 전면전은 힘들겠군.’
어쨌거나 김진성의 마나 성질이 지금 당장 중요한 건 아니었다.
중요한 건, 지금 밀리는 상황을 탈피하기 위해서는 전투 방식에 변화를 줘야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렇다면 일단 방심을 유도해서….’
판단을 마친 뒤몽은, 계속해서 공격해 오는 김진성의 검을 이번에는 반 박자 느리게 막았다.
초고수 간에 반 박자라는 시간은, 목숨을 결정할 수 있는 아주 긴 시간이나 다름이 없다.
김진성은 초고수 반열에 오른 헌터 중 한 명이었고 말이다.
서걱.
그의 검이 뒤몽의 허리를 깔끔하게 절단해 버렸다.
힘없이 바닥에 떨어져 굴러다니는 뒤몽의 상체.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도 김진성은 공격 자세를 풀지 않은 채로 계속 사방을 경계했다.
“…헛!”
그러다 갑자기 화들짝 놀라면서 바닥을 향해 검을 휘두르는 김진성.
까앙!
“이런.”
깔끔하게 막힌 자신의 공격에, 막 땅속에서 솟구쳐 올라오던 뒤몽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한마디 했다.
“이걸 안 속다니.”
“속아 넘어가기에는 피를 한 방울도 안 흘리던데.”
뒤몽의 이어진 말에 대꾸하는 김진성.
실제로, 아까 절단된 뒤몽의 상체에서는 피 대신 알 수 없는 초록색 액체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일부러 안 막는 게 너무 티 났다. 그 방식, 내가 지구에서 자주 써먹던 방법이기도 했거든.”
“큭큭큭, 그랬나?”
소리 죽여 웃는 목소리는, 눈앞의 뒤몽이 아닌 바로 뒤에서 들려왔다.
돌아보니, 뒤몽과 똑같이 생긴 인물이 서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문제는 그런 인물이 한 명이 다가 아니라는 점이다.
“…너도 분신술을 사용하나 보군.”
어느새 자신의 주위를 포위한 수많은 뒤몽의 모습을 보며 김진성이 입을 열었다.
“그래서 솔직히 놀랬다. 신대륙 안에서도 분신술을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는 손에 꼽을 정도거든.”
분신 중 한 명이 김진성의 말에 대답해 왔다.
“하지만 너의 분신술은 내 것과 비교하면 아류에 불과해. 아까 처치해 보니까 알겠어.”
곧 모든 뒤몽의 분신들이 김진성을 향해 공격 자세를 잡았다.
“진짜 제대로 된 분신술이 뭔지 체험시켜 주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이야.”
말이 끝남과 동시에, 김진성을 포위한 분신들이 그를 향해 일제히 달려들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