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93)
제193화. 식물 그 자체
분신들이 김진성의 코앞까지 도달했을 때.
그는 뒤몽의 말뜻을 바로 깨달았다.
‘기운들이 본체랑 전혀 다르지 않다.’
분신 한 명 한 명에게서 느껴지는 기세가 진짜 뒤몽 본체에 전혀 뒤처지지 않았던 것이었다.
까앙!
‘…확실해.’
첫 공격을 막아낸 김진성은,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충격의 강도 때문에 더더욱 확신할 수 있었다.
김진성과는 다르게 뒤몽의 분신들은 본체의 100%에 가까운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이러면 내가 분신들을 소환한다 하더라도 불리하다.’
원래는 김진성도 똑같은 숫자의 분신들을 소환하여 상대하려고 했다.
하지만 김진성이 가진 능력치의 75% 수준밖에 안 되는 분신들을 소환해 봤자, 뒤몽의 분신들에게 금방 밀릴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훨씬 더 많은 숫자의 분신들을 소환해 봤자, 뒤몽이 뒤따라 숫자를 맞추면 아무 소용도 없고 말이다.
‘…어쩔 수 없군.’
김진성은 결국 결심했다.
얼마 남지 않았던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남김없이 사용하기로 말이다.
▶ 스킬 강화를 통해 ‘분신술’을 추가로 강화합니다.
▷ 소환된 분신은 기존에 사용자의 75% 능력치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부터 100%의 능력치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
▷ 분신 하나를 소환할 때 마나 소모가 1000 -> 500으로 줄어듭니다.
▶ 스킬 강화 비용으로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10,000 사용했습니다.
‘포인트가 얼마 남지 않아서 일단 아껴두려 했는데, 어쩔 수 없지.’
스킬 강화를 한 직후 김진성이 이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촤악! 푹!
“허윽…!”
“아악…!”
갑자기 등 뒤에서 연이은 비명이 들려왔다.
기존에 그의 분신들과 치열한 접전을 펼치고 있던 PCC 클랜원들이, 갑자기 강해진 분신들의 전투력에 우수수 쓰러지기 시작한 것이었다.
▶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300포인트 얻었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295포인트 얻었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눈앞에 좌르륵 떠오르는 알림창을 보면서 김진성은 생각했다.
‘다행히 저놈들 덕분에 마기가 끊기지 않을 만큼의 포인트는 계속 유지할 수 있겠어.’
일단 포인트가 도중에 마를 일은 없다는 걸 확신한 김진성은, 안도하면서 다시금 마나를 사용했다.
그러자 김진성 주위에 갑자기 분신들이 다수 생성되었고,
깡! 까깡! 까까깡!
이내 단체로 합을 나누는 소리가 던전 안을 가득 울리기 시작했다. 치열한 단체 전투가 펼쳐진 것이다.
분신들의 실력이 서로 비슷한 탓에, 한참이 지나도록 쓰러지는 자가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호오…! 놀랍군.”
제일 뒤쪽에 서 있던 뒤몽이 지켜보다가 진심을 담은 한마디를 했다.
“어떻게 갑자기 분신들이 강해진 거지? 설마 지금까지 연막이었나…읏!”
까앙!
“그건 아니야.”
바로 그 뒤몽을 향해 검을 휘두르면서 김진성은 대답했다.
동시에, 그의 몸에서 생성된 검은 물결이 던전 전체로 퍼지기 시작했다.
▶ ‘마기가 지배하는 공간’을 생성하였습니다.
▶ 마기를 사용할 시 모든 특성 및 스킬 효과가 2배 상승합니다.
주변이 마기로 뒤덮인 이후 김진성은 다시금 검을 휘둘렀고,
까아앙!
“큭…!”
뒤몽은 더 큰 충격을 받은 듯 신음을 흘리며 뒤로 한 발짝 이상 물러났다.
‘그래, 이거였어.’
훨씬 강해진 자신의 공격력을 확인한 김진성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의 힘의 원천인 마기로 가득한 곳에 서 있으니, 이 던전에 들어올 때부터 느꼈던 억눌린 듯한 감각이 이제야 풀리는 느낌이었다.
‘이제야 좀 신나게 싸울 맛이 나지!’
김진성은 한결 가벼운 몸놀림으로 계속해서 뒤몽을 몰아치기 시작했다.
까까까깡! 하고 연이어 합이 이어질수록 뒤몽의 방어하는 자세는 빠르게 무너지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푹!
김진성의 검에 목을 관통당한 뒤몽의 행동이 순간 정지되었다. 사람이 치명상을 입었을 때 흔히 볼 수 있는 반응이었다.
그러한 뒤몽의 목에서 흘러나오는 초록색 피….
잠깐만, 초록색?
‘……!’
색깔을 확인한 김진성은, 본능적으로 뒤로 멀찌감치 몸을 날렸다.
그리고 그 판단은 김진성의 생명을 구했다.
휘익! 하고 그가 서 있던 자리를, 목이 관통당한 뒤몽의 검이 횡으로 베면서 지나간 것이다.
“큭… 아쉽군… 끄륵.”
목에 난 커다란 구멍 때문에 바람 새는 목소리로 힘겹게 한마디 한 뒤몽의 신형이 이내 앞으로 쓰러졌다.
이후 온몸의 피부가 빠른 속도로 갈색으로 변하면서 전신이 썩어 문드러지더니, 이내 한 줌의 재가 되어 흩날리기 시작했다.
‘저건…?’
평범하지 않은 방식으로 사라지는 뒤몽의 시체를 본 김진성은, 방금 본 장면이 무언가 익숙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방금, 갈색으로 변하면서 썩어 문드러지는 모습은 분명….
‘마치 식물이 죽어가는 듯한 모습이었는데.’
가을철 단풍 진 나뭇잎이 바닥에 떨어져 썩어가는 과정을 빠른 속도로 재생하면, 딱 방금 뒤몽의 시체와 똑같았을 것이다.
‘…잠깐만. 그렇다면.’
한 가지 생각에 도달한 김진성은, 곧바로 근처에서 자신의 분신들과 싸우고 있는 수많은 뒤몽 중 한 명에게로 다가갔다.
그중 가장 정신없어 보이는 뒤몽의 등을 김진성은 기습했다.
서걱.
깔끔하게 목이 베인 뒤몽의 시체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여지없이 초록색 피를 흘리는 시체의 절단면에 김진성은 손가락을 가져갔다.
이후 손가락에 묻은 초록색 피의 냄새를 맡아보는 김진성.
‘…이건 분명 식물의 냄새다.’
냄새를 맡은 김진성은 자신의 판단이 옳았다는 것을 확신했다.
이후 김진성은, 자신이 내린 판단을 직접 두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움직였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그림자숨기’ 스킬로 땅속으로 들어가더니, 계속 지하로 내려가기 시작한 것이다.
‘만약 내 판단이 맞는다면, 뒤몽의 힘의 원천은 이 지하 밑에 있을 것이다.’
식물을 지탱하는 핵심 부분은 바로 뿌리다.
가장 거대한 식물 몬스터였던 포르기네이 역시 뿌리 부분에서 가장 많은 마기가 뿜어져 나왔었다.
그때를 경험했던 김진성은, 뒤몽의 힘의 원천 역시 뿌리 쪽에 있을 것이라 확신했다.
뒤몽이 그의 예상대로 ‘식물의 힘’을 가진 고유 능력자라면 말이다.
‘…역시.’
그리 오래 지하로 내려가지 않았음에도 김진성은 곧 원하던 걸 찾을 수 있었다.
수많은 굵고 짧은 뿌리들로 뒤덮여 있는 던전 지하.
그 중앙에, 초록색 마나로 똘똘 뭉쳐져 있는 심장 모양의 무언가를 발견한 것이다.
‘이래서 주안에게 상성이라 했던 거였군.’
이제야 모든 퍼즐이 맞춰졌다.
일단, 주안이 보유한 천기의 힘이 뒤몽의 능력과 왜 상성이었는지 알게 되었다.
식물 앞에서 빛은 그저 좋은 영양분일 뿐이니까.
반대로 빛을 완전히 차단하는 김진성의 마기, 즉 완벽한 어둠은 식물에는 당연히 천적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그래서 마기를 사용한 직후부터 나한테 계속 밀렸던 것이었나?’
김진성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믿을 수가 없군.”
심장 중앙에 앉아 있던 뒤몽이, 김진성 쪽을 바라보면서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내 본체를 이렇게 쉽게 찾아낸 놈은 최근 들어 한 명도 없었는데….”
거의 혼잣말을 하듯 중얼거리고 있는 뒤몽은, 실제로 꽤 충격을 받은 상태였다.
뒤몽의 힘의 원천은 라이벌인 트리운포 클랜의 마스터, 에스테반도 발견하지 못했었다. 그런데 전혀 예상치도 못한 러시아 코쟁이가 싸운 지 10분도 되지 않아서 벌써 찾아낼 줄이야.
“하지만 그뿐이다. 이미 나를 죽이기에는 너무 시간이 오래 흘렀어.”
뒤몽이 말을 이어가는 그때, 주변의 뿌리들이 갑자기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미 던전 전체는 내 뿌리로 모두 뒤덮였다. 이곳에서는 이제 그 누구도 나를 이길 수 없다!”
외침이 끝남과 동시에 움직이던 뿌리들이 일제히 김진성이 있는 쪽으로 뻗어져 나갔다.
‘이크!’
위기감을 느낀 김진성은 즉시 지상을 향해 빠른 속도로 솟구쳐 올라갔다.
곧 김진성의 신형이 땅 위로 모습을 드러냈고, 뿌리 역시 땅 위로 솟구친 김진성을 따라 솟아올라 왔다.
그 뿌리들을 검을 휘둘러 모두 베어내면서 위기에서 벗어난 김진성.
이내 바닥에 착지한 후에 그는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저 핵 안의 본체를 없애지? …헛!’
서걱.
옆에서 기습해 오는 뒤몽 분신의 공격을 피한 후 반격으로 깔끔하게 목을 베어내는 김진성.
‘일단 어떻게든 핵이 있는 곳까지 도달해야 하는데….’
지하의 핵까지 도달하는 방법은 세 가지가 있었다.
1. 말 그대로 핵이 있는 곳까지 지하 깊숙이 물리적으로 구멍을 파는 방법.
2. ‘워프 홀’ 스킬을 이용해 핵까지 다이렉트 통로를 만드는 방법.
3. ‘텔레포트’로 순간적으로 이동해서 기습하는 방법.
‘일단, 3번은 성공하든 안 하든 간에 내 목숨이 위험하다.’
흙으로 가득 차 있는 핵 주변으로 텔레포트를 하면, 신체의 절반을 흙 성분으로 바꾸겠다는 말과 다름이 없어진다.
그리고 두뇌에 절반 이상 흙이 섞이면 생각해 볼 것도 없이 즉사다. 이건 안 된다.
‘결국에는 1, 2번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잠시 머리를 굴려본 김진성은 한 가지 결론에 도달했다.
두 방법 다 시도해 보기로 말이다.
‘일단 1번부터…헛!’
하지만 시도하기도 전에 그는 서 있던 장소에서 몸을 날려야만 했다.
땅속에서 두꺼운 뿌리가 그가 서 있던 자리로 솟구쳐 올라왔기 때문이었다.
그냥 서 있었으면 최소한 중상을 입었을 정도로 빠르고 강력한 공격이었다.
‘젠장! 역시 그냥 내버려 두지를 않는군.’
계속해서 뿌리 공격을 피해내면서 김진성은 고민에 빠졌다.
이렇게 계속 피하기만 하면 1, 2번 방법을 모두 시도하지도 못하게 된다.
물리적으로 뚫는 건 물론이요, ‘워프 홀’ 역시 15초의 집중 시간이 필요한 스킬이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나?’
결국, 새로운 방법을 찾기 위해 김진성이 다시금 막 머리를 굴리려던 그때였다.
쿠당탕!
갑자기 옆쪽 멀리서 누군가가 쓰러지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다.
자연스럽게 김진성을 비롯한 모두의 시선이 그쪽으로 향했다.
전신이 피범벅이라 얼굴을 제대로 확인조차 할 수 없는 상태로 바닥에서 꿈틀거리는 그의 정체는….
“다, 단테…?”
구석에 묶인 채로 주저앉아 있던 주안이 경악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단테뿐만 아니라, 갈라진 차원의 틈에서 연이어 나오는 이들은 모두 왼쪽 관문으로 들어갔던 막내 대결 참가 선수들이었다.
하나같이 모두 처참한 몰골로 변한 그들의 모습을 주안이 부릅뜬 눈으로 바라볼 그때.
“전부 다 잡아 왔습니다, 마스터!”
뒤이어 차원의 틈에서 나온 털북숭이 남성 한 명이 커다란 목소리로 외쳤다.
근처의 뒤몽 분신 중 한 명이 그의 외침을 받았다.
“수고했다, 빅터.”
트리운포 클랜의 제2팀장. 빅터.
그는 뒤몽과 헨리케 등이 여기서 알롭스키 등을 상대하고 있을 때, 따로 병력을 이끌고 왼쪽 관문으로 이동해서 나머지 선수들을 생포해오라는 명령을 이행했던 것이었다.
“잡아 온 전원을 모두 중앙에 모아라.”
“네, 마스터.”
빅터에게 지시를 내린 뒤몽 분신 중 한 명이 김진성을 돌아보았다.
“자, 그만 싸우고 이제부터 좀 생산적인 대화를 나눠볼까?”
이어진 말에 김진성은 눈썹을 치켜떴다.
‘…생산적인?’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