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94)
제194화. 50,000
잠시 후.
던전 내부는 중앙에 서 있는 김진성을 중심으로 한 특이한 대형이 만들어졌다.
김진성 바로 앞에 서 있는 뒤몽의 분신 하나, 그리고 그의 발치에 꽁꽁 묶인 채로 무릎 꿇고 있는 8명의 선수.
이들의 주변은 김진성의 분신들이 에워싸고 있었고, 또 그들을 PCC 클랜원들과 뒤몽 분신들이 포위한 형국이었다.
서로를 노려보고 있는 양측 진영 사이 분위기는 살벌했다. 건드리면 바로 터질 것 같은 그런 분위기였다.
만약 김진성과 선수들 사이에서 무슨 사고라도 벌어진다면, 양측 진영은 곧바로 다시 피 튀기는 혈전으로 돌입할 것이다.
“내 고유 능력은 ‘식물’ 그 자체이다.”
숨 막히는 긴장감을 깨는 뒤몽의 목소리를 시작으로, 김진성과의 ‘생산적인 대화’는 시작되었다.
“말 그대로 모든 식물의 능력을 사용할 수 있지. 지금처럼 전장에 제대로 뿌리를 심은 채로 자리를 잡는다는 전제하에.
주위에 있는 내 분신들 역시 식물 능력 중 하나야. 뿌리 일부분을 나와 똑같은 모습으로 변신시킬 수 있는 능력이지.”
술술 자신의 능력을 얘기하기 시작하는 뒤몽.
그 말을 듣던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그래서 죽일 때 초록색 즙이 흘러나왔던 거였군.’
왜 분신을 베어낼 때마다 초록색 피가 흘러나왔나 궁금했었는데, 그게 피가 아니라 식물 특유의 초록색 즙이었던 것이었다.
뒤몽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단점이 있다면, 역시 장소의 제약을 받는다는 거지. 애써 자리 잡았는데 적이 다른 곳으로 도망치거나 이동하거나 하면, 나로서는 100%의 힘을 발휘하기 힘들거든.
이건 나뿐만 아니라, 뿌리를 반드시 내려야 하는 모든 ‘식물’의 단점이라 할 수 있지.”
“…저기, 마스터?”
걱정스럽게 물어오는 2팀장, 빅터.
갑자기 자신의 고유 능력을 하나부터 열까지 전부 술술 풀어놓으니, 부하 처지에서는 놀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뒤몽은 괜찮다는 듯이 그를 돌아보며 말했다.
“괜찮아. 어차피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 아닌가? 뿌리 안의 핵을 본 순간 대충 내 능력에 대해 눈치챘을 거 아냐?
다른 사람도 아닌 너 정도의 실력자라면 말이지. 안 그래?”
김진성은 반응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정하지도 않았다.
실제로 핵을 본 순간, 대충 뒤몽의 능력에 대해서는 파악한 상태인 건 사실이니까.
“장점은, 한 번 제대로 자리 잡은 이후부턴 절대로 질 수가 없다는 거다. 한 번 뿌리를 박게 되면, 대지의 영양소를 흡수해서 영구적으로 마나 걱정 없이 전력을 다할 수가 있거든.”
‘그건 포르기네이랑 비슷하군.’
포르기네이 역시 제자리에 서 있기만 해도 회복 속도가 올라가는 ‘토양분 흡수’라는 특성이 있지 않았던가.
“게다가 이런 폐쇄된 공간은 완전히 나에게 안성맞춤이나 다름없지. 봐라.”
하늘을 가리키는 뒤몽의 손가락을 본 김진성은 역시 고개를 들어 올렸다.
“……!”
그리고 확인할 수 있었다.
천장을 포함, 사방의 벽을 뚫고 나와 꿈틀대고 있는 거대한 뿌리들의 모습을.
“이곳은 이제 완전히 내 뿌리들이 장악한 상태다. 이제 내 허락 없이는 그 누구도 이 공간을 나갈 수 없어.
유일한 방법은 땅속 깊이 묻혀 있는 내 핵을 파괴하는 방법뿐이다.
하지만 그게 얼마나 어려운지는 방금 상대해 본 알롭스키, 네가 제일 잘 알 거야.”
이번에도 부정하지 못하는 김진성.
맞는 말이었다. 지금의 김진성은 땅속 깊이 있는 핵을 파괴하기에는 약간 역부족이었다.
‘물론, 당장 ‘지금’은 말이지.’
뒤몽의 말은 끝날 줄을 몰랐다.
“네 실력은 인정하지. 솔직히 말해서, 내 홈그라운드 안에서 이렇게 선전했던 사람을 만난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이름도 알지 못했던 무명의 신입이.
하지만 결국, 너는 나한테 패할 수밖에 없다. 나는 마나의 제한 없이 평생 이곳에서 무한정으로 싸울 수 있지만, 너는 그럴 수 없으니까.”
“…….”
“심지어 이젠 2팀장인 빅터와 부하들마저 합류한 상황이다. 하물며 너의 동료들은 보다시피 이렇게 완전히 전투 능력을 상실한 상황.
어떻게 봐도 네가 살아남을 가능성이 그려지지 않아. 최소한 내 눈에는 말이지.”
한참을 말없이 듣고 있던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혀가 이렇게 긴 걸 보니, 무슨 목적인지 대충 알 것 같군.’
아까 뒤몽이 말한 ‘생산적인’ 대화의 뜻을 슬슬 깨달았을 그때.
“이런 곳에서 허망한 죽음을 맞이하긴 싫지 않나?”
뒤몽이 슬슬 본론을 꺼내 들었다.
“기껏 최고가 되기 위해 이 험한 신대륙까지 넘어왔는데, 아무런 성과 하나 못 남기고 죽어버리는 걸 원할 헌터는 없어. 그렇지 않나?
보니까 신대륙에 넘어온 지도 얼마 안 된 신참 같아 보이는데….”
“아직 한 달도 안 됐지.”
솔직한 김진성의 대답에 뒤몽이 옳다구나 하고 목소리를 높였다.
“어쩐지! 왜 이 정도 실력자가 고작 트리운포 따위 클랜의 신참으로 시작했는지 이제야 알겠군. 네가 조금만 신대륙에 대해 더 알고 있었어도, 트리운포에 신참으로 들어가는 멍청한 짓은 절대 하지 않았을 거야.
무슨 말인지 아나?”
무슨 뜻이지?
“네 실력이면, 어느 메이저 클랜을 가도 바로 간부 자리를 먹을 수 있는 최상위 랭커 수준이라는 거다.”
‘오…그래?’
“가장 경쟁이 심한 알파 클랜에 가도 말단 간부 자리 정도는 먹을 수 있을 정도라고 나는 확신한다.”
그 말에 옆의 빅터가 놀란 눈빛으로 뒤몽을 돌아볼 정도였다.
알파 클랜에서 간부 자리를 그냥 먹을 수 있는 수준이라고? …라고 그의 눈빛은 묻고 있었다.
눈빛을 읽은 뒤몽이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신대륙에 넘어온 지 한 달도 안 된 놈이 나랑 비슷한 수준으로 싸우는데 그 정도는 당연한 거 아냐?”
“아, 그렇다면야….”
빅터는 바로 수긍했다.
둘이 싸우는 모습을 직접 못 봤기 때문에 놀랐을 뿐, 마스터가 직접 저렇게까지 얘기할 정도의 실력자라면 부하 처지에서는 수긍하고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다른 면에서 빅터는 더 놀라는 중이었다.
‘이 정도로 띄워주는 걸 보면, 최소 자신의 왼팔 이상의 자리에 앉히겠다는 뜻인데….’
그의 예상은 정확했다.
“단도직입적으로 얘기하지. 나와 함께 하자.”
빅터, 김진성 둘이 예상했던 본론이 드디어 뒤몽의 입에서 나온 것이다.
“만약 나와 함께한다면, 바로 오른팔의 자리를 너한테 내어주지.”
“……!”
빅터의 눈이 커졌다.
오른팔이라면, 부마스터 자리 아닌가?
그렇다면 기존 부마스터인 이고는?
“당장은 지금 부마스터인 이고보다는 경험이나 실전 모두 조금 부족하겠지만, 너 정도 재능이라면 1년 안에 그냥 넘어설 수 있을 거야.”
‘…그 정도라고?’
“너와 내가 힘을 합친다면, PCC 클랜은 한 단계 더 위로 도약할 수 있다. 최소 모스코 클랜 정도의 위치까지는 단번에 올라설 수 있지. 너 한 명의 존재만으로 말이야.”
일부러 러시아를 대표하는 클랜, 모스코를 비교하면서 예를 드는 뒤몽이었다.
“내 약속하지. 한 달 안에 모스코 클랜 못지않은 위치까지 올라서는 모습을. 이건 내 이름, 뒤몽을 걸고 약속할 수 있다.”
지금 이 말은 절대 허언이 아니었다. 뒤몽 나름대로 확신이 있어서 하는 말이었다.
‘이놈만 있다면, 드디어 트리운포를 내 발밑에 놓을 수 있게 된다.’
안 그래도 호시탐탐 트리운포의 강제 합병을 노리던 PCC 클랜이 아니었던가.
지금도 전력 차가 꽤 난다고 평가받는 상황인데, 뒤몽과 큰 차이가 없는 알롭스키마저 PCC에 합류한다?
한 달 안에 트리운포를 멸망시키고 주요 헌터 및 하청 클랜들을 손에 얻는 게 절대 무리가 아니다.
‘트리운포를 얻는 순간 모스코 이상의 클랜으로 올라서는 건 시간 문제고 말이지.’
PCC와 트리운포가 하나로 합쳐진다는 건 생각보다 큰 의미가 있다.
각각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를 대표하는 두 클랜이 합쳐진다는 것은, 남미 전체를 아우르는 독보적인 클랜이 탄생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때부터 남미의 모든 인재 및 자원을 흡수하게 되는 공룡 클랜이 탄생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설사 알파 클랜이라 할지라도 무시할 수 없는 위치까지 한 번에 발돋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지금 결정해라. 나를 따를 것인지, 아니면 이곳에서 내 손에 죽을 건지.”
최종 선고를 하는 뒤몽.
김진성은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그래.”
뒤몽의 눈이 살짝 커지더니, 이내 피식 웃었다.
“너무 빨리 대답하는군. 그러니 오히려 의심스러운데?”
“…뭐야? 어차피 무슨 대답을 하든 간에 죽일 거였어?”
“그건 아니다. 하지만, 지금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말로만 따른다고 할 수도 있잖아?
정말 내 밑에서 충성할 수 있는 인재인지 확인 작업을 좀 거쳐야겠어.”
거기까지 말한 뒤몽이 시선을 자신의 발치 쪽으로 내렸다.
“첫 번째. 네놈이 트리운포와 영원히 척을 진다는 걸 내 눈앞에 보여줘라.”
말하는 그의 시선은, 피투성이가 된 채 그의 발치에 무릎 꿇고 있는 8명의 선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 증거로, 이 여덟 명의 목을 네 손으로 직접 베어라. 그렇다면….”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뭐?”
뒤몽이 순간 잘못 들은 듯이 되물었지만, 김진성은 행동으로 대답했다.
곧바로 검을 빠르게 뽑아 크게 휘둘렀던 것이었다.
놀란 주변의 빅터 등 부하들이 다급히 검을 그에게 겨누었지만, 김진성은 그 행동을 끝으로 다시금 검을 검집 안으로 집어넣었다.
이미 목표를 완수했기 때문이었다.
“…너…이 새…끼…!”
충격받은 표정으로 더듬거리며 말을 잇던 주안의 목에 가느다란 붉은 실선이 생겨났다.
이후, 깔끔하게 분리되어 바닥에 툭 떨어지는 모습이었다.
총 8명의 목을, 김진성이 단 한 번의 베어내기로 절단해 버린 것이다.
“…허.”
뒤몽은 살짝 황당해하는 표정으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래도 3일간 밤낮으로 같이 있었고, 개중 절반은 한때 같은 팀이기도 한 동료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일말의 고민도 없이 전부 죽여버릴 줄은 상상도 하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김진성 입장에서는 당연한 판단이었다.
‘내가 트리운포에 들어오고 싶어서 들어온 게 아니잖아?’
그는 단지 자신을 공개 수배한 클랜의 추격을 피하고자, 그리고 어떻게든 전력을 망가뜨리기 위해서 내부자의 길을 택했을 뿐이다.
즉, 트리운포가 어떻게 되든 간에 전혀 관심이 없고, 정도 전혀 주지 않은 상태라는 뜻이다.
‘그리고 고작 3일 동안의 추억으로 고민하기에는 내가 살아온 인생이 좀 험해서 말이지.’
그 누구도 믿지 못하는 인생을 살아온 김진성에게는, 별 실력도 안 되는 잔챙이들 몇 명과 함께하기보다는 고유 능력이나 흡수하는 게 오히려 나은 실정이다.
‘그것 때문에 현재 스킬 슬롯도 더 늘려놓은 상태고 말이지.’
김진성은 시야 구석에 놓인 알림창 쪽으로 다시금 시선을 돌렸다.
▶ 비스 크리마 포인트가 50,000을 돌파했습니다.
▶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사용해 사용자가 보유한 특성을 강화할 수 있습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