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98)
제198화. 멸망, 그 이후
‘그러고 보니 아직도 우코바치에 대해 조사를 안 했구나.’
이전에 이곳에 들른 이후 궁금증이 생겨서 나중에 꼭 한번 알아보겠다고 다짐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이후 워낙 바빠서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보코하람에 가입한 이후 트리운포 클랜에서 막내 대결까지, 단 하루의 휴일 없이 연이어 달려왔던 과거의 나날들이 다시금 김진성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간 정말 정신없이 보냈구나. 그리 긴 기간도 아닌데 말이지.’
“자, 다 됐소.”
그때 루이스의 목소리에 김진성은 상념에서 깨어났다.
루이스가 내민 헌터 팔찌를 받아든 뒤, 손목에 다시 차고 스크린 화면을 켜 보았다.
이름 : 조쉬
나이 : 24
직업 : 헌터
마계던전 : 25층 클리어.
시련의 탑 : 25층 클리어.
화면에 떠 있는 새로운 프로필을 확인하는 김진성에게 루이스가 말해왔다.
“던전 층은 내가 임의로 정했소. 보통 25층 이상만 되면 신대륙 어디를 가도 우대받을 수 있거든. 알파 클랜을 포함해서.”
“오~! 그렇군. 고맙소.”
“고맙기는 내가 고맙지.”
악수를 청하면서 루이스는 안구에 힘을 준 채로 김진성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다시 말하지만, 절대 죽지 마시오. 우코바치는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유일한 희망이니까.”
지난번 헤어질 때랑 토씨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얘기하는 루이스.
“앞으로의 활약을 기대하오. 또 찾아오시오.”
그렇게 말을 마친 뒤에야 루이스는 굳게 잡았던 김진성의 손을 놓았다.
몸을 돌려 사무실 문을 열고 나오면서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돌아가자마자 우코바치에 대해 검색부터 해야겠다.’
지난번이랑은 달리, 이번에는 아지트로 돌아가자마자 바로 검색에 돌입할 예정이었다.
도대체 우코바치가 뭐길래 루이스가 저런 반응을 보이는 것일까?
궁금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 * *
레드 구역. 일명 R구역이라고 불린다.
블랙, 즉 B구역의 바로 안쪽 지역으로, 그래도 꾸준하게 팔라딘들이 순찰하는 지역이라 치안이 꽤 나쁘지 않은 곳이다.
그래서 B구역에서 신대륙 생활을 시작하게 되는 신참 헌터들은 어떻게든 돈을 모아 비교적 훨씬 안전한 R구역에 자리를 잡으려고 한다.
그래서 보통 R구역에 사는 주민들을 ‘신대륙 적응에 성공한 헌터들’이라고 평가한다.
보통 신대륙에서 경험을 많이 한 이들이 R구역에 주류를 이루고 있기에, 평균 실력도 B구역보다 훨씬 뛰어난 편이다.
그래서 R구역에 거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클랜 입사 시험 때 플러스 점수를 받는 경우가 허다하다.
참고로, 일부 메이저 클랜은 레드 이상의 구역에 거주하는 걸 최소 지원 기준으로 두는 곳도 있다.
검증받은 헌터들이 몰려 있는 곳이니만큼, 헌터들을 상대로 하는 직종이 가장 많이 몰린 곳이기도 하다.
그중 가장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건 역시 용병 길드, 그리고 정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입금되셨습니다. 확인 한번 해보세요.”
이곳, ‘파인더’ 역시 R구역의 흔하디흔한 정보상 중 하나였다.
“아, 됐네요.”
“수고하셨습니다. 앞으로도 자주 저희 업체를 이용해 주세요!”
자리에서 일어나는 손님을 향해 벌떡 일어나 허리를 숙이는 남성.
바로 파인더의 대표, 박도준이었다.
“아, 그리고 앞으로는 굳이 여기까지 찾아오실 필요 없습니다. 아까 깔아드린 앱을 이용하시면 됩니다.”
“아~! 알겠습니다.”
“안녕히 가세요!”
다시금 허리를 숙인 박도준은, 손님이 문을 닫은 뒤에야 다시금 자리에 앉았다.
이후 기계에서 카드를 빼낸 뒤 뒤편에 있는 남자를 돌아보았다.
“정현. 카드 받아.”
“네.”
직원인 김정현이 내민 카드를 받아 테이블에 놓인 기계 안에 집어넣었다.
그러자 방금 나갔던 손님의 프로필이 좌르륵 모니터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등급은 블루죠?”
“어.”
대답을 듣기도 전에 정현은 마우스를 옮겨 해당 손님의 등급을 ‘블루’로 지정해 놓았다.
이후 나머지 처리 과정을 진행하면서 그가 입을 열었다.
“요즘 들어 블루 등급 손님들이 꽤 많아졌네요? 오늘 등록한 다섯 명 모두 블루 등급인 거 알아요?”
“알아. 그리고 당분간은 계속 늘어날 거야.”
“진짜요?”
정현이 놀란 눈으로 박도준을 돌아보았다.
‘파인더’ 정보상은 손님들을 다섯 가지 등급으로 구분한다.
아주 평범한 실력을 소유한 헌터들. 즉, D등급 이하의 의뢰만 해결 가능한 ‘화이트’ 등급.
10층 이상의 던전을 드나드는, 최소 B구역 이상에서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블루’ 등급.
R구역 이상에 거주하는 검증된 헌터들. 평균적으로 B등급 의뢰를 주로 처리하는 ‘퍼플’ 등급.
최소 중소 규모 클랜의 간부, 혹은 메이저 클랜에서 자리를 잡은, 이름만 들어도 알 법한 실력자들은 ‘레드’ 등급으로, 이들은 상황에 따라 최대 S등급의 의뢰까지 맡길 수 있는 인재들이다.
“화이트 등급도 아니고, 블루 등급이 더 늘어난다고요?”
정현이 놀랄 수밖에 없는 게, 평상시 파인더 정보상에서 가장 많은 의뢰를 소화하는 이들은 가장 숫자가 많은 ‘화이트’ 등급이었기 때문이었다.
신대륙에서 ‘블루’ 등급에 속할 정도의 실력자가 그리 많은 수가 아니기에, 최근 며칠 들어 몰린 ‘블루’ 등급 회원 숫자만으로도 정현은 꽤 놀란 상태였다.
그런데 여기서 더 들어온다는 말을 대표인 박도준이 한 것이다.
“최근 상황 때문에 어쩔 수 없어.”
박도준은 되레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최근에 PCC 클랜 무너진 거 알지?”
“알죠. 그거 모르는 신대륙 주민이 어디 있겠어요?”
남미 최고의 클랜이라 불리던 PCC 클랜의 멸망.
본인들의 힘과 규모를 믿고 ‘막내 대결’을 펼치는 트리운포 유망주들을 죽이기 위해 자신 있게 나섰다가, 알롭스키 한 명에게 마스터 뒤몽을 포함한 정예 병력 대부분이 궤멸해 버린 대형 사건.
그 여파로 인해 전력이 줄어버린 PCC 클랜은 트리운포 클랜과의 전면전 끝에 결국에는 완전히 멸망하고 말았다.
무려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따끈따끈한 최근 소식이다.
“PCC 클랜이 무너지면서 일자리를 잃은 헌터들이 한둘이 아니야. PCC 덕분에 먹고 살던 하청 클랜원들까지 합치면, 최소 백 명 이상이 한순간에 백수가 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얼마 전에 PCC 클랜이 직접 운영하던 정보상 놈이랑 술 한잔했거든? 그 친구 말로는 많게는 500명도 넘을 수도 있다 하더라.”
“헐….”
“놀라긴? PCC 클랜 규모를 생각하면 전혀 놀랄 일이 아니야. 괜히 ‘메이저’라는 타이틀이 붙는 줄 알아?”
핀잔을 준 박도준은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심지어 그 500명이 잔챙이들도 아니야. 메이저 클랜의 하청을 받는 놈들인데, 최소한의 실력은 있을 거 아냐?”
“아~! 혹시 대부분 ‘블루’ 등급 실력자라는 건가요? 그리고 그들 중 일부가 저희 정보상을 이용한다는…?”
“그래, 바로 그거야. 그래도 머리 좀 돌아가긴 하네?”
박도준의 설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을 잡으려는 의뢰를 해결하기 위해 뛰어든 이들도 많아. 최근에 과거 PCC 클랜원들을 잡기 위해 트리운포 쪽에서 수배 많이 떨어진 거 알지?”
“알죠. 그거 때문에 요즘 주변 정보상들 전부 대목이잖아요.”
“그놈들 잡으려면 최소 ‘블루’ 등급 이상 실력자가 아니면 불가능해.”
“아~! 그렇긴 하겠네요. 메이저 클랜에 말단 자리라도 앉아 있으려면 최소 R구역 이상에 자리 잡은 검증된 헌터가 아니면 힘드니까요.”
“그래서 여러모로 PCC 클랜 멸망 이후 ‘블루’ 등급 이상의 손님들이 많아진 상태야. 이럴 때 열심히 해서 돈 많이 벌어놔야지.”
“와…! 그렇게 돈 많이 모아 놓았는데 또 모아요?”
혀를 내두르며 감탄하는 김정현이 곧 박도준에게 질문해 왔다.
“그렇게 돈 많이 모아서 어디다 쓰려고 그래요? 제가 알고 있는 금액만 해도 벌써….”
“독립해야지.”
박도준이 그의 말을 자르면서 대답했다.
“대한 클랜 밑에서 언제까지 하청 업체로 살아갈 수는 없잖아? 당당히 독립해서, 내가 하고 싶은 일 마음껏 하면서 살아야지.”
“하고 싶은 일이 뭔데요?”
“정보상.”
“…네? 그럼 그냥 똑같잖아요?”
“야, 이 멍청아. 대한 클랜 휘하에서 24시간 감시받으면서 일하는 거랑 내 마음대로 일하는 거랑 어떻게 똑같냐?”
박도준의 핀잔에 김정현이 머쓱한 얼굴로 머리를 긁었다. “하긴….”이라고 중얼거리면서 말이다.
“매번 대한 클랜 놈들 연락 와서 이것저것 태클 걸 때마다 진짜 암이란 암은 종합 세트로 다 걸릴 것 같은 기분이라니까.
빨리 돈 벌고 독립해야지. 이제 다른 건 다 갖춰졌으니 독립할 돈만 있으면 되는데….”
“대한 클랜 쪽에서 독립을 시켜주긴 할까요?”
김정현이 혼잣말을 하듯 말끝을 흐리는 박도준에게 물어왔다.
“원래 대한 클랜, 하청 업체 안 놔주기로 유명하잖아요. 끝까지 나간다고 고집부리면 쥐도 새도 모르게 죽여버리는…읍.”
생각 없이 줄줄 말하던 김정현은, 박도준이 손가락을 들어 입을 막는 시늉을 하자 그제야 다급히 입을 다물었다.
그러한 김정현을 한심하다는 듯이 바라보던 박도준이 이내 입을 열었다.
“그건 걱정 안 해도 돼. 내가 이 바닥에서 몇 년을 굴렀는데, 그런 것도 대비 안 하고 독립할 것 같아? 나도 다 생각이 있어.”
“그렇다면야….”
김정현은 의심 없이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박도준의 재능에 대해서는 절대로 의심하지 않는 편이었다. 옆에서 오랫동안 지켜봐 온 김정현은 그 누구보다 박도준에 대해 잘 아는 사람 중 하나였다.
“그리고 대한 클랜이 김진성 잡겠다고 혈안이 되어 있을 지금이 절호의 기회긴 해.”
박도준이 말을 이어왔다.
“안 그래도 최근에 대한 클랜 눈에 잘 들어보겠다고 노력하는 하청 정보상들이 좀 많단 말이야. 그놈들이 알아서 시선을 끌어주면, 나로서는 더더욱 쉽게 독립할 확률이 늘어나지.”
“음….”
잠시 생각에 잠겼던 김정현이 또다시 박도준에게 질문을 해왔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건데, 김진성의 최종 목표가 뭘까요?”
박도준이 그를 돌아보았다.
“처음에는 그냥 조용히 정체 숨기고 숨어 지낼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트리운포 클랜에 가입했던 걸 보면, 확실히 헌터 특유의 최고가 되겠다는 욕망이 없진 않은 것 같아 보여요.”
“그건 그렇지.”
“하지만 현재 대한 클랜이 대놓고 다른 메이저 클랜들에게 수배 협조까지 부탁한 마당이라, 이젠 메이저 클랜에 몰래 가입하기도 쉽지 않을 거란 말이죠.”
“…….”
“그래서 저는 궁금해요. 과연 김진성이 정말 제 예상대로 최고가 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는 것일지. 그렇다면, 지금과 같은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지도요.”
거기까지 김정현이 말했을 때였다.
가게의 문이 열리고 낯선 손님이 한 명 안으로 들어왔다.
박도준은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환한 표정으로 인사를 했다.
“어서 오세요. 처음 오셨나요?”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박도준 본인과 마주 볼 수 있는 자리에 손님을 앉힌 그는, 기계에 새 카드를 꼽으면서 말했다.
“신분을 인증할 수 있는 물품을 앞의 인식기 위에 올려주세요. 헌터 시계나 클랜 배지 등 뭐든지 괜찮습니다.”
박도준의 말에 손님은 품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 인식기 위에 올려놓았다.
동시에 박도준 앞 모니터에 어떤 정보가 떠올랐고,
“……!!”
확인한 박도준의 온몸이 굳어버렸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