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99)
제199화. 박도준
“……?”
박도준이 동상처럼 굳어서 아무 행동도 하지 않자, 이상함을 느낀 김정현이 그를 돌아보았다.
왜 저래? 라는 표정으로 박도준의 등을 쳐다보던 김정현이 박도준의 시선을 따라 모니터를 바라보았다.
“……!!”
동시에 김정현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모니터의 한쪽 구석에 선명하게 떠오른 글씨 때문이었다.
[Gold]파인더 정보상에서 손님들을 분류하는 다섯 등급 중 제일 마지막인 ‘골드’ 등급.
이것은 실력이나 이름값, 위상 등 다른 네 개의 등급을 나누는 기준이 전혀 통용되지 않는다.
말 그대로 대표, 박도준이 개인적으로 뽑은 소수의 VVIP만이 얻을 수 있는 희귀한 등급이 바로 ‘골드’다.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김정현은 자신도 모르게 눈을 질끈 감았다가 다시 뜨고는 글씨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왜냐하면, 그가 파인더에 들어온 이후 ‘골드’ 등급을 목격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었다.
“…야.”
그때, 박도준이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쳐다보는 김정현을 향해 그는 지시했다.
“문 닫고 나가 있어. 내가 부를 때까지 들어오지 말고.”
그 말에 김정현은 군말 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애초에 ‘골드’ 등급은 박도준 본인만 독대하도록 규칙이 정해져 있는 것을 그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일어나 정문을 잠그고 간판을 [Closed]로 바꾼 뒤, 김정현은 뒷문을 통해 조용히 가게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둘만 남은 가게 안.
박도준과 손님, 김진성은 서로를 바라본 채로 한동안 아무런 말이 없었다.
‘이 사람이 박진웅의 친형인 박도준이군.’
박도준의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는 김진성의 머릿속에는, 신대륙으로 떠나기 전날 박진웅이 보냈던 문자 내용이 다시금 스쳐 지나갔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말씀을 더 드리겠습니다.
만약 신대륙에서 메이저로 불리는 유명한 클랜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분명 정보가 필요할 때가 반드시 오게 될 겁니다.
그때 R2 구역에 저의 친형이 운영하는 ‘파인더’ 정보상을 찾아주십시오.
현재 신대륙에서 나름대로 자리를 잡은 정보상으로, 규모는 작지만 정보력 하나만큼은 메이저 클랜 못지않은 곳입니다.
제 핏줄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실제로 큰형이 젊은 나이에 비해 정보 쪽에 재능이 굉장히 뛰어난 편이거든요.
찾아가서 저와 제 동생 이름을 대면, 분명 대우를 잘해줄 것입니다. 워낙 깐깐한 성격이라 할인까지 해줄지는 모르겠지만요.
신대륙에서 정보가 필요할 때 참고해 주시길 바랍니다. 그럼, 무운을 빕니다.
파이트 클럽에서 죽었던 동료, 박성태의 목걸이 안 사진에 담겨 있던 3형제.
그중 가장 큰형이 바로 눈앞의 박도준인 것이었다.
‘원래는 굳이 여기까지 찾아올 생각은 없었는데….’
실제로 지금 김진성은 ‘조쉬’라는 새로운 신분으로 위장해서 온 상태.
즉, 박진웅의 문자 내용처럼 박성태의 이름을 대고 서비스를 받으려는 생각은 전혀 없었다.
‘우연히도 카렌의 노트에 이곳이 적혀 있어서 말이야.’
렌의 비밀 아지트 책상 위에 올려져 있던 ‘주요 인물’ 노트.
그 안에는 지금 김진성이 찾은 ‘파인더’ 정보상도 기록되어 있었다.
※ 정보상 박도준
의뢰소 & 정보상
위치 : R2 구역 3 스트리트
직통 번호 : 없음
유의 사항 : 우코바치 출신들 우대해 줌. 젊은 나이에 비해 실력이 뛰어남. 다른 비밀 정보상과는 다르게 최첨단 장비를 주로 사용. 단, 의뢰 추천 기준이 꽤 깐깐한 편.
노트에 적혀 있던 유의 사항과 박진웅의 문자 내용에서 겹치는 부분이 꽤 있었다.
젊은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능력이 뛰어나다는 점. 그리고 성격이 깐깐하다는 점 등등.
‘양쪽 정보가 이 정도로 같다면, 믿을 만하지.’
김진성이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인식기 위에 올려놓은 게 뭔지 좀 보여줄 수 있습니까?”
한참 김진성을 바라보면서 침묵하던 박도준이 말을 꺼냈다.
김진성은 바로 인식기 위의 배지를 들어 박도준에게 보여주었다.
불타는 해골 모양의 배지를 본 박도준의 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우코바치….”
침음하듯이 한마디 한 박도준은, 새삼 달라진 눈빛으로 김진성을 다시금 쳐다보았다.
“…전부 죽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군.”
“다들 그렇게 말하더군.”
정말이었다. 비밀 의뢰소 ‘아드리아’에서 만났던 세자로나, 신분을 갈아주는 루이스를 만났을 때나 전부 똑같은 반응을 보였었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물어봐도 되나?”
박도준의 질문에 김진성은 바로 대답해 주었다.
“일단 ‘데이나이트 산맥 섬멸전’에서 본 피해를 복구하느라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냈지.”
“…음.”
박도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시 우코바치 멤버들의 비밀 접선 장소였던 데이나이트 산맥을, 메이저 연합 병력이 덮쳐서 전원 섬멸하려고 했던 적이 있었다.
당시 95% 이상의 우코바치가 사살당했고, 살아남은 인원들 또한 끈질긴 추격에 모두 죽었다고 당시 팔라딘 측에서 공식 발표를 했었다.
당시 작전을 메이저 연합 측에서는 ‘데이나이트 산맥 섬멸전’이라 불렀다.
“이후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힘을 모았고.”
“무슨 작전?”
“‘붉은 달’ 작전.”
“……!!”
박도준의 눈동자가 또 한번 크게 흔들렸다.
‘붉은 달’ 작전이라면, 우코바치가 만들어진 이유이자, 우코바치의 최종 목표 아닌가?
“그 작전을…. 실행할 준비가 다 끝났나?”
“그러니까 다시 세상으로 나왔지. 지금 당신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고.”
너무 놀라 더 할 말을 잃은 듯한 박도준을 향해 김진성은 본론을 꺼냈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지. ‘붉은 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자금이 필요해. 그중 일부를 당신에게 맡겨놨었지. 기억하나?”
박도준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들어있는지 알 수 있나? 오래되어서 까먹었는데, 대략….”
“잠깐만.”
갑자기 박도준이 김진성의 말을 자르면서 치고 들어왔다.
“순서가 잘못됐어. 왜 자금 이야기부터 나한테 꺼내지?”
“…무슨 말이지?”
“자네가 우코바치인 걸 증명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하지 않아?”
그 말에 김진성은 눈썹을 꿈틀했다.
“더 뭘 증명하라는 거지? 우코바치와 엮여 있는 몇몇 정보상만 구별이 가능한 이 배지 안 보이나?”
“그거야, 죽이고 빼앗았을 가능성도 있잖아?”
김진성의 항변에도 표정 하나 안 변한 채로 대꾸하는 박도준이었다.
“우코바치 쪽 업무는 내 모든 게 걸려 있기도 하다. 단순히 배지 하나로 신분을 확정 짓기에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크다고.”
“그렇다면 어떻게 증명하면 믿을 건데?”
“행동으로 보여줘 봐.”
박도준이 김진성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시선을 마주쳤다.
“니가 진짜 우코바치라면, 우코바치다운 행동을 한번 보여주라고. 무슨 뜻인지 말 안 해도 알 거야.”
우코바치다운 행동.
그게 무슨 뜻인지 김진성은 단번에 알아들었다.
“방금 네가 분명히 말했어. ‘붉은 달’ 작전까지 수행할 만한 힘을 길렀다고. 그렇다면 우코바치다운 ‘행동’을 하는 건 그리 어렵지 않을 거 아냐?”
“맞아.”
이어진 박도준의 말에 김진성은 수긍한 후, 물었다.
“‘셀세청’을 폭파한다면, 내 정체를 믿을 수 있겠나?”
그리고 그 말에 박도준은 다시 한번 얼음이 되었다.
아까 처음으로 ‘골드’ 등급 글자를 보았던 때처럼 말이다.
“…지금 ‘셀세청’이라고 한 건가?”
“어.”
“거기, 분명…. 이전에 실패한 곳인 걸로 아는데? 그리고 데이나이트 산맥 섬멸전의 원인이 된 장소인 걸로….”
“맞아. 거기야.”
김진성은 고개를 끄덕인 후 물었다.
“그런 곳을 다시 한번 도전해야, 내 정체를 충분히 증명할 수 있지 않겠어?”
“…충분하긴 하지.”
솔직하게 대답하는 박도준. 그에게는 충분하다 못해 과할 지경이었다.
셀레포 시티 국세 징수 행정 기관.
흔히 대한민국에서 국세청이라 불리는 이곳을, 신대륙 사람들은 편하게 ‘셀세청’이라 줄여 부른다.
그리고 아마, 메이저 클랜 소속 인원을 제외한 모든 신대륙 주민들에게 가장 악명 높은 장소일 것이다.
“메이저 클랜이 아닌 이들에게는 평균 30%, 많게는 절반 이상의 세금을 떼가는 곳. 반면 메이저 클랜은 한 푼의 세금도 걷지 않는 곳.”
무언가를 읽듯이 술술 설명한 김진성이 박도준을 바라보았다.
“우코바치는 이런 곳을 폭파하기 위해 만든 곳이야. 그래서, 과거에 한 번 실패했다고 포기할 수 없는 노릇이지.”
그 말에 박도준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조쉬라는 남성이 하는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좋아. 만약 셀세청을 테러한다면, 작전에 실패하더라도 당신이 우코바치라는 걸 믿어 주겠네.”
“믿는 거로 퉁 치고 끝내려고?”
“…뭐?”
당황해하는 박도준을 향해 김진성이 말을 이었다.
“내가 셀세청을 폭파해서 증명하면, 당신도 응당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존재인지 증명해야지. 안 그래?”
“……!”
“혹시 그동안 변심해서 메이저 클랜의 끄나풀로 돌변했을지 내가 어떻게 알아?”
이번에는 김진성이 박도준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시선을 마주쳤다.
“지금 증명해라. 내가 동료들과 목숨을 바쳐 ‘셀세청’을 폭파하면서까지 내 정체를 증명할 이유를 지금 보여주란 말이지.”
말을 마친 김진성은 계속 시선을 마주치며 박도준의 답변을 기다렸다.
그의 눈빛을 말없이 한참을 받고 있던 박도준은,
“…큭.”
이내 피식 웃어버렸다.
“그래. 이게 우코바치였지. 기다려 봐라.”
곧 박도준은 잠시 컴퓨터로 작업을 하더니, 이내 모니터를 돌려 화면을 김진성에게 보여주었다.
“이게 너희, 우코바치가 나한테 맡겨놨던 일부 자금이다.”
박도준의 말을 들은 김진성은, 모니터에 적혀 있는 금액을 자세히 확인해 보았다.
5500억.
“…얼마 안 되는군.”
금액을 보자마자 김진성은 한마디 툭 던졌다.
실제로, 대규모 ‘테러’를 기획하기 위한 금액으로는 턱없이 모자란 편이다.
“풋, 그래. ‘붉은 달’ 작전을 수행하기 위한 금액으로는 택도 없지.”
웃으면서 동조한 박도준이 말을 이었다.
“이 금액의 절반을 지금 네 통장에 입금해 주겠다.”
“…지금?”
“폰 줘 봐.”
박도준은 김진성의 스마트폰을 가져가더니 빠르게 몇 번 터치했다.
그러더니, 이내 2750억이 입금된 화면을 켠 채로 김진성에게 돌려주었다.
“나머지 금액은 셀세청 테러가 성공하면 즉시 넣어주겠다. 이 정도면 충분히 증명되겠지?”
그 말에 김진성은 무언으로 긍정을 표현했다.
아무리 여기가 신대륙이라 할지라도, 5천억이라는 금액이 이렇게 쉽게 한 번에 입금할 수 있을 만큼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중 절반을 아무 조건 없이 초면인 김진성에게 입금한 것이다. 이 정도면 김진성도 박도준을 믿을 수밖에 없다.
“좋아.”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서는 김진성.
몸을 돌리려는 그를 향해 박도준이 물었다.
“언제 시작할 거지?”
김진성은 대답했다.
“오늘 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