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00)
제200화. 재도전
파인더 정보상 건물을 나선 김진성은, 골목길에 접어들자마자 바로 ‘완전 투명화’ 스킬을 사용했다.
이후 몸을 틀어 반대편 길로 걸어가면서 그는 생각에 잠겼다.
‘2천억이 넘는 거금을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바로 입금을 해?’
2천억은 정말 많은 돈이다. 굳이 신대륙으로 국한하지 않아도 말이다.
물론, 파인더 정보상이 평소 굴리는 자금에 따라 얼마 안 되는 돈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장사꾼’이 일면식도 없는 사람에게 그냥 2천억을 떡하니 주는 건 말이 안 되지 않은가.
만약 김진성이 진짜 우코바치가 아니라면, 쓰레기통에 버리는 거나 다름없는 행위인데 말이다.
‘아무래도, 내가 우코바치인 걸 확신한 것 같은데.’
그의 머릿속에, 아까 전 입금하면서 의미심장한 미소를 입가에 그리던 박도준의 모습이 다시금 떠올랐다.
만약 지금 김진성이 가정한 대로가 아니라면 2천억을 그냥 내주는 건 말도 안 된다.
‘심지어 우코바치 자금이라고 대놓고 말했었어.’
여러 가지 정황상, 100% 확실하다. 박도준은 김진성을 우코바치라고 확신하고 있다.
‘…운이 좋은 사람이군.’
박도준은 완벽히 속아 넘어갔다. 김진성이 우코바치 멤버가 아닌 건 사실이니까.
하지만 지금 김진성은, 우코바치의 원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진짜 우코바치 멤버처럼 행동할 계획이었다.
실제로, 지금 그가 향하는 방향 끝에는 ‘셀세청’이 있었다.
* * *
반면, 가게 안에 홀로 남은 박도준 역시 홀로 생각에 잠겨 있었다.
‘오늘 저녁이 지나 봐야 100% 확실해지겠지만 지금까지 대화 내용을 들어보면 우코바치가 아닐 수가 없다.’
애초에 ‘붉은 달’ 작전을 알고 있는 인물은 이 지구에 몇 명 되지 않는다.
우코바치 소속 멤버와 그들의 몇 안 되는 우군인 박도준 같은 일부 인원들이 전부일 것이다.
‘심지어 셀세청을 다시 공략하겠다는 의도마저 우코바치의 정신과 동일해.’
우코바치는 목표물을 반드시 불태운다. 그러기 위해 존재하는 악마가 바로 우코바치다.
한 번 실패해도 계속 시도해서 결국에는 목표물을 제거하는 독종들.
그래서 메이저 클랜과 팔라딘들이 가장 싫어하는 집단이다. 지금도 ‘우코바치’라는 단어만 들으면 반사적으로 출동하는 모습을 보면, 그들에게 얼마나 트라우마로 각인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내 감이 말하고 있다. 저놈은 우코바치가 확실해.’
괜히 그가 곧바로 2천억을 입금했던 것이 아니었다.
솔직히 말하자면, 박도준에게 있어 금액은 오히려 문제가 안 되는 수준이다.
‘셀세청을 폭파하려면 2천억 가지고는 턱도 없을 텐데…. 아마 따로 마련한 자금이 더 있겠지?’
당장 오늘 밤 작전을 실행한다는 걸 보면, 모든 준비는 진즉에 끝난 것이 확실해 보였다.
‘궁금하군. 최고 전성기였던 몇 달 전의 우코바치보다 훨씬 강해졌을지 말이야.’
전성기 시절에도 공략하지 못했던 셀세청이다. 그곳을 이번에 공략한다면, ‘붉은 달’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힘은 갖췄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때도 셀세청장인 핀레이가 끝까지 버텨내는 바람에 실패했었지.’
문제는 지금도 셀세청장 자리에 핀레이가 앉아 있다는 사실이었다.
* * *
셀레포 시티의 중심부, C구역에는 보통 메이저 클랜들의 본사가 몰려 있다.
본사 건물들만 해도 C구역 부지가 모자랄 정도로 많기에, 자연스레 도시의 행정 기관은 C구역 바로 바깥에 있는 그린 구역, 즉 G구역에 지어질 수밖에 없었다.
셀레포 시티 국세 징수 행정 기관. 즉, 셀세청 역시 G구역에 자리 잡고 있다.
셀레포 시티 내의 행정 기관은 다른 국가와 비슷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셀세청 역시 지구에 있는 여느 다른 나라의 국세청과 똑같다. 소득세나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같은 각종 세금을 거두기 위해 항상 노력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타 국가와 다른 점이 한 가지 있다면, 바로 세금을 거두는 ‘과정’이다.
이곳은 셀레포 대륙이다. 인구의 99.99%가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전투력을 보유한 각성자다.
그런 위험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세금을 징수하러 다니면, 말로는 해결되지 않는 상황이 꽤 많이 발생한다.
그런 그들을 제압하려면, 당연히 힘이 필요하다. 어지간한 헌터들은 압도적으로 짓누를 수 있는 강력한 힘.
그래서, 보통 셀레포 시티 내의 행정 기관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메이저 클랜 소속 헌터 못지않은 초절정의 실력을 지닌 이들이 대부분이다.
당연히, 그들의 수장인 ‘청장’은 여느 메이저 클랜 간부들과 겨뤄도 전혀 밀리지 않는 랭커들이 자리 잡고 있다.
‘셀세청’의 청장 자리 역시 마찬가지다.
어찌 보면 신대륙의 수입 대부분을 담당하는 굉장히 중요한 행정 기관이니만큼, 셀세청의 청장 자리에는 최소 메이저 클랜의 부마스터 이상의 실력자를 앉혀야 한다는 것이 메이저 클랜 간부들의 주된 생각이다.
그리고, 현 셀세청장 핀레이는 역사상 가장 셀세청장 자리에 어울리는 실력을 지닌 인물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 * *
셀세청의 깊은 지하실에서는, 오늘도 평소와 똑같은 ‘행정 절차’가 벌어지고 있었다.
“읍! 읍! 으으읍!”
한 남성이, 철제 의자에 앉은 상태로 고통스러워하고 있는 모습.
특이하게도 그를 구속하고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단지, 손과 발 모두 철로 변해 의자와 한 몸처럼 붙어 있을 뿐이었다.
“으으읍! 슬르즈! 즈블! 스므므크 즈글그그트!”
해석할 수 없는 목소리로 끊임없이 외쳐대는 남성은, 코와 입이 완전히 틀어막힌 상태라 무슨 말을 하는지 제대로 들리지도 않았다.
철로 된 얇은 가면 같은 것이 얼굴에 씌워진 덕분에, 구멍이란 구멍은 모조리 막혀 있는 상태였다.
“으으으읍! 으으읍…!”
시간이 지날수록 남성의 발악은 더 심해졌다. 온몸이 새빨개져선 이젠 전신을 파르르 떨기까지 시작한 모습.
그러다가, 갑자기 남성의 얼굴을 뒤덮었던 철 가면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커헉! 허억, 허억, 허억…!”
그제야 가쁘게 연신 숨을 들이켜는 남성. 상태를 보아하니, 조금만 더 그대로 놔뒀으면 산소 부족으로 사망했을 가능성이 컸다.
“헤이, 왓슨.”
그런 남성을 향해, 앞에 앉아 있는 거대한 덩치의 중년이 입을 열었다.
“정신 차려. 너 이제 PCC 클랜 지부장 아니야.”
“쿨럭, 쿨럭…!”
중년의 말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도 모를 정도로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는 왓슨의 모습.
불과 며칠 전만 하더라도 엘나콘 시티의 PCC 클랜 지부장 자리에서 떵떵거리며 살던 그가, 지금은 이런 지하실에 갇혀서 참혹한 심문을 받는 중이었다.
“이전이야 내 말을 무시하는 게 가능했지. 불과 지난달만 하더라도, PCC 클랜은 메이저 클랜 중에서도 2티어 상급으로 분류되는 곳이었으니까.
하지만 끈 떨어진 지금, 넌 내 말에 무조건 따라야 한다.”
“쿨럭, 크흑….”
“왜냐면 넌 이제 신대륙의 평범한 일반 시민일 뿐이고, 난 다른 메이저 클랜 마스터들과 나란한 위치에 앉아 있는 셀세청장이니까.”
셀세청장, 핀레이.
현재 왓슨을 심문하고 있는 중년 남성의 정체였다.
“그래서 왓슨. 왜 이번 달 세금을 안 내고 도망칠 생각부터 했어?”
“그, 그게….”
“법인으로 묶인 돈이랑, 뭐 관리하던 가게 땅문서까지 불법으로 급매한 것까지는 어떻게든 넘어가려고 했어. 그런데 그 정도로 돈을 벌었으면 최소한 세금은 내고 튀어야 할 거 아냐?”
“하, 하지만 세금이 너무 많잖아….”
“아?”
“…요.”
핀레이가 왓슨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원래 신대륙은 세금이 많아. 몰랐어? 그동안 메이저 클랜 소속이라 세금 한 푼 안 내다보니까 체감이 전혀 안 됐나 보지?”
“그, 그래도 무슨 세금이 한 달에 500억이 넘어가는 건 좀….”
“그만큼 열심히 던전 뛰면 되잖아? 네 현재 실력이면 500억은 일주일이면 버는 돈 아냐?”
“아니, 그 돈을 내가 온전히 다 가지는 게 아니잖아! 장비도 사야 하고, 팀원들한테 분배도 해야 하고, 또….”
“이 새끼가 또 반말이네. 3분 추가.”
“자, 잠깐만…! 으으읍!”
또다시 얼굴에 철 가면이 씌워진 왓슨은, 또다시 산소 없이 3분 동안의 지옥 같은 시간을 버텨야만 했다.
“커헉! 켁, 켁…!”
“두 번 말 안 한다. 어차피 낼 거면 빨리 내고 끝내자, 어? 벌써 오후 10시가 넘어가잖아! 에이, 술약속 또 늦었네.”
시계를 보며 짜증을 낸 핀레이가 왓슨의 눈앞에 세금 고지서를 흔들면서 말했다.
“정확히 511억 8033만 1219 블랑이야. 1 블랑도 부족하지 않게 확실하게 내. 알았어?”
“아, 알았어…습니다!!”
다급히 뒷말을 잇는 왓슨을 노려보던 핀레이가 말을 이었다.
“그리고 다음은 종합소득세.”
“…네?”
“뭘 네야? 5월은 종합소득세 내는 달인 거 몰랐어? 직원들이 계산했는데, 4898억이래.”
“……!!”
안색이 하얗게 변한 왓슨을 향해 핀레이는 태연한 얼굴로 말을 이었다.
“그래도 내가 선심 써서, 4천억으로 퉁 쳐줄게. 갑작스럽게 세금 내야 해서 경황이 없다는 점을 참작했다. 이 정도는 낼 수 있지?”
“4, 4천억…이나요?”
“뭘 망설여? 지금까지 메이저 클랜이라고 세금 한 푼 안 내고 헤쳐먹은 게 얼만데?”
핀레이의 추궁에도 왓슨은 망설이는 얼굴로 대답 없이 계속 눈치를 봤다. 아무리 생각해도 4천억은 너무 큰 금액이었기 때문이다.
계속 대답이 없자, 핀레이는 쌍심지를 켰다.
“이 새끼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렸네. 진짜 산소 부족으로 한번 죽어봐라.”
“자, 자, 잠깐만요! 잠깐만요!”
다급한 왓슨의 외침에 핀레이는 행동을 멈추었다.
“제 얘기 좀 들어보세요. 4천억 내면 저 진짜 빈털터리란 말이에요! 그러니까 12개월 할부로…!”
뻑!
그때, 뒤통수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왓슨은 정신을 잃고 말았다.
갑자기 공중에서 생겨난 쇠몽둥이가 그의 뒤통수를 강력하게 후려친 것이었다.
왓슨이 기절함과 동시에 쇠몽둥이는 다시금 분해되듯이 사라졌고, 그때부터 지하실 안은 고요해졌다.
“…누구냐?”
곧 핀레이의 낮아진 목소리가 침묵을 깼다.
동시에, 그가 쳐다보고 있던 오른쪽 벽에서 한 남성이 마치 유령처럼 스르륵 모습을 드러냈다.
동시에 핀레이는 반사적으로 자리에서 일어나 전신의 마나를 전력으로 활성화하기 시작했다.
상대를 보자마자 그의 온몸의 세포가 경고음을 보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위험한 놈이다.’
당장이라도 전투를 펼칠 준비 태세를 갖추면서 그는 입을 열었다.
“누구냐고 물었다.”
“침입자가 정체를 대놓고 밝히는 경우도 봤어?”
되묻는 남성은 품속에서 검집에 꽂혀 있는 단도를 꺼내었다.
그러고는 단숨에 뽑아 들더니, 지하실 바닥에 그대로 내리꽂았다.
세워진 상태로 파르르 떨리는 단도의 검신에 핀레이의 시선이 머물렀다.
“……!”
검신에 새겨져 있는 불타는 악마 해골 마크를 본 그의 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우코바치…!”
곧 핀레이는 이를 빠득 갈면서 신음하듯이 목소리를 내뱉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