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97)
제197화. 차원을 넘어 이세계로
‘놀라운 건, 여기서 신대륙으로 바로 넘어갈 수도 있다는 점이야.’
빅터의 말에 따르면, PCC 클랜은 특정 던전의 좌표만 알아낸 것이 아니라 신대륙에 다이렉트로 드나들 수 있는 좌표까지 알아낸 상태였다.
아마 PCC 클랜 말고도 많은 메이저 클랜이 신대륙으로 바로 향하는 좌표를 알고 있을 것이다…라고 빅터는 최면 상태에서 전부 털어놨었다.
하지만 그 방법을 지금까지 대놓고 사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딱히 사용할 만한 상황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걸 활용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상황은 오늘 PCC 클랜이 보였던 기습 때 정도인데, 애초에 메이저 클랜 간의 클랜전도 금지된 상황 아닌가.
그래서 그동안은 던전과 본사 사이를 빠르게 드나드는 수준으로만 사용한 것이 전부라고 한다.
‘그렇다면, 나도 차원 하나만 정복해 놓으면 신대륙 어디든지 마음대로 차원 이동이 가능하다는 소리 아냐?’
물론 과정은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성공하기만 하면, 김진성한테는 차원 이동이 마음대로 가능한 거대한 ‘아공간’이 하나 생기는 것이다.
‘PCC 정도 클랜이 가능한 걸 보면 나 혼자서도 충분히 가능해 보이는데.’
지금의 김진성은 메이저 클랜의 마스터, 뒤몽보다 훨씬 강하다는 게 입증된 상태다.
PCC 클랜도 한 마당에, 지금 PCC 전원을 합친 것보다 강할 것이 확실한 김진성이 못 할 이유는 없지 않은가?
‘…일단 신대륙으로 돌아가서 좀 자세히 계획을 세워 보자.’
김진성은 ‘항시 주변 확인’ 스킬을 사용했다.
그러더니, 한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감시병들이 몇 명 있다는 빅터의 말은 사실이었군.’
그가 향하는 곳에는 헌터로 보이는 몇 명이 모여 앉아 있었다.
매우 멀리 있는 그들의 행동이 아주 자세히 확인될 정도로 ‘항시 주변 확인’ 스킬의 범위는 굉장히 넓었다.
* * *
“…응?”
바위에 앉아 편하게 수다나 떨고 있던 PCC 클랜의 말단 헌터 중 한 명이 인기척을 느끼고는 고개를 돌렸다.
저 멀리서 걸어오는 누군가를 본 그는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얼굴을 자세히 바라보았고,
“…야! 빅터야.”
곧 2팀장인 걸 확인한 그는 다급히 동료들에게 보고했다.
곧바로 벌떡 일어난 그들은, 다가오는 빅터를 향해 경례했다.
“Sir!”
“별일 있나?”
“없습니다!”
무리 중 가장 계급이 높은 헌터가 빅터의 질문에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를 향해 빅터가 손을 내밀면서 물었다.
“이름이 뭐였지?”
“에릭입니다!”
“아, 그래. 에릭이었지?”
대화를 나누며 자연스럽게 손을 맞잡게 된 에릭과 빅터.
동시에 에릭은 맞잡은 오른손 쪽에서 이질적인 감각을 느꼈다.
“……!!”
확인한 에릭의 눈이 부릅떠졌다.
자신의 오른팔이 빠른 속도로 강철로 변해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티, 팀장님! 왜 이러십…!”
그의 다급한 외침은 채 이어지지도 못했다.
손을 맞잡은 지 5초도 지나지 않아 온몸이 강철로 변해버렸기 때문이다.
“오! 사람의 몸도 이렇게 바꿀 수 있구나. 속도도 빠른데?”
동상처럼 변한 에릭을 보며 빅터가 감탄하듯이 혼잣말을 했다.
그 순간, 남은 일행들은 눈치챘다.
채채챙!
“이 새끼, 빅터 님이 아니구나!!”
“누구냐?!”
일제히 무기를 뽑아 들면서 빅터로 보이는 남성을 향해 외쳐대는 남은 헌터들.
그는 바로 대답했다.
“나? 뒤몽. 너희들 마스터.”
대답이 끝날 때쯤, 남성의 전신은 뒤몽과 똑같은 모습으로 변해 있었다.
변신이 끝남과 동시에, 발밑에서 굵은 나무뿌리 같은 것들이 솟구쳐 올라왔다.
“컥…!”
“뭐, 뭐야?! 아악…!”
순식간에 뿌리에 몸이 휘감긴 헌터들은 비명과 함께 땅속으로 끌려가고 말았다.
이윽고 조용해진 환경에 김진성은 입을 열었다.
“‘크리핑’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군. 이거, 내 생각보다 실전 때 더 유용하겠는데?”
혼잣말을 마칠 때쯤, 김진성의 발치에 한 줄기의 나무뿌리가 무언가를 움켜쥔 채로 천천히 솟구쳐 올라왔다.
바로 마정석이었다.
생매장한 헌터들의 품에서 찾아낸 그것을 김진성의 손에 갖다 바친 나무뿌리는, 다시금 땅속으로 모습을 감췄다.
‘이 위치에서 마정석을 활용하면 PCC 클랜이 관리하는 15레벨 마계던전으로 갈 수 있다고 했지.’
생전 빅터가 털어놨던 정보대로 마정석에 마나를 불어넣어 활성화하기 시작한 김진성.
그러자 천천히 마정석 바로 앞에서 차원이 갈라지면서 틈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점점 확대되는 차원의 틈을 바라보면서 김진성은 생각했다.
‘일단 아지트로 돌아가자. 그리고 흘러가는 분위기를 본 뒤, 앞으로의 향방을 정하자.’
일단 트리운포와 PCC 클랜 간의 상황이 어떤 식으로 결말이 날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
일단 돌아가서 아무도 모르게 숨어든 뒤, 앞으로의 행방을 보고 향후 행동 방침을 정해도 늦지 않다.
* * *
불이 꺼져 있는 한 회의실.
의자에 앉아 있는 10명가량의 이들은 모두 ‘대한 클랜’ 공식 외투를 입고 있었다.
하얀 복장의 그들은, 집중하는 얼굴로 전방의 스크린에서 재생되는 영상에 주목하고 있었다.
“…자, 여기서 알롭스키가 순식간에 50명 이상으로 불어납니다.”
영상이 재생되는 중간에 유준호의 목소리가 치고 들어왔다.
순식간에 불어난 다수의 알롭스키가 PCC 클랜원들을 포위 공격하는 모습을 가리키며 유준호는 말을 이었다.
“외형뿐만 아니라, 검을 휘두르는 자세나 속도, 그리고 스킬도 똑같이 사용합니다. 누가 봐도 분신술이라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장면입니다.”
“음….”
지켜보던 용한길이 심각한 얼굴로 침음성을 흘렸다.
“아시다시피 신대륙뿐만 아니라, 지구 전체를 돌아보아도 분신술을 이렇게 완벽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이는 몇 명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능력자라면 신대륙에 들어오기 전에 벌써 소문이 자자하게 났어야 정상입니다. 하지만, 알롭스키라는 이름을 저는 지금껏 단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습니다.
여기서 혹시 러시아 출신 알롭스키라는 헌터에 대해 한 번이라도 소문 들어보신 분, 계십니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즉, 알롭스키라는 이름은 가명일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본래 정체는 김진성일 가능성이 제일 크고요.
다음 영상을 보시면 더욱 확실해집니다.”
곧 영상이 빠르게 재생되더니, 알롭스키와 뒤몽의 분신끼리 싸우는 장면으로 넘어갔다.
잠시 후, 알롭스키의 본체로 보이는 인물을 중심으로 검은 물결이 빠른 속도로 퍼져나가는 장면이 나왔다.
“어?”
“김진성이 사용하는 그 아공간 같은 기술이잖아!”
“만들어지는 과정도 완전히 똑같아…!”
놀라서 한마디씩 하는 간부들.
그때부터 회의실 내에 있던 이들은 모두 알롭스키가 김진성이라고 확신하기 시작했다.
분신술과 검은 물결 아공간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는 능력자는 전 지구를 통틀어 김진성, 한 명밖에 없었으니까.
“이걸 보는 순간, 알롭스키는 김진성이라고 저는 확신했습니다.”
“그렇군.”
굳은 표정의 용한길도 이내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용한길마저 설득해 낸 유준호는 스크린에 재생되던 영상을 아예 꺼버렸다. 더 재생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알롭스키로 위장한 김진성은 트리운포 클랜의 하청 업체인 보코하람에 가입해 큰 활약을 펼쳤고, 6팀장인 리카르도의 눈에 띄어 곧바로 본사에 들어와 막내 대결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결과는 다들 아시는 바와 같습니다.”
“이후 알롭스키의 행방은 아는가?”
용한길의 질문에 유준호는 옆을 돌아보았다.
시선을 받은 1팀장, 홍연석이 대신 대답했다.
“시련의 탑에서 사라진 후 계속 의심될 만한 행방을 찾고 있지만, 아직 특별한 보고는 올라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만약 저희의 예상대로 PCC 클랜 쪽 차원의 틈을 이용해서 도망친 게 사실이라면, 분명 지금쯤 신대륙으로 돌아왔을 것입니다.”
“그렇겠지.”
현재 김진성은 대한민국을 중심으로 전 세계의 주요 국가에 모두 수배령이 떨어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김진성이 가장 마음 편하게 숨어서 지낼 수 있는 곳은 그나마 무법지대인 신대륙밖에 없다.
“일단은 계속 수배령을 유지하고, 새롭게 떠오르는 유망주들을 모조리 주의 깊게 살펴볼 수밖에 없습니다. 이 셀레포 시티 내에서 마음먹고 숨어버리면 찾기 정말 힘드니까요.”
“알겠네. 그리고 트리운포 쪽에도 미리 도움을 요청해 놓게. 지금이야 정신없겠지만, 나중에 모든 상황이 정리되면 든든한 우군이 될 것이 확실하니까.”
“알겠습니다.”
대답한 유준호가 이내 슬쩍 웃으면서 용한길에게 물었다.
“제 혜안이 어떻습니까, 마스터님? 제가 움직이지 않았으면 김진성의 정체를 밝혀내지 못했을 것이고, 트리운포라는 우군을 얻지도 못할 뻔했지 않습니까?”
“시끄러! 시건방지게 마스터한테 허락도 안 받고 단독 행동을 한 주제에…!”
화가 잔뜩 난 목소리로 외치는 용한길. 하지만 더 이상의 추궁은 하질 못했다.
확실히, 유준호의 행동 한 번에 많은 걸 얻은 것은 사실이기 때문이었다.
“다음부터는 반드시 내 허락을 맡고 움직이도록 해라! 트리운포나 되는 메이저 클랜과 교류를 맺는 중대사에 마스터의 재가도 안 받는다는 게 말이나 되는 줄 아느냐!”
“네, 마스터.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고개 숙여 사과하는 유준호의 얼굴에는 여전히 미소가 머물러 있었다.
그 모습을 본 용한길은 혀를 끌끌 차면서 시선을 돌려버렸다.
* * *
[다음 소식은 최근 가장 이슈인 트리운포와 PCC 클랜과의 전쟁, 일명 ‘남미 전쟁’이라 불리는 클랜전 소식입니다.며칠 전 PCC 클랜의 마스터인 뒤몽이 트리운포 클랜 소속이었던 알롭스키에게 살해당한 사실이 밝혀졌다는 소식을 전해 드렸는데요.
이후 사기를 잃은 PCC 클랜은 패퇴를 거듭했고, 결국에는 오늘 본사를 제외한 모든 지부가 점령당하는 지경까지 이르렀습니다.
하청 업체를 포함해 모든 타 도시 세력이 전멸한 PCC 클랜은 사실상 메이저라는 타이틀을 내려야 할 만큼 큰 타격을 입은 상태인데요.
여전히 부마스터, 이고를 중심으로 버티고 있는 PCC 클랜이 이대로 괴멸할 것인지, 아니면 다른 선택을 할 것인지에 대해 사람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역시, 트리운포가 이겼군.”
모니터로 뉴스를 지켜보던 김진성이 입을 열었다.
사실 당연한 결과였다.
“마스터랑 1, 2팀장과 팀원까지 다 잃은 마당에, 전력을 거의 다 보존한 트리운포랑 대등하게 싸울 수 있을 리가 없지.”
김진성이 원해서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살아남기 위해 벌인 전투의 결과로 PCC 클랜은 거의 절반 이상이나 되는 핵심 전력을 한순간에 잃어버렸다.
사실, 그 순간 두 클랜 간의 전쟁은 승패가 나온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말 대단하군, 대단해.”
그때 옆에서 화답하는 말이 들려왔다.
루이스.
신상 정보 위조 전문가.
이전에 10억 블랑을 받고 ‘알롭스키’라는 신분으로 위장시켜 준 그 인물이었다.
“지금껏 자네들이 어떤 활약상을 벌였는지 대부분 알고 있지만, 이번처럼 대활약을 펼친 건 또 처음이군.”
루이스의 이어진 말을 들은 김진성은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무슨 소리란 말인가?
그의 궁금증을 곧 루이스가 풀어주었다.
“역시 ‘우코바치’는 달라. 괜히 신대륙의 유일한 희망으로 불리는 게 아니지. 큭큭큭….”
우코바치.
잊고 살았던 그 단어를 오랜만에 다시 듣게 된 김진성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