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196)
제196화. 삼십육계 줄행랑
저 포탈이 열린 후 안으로 들어오는 헌터들은 어느 소속일까?
트리운포? PCC?
‘아무래도 트리운포일 가능성이 조금 더 크지 않을까?’
PCC라면 아까처럼 차원의 틈을 이용해서 들어오면 된다. 굳이 트리운포의 지원 병력이 들어올 수 있는 출구 포탈을 열 필요가 없지 않은가?
‘또 모르지. 트리운포를 완전히 제압한 상태라서 여유 있게 열고 있는 것일지도.’
외부 상황을 전혀 모르는 김진성 입장에서는, 일단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놓고 생각해 봐야 하는 상황이다.
첫 번째. 트리운포 클랜원들이 들어왔을 때 상황이라면….
‘별로 좋지는 않지. 내가 유망주들을 칼로 베어 죽였다는 걸 알게 될 테니….’
김진성이 알기로는, 그가 착용한 트리운포제 방어구 내의 카메라는 자동 녹화 기능도 있다.
만약 김진성이 고민도 없이 8명의 선수들의 목을 베었다는 것을 트리운포 측에서 알게 된다면?
절대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없을 것이다. 어쩌면 ‘언제든지 배신할 수 있는 인물’로 낙인찍어서 적대적인 반응을 보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이제 내가 트리운포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어졌다는 게 제일 커.’
그가 트리운포에 들어온 이유가 무엇인가?
대한 클랜과 트리운포 클랜의 추격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어차피 신대륙에 있는 한 끝없이 추격당할 거, 내부자가 돼서 간부 자리까지 올라간 후 마음대로 휘두르려는 계획이었다.
그리고 트리운포의 간부가 된다면 대한 클랜도 설사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김진성은 판단했었다.
하지만, 이제 이 계획들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졌다.
‘PCC랑 전면전을 시작한 이상, 정신없어져서 나한테 신경도 못 쓰게 될 거야.’
대놓고 PCC 클랜 마스터, 뒤몽이 모습을 드러내며 유망주를 사살하려 했고, 그 장면이 실시간 방송을 통해 신대륙 전체에 중계된 상황.
이제 PCC와 트리운포, 두 클랜의 전면전은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어쩌면 신대륙 각지에 퍼진 다른 도시 클랜원까지 모조리 긁어모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인데, 김진성 같은 수배자에게 신경 쓸 여력이 있을까?
‘결론은, 트리운포 클랜에게 발목 잡히기 싫으면 도망치는 게 낫다.’
아무리 생각해도 트리운포와 엮여서 좋은 미래가 전혀 그려지지 않는다. 그럴 바에야 도망간 후 신분을 다시 갈아버리는 편이 낫다.
‘그리고 PCC 클랜이 포탈 안으로 들어오면, 당연히 피하거나 싸워야 하는 상황이고.’
지금 김진성은 PCC 클랜의 마스터를 사살한 당사자가 되었다. PCC 클랜이 목숨을 걸고 죽여야 할 0순위 원수가 되었다는 소리다.
‘이렇게 생각해 보니, 결국에는 도망치는 게 제일 편하잖아?’
누가 저 포탈 안에서 등장하든 간에, 그 전에 도망치기만 하면 김진성에게는 가장 최선이라는 결론에 지금 도달했다.
자, 그렇다면 어떻게 도망치면 되지?
‘입구 포탈로 다시 돌아갈까? …아냐, 이미 거기도 PCC나 트리운포 클랜 중 한 곳이 자리 잡은 상태겠지.’
현재 입구 포탈이 완전히 소멸한 상황이라는 것을 모르는 상태인 김진성.
하지만 그걸 떠나서도 지금 입구 포탈을 노리는 것은, 김진성에게는 너무 뻔한 루트였다.
‘이러면 방법은 하나뿐이군.’
김진성은 곧 걸음을 옮기더니, 피투성이가 되어 쓰러져 있는 빅터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그러고는 허리춤에 차고 있던 포션을 꺼낸 후 빅터를 향해 붓기 시작했다.
“…으…어…?”
다 죽어가며 신음을 흘리던 빅터가 빠른 속도로 생기를 찾기 시작했다.
포션을 완전히 다 부었을 땐, 간신히 몸을 일으켜 김진성을 바라볼 수 있을 정도의 몸 상태까지는 회복된 모습이었다.
“차라.”
김진성은 바닥에 떨어져 있던 헌터용 팔찌를 빅터 앞으로 차 밀었다.
팔찌를 확인한 빅터는 잠시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뭘 고민해? 고유 능력도 마나도 사용하지 못하는 주제에.”
“……!”
빅터의 두 눈동자가 급격히 떨렸다.
그제야 ‘능력 봉쇄’ 스킬에 걸려서 아무런 힘도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은 것 같았다.
“빨리 차고 내가 시키는 대로 해. 딱 10초 준다.”
말을 마친 후 검집의 손잡이를 손가락으로 리드미컬하게 두드리는 김진성.
그 모습을 본 빅터는 어쩔 수 없이 억지로 헌터용 팔찌를 집어 들었다.
“뭘 시키려는… 거요?”
그러면서 묻는 빅터의 말에 김진성은 대답했다.
“일단은 여기를 떠야지.”
* * *
잠시 후.
출구 포탈이 완전히 열리고, 한 20명가량의 헌터들이 일제히 우르르 몰려 들어왔다.
그 모습에 보스, 멜라헬이 바로 반응했다.
[이 비열한 중간계 놈들! 정정당당한 방법을 사용하지 않고 뒤에서 급습하려고 하….]서걱.
그녀의 말은 누군가의 공격으로 인해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깔끔하게 머리가 잘려나간 멜라헬은 그대로 빛이 되어 소멸해 버렸다.
“…저기, 원래 양쪽으로 관문이 나누어지는 건물이 있던 장소 아닙니까?”
막 검을 다시 검집에 집어넣은 유준호가 전방을 눈짓으로 가리키며 물었다.
“그렇습니다만….”
같이 따라온 트리운포 쪽 책임자, 멕시밀리오가 말끝을 흐렸다.
그가 알고 있는 시련의 탑 30층 관문 건물은, 눈앞에 보이는 것처럼 완전히 박살 난 폐허 건물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이었다.
“저기로 가보죠.”
유준호가 먼저 선두로 움직였고, 그의 뒤를 홍 팀장을 비롯한 10명가량의 대한 클랜원들이 따랐다.
멕시밀리오를 포함한 소수의 트리운포 클랜원들은 제일 마지막에 따라가는 모습이었다.
‘만약 저기에 PCC 클랜원들이 남아 있다면, 분명 위험해질 텐데….’
따라가는 멕시밀리오의 얼굴에는 근심이 한가득했다.
물론 유준호와 홍연석 1팀장이 얼마나 강한지는 멕시밀리오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둘을 믿고 과감하게 던전 안으로 들어온 것이니까.
하지만 상대는 마스터인 뒤몽까지 포함된 PCC 클랜의 정예 병력이다.
유준호와 홍연석, 둘의 힘만으로 상대하기엔 적들의 질과 양, 모두 압도적으로 앞서는 상황이란 말이다.
“…아무도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곧 들려오는 홍연석의 보고는 멕시밀리오를 포함한 모두를 안심하게 했다.
“제가 느끼기에도 아무도 없는 것 같군요. 들어가 보죠.”
곧 유준호를 따라 무너진 관문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일행들.
안에는 PCC 클랜원들과 트리운포 유망주들이 떨어뜨린 듯한 무기와 방어구들, 그리고 핏자국 등으로 즐비했다.
“치열하게 싸운 듯하군요.”
유준호가 바닥에 떨어져 있는 굵은 뿌리를 바라보았다.
그는 뒤몽의 고유 능력을 익히 알고 있는 자 중 한 명이었기에 이 뿌리가 뒤몽이 싸운 흔적이라는 것도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런데 시체가 안 보이네요?”
유준호가 주변을 돌아보면서 말했다.
반드시 있어야 할 시체가, 어떻게 한 구도 보이질 않는 것이다.
“이건 둘 중 하나입니다. 시체들이 모두 잿더미로 변할 정도로 강력한 폭발이 있었거나.”
유준호의 말에 멕시밀리오는 자신도 모르게 다시금 건물을 바라보았다.
그 튼튼한 관문 건물이 이 정도로 박살이 날 정도면, 거대한 폭발이 한 번 이상은 반드시 일어났을 것이다.
“…아니면, 시체를 전부 처리하고 깔끔하게 후퇴할 정도로 빠르게 상황이 정리되었다던가.”
“어쩌면 둘 다일 수도 있겠군요.”
“저도 그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습니다.”
홍연석의 말에 곧바로 답하는 유준호였다.
그 말에 멕시밀리오가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런데 어디로 도망갔을까요? 입구 포탈은 현재 막힌 상황이고, 지금 막 출구 포탈로 도망쳤다면 준호 님이 눈치채지 못했을 리가 없지 않습니까?”
유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출구 포탈 쪽으로 도망친 건 아닙니다. 그렇다면, 한 가지 방법밖에 남아 있지 않죠.”
“어떤…?”
“PCC 클랜이 막내 대결 선수들을 급습했을 때 어떤 방법으로 넘어왔습니까?”
“그야… 아!”
그제야 눈치를 챈 멕시밀리오를 향해 유준호는 대답을 이었다.
“차원의 틈을 열고 등장했죠. 아마 돌아갈 때도 똑같은 방법을 사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 * *
유준호의 예상은 정확했다.
현재 김진성은, 빅터를 이용해서 PCC 클랜이 주로 이용하는 차원 안으로 들어간 상태였다.
“…그리고?”
김진성은 새로운 차원의 땅바닥에 앉은 채로 계속해서 빅터에게 질문하는 중이었다.
“…전부…말씀 드렸…습니다….”
김진성의 질문에, 빅터는 넋이 나간 얼굴로 침을 질질 흘리며 영혼이 나간 듯한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최면’ 스킬에 걸린 후유증을 겉으로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상태였다.
“그래? 더 말할 새로운 정보가 없어?”
“네….”
“수고했어.”
서걱.
김진성은 고민도 하지 않고 빅터의 목을 베어냈다.
▶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375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방의 특성인 ‘물질 변환’을 획득했습니다.
▷ 물질 변환 : 사용자의 신체, 혹은 신체에 닿는 모든 물질을 원하는 금속으로 바꿀 수 있습니다. 물질을 바꾸는 양이 많을수록 마나 소모도 높아집니다.
‘물질 변환이라….’
김진성은 자신의 손을 바라보았다. ‘물질 변환’으로 순식간에 강철로 변하는 것이 보였다.
다시 원상 복귀시키며 그는 생각했다.
‘신대륙에는 다른 차원에서 발견된 새로운 금속이 많다고 그랬었지? 그러면 꽤 유용한 능력일지도 모르겠군.’
만약 평범한 흙을 부르는 게 값인 다른 차원의 금속으로 1kg 이상 변환시킨다면?
이것만으로도 김진성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나저나, 놀랍군.’
김진성은 자리를 털고 일어나 주변을 돌아보았다.
눈부신 태양이 떠 있음에도 밤처럼 느껴지는 기괴한 하늘.
분홍색 대지에 자라나고 있는 식물들은 하나같이 모두 검은색이었다.
이외에는 어떠한 생명체도 보이지 않는 대지를 훑어보며 김진성은 생각을 이었다.
‘인간이 설마 다른 차원을 지배하는 수준까지 도달했을 줄이야.’
신대륙이 생겨난 지 벌써 500년이 넘었다.
그동안 인간은 차원 이동을 해오는 몬스터들을 상대하면서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바로 몬스터를 죽여 얻은 마정석을 활용하면, 해당 몬스터가 존재하는 차원으로 넘어갈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일부 대형 메이저 클랜은 이 사실을 이용하여, 가장 약한 몬스터들만 존재하는 차원을 아예 멸망시킨 뒤 본인들이 점령해 버렸다.
멸망한 차원은 이내 던전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는 ‘차원 이동’용으로 사용되기 시작했다. 원하는 던전 내 좌표만 알아낸다면, 마정석을 이용하여 언제든지 차원의 틈을 열어 왕래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을 알고 있는 메이저 클랜의 수는 그리 많지 않다고 한다.
메이저 클랜 중에서도 순위권이라는 PCC 클랜도 최근에 알아낸 방법이라고 하니, 이 방법을 알고 있는 메이저 클랜의 숫자는 많아 봤자 30개가 넘어가지를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가 빅터에게 최면을 걸어 알아낸 ‘차원 이동’에 대한 진실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