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33)
제233화. 거긴 마지막 층이 아닌데
“확실한가?”
“어. 지금 유준호와 악수하면서 대화를 나누는 중이야.”
확신에 찬 어조로 대답하는 박도준의 말에, 김진성의 표정이 살짝 심각해졌다.
“…진짜 준비 하나는 확실하게 했군.”
김진성은 이내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본인이 감시 스킬이 걸린 당사자일 확률도 있는데도 굳이 직접 회의에 참석하는 과감함이라니.
“이 정도면 감시 스킬에 걸려 있어도 상관없다는 행동 아냐?”
박도준의 물음에 김진성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본인은 절대 감시 스킬 따위에 걸렸을 리가 없다는 자신감이겠지.
실제 헤밍스턴의 성격을 생각해 보면 더더욱 그렇고.”
“음….”
박도준은 김진성의 말에 딱히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물론, 지금 헤밍스턴이 이곳까지 따라온 이유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헤밍스턴이 지금 이곳에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이러면 우리 입장에서는 더 힘들어진 건 사실이야. 상대가 명실상부 지구 최강의 사나이라는 문제보다, 어떤 능력자인지를 모른다는 것이 더 커.”
박도준의 말에 김진성은 무언으로 긍정을 표현했다.
헤밍스턴은, 손꼽히는 랭커들 중에서 아직도 고유 능력이 공개되지 않은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가뜩이나 ‘헤밍스턴’ 네 글자가 주는 압박감도 상당한 마당에, 고유 능력이라는 히든카드도 숨기고 있는 상황.
상대하는 김진성 측 입장에선 보통 껄끄러운 존재가 아니었다.
* * *
“이곳까지 함께해 주셔서 정말로 감사드립니다, 헤밍스턴 님.”
그 시각, 박도준의 말대로 유준호는 아주 공손한 자세로 헤밍스턴과 악수를 하고 있었다.
“듀크 님께서 처음 헤밍스턴 님이 이곳에 함께하신다는 말을 했을 때는 정말 놀랐습니다.”
말을 이으면서 유준호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알파 클랜의 이인자, 듀크가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었다.
“혹시나 감시 스킬에 걸렸을 수도 있다는 부담감 때문에 절대 오지 않으실 것으로 생각했는데….”
“내가?”
헤밍스턴이 피식 웃으면서 오히려 반문했다.
“천하의 헤밍스턴이 감시 스킬 따위에 걸려 있을 리가 있겠는가?”
“아! 물론이죠. 당연하고 말고요. 하하하…!”
유준호는 자신감이 넘치는 헤밍스턴의 발언에 감히 부정하지 못하고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설령 감시 스킬에 걸려 있다 하더라도 감히 대놓고 의심할 수 없는 존재. 그가 바로 지구 최강의 사나이, 헤밍스턴이다.
“그나저나, 굳이 이렇게 낮은 레벨의 마계던전에서 회의를 진행하는 이유가 있나?”
그가 유준호에게 질문을 해왔다.
기왕 다른 차원에서 몰래 회의를 진행할 거면 좀 더 들키기 쉽지 않은 높은 레벨의 차원에서 진행하는 게 낫지 않느냐?
…라는 뜻이 함축된 질문이었다.
유준호는 바로 알아듣고는 대답했다.
“처음에는 더 발견하기 어려운 차원에서 진행할 계획을 세웠지만, 최근 들어 방향을 바꾸었습니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비밀 유지보다 방비가 더 쉬운 쪽으로 말입니다.”
“방비라….”
“고차원일수록, 조금만 좌표가 틀어지면 지구로 돌아오기 힘들어지지 않습니까? 그리고 그레이엄을 잡아먹은 김진성은 충분히 차원을 비틀어 버릴 수 있는 능력자고요.
잘못하다간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이인자들이 전부 차원의 미아가 되는 대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참작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유준호가 헤밍스턴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천하제일의 헌터인 헤밍스턴 님께서 함께하고 계시지 않습니까? 이젠 김진성이 열 명이 몰려와도 전혀 무섭지가 않습니다. 하하하!”
밝게 웃는 유준호는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하다는 눈빛으로 헤밍스턴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는 별 반응 없이 미소만 짓고 있는 헤밍스턴을 한쪽으로 이끌었다.
“물론, 굳이 헤밍스턴 님께서 손을 쓸 필요가 없을 정도로 철저하게 테러 방비를 해놓은 상태입니다. 일단 이쪽으로 오시면….”
유준호는 헤밍스턴을 데리고 동굴 주변에 미리 마련해 놓은 방비 시스템들을 하나하나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뒷모습을,
“…….”
듀크가 입을 다문 채 살기 어린 눈빛으로 계속해서 노려보고 있었다.
“듀크!”
하지만 곧바로 그를 돌아보며 부르는 헤밍스턴의 모습에 표정을 풀 수밖에 없었다.
“거기서 뭘 하나? 나를 데려왔으면 응당 부마스터인 네가 나를 에스코트해야지!”
“아, 네.”
듀크는 곧바로 빠른 걸음으로 헤밍스턴의 등 뒤에 따라붙었다.
그러한 그를 차가운 눈빛으로 바라보는 헤밍스턴.
“설마, 이런 중요한 자리에서까지 사사로운 감정을 대놓고 드러내는 건 아니겠지?”
“아닙니다.”
공손히 대답하는 듀크의 정수리를 잠시 노려보던 헤밍스턴은, 이내 다시 몸을 돌려 유준호의 뒤를 따랐다.
역시 뒤따르는 듀크의 모습을 근처의 홍 팀장이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헤밍스턴이 이곳에 온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었군.’
* * *
“헤밍스턴이 이곳에 온 진정한 이유는 따로 있었군.”
그때, 동굴 바깥 멀리 있던 박도준이 홍 팀장과 똑같은 생각을 입 밖으로 뱉었다.
“듀크를 통솔하는 역할이었어. 감정에 솔직한 듀크라면, 유준호가 대표로 진행하는 이 회의를 대놓고 어깃장 내기 충분하니까.”
“그 정도로 감정 조절을 못 하나? 다른 곳도 아니고 무려 알파 클랜의 부마스터라는 놈이?”
김진성의 믿을 수 없다는 투의 질문에 박도준은 확신에 찬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듀크는 아직 부마스터에 어울리는 인물은 아니야. 다만, 헤밍스턴이 유준호를 견제하기 위해 비슷한 천재성을 가지고 있는 듀크를 같은 위치에 올려놓았을 뿐이지.
실제로 듀크는 알파 클랜 내에서도 헤밍스턴이 대놓고 애지중지 키우고 있는 것으로 유명해. 다른 건 몰라도 실력 하나는 진짜거든.”
“실력 하나만 보고 미래를 투자하고 있다, 이거로군.”
“어. 당장 유준호라는 성공 사례가 존재하니까.”
“그래서 유준호를 향해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있는 것일 테고.”
“정확해.”
듀크가 유준호를 대놓고 라이벌로 여기고 있다는 사실은 비밀 축에도 속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셀레포 시티 거주민들에게는 널리 퍼져 있는 사실이다.
“내가 둘의 라이벌 관계를 이용하라고 말했던 이유가 있다니까. 내가 보기에 둘은 평생 죽을 때까지 서로를 의식하면서 지낼 수밖에 없는 운명이란 말이지.”
“안 그래도 이번에 그걸 이용하려고 했었어.”
박도준의 말에 차분한 어조로 대답하는 김진성이었다.
“하지만 헤밍스턴이라는 중재자가 낀 순간 그건 불가능해졌어. 하필 중재자가 또 지구 최강의 사나이라서 말이지.”
“…쩝.”
“하지만 지금에 와서는 상관없어졌어.”
이어지는 김진성의 목소리는 어느새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유준호가 회의 장소를 이곳, 5레벨 마계던전으로 잡은 것은 결국에는 치명적인 실수가 되고 말 거야.”
“그러면 이제 좀 자세한 작전을 설명 좀 해봐. 너 이번 작전 나한테도 아직 자세하게 설명 안 한 거 알아?”
“설명해도 못 알아들을 텐데, 괜찮겠어?”
“…뭐? 아니, 도대체 뭐길래…?”
당황하는 박도준을 보며 김진성은 피식 웃었다.
“일단 다른 곳으로 이동하자. 여기서 설명하다가 누군가가 들을 수도 있으니까.”
김진성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둘의 모습이 동굴 근처에서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의 스킬 중 하나인 텔레포트를 사용한 것이었다.
* * *
잠시 후.
“전부 참석했습니다, 부마스터님.”
홍 팀장이 상석에 앉아 있는 유준호에게 다가와 귓속말을 건넸다.
그 말을 들은 유준호는 목을 가다듬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바쁘신 와중에 참석해 주신 모든 메이저 클랜의 ‘이인자’ 여러분께 진심을 담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목에 불어넣은 마나 때문에, 그리 크지 않은 목소리임에도 모두가 유준호의 말을 또렷하게 들을 수 있었다.
“우선 회의 시작에 앞서 몇 가지 말씀드릴 것이 있습니다. 먼저, 이번 회의를 빛내주기 위해 참석해 주신 지구 최강의 사나이, 헤밍스턴 님을 큰 박수로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가장 먼저 옆자리에 앉아 있는 헤밍스턴부터 소개하는 유준호였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진 이후에 유준호는 다시금 말을 이었다.
“설마하니 저희 회의의 안전을 위해 헤밍스턴 님께서 직접 찾아오실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혹시 다른 의도가 있으신 건 아니죠? 알파 클랜에 데려갈 인재를 찾으러 오신 거라면 조금 곤란한데요.”
“이런! 들켰군요.”
“하하하…!”
가벼운 농담으로 분위기를 환기한 이후에 유준호는 주제를 바꾸었다.
“헤밍스턴 님까지 참석한 이상, 이제 여러분들은 안전에 대한 걱정은 전혀 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헤밍스턴 님이 없었더라도, 혹시 모를 반정부 집단의 테러를 대비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그중에 한 가지만 조심스레 말씀드리자면….”
유준호가 은근하게 목소리를 깔았다.
“만약에 회의 중간에 불상사가 발생할 시, 현재 참석하신 여러분들의 클랜에서 곧바로 지원군을 보낼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 놨습니다.
쉽게 말해, 모든 클랜의 본사와 현재 회의장이 연결된 차원 통로를 뚫어놨다는 소리입니다.”
“오…!”
감탄사를 터뜨리는 이인자들의 모습. 하지만 유준호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차원화’ 능력을 보유하고 있을 확률이 높은 김진성이라면, 이러한 차원 통로를 무용지물로 만들 수도 있습니다.
그라면, 현재 회의가 열리는 동굴 전체를 다른 차원으로 보내 버릴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
“하지만 걱정하지 마십시오.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대한 클랜이 알고 있는 모든 차원에 똑같은 통로를 뚫어놓은 상태입니다.”
“오오!”
“정말입니까?”
놀라서 물어보는 일부 이인자들에게 유준호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염자들의 차원과 공허 차원, 그 외 메이저 클랜들이 사적으로 이용하던 모든 차원까지 차원 통로 개설을 허락을 받아 개설한 상태입니다.
심지어 시련의 탑과 마계던전은 각각 최종 층인 50층, 그리고 50레벨까지 모두 차원 통로를 개설해 두었고요.”
“허…!”
“그 많은 차원을 전부 다…?”
몇몇은 놀라서 혀까지 내두르는 모습을 보였다.
유준호가 대답했다.
“그만큼 이번 회의가 중요하기에 최선을 다해 방비해 놓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 제가 비밀리에 한 부탁을 모두 흔쾌히 들어준 모든 메이저 클랜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후 깊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유준호를 향해 다시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자, 이렇게 완벽하게 방비가 된 상태에서 이제 본격적으로 이인자 회의를 진행해 보겠….”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회의 시작을 선언하려던 유준호의 말이 중간에 끊겼다.
갑자기 주변의 기운이 돌변하는 것을 느꼈기 때문이었다.
‘이건, 분명…!’
유준호뿐만 아니라, 탁자에 앉아 있던 이인자들도 같은 변화를 느끼고 있었다.
“차원이…?”
“차원이 바뀌고 있다!”
“설마, 김진성의 짓인가!”
모두가 웅성거리는 분위기는, 차원의 변화가 끝나자마자 이내 고요하게 바뀌었다.
‘여기는…?’
그중 유준호가 주변을 홱홱 돌아보면서 유난히 당혹스러워하고 있었다.
‘내가 알고 있는 차원이 아니다!’
아까 전 회의 참석자들을 향해 자신 있게 외쳤던 말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그가 지구와 통로를 연결해 놓은 차원 중에는, 지금처럼 사방이 칠흑처럼 깜깜한 곳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마계의 끝자락을 찾은 중간계 생명체들이여.]그때, 전방에서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 바알은 너희들의 도전을 기꺼이 받아들이겠다.]“……!!”
유준호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