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32)
제232화. 이인자 회의
김진성이 탑승하자마자 선박은 항구를 떠났다.
신대륙을 벗어나 바다 쪽으로 항해를 시작하던 그때.
“진성 님도 탑승했으니,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선박 회의실 안에서 홍현진이 모두를 돌아보며 말했다.
“혹시나 모를 도청 또는 감시를 피하고자, 부득이하게 배 안에서 회의를 진행하게 된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신대륙이 아닌, 선박 안에서 회의를 진행하자는 아이디어는 홍현진이 먼저 냈다.
김진성 등이 승낙하자마자 홍현진은 백두 클랜 소유의 함선을 하나 빌려, 태극기와 클랜 마크를 지운 뒤 신대륙으로 가지고 왔다.
이후 모든 항구에 들러서 오늘 회의에 참석할 주요 인물들을 모두 태운 것이다.
“그러면, 먼저 말씀하시죠.”
홍현진은 옆자리의 김진성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녀뿐만 아니라, 자리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자연스레 상석에 앉아 있는 김진성에게로 향했다.
모두가 자연스레 김진성을 이 ‘반정부 집단’의 리더로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김진성입니다.”
김진성은 짧은 소개로 말을 시작했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으니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오늘 우리는, 내일 있을 ‘이인자 회의’에 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일단 제가 획득한 정보에 따르면….”
김진성은 정체를 숨기고 있는 모두를 돌아보며 말을 이었다.
“내일 이인자 회의는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에서 진행됩니다.”
“……!”
“그리고, 회의가 진행되는 차원과 정확한 위치는 이미 알아낸 상태입니다.”
처음에는 놀라서 눈을 크게 떴던 참석자들은 이내 안도하는 눈빛으로 바뀌었다.
“아마 저들이 다른 차원에서 회의를 진행하려는 이유는 저를 포함한 우리의 테러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굉장히 좋은 아이디어라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정보를 얻었을 때 저조차도 전혀 예상치 못했던 장소라 굉장히 놀랬으니까요.
하지만 정보를 얻은 이상, 이제는 역으로 우리 쪽이 훨씬 더 유리해졌습니다.”
김진성은 왜 유리한지를 이어서 설명했다.
“현재 치안이 완전히 무너진 신대륙은 생지옥이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특히 B구역 같은 경우는 최근 대로에도 시체들이 며칠 동안 쌓여 있는 상태라고 하죠.
하지만 만약 제게 지구가 아닌 다른 차원과 지금의 B구역 중 평생 살아야 하는 곳을 하나 선택하라고 한다면, 전 고민도 안 하고 B구역이라 대답할 겁니다.
그만큼 차원을 이동하는 것 자체가 리스크가 큽니다. 갑자기 포탈이 사라지거나, 지구로 돌아오는 좌표가 바뀔 가능성도 크죠.
넘어간 차원이 갑자기 뒤틀리는 바람에 영원히 타 차원을 떠도는 미아가 될 수도 있고요.”
“그렇군요. 처음 듣는 정보네요.”
“제가 처치한 사람 중 ‘차원화’ 능력을 보유한 그레이엄도 있습니다.”
김진성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다들 김진성이 그레이엄의 능력을 흡수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은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저는, 그러한 차원의 위험성을 최대한 이용하려고 합니다.
아시다시피 내일 모일 ‘이인자 집단’ 참석자들의 수준은 어마어마합니다. 심지어 머릿수도 50명이 훌쩍 넘어가죠.
절대로 정면으로 맞붙어서 이길 수 있는 전력이 아닙니다.”
내일은 메이저 클랜에서 최소 2번째로 강한 이들만 모인다.
한 명 한 명이 타 대륙을 혼자서 쓸어버리는 것이 가능한 괴물들이 50명이 넘게 뭉치는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우리의 목표는 상대를 전부 죽이는 것이 아닙니다.
두 번 다시 뭉칠 수 없도록 ‘와해’시키는 거죠. 즉, 전면전을 펼칠 필요가 없다는 뜻입니다.”
‘이인자 회의’를 진행하려는 유준호의 계획은 뻔했다.
기존과 다른 방식의 또 다른 ‘메이저 클랜 연합’을 창설하는 것이다.
반정부 집단에 속한 클랜들은 당연히 그들이 다시 뭉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물론, 전면전이 아니더라도 굉장히 목숨이 위험한 일은 맞습니다. 천하의 유준호가, 아무런 방비도 없이 다른 차원 안이라는 것만으로 안도할 인물이 아니니까요.
분명 여러 가지 상황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 놨을 것이 분명합니다.
여기 계신 여러분들은, 그 모든 위험을 뚫고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최소한의 경지를 보유하신 분들이라고 믿습니다.”
그 말과 동시에 김진성은 자신의 기운을 은은하게 뿜어내기 시작했다.
기운은 순식간에 회의실 전체를 감쌌고,
“……!”
“음….”
일부 참가자들은 그 기운마저 버티기가 어려운 듯 눈에 띄게 반응을 보였다.
[쯧쯧쯧, 이 정도 기운도 못 버티는 놈들이 무슨 큰일을 하겠다고…!]‘조용히 해봐.’
그 모습에 혀를 차는 단틸리온을 김진성이 속으로 자제시켰다.
동시에 그는 입을 열어 말을 이었다.
“만약 본인이 생각하기에 조금 위험할 것 같다고 느끼시는 분들은, 지금이라도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내일 작전에서 후방으로 배치해 드리겠습니다.
만약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이신다면, 회의 종료 후 몰래 따로 연락을 주셔도 괜찮습니다.”
거기까지 말했을 때였다.
[…호오?]이내 단틸리온의 감탄사가 김진성의 머릿속으로 들려왔다.
[실력은 떨어져도, 의지는 확실한 놈들이군, 그래.]말을 잇는 단틸리온은 현재 참가자들의 눈빛을 보고 있었다.
반드시 작전에 참여하고야 말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는 눈동자들을 말이다.
‘내가 말했잖아. 이놈들은 ‘반정부 집단’이라고. 목숨을 바칠 각오가 없으면 이 자리에 앉아 있지도 못했어.’
기존 정부에 대항해 혁명을 시도하는 것만큼 목숨이 위험한 행위도 없다.
그리고 그 혁명보다 위험한 행위는, 바로 반란군으로 뭉치기 직전 그들이 자행했던 테러다.
지금 김진성의 눈앞에는, 지금처럼 반란군이 구성되기 전부터 목숨을 걸고 테러 행위를 일삼던 미친놈들만 모여 있다.
* * *
잠시 후.
김진성은 오랜만에 본인의 아지트로 돌아온 상태였다.
“내일 작전은 굉장히 중요해. 어쩌면 가장 중요한 분기점이 될지도 몰라.”
테이블 위에 각종 최신 병기들을 늘어놓은 상태에서, 아지트에 혼자 있는 김진성이 입을 열었다.
“내일 작전이 성공하면, 센터 구역 클랜 연합은 치명타를 입게 될 거야. 내일이 사실상 그들이 마지막으로 뭉칠 기회나 다름없거든.
마스터들끼리 모이는 것도 강제로 금지당한 마당에, 유준호가 야심 차게 기획한 이인자 모임까지 와해한다?
사실상 기존 연합은 해체라고 보는 게 좋아.”
[이후에도 계속 연합을 시도할 수도 있지 않은가?]“그렇게 되도록 내가 내버려 둘 리가 없잖아?”
단틸리온의 반박에 바로 대답하는 김진성이었다.
“내가 계속 방해하는 동안, 새로 생긴 ‘반정부 클랜 연합’은 점점 세를 불릴 거고, 결국에는 적절한 때에 맞춰 수도로 진격할 거야.
그 순간 구심점이 없는 기존 클랜 연합은 끝이지.
그때부터는 나도 마음 편하게 모든 던전을 왔다 갔다 할 수 있게 되고.”
[그게 최종 목표였군.]“어. 지금은 대한 클랜이 독점하고 있는 던전밖에 못 들어가. 감시 스킬로 좌표를 알아낼 수 있는 던전이 대한 클랜 쪽밖에 없거든.”
나머지 고레벨 던전에 들어가려면 어떻게든 정문을 지키고 있는 메이저 클랜의 감시 병력을 처리해야 한다.
매번 던전에 들어갈 때마다 싸우는 것도 일이다. 심지어 한 번 싸우면 센터 구역 전체에 비상이 걸려 사방에서 팔라딘들이 몰려올 테니 말이다.
“그래서 내일 작전 때는 사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 쓸 생각이야. 단틸리온, 네 도움도 필요할 거야.”
[다시 말하지만, 불가침 조약 때문에 직접 본신은 못 드러낸다.]“알아.”
현재 김진성과 단틸리온은 ‘단기 계약’을 한 상태이다.
마신들 입장에서는 김진성이 계약을 확실하게 이행했는지 확인할 수 있는 감시자가 필요했는데, 그 감시자 역할을 그나마 김진성과 친분이 있는 단틸리온이 도맡기로 한 것이다.
둘의 계약은, 김진성이 시련의 탑을 지구에서 없애버릴 때까지 유지되며, 시련의 탑이 없어지는 그 순간 지금처럼 중간계에서 단틸리온과 대화하는 건 불가능해진다.
“그냥 주변 상황만 잘 체크해 줘도 충분해. 위험한 징조가 있으면 보고해 주면 더 좋고. 이 정도는 해줄 수 있다며?”
[물론이다. 계약한 자의 생명을 지키는 행위는 불가침 조약과 아무런 상관이 없다.]“그거면 됐어.”
짧게 대답한 김진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단틸리온이 위험한 징조만 미리 보고해 줘도 내일 있을 작전 때 큰 힘이 될 것이다.’
사실상 김진성 입장에서는 무력만 사용하지 못하는 최고의 정보원을 하나 더 얻은 셈이다.
* * *
다음 날.
정오가 가까워진 시각.
“준비는 끝났습니까?”
“네.”
대한 클랜 본사 건물 내에 마련된 ‘차원 이동실’ 내에서 유준호와 홍 팀장의 대화가 들려오고 있었다.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감시 및 도청 스킬 등에 정보가 새어 나갔는지 삼중으로 확인했습니다. 의심될 만한 건 아무 것도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그건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 말고 다른 이인자 쪽에서 정보가 새어 나가면 끝이니까요. 중요한 건 위치가 발각되었을 때를 대비한 방비입니다.”
“그건 ‘듀크’님을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알겠습니다. 차원의 틈을 여세요.”
“네.”
곧 홍 팀장이 직접 차원의 틈을 여는 마법진을 가동하기 시작했다.
잠시 후, 차원이동실 중앙에 생겨난 차원의 틈 안으로 유준호와 홍 팀장이 들어갔다.
동시에 주변 환경이 확 바뀌었다.
둘은 습기로 가득한 축축한 동굴 안에 발을 내디뎠다.
“…벌써 많이들 도착했군요.”
이미 북적북적한 동굴 안 모습을 보며 유준호는 입을 열었다.
“저쪽 끝을 보십시오, 부마스터님.”
그때 홍 팀장이 동굴 끝 쪽을 가리켰고, 유준호의 시선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향했다.
동시에 유준호의 표정이 밝아졌다.
“…정말 약속을 지켰군요. 어서 가죠.”
이내 유준호는 홍 팀장과 함께 빠른 걸음으로 동굴 끝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 * *
그 시각.
이인자 회의가 열리는 동굴의 바깥에 서 있는 두 명의 남성이 있었다.
“…진짜네.”
감탄한 목소리를 내는 왼쪽의 남성은 ‘파인더’ 정보상의 주인, 박도준이었다.
“설마하니, 고작 마계던전 5층의 동굴 안에서 비밀회의를 진행할 줄이야.”
“최대한 머리를 굴린 거지. 등잔 밑이 어두운 것까지 고려한 거야.”
옆에 있던 김진성이 그의 말에 대답했다.
“그리고 이런 저렙 던전일수록 변수가 일어날 확률이 낮아. 즉, 놈들 마음대로 방어 병력을 배치하는 게 가능하다는 소리지.”
“반대로 우리도 공격하기 쉽지 않아?”
“맞아.”
회의가 열리는 차원의 좌표를 알아내기 전까지 김진성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려고 했었다.
실제로 오늘 자정부터 몰래 대한 클랜의 본사에 ‘완전 투명화’ 스킬을 사용하여 잠입하려는 계획까지 세워뒀던 김진성이었다.
하지만 암호 해독을 통해 너무나도 쉽게 회의 장소가 마계던전 5층인 걸 알아낸 순간, 굳이 위험한 시도를 할 필요조차 없어졌다.
단틸리온과 함께하는 지금의 김진성에게 마계던전은 사실상 앞마당이나 다름없기 때문이었다.
“적들의 방비 상태는 어때?”
김진성의 물음에 박도준은 눈을 감고 집중하기 시작했다.
“…일단 방어 병력 숫자도 많고, 설치한 마법진도 많다.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야.”
박도준이 다시 눈을 뜨며 김진성을 돌아보았다.
“헤밍스턴이 있다.”
“…뭐?”
김진성의 눈이 커졌다.
그가 아는 한 헤밍스턴이라는 이름을 가진 헌터는 알파 클랜의 마스터, 한 명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