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234)
제234화. 실패
‘바알이라면…?!’
유준호가 알고 있는 바알이라는 존재는 단 하나밖에 없었다.
마계던전에서 마왕 혹은 그와 비슷한 수준의 보스들을 상대할 때마다,
[마신 바알이 언제나 우리와 함께하신다!] [마신, 바알을 위하여!]라고 외치던 말을 들은 기억이 있다.
‘그렇다면 여긴 도대체 어디라는 거지?!’
문제는, 그가 태어나서 마신을 만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는 것이었다.
즉, 이곳은 지금까지 그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차원이며, 그렇기에 당연히 대비가 전혀 되지 않은 낯선 차원이라는 소리였다.
심지어 지금까지 겪은 적이 없는, 엄청나게 위험한 차원이 확실했다.
눈앞에 마계 최강의 존재, 마신이 떡하니 등장하는 차원이라니.
[오호라~!]“……!”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에 유준호의 간담이 서늘해졌다.
설마…?
[이곳에 이렇게 많은 중간계 놈들이 등장한 건 정말 오래간만이군!] [심심하던 찰나에 아주 잘됐어!] [모두 죽여주마.] [오호호~! 하나같이 가지고 놀고 싶어지는 귀여운 애들밖에 없네?]이내 사방에서 한 마디씩 들려오는 제각각의 목소리들.
유준호는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삼켰다.
‘마신이 한 명이 아니야!’
심지어 아주 많았다. 당장 유준호의 시야에 보이는 숫자만 해도 30명이 넘어가고 있었으니까.
‘…왜 이렇게 많이 모였어?’
이 모든 걸 계획한 당사자인 김진성조차도 그들을 보며 속으로 놀라고 있었다.
‘지난번에 계획을 얘기했을 때는 다들 들은 척도 안 하더니만.’
[겉으로는 그래도 속으로는 신났을 거다. 사실 고요하기 그지없는 마계 최종 층에 이런 빅 이벤트는 흔치 않거든.]‘나 원….’
속으로 혀를 차면서 상황을 지켜보던 김진성은, 하늘 높은 곳에 몸을 감추고 둥둥 떠 있는 상태였다.
모든 차원 중 마기가 가장 충만한 이곳에 대놓고 숨은 상태이니, 천하제일의 헌터 헤밍스턴이 있다 하더라도 그를 발견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헤밍스턴 역시 다른 이인자들과 마찬가지로 주변을 포위한 마신들에게만 집중하고 있을 뿐, 김진성을 찾으려는 행동은 전혀 보여주고 있지 않았다.
‘이러면 계획은 완벽하게 성공했군.’
사실상 변수는 단 하나였다. 이인자들이 모인 장소의 차원을 뒤바꾸는 데 집중하던 김진성이 급습당하는 상황.
하지만 당연하게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고, 이제 이인자들은 최악의 위기를 맞이했다.
‘아무리 날고 긴다 하는 놈들이 다 모여 있는 모임이라 할지라도, 이곳에서 살아 나가긴 힘들 것이다.’
아니, 어쩌면 전멸할 가능성도 크다.
마신 중 최강이라는 바알 한 명만 있어도 상대하기 벅찬 마당에, 무려 40명이 넘는 마신에게 포위당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자, 헤밍스턴. 어떻게 할 거지?’
김진성의 시선이 헤밍스턴에게로 다시금 이동했다.
김진성이 알기로는, 인간 중 유일하게 마신과 직접 싸워본 경험이 있는 자는 헤밍스턴 단 한 명뿐이다.
물론 당시에도 레이드는 실패했고, 막대한 피해를 보고 소수만 살아남아 귀환한 것으로 알고 있다.
‘문제는 어떻게든 이곳을 경험했다는 거야. 그렇다면 빠져나갈 방법도 안다는 소리지.’
하지만 분명한 건, 그때보다 상황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안 좋다는 점이다.
당시에 헤밍스턴이 상대했던 마신은 안드로말리우스 단 하나였지만, 지금은 무려 40명에게 포위된 상태니까.
전력도 전력이지만, 이전과 달리 도망칠 통로가 완전히 차단된 상태라는 것도 크다.
‘아무리 봐도 힘들어 보이는데. 포위당하지만 않았어도 어떻게든 도망칠 방법이라도 고민했을 것 같은데….’
“열렸다!! 모두 들어가라!!”
‘……?’
그때 포위망 바로 안쪽에서 들려오는 낯선 외침에 김진성의 시선이 돌아갔다.
‘어?!’
목소리의 정체를 확인한 후 그의 눈이 커졌다.
갑자기 생성된 차원의 틈. 그곳을 통해 다수의 헌터들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듯 등장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전원, 알파 클랜 헌터 복장을 한 남성들이었다.
‘뭐야?!’
이건 김진성의 예상에 없던 상황이었다.
다른 곳도 아닌, 마계 최하층에 차원의 틈을 만들어낼 줄이야!
‘저놈들이 이곳 좌표는 어떻게 알아냈지…?’
아니, 그것보다 어떻게 차원이 뒤바뀌자마자 바로 차원의 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인가?
김진성이 알기로는, 아무리 빨리 만들어도 최소 10초 이상은 기다려야 생성되는 것이 차원의 틈이었다.
그런데 이동한 지 5초도 되지 않았는데 저렇게 큰 차원의 틈이 생성되었다고?
“전원 보호 장비를 가동해라!!”
“회의 참석자들이 무사히 빠져나갈 때까지 목숨을 걸고 버텨라!!”
순식간에 이인자 전원을 감싼 포지션을 만들어낸 알파 클랜원들이 재빠르게 들고 온 기기를 가동해, 두꺼운 실드를 생성했다.
이인자들 전원을 뒤덮고도 남을 만한 실드가 생성되었을 그때.
“모두 안쪽으로 들어가!!”
헤밍스턴이 이인자들을 향해 외치면서 가장 먼저 차원의 틈으로 달려 나가는 모습이 김진성의 눈에 들어왔다.
‘그건 안 되지!’
김진성은 곧바로 전신의 마기를 끌어 올려 활성화했다.
‘차원화’ 특성을 이용해, 그들이 빠져나갈 차원의 틈을 강제로 닫으려고 하는 것이다.
순식간에 이곳, 마계 최하층의 마기가 김진성의 행동에 반응했다.
주변 마기들은 곧바로 생성된 차원의 틈을 덮쳤고, 동시에 벌어진 틈이 눈에 띄게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때였다.
“거기냐!!”
바로 김진성 코앞에서 들려오는 헤밍스턴의 외침.
동시에 김진성의 두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아니…!’
분명 직전까지 차원의 틈을 향해 달려가던 헤밍스턴이, 어느새 김진성의 코앞까지 다가와 손바닥을 내밀고 있었다.
문제는 그가 코앞에 도달할 때까지 김진성이 인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익!’
김진성은 이를 악물며 온몸을 최대한 비틀어 헤밍스턴의 공격을 피해내려 했다.
하지만 목전에서 이루어진 모든 공격을 피할 수는 없었고, 결국에는 급하게 실드를 온몸에 둘러야만 했다.
차원의 틈을 제거하는 데 집중되어 있던 마기가 자연스럽게 분산되면서 ‘차원화’ 특성 활성화는 중단되고 말았다.
퉁!
다행히 헤밍스턴의 손바닥에서 튀어나온 마나 공격은 김진성의 실드에 튕겨 나갔다.
하지만 헤밍스턴의 목적은 이번 공격으로 김진성에게 상처를 내는 게 아니었다.
“김진성에게 위치 확인 스킬을 사용했다! 원거리 사격 요원들은 전원 김진성을 향해 발포하라!”
어느새 다시 차원의 틈 근처로 되돌아간 헤밍스턴이 주변 알파 클랜원들을 향해 외쳤다.
동시에 주변 클랜원 중 일부가 정확히 김진성이 있는 쪽을 향해 들고 있던 원거리 무기의 조준점을 겨냥했다.
곧 발사 소리와 함께 빠른 속도로 날아오는 수많은 미사일.
‘젠장! 어비스 미사일들이잖아!’
날아오는 미사일 안에 담겨 있는 마나의 함축량을 바로 알아본 김진성은, 방어보다는 최대한 멀리 이동해서 범위 밖으로 도망치는 데에 집중했다.
콰콰콰쾅! 콰콰쾅!
김진성이 이동하는 경로대로 어비스 미사일들이 연이어 폭파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빛과 같은 속도로 이동하는 ‘섬광’ 특성을 활용하고 있는 터라, 큰 위기 없이 계속 공격을 피해내는 건 가능했다.
‘문제는 저걸 견제해야 하는데….’
차원의 틈으로 들어가고 있는 이인자들의 모습을 보는 김진성은 점점 다급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어딜 도망가려 하느냐!] [올 때는 너희 마음대로지만 갈 때는 아니란다!]물론, 포위하고 있는 주변의 마신들이 그들을 향해 강력한 스킬들을 사용하고 있었다.
한 번 스킬이 사용될 때마다 굉음이 터졌고, 이인자들을 보호하고 있는 실드 전체가 크게 휘청였다.
몇 번은 실제로 실드가 깨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알파 클랜원들의 대처가 너무나도 완벽했다.
“큭…! 95도 방향 실드가 깨졌다!”
“바로 보충 인원 투입하고, 부상자는 즉시 차원의 틈 밖으로 호송한다!”
“본사 측에 실드 기기를 서둘러 추가 지원 요청해라!”
그들은 마치 한 몸처럼 움직이며 계속해서 부서진 쪽 실드를 보충 인원으로 재가동했다.
천하의 마신들을 상대로 계속 이인자들을 완벽하게 보호하고 있는 모습에,
[허…. 정말 대단한 훈련량이로고.]지켜보던 단틸리온조차 놀라 감탄사를 터뜨릴 정도였다.
역시, 알파 클랜이 괜히 지구 최강의 클랜 소리를 듣는 게 아닌 모양이었다.
‘이대로는 안 된다!’
계속해서 예상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상황에 결국 김진성은 이를 악물고 과감한 도전을 시도했다.
콰아앙!
어비스 폭탄을 대놓고 정면으로 맞는 리스크를 감수하면서까지 이인자들이 뭉쳐 있는 쪽으로 달려 들어간 것이다.
‘큭…!’
물론, 어비스 폭탄을 맞은 후 온몸 곳곳에 생긴 상처들은 어쩔 수가 없었다.
이제는 가히 지구 최강이라 불러도 모자람이 없는 김진성의 실드와 피부 방어력을 뚫을 정도로 어비스 폭탄은 강력했던 것이었다.
괜히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미사일이 아니다. 미사일에 사용되는 어비스 마정석 역시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를 보유한 희귀 물품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또한 김진성의 예상 범위 안에 있던 피해였다. 이 정도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어떻게든 이번에 차원의 틈에 큰 피해를 줘야…!’
속도를 줄이지 않고 빠르게 차원의 틈 쪽으로 날아가는 김진성.
하지만 그는 결국 차원의 틈에 도달할 수 없었다.
‘…아니!’
또다시 코앞에 등장한 헤밍스턴의 모습에 경악하는 김진성.
속도도 속도지만, 이번에도 그가 목전에 도달할 때까지 아예 기척조차 느끼지 못했다.
‘어떻게 섬광 특성을 가진 나보다…헛!’
까앙!
놀랄 새도 없이 본능적으로 간신히 검을 들어 헤밍스턴의 공격을 막아냈다.
김진성은 그로 인해 오히려 뒤로 멀찌감치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닌, 최강의 사나이 헤밍스턴의 공격에 실린 힘은 그 정도로 강했다.
“모두 철수한다!”
김진성을 저지하는 데 성공한 헤밍스턴이, 어느새 다시 차원의 틈 쪽에 서서 클랜원들을 향해 외쳤다.
이후 실드 기기를 활성화 중인 알파 클랜원들이 마지막으로 차원의 틈 안으로 달려 들어가는 모습이 김진성의 눈에 들어왔다.
‘망할…!’
김진성은 이를 빠드득 갈았다.
완벽하게 성공한 줄 알았던 그의 1차 작전이, 되레 완벽하게 실패한 것이다.
헤밍스턴, 그 한 명 때문에 말이다.
‘…일단 빨리 2차 작전으로 들어가야겠다.’
실패로 인해 입맛이 쓴 상태지만, 지금 감정에 휘둘릴 때가 아니었다.
바로 2차 작전 실행을 위해 ‘차원 이동 텔레포트’ 스킬을 사용하려는 김진성.
그때였다.
[그래, 이제야 알겠군.]단틸리온의 의미심장한 목소리가 김진성의 머릿속에 직접 들려왔다.
‘뭐가?’
[방금 너와 싸운 중간계 놈 말이다.]‘헤밍스턴?’
[처음에는 긴가민가했었는데, 방금 직전의 움직임을 보고 확신했다.]단틸리온의 말을 이었다.
[헤밍스턴이라는 놈,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자다.]‘…뭐?’
김진성은 자신도 모르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