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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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매치 (1)
김진성이 당황한 표정으로 덩치를 쳐다봤다. 잘못 들은 게 아닐까하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덩치는 그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고 다시 명단을 바라보았다.
“박성태.”
그의 호명에, 얼굴에 칼자국 흉터가 난 소년이 쳐다봤다.
“100번 방. 김진성과 같이 시체 처리를 맡는다.”
“뭐?!”
박성태가 화들짝 놀라더니, 이내 격하게 반발하기 시작했다.
“나보고 살아 있는 시체를 태우라고? 난 못 해요! 다른 자리 줘!”
“안 닥쳐?!”
덩치는 총을 겨누면서 외쳤지만, 박성태는 이미 극도의 흥분 상태였다.
“내가 다른 건 다 할 수 있는데, 그것만은 죽어도 못 하겠어! 그러니까 방 바꿔줘요! 나보다 약해 빠진 애들 여기 많은데 왜 내가 저 방을 써야 하냐고!”
“이 새끼가 진짜···!”
“야! 니가 100번 방 써. 뒤지게 처맞기 싫으면! 알았어?!”
급기야 옆의 소년의 어깨를 잡아채더니 소리치기 시작했다.
“대답해! 바꿀 거야, 안 바꿀···헉?!”
갑자기 옆에서 날아온 의자에 박성태가 화들짝 놀라며 허리를 숙였다.
아슬아슬하게 빗겨간 의자가 벽에 부딪혀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와 동시에 순식간에 주위가 조용해졌다. 박성태가 숙였던 몸을 일으키며 소리쳤다.
“이런 씨발, 어떤 새끼야?!”
아무도 대답하지 않아 고요해진 대기실.
김진성이 저도 모르게 총을 든 덩치의 눈치를 살폈다. 그러나 의외로 덩치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때, 누가 봐도 ‘내가 던졌는데?’라는 표정으로 천천히 다가오는 한 명이 있었다.
김진성에게도 익숙한 얼굴이었다.
‘···아까 승리했던 걔잖아?’
방금 경기장에서 승리했던 소년, 고준경이었다.
그가 일련의 무리와 함께 박성태 앞까지 다가와 멈춰 섰다.
‘키가 뭐 이리 커···?’
김진성이 고준경을 올려다보며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195cm는 될 법한 거대한 근육질 체격. 저 커다란 주먹을 맞으면 여기 있는 그 누구라도 한 방에 허리가 90도로 꺾일 것만 같았다.
그야말로 압도적인 비주얼이 주는 위압감이 엄청났다.
“니, 니가 던졌냐?”
험한 인상의 박성태조차 당황하며 말을 더듬었다.
무표정하게 박성태를 내려다보던 고준경이 입을 열었다.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골라.”
중저음의 목소리가 낮게 울렸다.
“하나, 조용히 입 닥치고 시키는 대로 할 것. 둘째, 지금 나랑 싸워서 이길 것.”
“···내, 내가 너랑 왜 싸워야 하는데?”
“내가 이 대기실의 리더니까.”
리더라니···. 김진성이 고준경 뒤에 있는 소년들을 힐끗했다.
이 작은 공간에도 어떻게든 서열은 존재하는구나. 그래서 뒤에 소년들이 저렇게 많이 따르는 거구나···라고 김진성은 생각했다.
“싸워서 이기면 니가 원하는 방에 넣어주지. 내가 지금 쓰고 있는 제일 좋은 1번 방도 줄 수 있다. 단. 싸우다 죽어도 난 모른다.”
“······!”
“참고로 나한테 지금까지 덤볐던 놈은 총 8명. 그놈들 모두 바로 소각실로 끌려갔지.”
그 무시무시한 소리에 박성태의 시선이 절로 옆의 덩치로 향했다.
하지만 관리인으로 보이는 덩치는 고준경의 말에도 여전히 별 반응이 없었다. 오히려 짝발을 짚고선 재미있다는 듯이 쳐다보고 있었다.
“선택해라. 내가 지금 경기가 끝난 직후라서, 지금 붙어야 승산이 조금이라도 높을 거다.”
그리곤 한 발자국 가까이 나아가 박성태를 내려다보았다.
잠시 흔들리는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던 박성태의 시선이, 그의 우락부락한 근육을 지나쳐 뒤쪽에서 경호원처럼 서서 자신을 노려보고 있는 소년들에게로 향했다.
1 대 1도 무리인데, 1 대 다수다? 이러면 이길 확률은 0에 수렴한다.
“······.”
이내 박성태가 말없이 조용히 눈을 내리깔았다.
그것으로 대기실 내 작은 소란은 종료되었다.
* * *
100번 방으로 향한 박성태는, 곧장 99번 방 쪽에 서 있던 김진성의 멱살을 붙잡았다.
“앞으로 소각장은 너 혼자 관리해. 알았어? 이거 비밀이야. 행여나 나한테 불똥 튀면 진짜 죽여버린다!”
그 협박에 김진성은 움츠러든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오랜 세월 동안 왕따를 당한 후유증 때문에, 멱살을 잡히자마자 바로 본능적으로 겁을 먹어버린 것이다.
곧 등을 돌려 소각장 주변을 떠나는 박성태를 바라보던 김진성은, 이내 크게 한숨을 쉬었다.
‘어쩌다가 이런 신세가 된 거지···.’
마치 끔찍한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왕따 당하던 연약한 소년이, 이젠 노예보다 못한 신분이 되어서 인간 소각장에서 일해야 했던 것이다.
어두운 표정으로 소각장 안으로 터벅터벅 걸어 들어가는 김진성.
내부에는 두꺼운 철제문으로 된 소각 시설 하나가 전부였다. 그 옆에 설명서처럼 보이는 책자가 하나 걸려 있는 게 보였다.
김진성의 시선이 자연스레 발밑으로 향했다.
피투성이가 된 채 쓰러져 있는 소년의 시체···.
‘그러니까, 이걸 직접 손으로 들어서 옮겨야 한다는 거지···?’
“···으.”
그때 희미하게 들려오는 신음에 김진성의 눈이 커졌다.
설마 아직 안 죽은 건가?
다급히 김진성은 그의 코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미약하지만, 확실히 숨을 쉬고 있는 게 느껴진다.
밖을 향해 도움을 청하려 입을 열었던 김진성은 이내 마음을 접었다.
‘···소리친다고 구하러 올 리가 없어.’
그들이 이 사람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살릴 거였으면 애초에 이렇게 두지 않않았을 것이었다.
김진성이 어쩌지 못하고 쳐다만 보고 있을 때, 쓰러져있던 소년이 힘겹게 눈을 떴다.
“···으.”
김진성이 얼른 소년에게 다가가 옆에 앉았다.
뭔가 할 말이 있는 듯 쳐다보는 모습에, 김진성은 곧바로 귀를 입가에 가져갔다.
“···혹시나··· 내··· 누나를··· 만나면··· 전해줘···.”
마지막 유언 같은 말이었다. 최후를 직감하고 있는 목소리였다.
그래서 김진성은 행여나 한 단어라도 놓칠까 더 듣는 데 집중했다.
“그때··· 술 먹고··· 덮친 거··· 너무··· 미안하다고···.”
‘···뭐?’
설마, 본인 친누나를 강간했다는 소리야?
황당한 얼굴이 되어버린 김진성. 그의 시야에 점점 눈의 초점을 잃어가는 소년의 모습이 보인다.
이대로면 이 사람은 곧 죽는다.
그때, 한 가지 생각이 김진성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잠깐만. 어차피 죽을 거라면···.’
악인을 죽이면 상대방의 특성을 얻는 능력을 떠올린 것이다.
김진성이 자기도 모르게 두 손을 움직였다.
곧바로 소년의 목을 두 손으로 있는 힘껏 움켜쥔 것이다.
순간 감기던 눈을 부릅뜨는 소년.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힘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동시에 김진성의 눈앞에 알림창이 떠올랐다.
▶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5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방의 특성인 ‘폭력성’을 획득했습니다.
▷ 폭력성 : 영구적으로 힘이 3 증가
▶ ‘폭력성’ 특성으로 인해 힘이 3 증가하였습니다.
‘됐, 됐다.
김진성이 힘이 풀린 듯 뒤로 주저 앉았다.
그러나 시선은 알림창으로 고정된 상태였다.
판단과 동시에 행동한 덕분에, 김진성은 귀중한 힘 증가 특성을 손에 넣은 것이다.
‘···이런 식이면, 앞으로 계속 꾸준히 강해질 수 있겠는데?’
김진성이 저도 모르게 소각장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제야 김진성은 깨달았다.
소각장에 배치된 것이 김진성, 본인에게는 여기서 오래 살아남을 수 있는 행운이자 기회라는 사실을.
* * *
파이트 클럽 대표실 안.
“총을 겨눴는데도 대드는 새끼가 있었어?”
대표인 조강현의 물음에, 조금 전 김진성 등과 같이 있던 덩치 직원, 대준이 대답했다.
“네, 형님. 박성태라는 놈인데, 고준경이 나서자 알아서 조용해졌습니다.”
“금방 죽을 새끼 하나 또 들어왔군그래.”
이 지하에서 성질만 더러운 놈은 오래 살아남지 못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게 바로 조 대표였다.
“김진성은?”
“형님 말대로 소각장 옆에 배치했습니다. 근데 굳이 시체 옆에 놔둬서 사기 떨어뜨릴 필요도 없을 만큼 허약한 놈이던데요?”
“그래도 신경 써 줘야지. 특별히 부탁받은 건데.”
드림 골드의 2인자, 이동식이 이체해 준 금액을 생각하면 더 신경을 써 줘도 모자를 정도였다.
“내일 신입생들 대진표 짰어?”
“네, 형님. 여기 있습니다.”
조 대표가 대준이 내민 스마트폰을 받아 내려다보았다.
그러더니 곧장 넌지시 입을 열었다.
“김진성이랑 박성태 상대 서로 바꿔.”
그 말에 대준의 눈이 커졌다.
“김진성이랑 이형준이랑 붙이라고요?”
“어.”
“그, 형님. 아무리 부탁을 받으셨다 하더라도 이건 밸런스가 너무 안 맞지 않습니까? 이형준이 이길 게 뻔해서 베팅도 많이 안 들어올 텐데···.”
“신입생들 경기가 뭐 얼마나 돈이 된다고? 차라리 메인인 박성태 경기에 기대감 몰빵 시키는 게 나아.”
대준은 다시금 대진표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생각해보니, 이렇게 바뀌면 확실히 박성태 승리 가능성이 올라가긴 하겠습니다, 형님. 승부 예측이 쉽사리 안 되니 베팅도 많이 몰릴 것 같고요.”
“내 말이 그거야. 그대로 진행해.”
“예, 형님.”
꾸벅 허리를 숙인 대준이 대표실을 나갔다.
홀로 남은 조 대표는 담배를 입에 가져가면서 중얼거렸다.
“이 정도 서비스면 만족하겠지.”
‘큰손’인 양중근에게 해줄 수 있는 서비스는 대표로서 다 제공해줬다. 이 이상은 불가능했다.
* * *
대진표는 곧장 파이트 클럽 인터넷 방송 게시판에 공지사항으로 올라갔다.
동시에 선수들이 있는 대기실에도 발표되었다.
모두가 벽에 걸린 대진표로 몰려들었다. 하지만 김진성은 소각장 안에서 마무리 작업을 하는 도중이라 멀리서 지켜봐야만 했다.
그래도 대진표가 워낙 커서, 소각장 근처에서도 글씨 확인이 가능했다.
‘이형준···이 누구지?’
김진성은 자신의 상대를 찾아 빠르게 눈알을 굴렸다.
하지만 굳이 찾지 않아도 금방 상대방을 확인할 수 있었다.
“뭐야? 형준이 저 소각장의 말라깽이랑 붙는 거야?”
“완전 개꿀 대진이잖아!”
“형준이 너 뭐 그 돼지 새끼한테 뇌물이라도 먹였냐? 킥킥킥!”
듣고 싶지 않아도 자신의 상대가 누군지 들려왔던 것이다.
중앙에서 밝은 표정으로 축하를 받는 중인 저 스킨헤드가, 이형준인 모양이었다.
‘어···엄청 세 보이는데···?’
김진성은 지레 겁부터 먹었다.
고준경만큼은 아니지만, 멀대 같이 큰 키에 근육이 가득한 몸이었다.
대기실 전체를 둘러봐도 겉으로 보기에는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해 보이는 비주얼이었다.
“큭큭큭, 그러게 말이야. 간만에 조 대표 그 돼지 새끼가 괜찮은 상대를 붙여줬어!”
이형준은 김진성이 듣는 건 의식도 하지 않는지 큰 소리로 떠들었다. 누가 봐도 내일 승리를 직감하는 모습이었다.
“내 상대 어디 있나? 아, 저기 있네? 야!”
이형준은 소각장 쪽으로 걸어오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난로 땔 때 사용하는 두꺼운 각목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김진성이 보는 앞에서 양 손으로 각목을 붙잡고 있는 힘껏 무릎으로 부러뜨렸다.
빠각! 하고 두 조각으로 부서지는 각목의 모습이 모두의 눈에 들어왔다.
“내일 네 척추가 이렇게 될 거다! 미리 유서라도 써 놔!”
크게 외친 후 의기양양한 모습으로 뒤돌아서는 이형준.
고준경 패거리가 돌아오는 그를 환영했다.
“푸하핫! 야, 적당히 해라. 경기 들어가기도 전에 오줌 싸겠다!”
“이 새끼 무조건 안 진다는 마인드네? 경기 전에 이렇게 오버하는 모습 처음 보는데.”
“야, 나같아도 김진성 점마는 한 손으로도 이기겠다!”
“하긴···.”
그렇게 중앙에서 왁자지껄 떠드는 와중에, 김진성은 조용히 소각장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한쪽에 굴러다니는 각목을 집어 들었다. 조금 전 이형준이 부러뜨린 것과 비슷한 두께였다.
양 끝을 잡은 두 손에 가볍게 힘을 주니,
뚝.
깔끔하게 두 동강이 났다.
자신이 해놓고도 놀란 표정으로 부러진 각목을 내려다보는 김진성.
이게 이렇게 쉽게 부러지는 거였나···?
김진성은 저도 모르게 이형준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쩌면, 내일 이길 수 있을지도···?’
김진성의 마음속이 갑자기 희망의 물결로 차오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