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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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바이벌 매치 (2)
다음 날 오후 8시.
일반인들에게는 소위 ‘벗방’ 인터넷 방송 플랫폼으로 알려진 ‘세렝게티’.
이 사이트의 인기 스트리밍 채널 중 하나인 ‘Fight Club’이 방송을 켰다.
대기 시간 10분이 지난 후 본 방송을 시작했을 때 시청자 수는 1200명.
평일이기도 하고 사이트가 19금 전문 음지 플랫폼이라는 걸 생각하면, 이 정도도 정말 많이 보는 거다.
“이 1200명이 전부 배팅을 한다고?”
“네.”
모니터를 바라보며 묻는 양중근의 물음에 이동식은 대답했다.
“사실 배팅할 거 아니면 이런 아마추어 경기를 볼 이유가 없지 않습니까? 상위호환인 콜로세움이나, 아이튜브에서 방송하는 유명 헌터들 방송을 보죠.”
“음.”
맞는 말이었다.
“이렇게 일주일에 몇 번 하는데?”
“두 번 이상이고, 많을 때는 네 번도 한다고 합니다.”
이동식의 대답에 양중근은 속으로 생각했다.
‘조 대표라는 새끼, 떼돈을 벌겠는데···.’
“김진성은 언제 나와?”
“첫 경기라고 합니다. 여기 대진표 보시죠.”
이동식이 가리킨 모니터 화면에 떠오른 대진표.
제일 윗줄에, 이형준 vs 김진성이라는 글씨가 적힌 것이 양중근의 눈에 들어왔다.
* * *
“후우···.”
김진성은 또 한 번 긴장감 때문에 한숨을 쉬었다.
이곳은 링 위.
트렁크 팬티만 입은 상태로, 상대방인 이형준과 마주 보는 상황.
곧 생사를 건 싸움을 시작한다는 사실에, 온몸에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미친 듯이 빠르게 뛴다.
‘하느님, 부처님, 알라신이시여 제발 한 번만 도와주세요, 제발···.’
눈을 감고 기도하면서 모은 두 손조차 바로 앞 이형준에게 티가 날 정도로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곧 장내 아나운서가 마이크를 들고 소개를 시작했다.
“지금부터 파이트 클럽 82번째 신입생 신고식 매치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청 코너!”
아나운서가 김진성을 가리켰다.
“신장 170cm, 만 16세. 강제노역자 신분, 전과 살인 2범! 신입생, 김! 진! 성!”
환호는 없었다.
아나운서는 바로 반대편을 가리켰다.
“홍 코너! 신장 186cm, 만 18세. 12전 12승 0패. 강제노역자 신분, 전과 폭행, 살인 및 성폭행 등 다수! ‘더 에너자이저’, 이! 형! 준!”
“와아아!”
장외 관중들이 일제히 환호성을 질렀다.
벌써 1년 가까이 연승을 쌓은 이형준은, 이 파이트 클럽에서 가장 인기 높은 선수 중 한 명이다.
“자, 준비!”
장내 아나운서가 나간 후, 심판이 바로 경기를 시작하려 했다.
그 모습을 저 멀리 끝자락 관중석에서 보는 이가 둘 있었다.
대표인 조강현과 그의 오른팔인 대준이었다.
“눈싸움도 빼셨습니까?”
“이 경기 총 배팅금이 400도 안 된다. 그마저도 이형준 쪽이 1.1이고.”
“아···.”
1.1이면, 만 원 걸면 만 천원을 딴다는 소리다. 전부 이형준에게 배팅했다는 소리이기도 하다.
배팅해도 돈을 못 버는 경기다 보니,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돈을 안 걸게 되고 그래서 배팅금도 굉장히 조금 모인 것이다.
“빨리 끝내고 버리시려는 거군요.”
“그래. 메인에나 집중하자고.”
조 대표가 대답할 때.
“시작!”
심판의 외침과 함께 경기가 시작되었다.
거침없이 다가가며 격투 자세를 취하는 이형준과, 겁먹은 얼굴로 어정쩡한 자세를 취하는 김진성.
벌써 기세부터 확연히 차이가 났다. 가뜩이나 체급 차도 심한데···.
이러면 안 봐도 결과가 뻔하다.
‘그냥 빨리 끝내라.’
조 대표가 심드렁한 표정으로 잠깐 스마트폰을 확인할 그때였다.
뻐억!
둔탁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가 털썩 쓰러지는 소리.
조 대표는 바로 다시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바닥에 쓰러져서 바로 일어나지 못한 채 꿈틀대는 이형준···.
잠깐만, 이형준이라고?
“···어떻게 된 거야?”
전혀 예상치 못한 장면에 조 대표는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니까, 막 경기가 시작했을 때였다.
자신감 넘치는 모습으로 다가온 이형준은, 잔뜩 쫀 김진성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큭, 무섭냐? 빨리 끝내줄게!”
그는 외치면서 크게 주먹을 휘둘렀다.
그 모습을 본 김진성은, 본능적으로 느꼈다.
‘느린데···?’
무슨 0.5배속으로 재생되는 것 같은 느낌.
당연하게도 김진성은 쉽게 주먹을 피해내었다. 그리고 바로 반격했다.
반면 김진성의 주먹은 아주 정확하게 이형준의 턱에 꽂혔다.
뻐억! 소리와 함께 제대로 턱이 돌아간 이형준은 꼴사납게 뒤로 나자빠졌다.
이것이 조 대표가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과정이었다.
“어···?”
김진성조차 이 광경에 놀라 우두커니 서 있었다.
그 때문에, 이형준이 정신을 차리고 자리에서 일어날 시간을 주고 말았다.
“하, 하하!”
이형준은 코피를 손으로 슥 닦으면서 억지로 웃었다. 지금 그는 턱에서 느껴지는 고통보다 당장 몰려오는 쪽팔림이 더 컸다.
내가 이딴 말라깽이한테 뻗다니!
대기실로 돌아가면 패거리들이 얼마나 놀려댈까?
“새끼, 좀 치네? 괜히 두 명이나 죽인 게 아니었어.”
중얼거리는 이형준의 눈빛이 확 바뀌었다.
“이젠 안 봐준다.”
이후 돌진하면서 쉬지 않고 붕붕 주먹을 휘두르는 이형준.
김진성은 몸을 흘리며 모든 주먹을 피했지만, 저돌적인 이형준의 접근에 한 발씩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곧 경기장 벽까지 몰린 김진성. 이형준은 기회다 싶었는지 더더욱 힘을 실어 주먹을 휘둘렀다.
어쩔 수 없이 가드를 올린 채로 주먹을 막을 수밖에 없는 김진성.
몇 대 팔로 막은 김진성은,
‘···별로 안 아픈데?’
라고 느꼈다.
간간이 몸통에 꽂히는 주먹도 그냥 견딜 만했다.
진지하게, 2년 내내 맞았던 양동주의 주먹이 이것보다 배는 아팠다.
‘이러면 그냥 맞으면서 싸워도 되겠다!’
갑자기 용기가 생긴 김진성은 아예 가드를 내린 채로 마주 주먹을 휘둘렀다.
뻑!
“억···!”
그 첫 주먹에 또 턱을 맞은 이형준은 뒤로 한참을 물러서며 비틀거렸다.
이후 상황은 역전되었다.
김진성이 돌진하며 주먹을 휘두르고, 이형준이 방어하는 모습으로 말이다.
이형준은 반격하고 싶었지만, 불가능했다.
‘이, 이 새끼 빠따가 왜 이렇게 세?!’
가드하는 두 팔에 꽂히는 주먹 하나하나의 파워도 장난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오죽하면 두 팔이 벌써 얼얼해질 지경이었다.
방어에만 집중하고 있음에도 위태롭게 휘청이는 이형준의 모습에,
“저 새끼 뭐 하는 거야?”
조 대표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쳐다보며 그리 혼잣말을 했다.
대놓고 이기라고 붙여준 매치에 왜 지가 처맞고 있냐는 말이다.
퍽!
쿠당탕!
“얼씨구?”
심지어 방어도 제대로 못 해서 결국 정타를 맞고 또 쓰러진다.
그의 위에 김진성이 올라탔고, 이후에는 일방적인 폭행이었다.
퍽!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고, 그럴 때마다 이형준의 얼굴은 점점 피투성이로 변해갔다.
조 대표는 혀를 찼다.
“쯧쯧, 병신···저러면 살아남아도 담 경기에 무조건 뒤지지.”
최소 한 달에 한 번 이상 경기를 해야 하는 이 파이트 클럽에서는, 승리도 물론이지만 부상 관리도 필수다.
특히 골절상 같은 중상을 입으면, 다음 경기까지 완전 회복이 안 되기 때문에 다음 경기 때 죽을 확률이 매우 높아진다.
지금 이형준이 그런 상황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저, 형님. 이러면 그 형님이 부탁받았다는 분이 원하는 결과랑 정반대로 흘러가는데요···.”
대준의 말에 조 대표는 고개를 저었다.
“아냐, 결과는 안 바뀌어.”
“네?”
“김진성 저 새끼, 눈에 독기가 없어. 저런 애들은 확실히 끝낼 줄을 몰라.”
그 말에 대준은 다시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열심히 때려대던 김진성이 어느새 멈추고 심판을 바라보며 묻고 있었다.
“저, 이쯤이면 이긴 거 아닌가요? 아무 움직임이 없는데···.”
하지만 심판은 대답 없이 고개를 저었다. 경기가 안 끝났다는 소리였다.
김진성은 이해가 안 갔다.
‘이 정도도 아니면, 진짜 죽여야 끝난다는 소린가···?’
그렇게 혼자서 살짝 망설일 그때였다.
기절한 줄 알았던 이형준이 갑자기 한 손을 김진성에게 뻗었다.
“악!”
두 눈이 제대로 찔린 김진성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그 틈을 이용해 이형준은 있는 힘껏 박치기했고, 김진성은 코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다시 상황은 반전되었다.
쓰러진 김진성 위에 이형준이 올라탄 것이다.
“이 X새끼가! 뒤져!!”
악귀와 같은 모습으로 외치면서 두 주먹을 김진성의 얼굴에 꽂는 이형준.
순간 시력을 잃은 김진성은 고스란히 다 맞을 수밖에 없었고, 그의 얼굴 역시 피투성이로 변해갔다.
지켜보던 조 대표는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이제 끝났어. 이형준은 끝내는 방법을 아는 놈이야.”
그의 말대로였다.
김진성의 반응이 눈에 띄게 굼떠진 걸 느낀 이형준은, 곧바로 두 손으로 김진성이 목을 움켜쥔 것이다.
“죽어어어어! ···컥?!”
전력을 다하던 이형준의 눈이 부릅떠졌다.
반응이 없던 김진성이, 갑자기 두 손을 뻗어 마주 목을 움켜줬다.
지금까지 본 적 없던, 살기로 가득 일렁이는 두 눈동자로 말이다.
이런 데서 내가 왜 죽어야 하는데?!
난 아직 못 죽어!
니가 죽어!
죽어!
죽어버리라고!
“으아아아아!!”
기합과 함께 김진성은 젖먹던 힘까지 모두 두 손아귀에 몰아넣었다.
그러자,
뚜둑.
뼈 부러지는 소리와 함께 이형준의 고개가 힘없이 옆으로 꺾였다.
목뼈가 부러지며 즉사한 것이다.
“아니···!”
조 대표는 눈을 부릅뜨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부하뿐만 아니라, 지켜보던 다른 관객들도 마찬가지였다.
믿어지지 않는 충격적인 결과.
그 주인공인 김진성의 눈앞에는 이런 알림창이 떠올라 있었다.
▶ 악인을 처치하셨습니다.
▶ 비스 크리마를 5포인트 얻었습니다.
▶ 상대방의 특성인 ‘끈질김’을 획득했습니다.
▷ 끈질김 : 영구적으로 체력이 5 증가
▶ ‘끈질김’ 특성으로 인해 체력이 5 증가하였습니다.
그리고, 처음 보는 또 한 줄의 알림도 확인할 수 있었다.
▶ 현재 HP가 50% 이하입니다.
▶ 비스 크리마 포인트로 HP를 회복할 수 있습니다. 회복하시겠습니까?
하지만 김진성은 지금 알림창을 확인할 정신이 아니었다.
“헉, 헉, 헉···사, 살았다···.”
피투성이가 된 얼굴로 바닥에 드러누워 중얼거리는 그의 눈빛에는, 방금까지 가득했던 살기는 온데간데없었다.
* * *
충격적인 1경기가 끝난 후.
조 대표는 불편한 표정으로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야, 친구야. 적당히 좀 해라. 이 이상으로 어떻게 더 해주냐? 이형준이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애들 가운데 제일 성적 좋은 편이라니까?”
[그런 놈이 나왔는데 왜 결과가 이 모양인데?!]항변해오는 목소리는 이동식의 것이었다.
[당연히 이형준이 손쉽게 죽여버린다면서! 그런데 이게 뭐야?!]“아, 나라고 이렇게 될 줄 알았냐고? 배당이 자그마치 1.1대 81이었어! 이게 무슨 소린지 너도 알잖아!”
[아니, 아는데! 그래도 좀 더 강한 애 없어? 뭐 고준경인가 걔가 거기서 제일 잘 한다며!]“이런 씨···챔피언인 애를 아무한테나 갖다 붙여? 도박사들한테 욕 뒤지게 처먹고 장사 말아먹을 일 있어?”
[안 되면 2인자나 그런 놈이라도 붙여 봐! 너 이 나이 먹고 마스터라는 놈한테 재떨이나 처맞고 있는 내가 불쌍하지도 않냐?]“2인자건 뭐건 간에 그게 문제가 아니라니까. 일단 끊어. 나 아직 일하는 중이야.”
[부탁 좀 하자. 친구 좋다는 게 뭐냐? 응?]“아, 끊어!”
조 대표는 거칠게 통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2인자랑 붙이라고? 지랄! 얼마 만에 새롭게 얻은 흥행카드인데?”
왜소한 체격과는 어울리지 않게, 그 이형준을 상대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준 김진성.
특히 마지막에 순수 악력으로 목을 꺾어버린 장면은, 하이라이트로 잘라서 인터넷에 홍보하기도 딱 좋다.
‘아직 좀 더 봐야겠지만, 오늘 보여준 모습은 스타가 될 가능성이 충분한 놈이야.’
조 대표는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과연 어떤 놈을 다음 상대로 붙여야 김진성의 인지도를 더 높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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