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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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s 강민혁
사실 처음에는 김진성도 나서지 않으려고 했다.
하지만 회의 진행 상황을 보니, 어째 계속 시간만 흐를 뿐 전혀 단합될 것 같지가 않았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다.
‘벌써 자신의 능력을 사람들 앞에 공개하기는 싫겠지.’
고유 특성은 목숨이 걸린 상황에서 일발 역전을 노릴 수 있는 히든카드와 같다.
그런데 예선 1차부터 벌써 히든카드를 오픈하긴 리스크가 너무 큰 것이다.
아직 2차, 3차 예선에 패자부활전, 본선까지 남아있는 상황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렇게 가만히 있는다고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닌데 말이지.’
어차피 가만히 앉아만 있으면 저 장벽을 넘지 못한다. 그리고 산 정상에 도달하려면 아직도 많은 거리가 남아있는 상태고 말이다.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김진성이 앞으로 나선 것이다.
평상시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좋아하지 않는 김진성으로선 큰 결심을 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풋!”
“푸하핫! 나 참, 어이가 없네.”
“아이, 이런 상황에서 장난을 치고 있어?”
한껏 비웃으며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의 모습.
심지어 회의를 진행하고 있는 중년 남성조차 비웃는 미소를 입가에 걸고 있었다.
“그, 젊은이. 혈기 왕성해서 의욕이 앞서는 건 알겠는데, 괜히 객기부리다가 아까운 목숨 날리지는 마요.”
“안 믿기시나 보네요.”
“당연하지. 지금 여기서 그 말 믿는 사람 한 명도 없을 걸? 어떻게 혼자 저 장벽 위를 올라갈 건데?”
중년 남성이 저 멀리 철의 장벽을 가리켰다.
여기 있는 30명가량이 한꺼번에 덤벼도 한 명도 못 올라갈 수도 있는 저곳을 혼자 뚫는다고?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 마음은 알았으니 그만하고 앉아요. 차분하게 의견 논하면서 좋은 방향으로 모색해 봅시다.”
더 듣지도 않고 아예 결론을 내린 채 시선을 돌리는 중년 남성의 모습에 김진성은 느꼈다.
아무래도 이들을 설득하여 움직이는 것은 어렵다는 것을 말이다.
‘어쩌지? 미친 척하고 갑자기 혼자 돌격할까?’
합의하지 않은 채 혼자 돌파하는 건 확실히 위험한 방법이었다. 행여나 이 사람들이 당황해서 뒤따라오지 않으면, 김진성 혼자서 저 많은 방어군한테 포위되게 된다.
‘그냥 개별적으로 혼자 따로 움직여야 하나···. 응?’
잠깐 뒤로 빠진 채 이리저리 고민하던 김진성은, 문득 느껴지는 기운에 장벽 반대편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 저거 뭐야?”
곧 다른 한 참가자도 역시 발견하고는 장벽 반대편을 가리켰고, 모두의 고개가 그쪽으로 돌아갔다.
동시에 모두의 눈이 커졌다.
거대한 무언가가, 엄청난 속도로 그들을 향해 돌격해오고 있었다.
“뭐야? 몬스터야?!”
“아냐! 사람이야!”
“저기 잠깐만! 멈추고 얘기부터···!”
“일단 막아야지 뭔 대화야?!”
당황한 그들이 어쩔 줄을 몰라 할 때, 이미 상대방은 그들의 근처까지 도달한 상태였다.
서로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진 상황.
그때 무리 중 한 명이 상대방을 알아보고는 외쳤다.
“강민혁이다!”
“!”
일부는 알아듣고는 눈이 커졌다.
강찬의 친아들, 강민혁은 헌터 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면 꽤 유명한 존재다.
최근 아버지인 강찬을 주살한 ‘방태산 클랜’을 혼자의 힘으로 전원 몰살시켜버린 것으로 대한민국 전체가 시끌시끌했기 때문이었다.
물론, 요즘 대한민국에서 가장 잘 나가는 유망주로 알고 있는 사람도 많고 말이다.
‘히익···!’
‘저 괴물과 싸워야 한다고?’
그래서 강민혁을 알아들은 이들 모두가 공포심에 사로잡혔다.
최근 잘 나가던 방태산 클랜을 혼자서 다 쓸어버린 괴물이 저렇게 전력으로 돌진해오면, 어찌 겁을 안 먹을 수가 있을까?
‘X됐다!’
‘나라도 살아야 하는데···!’
급기야 개개인의 생존을 위해 무리에서 일부가 이탈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그때.
달려드는 강민혁의 앞을 막아서는 한 남성이 있었다.
김진성이었다.
까아앙!
검끼리 부딪치는 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크게 숲 전체에 울려 퍼졌다.
‘큭···!’
김진성은 손아귀가 찢어질 듯한 고통에 뒤로 두 발짝 물러섰다.
강민혁도 마찬가지로 뒤로 크게 한 발짝 물러서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곧바로 다시 자세를 잡고 대검을 크게 휘두르는 강민혁.
김진성 역시 피하지 않고 마주 검을 휘둘렀다.
깡! 깡! 깡! 까앙!
검이 부딪칠 때마다 근처에 서 있던 참가자들은 크게 뒤로 물러서야만 했다.
둘의 검에 씌워진 마나끼리의 충돌 여파 때문이었다.
‘읏···!’
‘엄청난 대결이다!’
물러서면서도 그들은 둘에게서 단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했다.
이런 엄청난 고수끼리의 대결을 실제로 목격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일부는 처음 이런 광경을 보는 듯, 넋을 잃은 채로 쳐다보고 있었다.
무엇보다 무리를 이끌던 중년 남성의 충격이 컸다.
‘저 청년은 강민혁을 상대로 어떻게 저렇게···?’
불과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비웃음의 대상이었던 청년이, 그 유명한 강민혁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러나 이렇게 모두를 집중시킨 대결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까앙!
곧 훨씬 더 큰 검끼리 부딪치는 소리와 함께, 김진성과 강민혁 둘 다 훌쩍 뒤로 물러선 것이다.
서로에게 검을 겨눈 채 흔들리지 않는 자세를 유지하는 둘.
“내 앞을 왜 막았지?”
먼저 입을 연 것은 강민혁이었다.
그의 낮고 굵은 목소리를, 김진성의 깨끗한 목소리가 받았다.
“우리를 향해 달려들어서요.”
“난 너희를 뛰어넘으려고 했다.”
뛰어넘는다고?
혹시나 해서 김진성이 물었다.
“설마 한 번에 장벽 위까지 뛰어오르려던 거였어요?”
강민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무언의 긍정이었다.
‘세상에.’
김진성은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저 10m가 넘는 장벽 위를 한 번에 뛰어오른다고?
하지만 김진성은 비웃거나 하지 않았다.
“그건 몰랐네요. 죄송해요.”
오히려 진심으로 고개를 숙여 사과하는 모습이었다.
왜냐하면, 방금 손을 섞어본 결과 강민혁은 진짜 가능할 것 같아 보였기 때문이다.
‘이 정도 경지에 오른 사람이면 불가능하지는 않아. 거기에 보급 상자 신발까지 신고 있잖아.’
김진성의 시선이 강민혁의 은은하게 빛나고 있는 신발로 향했다.
분명 속도 증가 마법이 새겨져 있는 신발일 것이다. 지금까지 TV를 시청하면서 봤던 보급 상자 안의 신발은 전부 그랬었다.
속도 증가 마법 신발에, 지금 직접 대련을 통해 겪어본 강민혁의 경지가 합해진다?
충분히 10m 정도는 뛰어넘고도 남을 것이다.
“그 가방.”
그때, 강민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의 시선은 정확히 김진성이 메고 있는 특대 가방에 고정되어 있었다.
“어디서 얻었지?”
강민혁 입장에서는 의심할 만했다.
다른 보급 상자 무기나 방어구는 하나도 안 장착하고 있는데 배낭만 달랑 메고 있지 않은가.
김진성은 태연하게 대꾸했다.
“한 참가자한테서 얻었는데요.”
“누구지?”
“이름은 저도 잘 모르죠. 참가자들이 이름표를 차고 다니는 것도 아니고요.”
대답한 후 어깨를 으쓱하는 김진성.
한참을 노려보던 강민혁은, 더 할 말이 없어졌는지 이내 겨누던 검을 내려놓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몸을 홱 돌리는 강민혁.
“잠깐만요.”
멀어지려던 그를 김진성이 다시 불러세웠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같이 합심해서 장벽 뚫어보죠?”
고개를 김진성 쪽으로 돌린 채 대답이 없는 강민혁.
김진성은 계속 설득했다.
“당신이랑 저랑 둘이 힘을 합하면, 훨씬 더 쉽게 장벽을 뚫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하는데···어떠세요?”
여전히 대답 없이 쳐다보던 강민혁의 시선이, 곧 저 멀리 장벽 쪽으로 향했다.
“···!”
동시에 그의 두 눈동자가 조금 흔들렸다.
장벽 위의 방어군 숫자가, 좀 달라진 것이다.
“···어? 방어군 숫자가 왜 더 늘어난 것 같지?”
“뭐? ···어! 정말이네?”
“장벽 양쪽 끝에서 몰려오고 있네!”
“딱 봐도 100명은 그냥 넘어 보이는데···?”
다른 참가자들도 장벽을 확인하고는 똑같은 반응을 보였다.
아까 전 장승욱이 지시한 대로, 양쪽 1구역과 3구역의 방어군들이 이제야 2구역 쪽에 합류한 것이다.
정확히 150명으로 늘어난 방어군의 숫자.
“···.”
빼곡히 들어선 장벽 위 방어군을 바라보던 강민혁의 시선이 다시금 김진성으로 향했다.
김진성이 어깨를 으쓱하며 미소를 띠고 있었다.
* * *
이곳은 2번 구역 장벽 위.
방어군들은, 언제라도 총을 쏠 자세를 유지한 채로 삼엄하게 풀숲 쪽을 경계하는 중이었다.
“다들 어디로 간 거지?”
그중 한 명이 자연스레 의문을 품었다.
아까 전까지는 풀숲 군데군데에 보이던 참가자들이, 어느 순간부터 한 명도 안 보이는 것이었다.
근처의 방어군이 대답했다.
“뻔한 거 아냐? 뒤쪽에서 뭉쳐서 작전 짜고 있겠지, 뭐.”
“흠···.”
“솔직히 하나도 안 무섭다. 150명이 빼곡히 버티고 서 있는 장벽을 어떻게 뚫을 건데? 안 그래?”
“하긴···.”
솔직히 50명이 있었을 때도 선수단 쪽에서 절대 뚫기 쉽지 않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1구역, 3구역의 원군이 합쳐져 인원이 3배로 불어난 상태.
150명이 한 번에 뿜어내는 소총 화력을 평범한 헌터들이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까?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경계는 늦추지 말자고. TV에서 봤는데 진짜 여기 출연한 애들은 특이한 능력 가진 애들 많더라고.”
“맞아! 나 벌레로 변신하는 능력자도 봤어.”
“그렇다니까. 분명 별의별 능력을 다 이용해서 어떻게든 몰래 넘어가려 할 거야.”
“흠···대놓고 넘어오는 놈은 없겠지?”
“에이, 설마? 간이 배 밖으로 튀어나온 미친놈이 아니고서야···응?”
고개를 젓던 그 방어군이 전방을 바라보며 대화를 멈췄다.
“저거 뭐야?”
모두의 시선이 풀숲으로 향했다.
한 남성이 엄청난 속도로 풀숲을 뚫고 하늘 높이 뛰어오르고 있었다.
무려 10m 이상이나 되는 장벽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을 정도의 높이였다.
“헉?!”
“아니, 진짜 이런 미친놈이 다 있네?”
“쏴!!”
타타타탕!
기겁한 방어군들이 반사적으로 떨어지는 그를 향해 총알을 발사했다.
총알 대부분이 그의 거대한 몸통에 적중되었지만,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그대로 장벽 위 방어군 쪽으로 빠르게 떨어져 내렸다.
쾅!
“아악!”
“어, 어, 으아아~!”
그와 충돌한 방어군 몇 명이 장벽 밑으로 추락했다.
착지한 강민혁은, 곧바로 등 뒤의 대검을 뽑아 들었다.
촤촤촥!
“커헉···!”
“끄륵···!”
그가 휘두른 칼질 한 번에 세 명이나 되는 방어군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졌다.
그 모습에 방어군 전체가 기겁했다.
“강한 놈이다! 모두 포위 공격해!”
“소총 쏘지 말고 무기 들어! 아군 맞는다!”
곧 장벽 위 방어군 모두가 일제히 강민혁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근처에 도달한 방어군 중 일부는, 등을 보이는 강민혁을 향해 각자의 무기를 휘둘렀다.
“하아압!”
기합과 함께 달려든 그들은,
촤촤촥!
“끄아악!”
“허윽···!”
거의 동시에 비명을 지르면서 바닥에 쓰러졌다.
모두 다리가 절반 이상 베어져서 고통스러운 모습으로 바닥을 굴러다니는 그들.
“?!”
“뭐야!”
뒤편의 방어군들이 놀라 외치면서 강민혁 쪽을 바라보았다.
분명 강민혁 혼자 서 있었던 그 장소에, 처음 보는 낯선 청년 한 명이 갑자기 나타나 피 묻은 검을 털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김진성이었다.
“일단 들어오는 건 성공했고.”
김진성은 이내 검을 고쳐 쥔 뒤, 바로 앞에 보이는 방어군들을 향해 달려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