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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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아야 살아남는 자들
‘어? 잠깐만.’
그런데 감시병들의 외견이 조금 특이했다.
그들은 모두 얼굴을 완전히 뒤덮는 검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데, 그 위에는 흰색으로 C라는 글씨가 칠해져 있었다.
그건 다름 아닌 콜로세움을 뜻하는 약자였다.
마스크를 본 순간 김진성은 감시병들의 정체를 깨달았다.
‘방어군들이다!’
콜로세움을 한 번이라도 시청한 사람이라면, 방어군의 정체에 대해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김진성도 마찬가지였다.
* * *
“슬슬 참가자들이 철의 장벽 쪽에 모이네.”
모니터 실에서 PD의 혼잣말이 들려왔다.
PD 앞에 놓인 수십 개의 모니터에는 각기 다른 참가자를 송출하고 있었는데, 대부분 철의 장벽에 가까워지고 있는 모습들이었다.
“이쯤에서 방어군에 대한 설명 띄우자고.”
“오케이.”
여성 PD가 마이크를 통해 그대로 전달했고, 곧바로 TV 화면이 바뀌었다.
해설진도 바로 반응했다.
[아, 마침 설명하려고 했는데 화면에 설명이 떴네요.] [그럼 화면에 뜬 정리된 글을 읽으면서 여러분께 방어군이 뭔지 설명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방어군.
–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전원 참가자로 구성되어 있다.
– 전원 강제노역자 신분이다.
– 방어군은 현재 배정된 방어 지역을 사수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 선수들은 산 정상에 도달하려면 방어 지역을 반드시 뚫어야만 한다.
– 배정된 방어 지역을 통과한 선수보다 처치한 선수의 숫자가 더 많으면, 해당 지역의 방어군은 모두 예선 통과!
– 만약 방어 지역을 통과한 선수가 더 많으면, 해당 지역의 방어군 모두 탈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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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니다. 쉽게 말하자면 참가자들을 저지해야 살아남는 또 다른 참가자들이죠. 그래서 ‘방어군’이라는 이름이 붙었고요.] [저희 프로그램을 즐겨 보신 분들이라면 익숙한 이름일 겁니다!]방어군이 공식적으로 등장한 건 시즌 7이니, 벌써 2년 전쯤이다.
특히 방어군을 상징하는 ‘C 마스크’는 패러디로도 많이 등장해서, 콜로세움을 보지 않는 일반인들도 알 만큼 유명했다.
[그동안 생존자보다 방어군이 더 많이 예선을 통과했었는데, 이번에는 어떤 결과가 나올지 정말 궁금하네요.] [아, 말씀드리는 순간 김진성이 방어군들이 위치한 철벽 쪽에 도달했습니다!]캐스터가 TV 화면에 보이는 김진성을 바라보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이제 김진성은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세세하게 중계할 정도로 이번 예선에서 핵심 인물로 거듭난 상태다.
* * *
‘그래, 생각해보니 방어군이 지금까지 안 보였었구나.’
그동안 방어군은 시즌 예선전에 반드시 한 번 이상은 등장했었다.
3일 정도 지났을 때쯤이면 자연스럽게 등장할 시간대라는 걸 김진성은 잠시 까먹고 있었다.
‘그나저나 저걸 어떻게 넘어가지?’
10m가 훌쩍 넘어 보이는 드높은 장벽.
한눈에 봐도 엄청 튼튼해 보여서 힘으로는 부술 수 없어 보인다. 그리고 콜로세움 측에서 부술 수 있는 허술한 벽을 세워놨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저렇게 수많은 방어군이 눈 시퍼렇게 뜨고 있는 벽 위를 넘어가야 한다는 소리인데···.
‘심지어 들고 있는 무기도 엄청 좋아 보이고···.’
타앙!
‘이크!’
순간 장벽 위에서 또 들려오는 총성에 김진성은 본능적으로 움찔했다.
다행히 그에게 쏜 건 아니었다. 저 오른쪽 멀리에서 누군가 털썩 쓰러지는 소리가 났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누군가 나무 위에서 정찰하다가 방어군 한 명에게 들켜 총에 맞고 추락사한 듯했다.
‘마나석으로 제작된 소총인가 보네.’
일반 현대식 소총으로는 각성자가 온몸에 두른 마나를 뚫어낼 수는 없다.
하지만 마나가 감겨 있는 총알은 충분히 몸에 두른 마나를 뚫어낼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총알은 마나석을 재료로 만든 총이 아니면 쏠 수 없다.
‘설마 방어군 전부 다 저 소총을 들고 있는 거야?’
김진성을 설마하는 마음으로 방어군들을 살펴보았다.
그리곤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로 방어군들 모두가 마나 소총을 들고 있던 것이다.
즉, 저들의 마나 총알 세례를 모두 뚫으면서 철벽을 타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정말 어마어마하게 미친 난이도다.
‘항상 방어군 쪽 참가자가 더 많이 살아남는 이유가 있다니까.’
방어군이 등장한 이후 5시즌 동안, 선수가 방어군보다 많이 살아남았던 예선전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사실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원래 전쟁에서도 항상 방어하는 쪽이 공격하는 쪽보다 유리하지 않은가.
거기에 저런 철의 장벽 등의 장애물들까지 도와준다면 더더욱 선수 쪽이 뚫기가 힘들어진다.
‘일단 혼자서는 절대 못 뚫어. 앞에 그림자도 하나도 없고.’
하필 태양이 김진성의 뒤쪽에 있어서, 장벽 앞에 그림자가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러면 ‘그림자숨기’ 스킬 활용도 불가능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일단은 다른 선수들과 뭉치는 게 맞는 건가? TV에서 봤을 때도 항상 하나로 뭉쳐서 공격했을 때만 성공하던데.’
과거 프로그램을 봤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김진성은 주변을 돌아보았다.
곳곳에 숨어있는 참가자들이, 눈치를 보면서 모두 왼쪽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김진성의 시선이 그들이 이동하는 목표 지점으로 향했다.
‘···역시.’
그쪽에 있는 한 중년 남성이 근처 참가자들을 향해 손짓하고 있었다.
근처에 모여 있는 몇 명의 참가자들을 보니, 사람을 모으고 있는 남성이 리더 격으로 보였다.
‘다들 똑같은 생각을 하고 있군. 그럼 일단은 어떻게 하는지 볼까···.’
곧 김진성 역시 눈치를 보더니, 선수들이 모이는 방향 쪽으로 그도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 * *
[아, 말씀드리는 순간 슬슬 뭉치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김진성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능적으로 혼자서는 못 넘을 것 같다는 걸 느꼈을 겁니다.] [저희 제작진이 방어군을 만든 취지가 제대로 드러나는 순간입니다! 사실, 선수들의 순간적인 단합력을 보기 위해 만든 것이 방어군 아니겠습니까?] [그렇죠. 과연 끝까지 단합이 될지, 아니면 중간에 분열이 일어날지 궁금하거든요.]해설진의 설명을 뒤에서 듣고 있던 부대표, 장승욱은 빠르게 모니터들을 눈으로 훑었다.
‘총 세 그룹으로 뭉치겠는데.’
김진성이 위치한 2번 구역과 페이드가 근처에 있는 4번 구역. 그리고 오른쪽 끝의 7번 구역.
이 세 곳에 근처 풀숲에서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의논하는 모습이 모니터를 통해 확인되었다.
‘강민혁도 2번 구역 근처고···응?’
그때, 장승욱이 들고 있던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렸다.
확인해보니, 백준의 메시지였다.
“···음.”
메시지를 모두 읽은 장승욱이 바로 PD한테 그대로 전달했다.
“1번, 3번 구역 방어군은 2번 구역으로 이동하라고 지시하세요. 5번 쪽 방어군은 4번으로, 6번 쪽은 7번으로.”
“네.”
받아적은 PD가 마이크를 통해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곧 모니터 안의 방어군들이, 지시받은 대로 일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 광경을 보면서 장승욱은 고개를 갸웃했다.
‘그나저나 저걸 뚫을 수 있을까? 대표님이 이번 선수들의 수준을 너무 높게 잡은 건 아닐까?’
그는 솔직한 마음으로 백준의 판단에 부정적인 생각이었다.
방심하는 순간 한 방에 죽어버리는 마나석 소총 무기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저 드높은 철의 장벽이 제일 큰 문제다.
역대 시즌 중에 저 정도로 튼튼하고 높았던 장애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저것보다 몇 단계 낮은 수준의 장애물도 극복하지 못하고 무너진 그룹이 얼마나 많았는데···.’
지금이라도 조금 난이도를 낮추는 게 어떻겠냐고 묻고 싶었지만, 아쉽게도 지금 이곳에 백준은 없었다.
그와 백준은 교대 근무를 하기 때문이었다. 어제 백준이 24시간동안 이 모니터 실에 있었으니, 오늘은 출근하지 않을 것이었다.
‘선수들이 전원 탈락하는 결과만 안 나오길 바라야지, 뭐.’
실제로 이 구간에서 참가자들이 대거 탈락한 적이 있었다. 그 순간만큼 제작진 입장으로써 허탈할 때가 없다.
이번 예선을 예를 들어 말하자면, 3일간 애써 노력해서 띄워놓은 김진성, 강민혁 등의 핵심 참가자들이 모두 죽는다는 소리와도 같으니까.
* * *
그 시각.
2번 장벽 구역 근처 풀숲에 모인 선수들은, 중년 남성 참가자의 지휘 아래 돌파할 작전을 구상 중이었다.
“다들 본인들 능력 적었어요? 안 적은 사람?”
“······.”
“일단 봅시다.”
중년 남성이 참가자들에게 돌린 수첩을 다시 받아들고는 읽어보았다.
“···뭐야? 왜 다 이렇게 평범해? 다들 제대로 적은 거 맞아요?”
“···.”
“이거 솔직하게 적어줘야 해요! 그래도 저 철벽 넘을 수 있을까 말까인데!”
“···.”
중년 남성의 다그침에도 다들 눈치만 볼 뿐 아무도 대답하는 사람이 없었다.
자신의 능력을 다수의 앞에서 밝히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특히나 아직 예선 2차, 3차 및 본선까지 남아있는 상황. 그때 여기 있는 사람들을 적으로 다시 마주칠 수도 있다.
행여나 1대1 매치에서 만났을 때, 상대방이 자신의 특성을 알고 있다면 그야말로 최악인 것이다.
그렇기에 그 누구도 쉽게 자신의 능력을 밝히지 않고 있었다.
“···오! 워프 스킬? 한승진 씨 누구예요?”
물론 예외도 있었다. 지금처럼 솔직하게 손을 드는 한승진이라는 사내처럼 말이다.
“워프 스킬 그거 몇 명이나 같이 이동할 수 있어요?”
“어··· 대략 반경 2m 정도 안의 사람은 전부 이동이 가능할 거예요.”
“그럼 됐네! 여기 있는 사람 다 이동할 수 있잖아!”
“근데, 이동 거리가 10m밖에 안 돼서···.”
“10m?!”
“······.”
“에이, 씨.”
중년 남성이 좋다 말았다는 표정을 지었다.
10m면, 숲을 벗어나 철벽 바로 앞에서 워프해야 한다는 소리 아닌가?
철벽 앞에 도착하기도 전에 절반은 죽어 나갈 것이다.
“그 누구 방어 스킬 가지고 계신 분 없어요? 대인 방어 스킬 하나 정도면 워프할 때까지 버틸 수는 있을 거 같은데···.”
“···.”
“아니, 왜 아까부터 아무도 말이 없어? 나 혼자 회의하나? 다들 합심해서 저기 뚫을 생각은 있기나 한 거야?!”
중년 남성이 결국 짜증 섞인 목소리를 낼 그때였다.
“저기.”
구석에서 손을 드는 한 명에게 모두의 시선이 모여졌다.
김진성이었다.
“의견 하나 내도 괜찮을까요?”
“아, 좋지! 말해 봐요.”
중년 남성은 반갑다는 표정으로 흔쾌히 허락했다.
김진성이 한승진을 돌아보았다.
“워프 스킬 발동하는 데 얼마나 걸리나요?”
“오래는 안 걸려요. 대략 5초 정도.”
“그 정도면 됐어요.”
김진성은 다시 모두를 돌아보았다.
“모두 여기서 제가 신호를 내릴 때까지 대기하고 계세요. 신호를 내리면, 모두 장벽 위로 워프가 가능한 지점까지 이동하세요. 그때 한승진 씨가 워프 스킬을 사용하시면 됩니다. 이해하셨죠?”
“아니, 잠깐, 잠깐만.”
중년 남성이 손을 흔들며 김진성을 제지했다.
“지금 저 방어군이 바글거리는 곳에 대놓고 워프를 하라는 말로 들었는데, 맞아요?”
“그건 아닙니다. 당연히 피해 없이 워프할 수 있게 그 전에 미리 장벽 위에 안전한 지역을 확보해놔야죠.”
“안전한 지역? 어떻게? 뭐 수류탄이라도 던져서? 아니면···.”
김진성은 고개를 저은 뒤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제가 혼자 뚫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