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58)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너희들이 약한 거다
‘그럼 시작해볼까.’
김진성은 한결 편안해진 마음으로 수련실 중앙에 정자세로 앉았다.
만약 방금 직원을 의료실에 보내지 않았다면, 수련실 이용 시간이 끝날 때까지 방 안에 남아서 김진성이 연구하는 모습을 계속 지켜보고 있었을 것이다.
그게 김진성은 싫었다.
‘역시 나는 혼자 남아있을 때가 마음이 편해.’
평생 홀로 지내오면서 얻은 습관, 그리고 성향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최근 1년 동안 양동주를 죽인 이후부터 별의별 사건을 다 겪으면서, 김진성은 이전보다 훨씬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성향으로 변했다.
그런데도 혼자 있어야 마음이 편해지고, 훈련이나 연구할 때의 능률이 더 높아지는 건 여전했다.
괜히 파이트 클럽 지하에 살 당시 아무도 들어오지 않던 소각장에 살다시피 한 게 아니었다.
‘그러면 어제에 이어서 마나 활용법을 연구해 볼까.’
김진성은 자리에 앉은 상태로 마나를 끌어 올렸다.
곧 그의 몸에서 흘러나온 화염 속성 마나가 수련실을 뒤덮었다.
이후, 물결치듯 이글거리던 마나의 모습이 변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구체적인 모습을 띄기 시작하더니 ‘화살’의 형태로 선명하게 변한 것이다.
변하기가 무섭게 한쪽 벽으로 쏜살같이 날아가는 불화살의 모습.
그러는 동안 김진성은 손가락 한 마디조차 까딱하지 않았다. 정말 말 그대로 의지만으로 마나를 움직이는 법을 연구 중인 것이다.
‘사실 직원을 상대로 시험하고 싶었는데, 자칫 잘못하면 죽일 수도 있을 것 같아서 말이지.’
참고로 어떤 상황이든 간에 직원을 죽이거나 그에 따르는 치명상을 입히면 그 선수는 즉시 탈락이다.
아직 마나 활용 연구가 끝난 게 아니라 힘을 완벽하게 조절할 수 있는 상태라서, 괜히 실수로 직원이 불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염려한 것이다.
‘조금 더 강한 직원 좀 붙여주면 안 되나? 지금까지 붙은 상대들 전부 다 마음에 안 드는데···.’
제작진이 들으면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터뜨릴 만한 생각을 하는 김진성.
그는 무심코 옆 벽면을 돌아보았다.
CCTV가 붙어 있는 바로 밑에는, 강화 유리로 보호된 표지판이 있었다.
표지판에는 이런 글씨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수련실에서 연습하는 과정은 방송 및 인터넷 영상으로 절대 송출되지 않습니다. 참가자 여러분께서는 안심하시고 새로운 기술들을 연습하세요!]‘···처음엔 저 문구도 안 믿었었지.’
강제노역자 신분이 된 이후부터 김진성은 다짐했었다. 오로지 자신의 능력만 믿을 것이라고.
그렇기에 저 문구도 믿지 않고 마나 활용 연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도 정말 참가자들의 수련 영상이 유출되지 않고 있었다.
‘한 달 동안 수련실 안의 모습을 올린 아이튜브 영상을 찾아볼 수가 없었어.’
혹시 몰라서 이전 시즌 영상도 다 뒤져봤지만 참가자들의 개인 수련 영상이 업로드된 적은 없었다.
그렇다면 이곳에서 수련을 해도 다른 참가자들에게 유출된 위험이 없다는 것으로 봐도 무방하지 않을까.
‘하긴 저런 것까지 거짓말을 했으면 벌써 인터넷에 소문이 다 났겠지. 콜로세움이 만들어진 지가 벌써 몇 년째인데.’
거기까지 생각한 김진성은 다시 CCTV에서 시선을 돌렸다.
‘딴 짓 그만하고 집중하자. 1분 1초가 아까운 상황이야.’
헌터용 특제 발찌에서 벗어날 수 있는 건 오직 수련실 내에서만 허용되고 있었다.
김진성은 다시금 화염 마나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불타는 창 모양으로 변신하는 마나의 모습이었다.
* * *
“허허, 대박인데!”
탁남규가 놀란 얼굴로 감탄의 목소리를 냈다.
“그런데 왜 TV나 인터넷에서 그런 소식을 못 들었지?”
“수련실 내부 영상은 비공개가 원칙입니다. 첫 시즌 1 때부터 이 규칙은 바뀌지 않았습니다.”
“아, 그런가?”
탁남규가 곧 뭔가 떠올랐다는 듯한 표정으로 혼잣말을 하듯 말했다.
“그러고 보니 지금까지 한 번도 영상으로 못 본 것 같기도 하군. 생각해보니 전부 다 자네의 입을 통해 들었었어.”
탁남규가 과거 백준과의 대화 내용을 더듬으면서 말을 이었다.
“수련실 영상을 공개 안 하는 이유가···. 나중에 시청자들이 놀랄 만한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함이라고 했었나?”
“네. 시청자들이 참가자들의 발전을 미리 알고 있으면 흥미가 덜 할 테니까요.”
“하긴, 유준호가 수련실에서 ‘그 능력’을 깨달았다는 걸 미리 알고 있었으면, 본선 때 그 순간이 그렇게 극적이지 않았겠지.”
“맞습니다.”
유준호가 시즌 4에서 보여준 본선 장면은 아직도 아이튜브 콜로세움 공식 채널에서 올린 영상 중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나저나 김진성이 그 정도라··· 물론 지금까지도 관심 있게 본 친구긴 한데, 이젠 철저히 지켜봐야겠군.”
“저희 제작진들도 많이 기대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그렇겠지. 자, 김진성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말씀드릴 인원이 한 명 더 있습니다.”
“더 있다고?”
한 명이 더 있다는 말에 탁남규가 놀란 표정으로 되물었다.
이미 김진성만으로도 충분히 이례적인 상황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번 시즌에 수련실에서 직원을 이긴 참가자는 두 명입니다.”
“···진짜야?”
“네.”
“불과 지난 시즌만 하더라도 직원을 이겨먹은 놈이 없지 않았나?”
“맞습니다. 이번 시즌이 좀 이례적입니다.”
“허···.”
끌끌거리며 웃는 탁남규에게 백준이 물었다.
“혹시 7-49라는 숫자를 기억하십니까?”
“알지. 그 예선 A조 때 7구역 앞에서 학살하던 방어군이잖아?”
“네.”
“방금 말한 게 그 선수야?”
백준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웅이라는 외자 이름을 가진 선수입니다.”
* * *
퍼억!
“커헉···!”
쿠당탕!
신음과 함께 완전 무장을 한 직원 한 명이 수련장 구석까지 날아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김진성에게 얻어맞아 날아가던 직원과 같은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후의 모습은 완전히 달랐다.
“으···으으···쿨럭, 쿨럭!”
피를 토해내면서 꿈틀거리는 그의 왼팔은 기형적으로 꺾여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뼈가 산산이 부러진 치명상이었다.
그리고 그를 그렇게 만든 이는, 맞은편에 서서 말없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긴 머리에 차가운 인상을 보유한 20대 초반의 청년. 그가 바로 신웅이었다.
쾅!
몇 초 후, 수련실 문이 벌컥 열리며 직원 다수가 안으로 뛰어 들어왔다.
대 헌터용 장비들을 잔뜩 두른 채 순식간에 다가와 둘러쌓았다.
“동작 그만! 움직이지 마!”
“이 새끼 또 사고 쳤네!”
“야, 신웅! 살살하라고 몇 번을 경고했어?! 이건 경기가 아니라 대련이야, 대련!”
마나 건을 겨눈 채로 외치는 직원들은 하나같이 화가 잔뜩 난 얼굴이었다.
그럴 만한 게, 벌써 신웅 때문에 크게 다쳐 병원으로 후송된 직원이 열 명이 넘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나와 봐요.”
그때 직원들을 해치며 신웅 바로 앞에 굳은 표정으로 서는 한 남성이 있었다.
콜로세움의 부대표, 장승욱이었다.
“내가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요? 한 번만 더 이러면 탈락시킬 수도 있다고?”
“······.”
“왜 이러는 겁니까, 도대체? 목숨을 건 경기도 아닌 대련일 뿐인데 상대방을 생각해서 힘 조절을 하는 게 그렇게 힘듭니까?”
“내 문제가 아니야.”
신웅은 낮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눈짓으로 근처의 직원들을 가리켰다.
“···저놈들이 약해 빠진 거지.”
“뭐?!”
“이 새끼가 진짜···!”
발끈하는 직원들을 향해 장승욱은 다급히 손을 들어 제지했다.
“안 되겠습니다. 당신은 앞으로 예선 2차 시작하기 전까지 수련실을 포함한 모든 외부 시설 출입 금지입니다.”
다른 참가자라면 큰 손해라고 생각할만한 말임에도 신웅은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그저 무표정한 얼굴로 시선을 돌릴 뿐이었다.
그렇게 아무 반응이 없는 신웅을 똑바로 바라보며 장승욱은 말을 이었다.
“운 좋은 줄 아세요. 당신이 아닌 다른 참가자였으면 진즉에 탈락이었습니다.”
이 말은 진심이었다.
그가 7-49번 방어군 복장으로 혼자서 50명을 쓸어 담는 명장면을 연출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기대주 중 한 명으로 뽑히지 않았다면.
그래서 제작진 측에서 핵심 인물로 특별히 관리하는 것이 아니었다면 그는 진즉에 탈락해서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을 것이다.
“발찌 채우고 숙소까지 데려가세요.”
장승욱의 지시에 직원들은 곧바로 그의 발목에 헌터용 특제 발찌를 채운 뒤 거칠게 그를 수련실 밖으로 몰았다.
내쫓기듯 걸어가면서 신웅은 한 번도 반항하지 않았다. 단지, 수련실 밖으로 나가기 전에 알 수 없는 눈빛으로 장승욱을 돌아보았을 뿐이었다.
* * *
“열 명을 넘게?”
탁남규의 놀란 물음에 백준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직원들 피해가 너무 심해서, 지금은 수련실 출입을 금지한 상태입니다.”
“타고난 성향이 잔혹한 놈이군. 그때의 유준호처럼 말이지.”
유준호는 경기 내외를 구분하지 않고 손속이 잔인한 것으로 유명했다.
아직도 유준호의 이름을 들으면 치를 떠는 당시 직원 출신 헌터들도 많았다.
“유준호도 수련실 안에서 사고를 많이 쳤지?
“더 심했었죠. 한 명은 정말 죽기 직전까지 갔었으니까요.”
탁남규가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창문 쪽으로 천천히 다가갔다. 밖에선 평화로운 거리를 시민들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언제 다시 포탈이 열리고 몬스터가 나타날지 모르지만, 어찌 되었든 지금 당장은 평화로워 보이는 거리였다.
“그런 성향의 놈들이 오래 살아남기는 해. 후환을 남기지 않거든. 모조리 죽이니까.”
탁남규가 뒤를 돌아보며 물었다.
“그래서, 그 놈 능력은 어떻게 되는데?”
“아직 모릅니다.”
탁남규의 눈이 커졌다.
“몰라? 설마 지금까지 한 번도 안 보여준 거야?”
“네. 한 달 동안 수련실 안의 모든 행동을 관찰했었는데, 한 번도 본인의 각성 능력을 보여준 적은 없었습니다.”
“허··· 그러면, 신웅 그 자가 김진성보다 더 강할 가능성도 있겠는데?”
“확실한 건 앞으로 있을 경기 때는 신웅이 훨씬 더 위협적일 것입니다.”
“그렇겠지. 아직 능력을 모르니까.”
순수한 신체 능력만으로 A급에 가까운 직원들을 때려눕히는 괴물 같은 녀석이, 히든카드인 각성 능력조차 아직 공개하지 않은 상황.
다른 참가자들 입장에서 이보다 더 곤란한 존재가 있을리 없었다.
김진성은 워낙 공개된 자료가 많으니까 앞으로 대처라도 할 수 있지, 신웅은 어떤 각성 능력인지 모르니까 대처조차 불가능하니까.
“신웅이라··· 그 선수도 앞으로 더 눈여겨봐야겠군. 신웅 말고 또 없나?”
탁남규의 물음에 백준은 대답했다.
“장관님의 기준을 완벽히 충족할 만한 선수는 둘이 전부입니다.”
“그 기준을 조금 더 내리면?”
“능력만 따로 놓고 보면 설다운 선수도 주목할 만합니다.”
“설다운? 설다운···아!”
탁남규는 금방 누군지 기억해냈다.
“예선 A조 패자부활전 때 활약했던 그 선수 맞지?”
“네.”
“맞아. 영상으로 봤을 때도 타고난 능력 하나만큼은 엄청나 보였어. 근데 그놈은 뭔가 문제가 있나?”
“예선이 끝난 후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수련실을 이용하지 않았습니다.”
“아···.”
탁남규가 이해했다는 감탄사를 터뜨렸다.
“전형적인 천재 과로군, 그래.”
“그렇습니다.”
가끔 하늘이 선택한 듯한 느낌이 들 만큼, 사기 급으로 강한 능력을 타고난 자들이 있다.
이런 유형은 보통 노력을 잘 안 하는 게 일반적이다. 이미 시작점이 너무 높아서 노력을 해봤자 별로 티도 안 나기 때문이다.
설다운이 딱 그런 ‘천재’ 유형이었다.
“그런 참가자가 우승한 예도 종종 있었으니, 더 지켜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렇군. 또?”
“다른 한 명은···. 장관님이 이미 아시고 계신, 아주 유명한 인물입니다.”
“잠깐만. 내가 한 번 맞춰보지.”
한 손을 들어 올린 상태로 머리를 굴리던 탁남규가 이내 질문을 했다.
“혹시 보충 인원인가?”
“맞습니다.”
“···누군지 알겠군, 그래.”
탁남규는 한쪽 입꼬리를 올려 비웃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딱 봐도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에 대해 별로 좋은 인상이 아닌 듯한 얼굴이었다.
* * *
[수련실 사용 시간이 종료되었습니다. 사용자께서는 5분 안에 수련실을 퇴실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시한번 말씀드립니다···.]천장에 달린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안내 목소리를 들은 김진성은 바로 마나 활용을 중지했다.
화염으로 후끈했던 수련실이 순식간에 정상으로 되돌아옴과 동시에 김진성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제 마나 활용 연구도 어느 정도 끝나가고 있어.’
한 달간 열심히 노력한 결과가 슬슬 결실을 이루어가고 있었다.
처음에는 어느 정도로 마나를 주입해야 할지 몰라서 막무가내로 많은 양의 마나를 주입하다 보니, 한 시간도 안 되어서 체내의 마나가 바닥이 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젠 온종일 마나를 활용해도 될 정도로 효율적으로 사용이 가능한 단계까지 왔다.
‘내일은 직원 상대로 한 번 연습해볼까?’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수련실 문이 열렸다.
당연히 자신을 숙소까지 연행할 직원들이라고 생각했던 김진성은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런데, 직원이 아니었다.
“······!!”
발걸음을 우뚝 멈춰 선 김진성은 두 눈을 부릅떴다.
문을 열고 들어온 중년의 남성은, 김진성 입장에서는 절대 모를 수가 없는 얼굴이었기 때문이었다.
‘양중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