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sorb only the power of the wicked and become the strongest on Earth RAW novel - Chapter (98)
제98화. 이래도 저래도 말이 안 된다
계속 뒤로 물러서며 위태롭게 신웅의 공격을 막아내던 김진성.
하지만 갑작스럽게 벌어진 힘의 차이를 김진성은 결국 이겨내지 못했다.
어느 순간 스텝이 꼬이면서 자세가 크게 무너져버린 것이다.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신웅이 마무리하겠다는 듯이 김진성의 품으로 파고들며 손바닥을 머리 쪽으로 내밀었다.
그렇게 신웅의 손이 김진성에게 닿기 직전, 갑자기 주변 공기가 급격하게 변했다.
“……!”
순식간에 김진성을 중심으로 파도처럼 퍼져나가는 검은 물결.
‘마기가 지배하는 공간’이었다.
동시에 신웅의 손바닥이 김진성의 머리를 가격했고,
퍽!
그대로 김진성의 머리가 수박처럼 터졌다.
일부 관중들이 벌떡 일어났다.
그러나 신웅은 아쉬운 표정으로 아래를 내려다볼 뿐이었다. 바닥엔 우악스럽게 터진 허수아비의 잔해들이 보였다.
‘…아깝다.’
신웅은 안타까워하면서 옆을 돌아보았다.
어느새 저 멀리까지 멀어진 김진성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간발의 타이밍이었는데.’
방금 상황은 신웅에게 있어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만약 김진성이 ‘마기가 지배하는 공간’을 빠르게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그로 인해 김진성의 몸놀림이 훨씬 빨라지지 않았다면.
아마 방금처럼 둔갑 분신술을 사용하기도 전에 신웅의 손바닥에 머리가 터져버렸을 것이다.
“휴, 피했다…!”
“그리고 저건 김진성의 마나 지역이잖아?”
“그래, 왜 안 만드나 했어!”
갑자기 검은 물결로 뒤덮인 경기장을 바라보면서 웅성대는 관중들의 목소리가 VIP석 쪽까지 들려왔다.
그곳에 앉아 있던 박진웅은,
“휴우, 다행이다.”
순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몸을 의자 등받이에 기대는 모습이었다.
‘왜 이제야 저 능력을 활용하는 거야? 진작 좀 쓰지!’
속으로 김진성을 향해 꾸지람하듯이 뭐라 하는 박진웅.
하지만 그의 반응은 김진성에 대해 전혀 모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었다.
‘이게 되네?’
정작 당사자인 김진성은 마기가 지배하는 공간을 보며 현재 감탄하는 상황이었다.
‘신기합일의 상태를 유지 중이라 안 만들어질 줄 알았는데.’
김진성은 방금 눈앞에 떠오른 알림창을 바라보았다.
▶ ‘마기가 지배하는 공간’이 생성되었습니다.
▶ ‘신마합일’ 특성과 ‘마기가 지배하는 공간’을 동시에 활성화 중입니다. 비스 크리마 포인트가 평소보다 2배 더 빠르게 소모됩니다.
알림창을 읽어보니, 포인트 소모 속도가 빨라지는 것으로 ‘신마합일’ 상태와 ‘마기가 지배하는 공간’을 같이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았다.
‘잘됐어.’
김진성한테는 좋은 소식이었다.
어차피 예선 2차 때 모아놓은 비스 크리마 포인트가 많아서 여유가 있는 상황이었다.
‘이 공간 안에서 싸우는 건 또 이야기가 달라지지.’
검은 물결로 일렁이는 경기장 전체를 바라보는 김진성의 눈빛에 자신감이 차오르기 시작할 그때.
신웅이 다시금 자리를 박차고 김진성을 향해 공격해오는 모습이 보였다.
김진성은 다시금 검을 들어 올렸다.
깡! 소리와 들리는 것을 시작으로 다시 한번 둘 간의 공방전이 시작되었다.
그런데, 조금 전과는 상황이 확실히 바뀌었다.
“저거 봐! 김진성이 더 밀려나지 않잖아!”
“역시 저 검은 공간 안에서 싸우면 훨씬 더 강해지나 봐!”
“신웅 저 멍청한 새끼, 그러니까 진작에 죽여 버렸어야지…!”
관중들의 반응대로, 조금 전까지는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김진성이 지금은 아주 대등한 상태로 공격과 방어를 주고받고 있었다.
한참을 치열하게 맞서던 둘은 곧,
까앙!
여느 때보다 큰 충돌음을 낸 후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뒤로 훌쩍 물러났다.
이후 서로를 바라보며 호흡을 가다듬는 둘.
대결이 시작된 이래로 처음으로 소강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와아아!!”
“진짜 명경기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게 한가득한데?”
“뭐야? 벌써 시간이 이렇게나 지났어?”
그때까지 몰입해서 보고 있던 관중들은 둘을 향해 우레와 같은 박수를 보냈다.
지금까지의 경기 내용만 보더라도 예선 3차를 통틀어 최고의 경기라고 만장일치로 뽑힐 만한 경기력이었다.
10만 명이 넘는 관객들이 보내는 환호와 박수. 하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안중에 없는 것 같았다.
그들은 오로지 상대방의 움직임에만 극도로 집중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이제부터 어떻게 상대해야 할까….’
신웅을 향해 검을 내민 채 속으로 빠르게 머리를 굴리는 김진성.
‘아공간 마법진은 사용해봤자 소용이 없을 테고.’
김진성은 ‘신마합일’ 알림창이 떠올랐을 때를 떠올렸다.
▷ 다른 차원을 공격할 수 있습니다.
즉, 신웅 정도의 경지면 아공간을 형성하는 벽을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쉽게 찢어버릴 수 있다는 소리다.
‘괜히 마나 아깝게 마법진을 설치할 필요는 없지. 그렇다면….’
머리를 좀 더 굴리던 김진성은, 이내 먼저 소강상태를 깨고 신웅에게 달려들었다.
동시에 신웅 역시 마주 달려들었고, 그렇게 둘의 2차전이 시작되었다.
몇 번의 공격을 주고받던 도중, 김진성은 신웅을 향해 연이어 두 개의 스킬을 사용했다.
▶ 보유 스킬인 ‘무력화’를 사용했습니다.
▶ 보유 스킬인 ‘혼란’을 사용했습니다.
김진성이 평소에 자주 사용했던 ‘무력화 – 혼란’ 스킬 콤보.
그걸 사용하자,
“……!”
신웅의 두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스킬 콤보가 어느 정도 먹힌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게 전부였다.
갑자기 신웅의 눈동자에서 하얀 안광이 아주 짧게 뿜어졌다가 사라진 것이다.
이후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으로 멀쩡히 김진성의 공격을 전부 받아냈다.
‘…실패군.’
이후 틈이 나는 대로 몇 번을 더 사용해 봤지만, 결과는 똑같았다. 신웅은 계속 안광을 내뿜으며 혼란 상태를 치유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웅의 저 능력이 상태 이상 면역 기능도 있나 본데.’
김진성은 속으로 그렇게 판단을 내렸다. 방금 안광을 내뿜는 모습이, 아까 전 갑자기 강해졌을 때와 차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스킬을 쓸 때마다 저렇게 눈이 빛나는 이유가 뭐지? 마나를 사용하는 기술인가? …읏.’
까앙!
김진성은 신웅의 검을 막아냄과 동시에 뒤로 돌며 검을 크게 휘둘렀다. 신웅이 예상했다는 듯이 허리를 젖혀 피해내곤 다시 김진성에게 뛰어들었다.
이후에도 김진성은 변수를 주기 위해 다양한 스킬을 사용했다. 거미줄, 그림자숨기, 은신 등등….
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지금의 신웅에게는 어떠한 변수도 통하지 않았다.
‘내가 사용하는 스킬들에 이미 적응을 해버렸어.’
공방을 펼친 지 꽤 시간이 흘렀기 때문인지, 어느새 김진성의 공격 패턴에 완전히 적응해버린 신웅이었다.
오히려 스킬을 사용할 때마다 신웅이 눈치채고 급격히 몰아붙이는 바람에 김진성이 위기를 맞이할 때가 더 많았다.
‘이러면 내가 불리하다. 새로운 변수가 필요해.’
김진성은 검술이 월등히 뛰어난 신웅에게 전면전으로 싸워주고 싶지 않았다.
김진성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역시, 이게 좋겠지.’
김진성이 속으로 결정한 그때.
그의 눈앞에 알림창이 좌르륵 떠올랐다.
▶ 스킬 강화를 통해 ‘둔갑 분신술’을 ‘분신술’로 강화합니다.
▷ 분신술 – 사용자의 75%에 달하는 능력치를 가진 똑같은 분신을 소환합니다. 분신은 사용자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며, HP가 0이 되면 허수아비로 변신합니다. 사용 시 마나를 1000 소모합니다.
▶ 스킬 강화 비용으로 비스 크리마 포인트를 10,000 사용했습니다.
까강!
신웅은 갑자기 동시에 날아오는 두 개의 검을 막아냄과 동시에 저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
앞을 바라본 신웅의 미간이 좁아졌다.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이었다.
“어? 뭐야?!”
“김진성이 두 명인데?”
“맞지? 내가 잘못 본 거 아니지…?”
“뭐지? 분신인가?”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같이 생긴 두 명의 김진성.
둘은 이내 똑같은 공격 자세로 동시에 신웅을 향해 공격해왔다.
까강! 까강! 까강!
둘의 합공을 신웅은 힘겹게 막아내면서 뒤로 계속 물러설 수밖에 없었다.
한 명을 상대하는 것도 우세를 못 잡은 상황인데 하나가 더 합세하니, 당연히 신웅은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허, 허허허…!”
그 모습을 지켜보던 오병국은 놀란 얼굴로 헛웃음을 터뜨렸다.
강경권 역시 감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순수한 분신술이군요.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이건 좀 놀랍군요. 설마 분신술까지 보유하고 있었을 줄이야….”
오병국이 말한 순수한 분신술.
그건 사용자의 능력을 그대로 사용할 수 있는 분신술을 뜻했다.
이 분신술은 현재 헌터들 사이에서 가장 좋은 스킬 중 하나로 꼽히고 있었다.
일단, 적과의 대결에서 분신술을 통해 숫자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 가능하다. 지금 김진성과 신웅의 상황처럼 말이다.
고수 간의 싸움에서 숫자의 우위를 점하는 게 얼마나 큰지는, 굳이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만약 정말 순수한 분신술이 맞다면, 더 많은 숫자를 소환하는 것도 가능할 텐데요….”
강경권이 거기까지 말했을 그때였다.
“…어어! 하나 더 늘어났다!”
“진짜 만화에서나 보던 그 분신술인가 봐!”
“대박…!”
관객석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놀란 외침에 강경권이 다시금 경기장을 바라보았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맞군요.”
어느새 셋으로 늘어간 김진성이 신웅을 포위한 상태로 맹공을 펼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촥!
결국에는 버티지 못하고 왼쪽 허벅지에 공격을 허용하고 마는 신웅의 모습도 이어서 확인할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본 김진성은,
‘좋아. 이대로 몰아치자.’
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리고 곧장 회복 기능부터 사용했다.
▶ MP가 100% 회복되었습니다.
▶ 완전히 회복했으므로, 비스 크리마 포인트 사용을 중지합니다.
바닥을 보이던 마나를 회복 능력으로 다시 100% 채운 뒤, 김진성은 다시 한번 분신술을 사용했다.
그렇게 셋으로 불어난 분신들과 김진성은 훨씬 더 맹렬하게 신웅을 몰아붙이기 시작했고,
촥!
촤악!
곧 신웅의 신체 이곳저곳에 깊은 상처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셋을 상대로도 버티기 힘든 마당에, 상처 입은 상태로 넷을 버티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곧 온몸이 피로 물들기 시작한 신웅이 눈에 띄게 휘청이기 시작했고,
‘좋아! 이젠 확실히 이겼다!’
김진성이 눈을 빛냈다. 확실히 승기를 잡은 상황이었다.
신웅이 능력을 사용하지 않은 상태라면 모를까, 지금은 이미 능력을 사용한 상태이기 때문이었다.
‘이제 마무리를…?!’
마지막 공격을 하기 위해 자세를 잡던 김진성의 동공이 커졌다
하얀 안광.
신웅의 눈에서 어느 때보다 눈부신 빛이 터지듯 흘러나왔다.
그와 동시에 신웅은 검을 크게 휘둘렀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압도적으로 빠른 속도였다.
촤촥!
단 한 번의 칼질에 그 근처에 있던 두 분신의 목이 깔끔하게 분리되었다.
‘아니…!’
김진성이 눈을 부릅떴다.
그가 경악하는 잠깐의 순간 동안, 신웅은 나머지 하나의 목까지 베어낸 후 김진성의 본체를 향해 달려들었다.
까앙!
‘윽…!’
반사적으로 막아낸 김진성은 검을 쥔 손아귀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에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신웅은 어떤 틈도 주지 않겠다는 듯이 곧장 달려들었다.
까가가가가강!
맹렬히 몰아치는 신웅. 그리고 막기에만 급급하며 뒤로 물러서는 김진성.
처음 신웅이 능력을 사용했을 때와 똑같은 상황으로 되돌아간 모습이었다.
김진성은 이 상황을 믿을 수가 없었다.
‘이미 그 능력을 사용한 상태인데 어떻게 또…. 설마?’
곧 김진성의 머릿속에 떠오른 한 가지 가정.
‘설마 중복 사용이 가능한 능력이라고?’
그게 아니면 지금 상황이 설명되지 않았다.
하지만 또 김진성의 가정대로 중복 사용이 가능하면 그것 또한 말이 안 된다.
그렇다면 무한으로 강해지는 것이 가능하다는 소리기 때문이었다.
김진성은 저도 모르게 이를 악물었다.
(다음 편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