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153)
정신을 차려야 한다.
그에게 신부 수업의 일환으로 배운 시노자키류 비장의 마사지를 해줘야 한다.
‘다른 거라면 몰라도 몸으로 하는 거라면······. 자신 있으니까······!’
이날을 위해 수련한 마사지였다.
그 실력을 아낌없이 선보일 필요가 있었다.
사랑하는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서라도.
린이 오일을 듬뿍 묻힌 손으로 김덕성의 등을 마사지한다.
뭉친 근육을 지압해서 풀어줄 때마다 신음을 흘리는 그의 목소리가 야릇하게 들린다.
몸 하나는 끝내주게 좋은 그의 등근육을 만질 때마다 그녀의 가슴이 떨린다.
두근, 두근.
혹시나 그에게 소리가 들릴까 무서울 정도로 세차게 뛰는 심장을 끌어안으며 린은 계속해서 마사지를 이어갔다.
“아······.”
마침내 마사지가 끝날 때가 되었을 때.
린은 본인도 모르게 낮은 탄식을 흘렸다.
탄탄한 등근육을 더 만지고 싶었는데.
하지만 이미 끝났으니 어쩔 수 없는 노릇.
“끄, 끝났다······.”
린이 그의 등에서 일어나면서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그래? 잘했어. 마사지. 생각보다 괜찮은데.”
김덕성이 몸을 일으킨 채 어깨를 돌리면서 말한다.
화악.
그 말을 들은 린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든다.
잘했다, 잘했다, 잘했다, 잘했다.
그의 칭찬이 린의 머릿속에 끊임없이 맴돈다.
두근두근.
심장이 계속해서 뛴다.
설렌다. 가슴이 옥죌 듯 아파온다.
린의 입가에 저절로 미소가 걸린다.
“······고, 고맙다······. 칭찬······.”
역시 칭찬은 좋다.
그것이 연모하는 그가 해주는 칭찬이라면 더욱더.
좀 더 가까워진 기분이다.
린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면서 손에 든 오일통을 매만졌다.
그녀가 제안한 건 서로 오일 바르기.
린의 차례가 끝났으니, 다음은 그가 자신에게 오일을 발라줄 차례다.
그가 오일을 발라준다.
여름 해변에서, 자신의 등에 올라타서.
미끄러운 오일을 등에 치덕치덕.
거기까지 상상한 린의 얼굴이 터질 듯 빨개진다.
“므읏······.”
린의 입에서 달콤한 한숨이 새어나온다.
부끄럽다.
미칠 듯이 부끄럽다.
하지만 하고 싶다.
오일 바르기뿐만 아니라 좀 더 진한 스킨십까지도······.
린의 망상이 폭주하던 그 순간.
“야, 린.”
그녀의 귓가에 김덕성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제야 망상에서 빠져나와 현실로 돌아온 린이 양손으로 붉어진 뺨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애써 멀쩡한 표정을 가장하며 묻는다.
“아, 응? 응. 그래. 불렀나. 김덕성?”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렇게 멍 때리냐?”
“아, 아니! 아무것도! 아, 아무것도 아니다!”
김덕성의 질문에 린이 고개를 세차게 젓는다.
자신의 망상이 들킨 것 같아 부끄러웠기 때문이다.
‘나, 나는······. 정말 음탕한 여자인 건가······.’
린이 울상을 지으면서 고개를 숙이다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니다.
그렇지 않다.
이건 어디까지나 자외선 차단을 위해 당연히 취해야 할 안전조치일 뿐이다.
용기를 내라 린.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 뒤처질 수도 없다.
뭐라도 해야 한다.
설령 오일 바르기를 거절당하더라도 좋다.
몇 번이고 쓰러지더라도, 최후에 그의 마음을 쟁취하겠다.
린은 그렇게 다짐하면서 심호흡을 한 뒤에, 용기를 내서 오일통을 그에게 내밀면서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김덕성! 이, 이번에는 네가 내게 오일을 발라다오!”
린의 말을 들은 김덕성이 작게 한숨을 쉬면서 오일통을 낚아챈다.
“그래.”
그의 대답을 들은 순간.
안 그래도 붉어진 린의 얼굴이 더 빨개진다.
그녀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역시 시노자키류 비전 신부 수업에서 비장의 마사지를 배워두길 잘했다.
린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웃었다.
개판 5분 전(삽화 有)
일단 해준다고 했으니 어쩔 수 없다.
린에게서 오일통을 받아든다.
방금까지 내가 누워있던 자리에 이제는 린이 눕는다.
스르륵.
그녀가 비키니 끈을 푼다.
잠깐, 푼다고?
잡티 하나 없이 매끈한 등.
눈처럼 새하얗고 말랑말랑하고 균형 잡힌 부드러운 등과 유려한 곡선을 지닌 여체가 거기 있었다.
펼쳐진 비키니와 바닥 사이에 짓눌린 멜론처럼 커다란 옆가슴도 보인다.
솔직히 지금까지 이 빌어먹을 세상에서 살아오면서 욕망을 최대한 억제하려고 노력했다.
책임질 일을 만들기 싫어서였다.
언젠가는 돌아가야 하니까.
그런데 이번만큼은 참기가 어렵다.
아무리 여기가 라노벨 세상이고 그녀들이 엿 같은 라노벨 리액션과 말투로 스스로의 매력을 깎아 먹는다고는 해도.
이렇게 노골적인 노출을 보고 동요하지 않는다면 그건 고자다.
[파트너, 오일 안 발라줄 거야? 숙녀가 기다리고 있다고.]흑태자가 재촉한다.
아까 왜 서로 오일 발라주기를 승낙했을까.
후회가 막심하다.
어쩔 수 없다.
애국가를 부르면서, 들끓는 피와 심장을 필사적으로 외면하며 오일통에서 오일을 짜내 양손에 묻힌다.
탁.
그녀의 매끈한 등에 오일이 묻은 손길이 닿자 린이 움찔한다.
“으읏······.”
그녀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온다.
라노벨에서나 보던 히로인에게 주인공 오일 발라주기 클리셰를 내 몸으로 직접 하고 있다니.
이게 라노벨 타락?
애국가와 반야심경을 외우면서 린의 등에 골고루 선오일을 펴 바른다.
미끈미끈하고 말랑말랑한 그녀의 살결 감촉이 오일과 어우러진다.
치골 부근부터 시작한 오일 바르기가 어깨 부근까지 올라간 그때.
“김덕성······.”
엎드려 있던 린이 떨리는 목소리로 말한다.
“왜 부르냐.”
“······지, 지금이라면······. 마, 마음대로 해도 좋다! 네······. 마음대로······. 내 이곳저곳을 만져도 상관없다······. 나, 나는······! 미래의 네 아내니까······. 너에 한해서는 언제 어디서건 내 몸을 내어줄 수 있다······.”
마음대로 해도 좋다니.
솔직히 싫은 건 아니다. 남자라면 싫을 수 없다.
하지만 저 제안을 받아들였다가는 내 성씨가 김씨에서 시노자키 씨로 갈릴 게 분명하다.
그건 싫다.
거기에 아직 그 의도는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지만, 이번 여름 학교에는 원작과는 달리 이사장뿐만 아니라 협회장까지 온 상황.
날 데릴사위로 삼으려는 말도 안 되는 야망을 품은 협회장에게 먹잇감을 던져주는 멍청한 짓을 할 필요는 없다.
“그런거 안 한다고 내가 몇 번이나 말하냐.”
한숨을 쉬면서 그녀의 등을 꾸욱 누른다.
“읏······.”
린이 얕은 신음을 토한다.
그녀가 우울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역시 나는 매력이 없는 건가······. 그런 건가······.”
또다시 나오는 자기비하.
머릿속에서 흑태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매력 없기는 무슨.”
찰싹.
그녀의 등을 가볍게 때린다.
“그런 쓸데없는 소리 좀 하지 마라. 너 그거 기만질이야.”
카스미 선배도 그렇고, 왜 그렇게 기만질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
라노벨 세상이라 엑스트라까지 다들 평균 이상 미모라 빈부격차가 잘 안 느껴져서 그러나?
“기, 김덕성······. 너······.”
린이 놀란 목소리로 나를 부른다.
안 어울리게 괜히 낯뜨거운 소리를 해서 그런지 살짝 멋쩍은 기분이 든다.
남은 오일을 그녀의 어깨에 빠르게 펴 바른 뒤에 자리에서 일어난다.
“오일 다 발랐으니까 나 간다.”
툭.
오일 통을 그녀 옆에 놔둔 뒤에 빠르게 선베드로 향한다.
탁자 옆에 놓인 선글라스를 쓴다.
빌어먹을 오일 바르기도 끝났으니 이제 개인 정비 시간을 좀 가져도 괜찮겠지.
원래 세상에서도 그랬지만 피서, 해수욕, 바캉스 뭐든 이게 쉬는 게 쉬는 거 같지가 않다.
하루종일 놀다 보면 일과 할 때보다 더 지치는 기분이다.
그게 라노벨 세상의 바캉스라면 더 그렇고.
“기, 김덕성······!”
귓가에 린의 목소리가 들린다.
누운 채 고개를 돌린다.
거기에는 숨을 헐떡이면서 무릎 위에 양 손을 올린 린이 있었다.
허리를 반쯤 숙인 자세라 그런지, 비키니 사이의 가슴골이 노골적으로 드러나 보인다.
쓸데없이 자극적이다.
숨을 고른 린이 몸을 일으킨다.
그녀가 커다란 가슴 위에 손을 얹는다.
“······고맙다.”
린이 웃는다.
“내가 뭘 했다고 고맙냐? 고맙긴.”
쓸데없는 부분까지 상냥한 세상 같으니.
“그래도 고맙다. 김덕성.”
린이 호구처럼 웃으면서 내 옆에 있는 선베드에 걸터앉는다.
“나도 네 옆에 앉아서 일광욕해도 괜찮나?”
“맘대로 해라.”
내가 전세 낸 것도 아니라 뭐라 할 입장도 아니다.
“고맙다!”
벌써 세 번째 고맙다를 내뱉은 린이 어느새 옆에 있는 아이스박스 뚜껑을 연다.
잠깐.
“웬 아이스박스냐?”
“여름 피서에 아이스박스와 음료수가 빠질 수는 없지 않나? 그래서 챙겨 왔다.”
린이 시원한 얼음덩어리 사이에 있는 빨간 콜라병을 꺼내 내게 건넨다.
“자, 마셔라. 김덕성. 내가 너를 위해 특별히 준비한 거다.”
그녀에게서 콜라를 받아든다.
아이스박스 안에 있어서 그런지 시릴 정도로 차가운 콜라의 감촉이 손바닥에 느껴진다.
“어, 그래 고맙다.”
고마운 건 고마운 거다.
인사를 남기면서 콜라를 따서 먹는다.
역시 여름 햇살 아래 마시는 콜라가 최고지.
라무네는 내 취향 아니다.
“후후. 어떠냐. 네 미래의 아내인 나의 내조가?”
저 현모양처 얘기만 그만하면 참 좋을 텐데.
린의 말을 무시하며 콜라를 마시던 순간.
“후아! 에리링 재밌게 놀았어! 다들 그렇지?”
“응. 엄청 재미있었어. 에리 쨩. 다음에도 이렇게 놀고 싶어.”
“따, 딱히······. 물놀이 따위 별로 재밌지도 않았거든요. 흥. 그쪽들하고 어쩔 수 없이 어울려준 것뿐이라고요. 감사한 줄 아세요. 아시겠나요?”
“후에에에······.”
저 멀리서 물놀이를 끝낸 에리, 마코토, 올리비아, 카스미 선배가 보인다.
물놀이로 친해진 모양인지 이리저리 잡답을 떠드는 네 사람.
“그런데 주인님 어디 있어?”
“그러게, 주군, 어디 있을까? 중간부터 안 보였는데.”
“시노자키 양도 안 보여······.”
“저기, 제가 찾은 거 같은데요?”
자연스럽게 주제가 나와 린으로 넘어간 순간.
올리비아의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그녀의 목소리에 다른 세 사람의 시선이 우리에게 향한다.
“훗.”
내 옆에 누워있던 린이 그녀들의 시선에 의기양양한 웃음을 흘린다.
그 모습을 본 올리비아가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면서 다른 손으로 린을 손가락질하며 소리친다.
“시노자키 양, 서, 설마 우리가 물놀이에 집중하고 있는 동안 그와 단둘이서 시간을 보낸 건 아니겠지요?!”
“당연한 소리를 하는군. 보나파르트. 나는 그의 미래 아내, 너희들이 물놀이에 시간을 허비하는 동안 나는 그와 깊고 끈적한 육체의 교류를 나눴다.”
린이 웃으면서 터무니없는 헛소리를 한다.
뭐? 깊고 끈적해?
어이가 없어서 말도 안 나온다.
“뭐, 뭐뭐뭐라고요?!”
올리비아의 얼굴이 새빨개진다.
그녀가 손으로 입을 가리며 소리친다.
“젖소! 설마······. 그 파렴치하고 음란한 몸뚱이와 가슴을 사용해서 주인님을 유혹한 거야?”
저벅저벅.
에리가 린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물론. 빨래판. 너 같은 절벽 빈약 가슴 따위는 감히 시도조차 못 할 일이지.”
“이이이이이이이이익!!! 이 음란한 젖소가!”
“패배자의 변명, 추하군. 빨래판.”
길길이 날뛰는 에리.
“······후배 군은 정말 귀축이야.”
그 옆에서 샐쭉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카스미와 언제나 그렇듯 의성어를 입으로 소리내는 마코토.
“하와와와와와······.”
“이봐요, 당신!”
척.
올리비아가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말한다.
“저 말도 안 되는 헛소리가 진짜 사실인가요? 아니죠?”
“아니야. 육체의 교류는 무슨.”
올리비아의 질문에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답했다.
“그냥 선오일만 발라줬을 뿐이야.”
정말 그거밖에 없다.
억울하다.
[파트너, 그런 해명이 지금 통할 거 같아?]머릿속에서 흑태자가 한숨을 쉰다.
“선오일······. 그랬군요. 당신. 저희가 물놀이하는 동안 당신은 여기서 시노자키 양의 등을 이리저리 문지르면서 선오일을 발라줬다는 거군요······.”
으흐흐흐흐흐.
이상한 웃음을 흘리는 올리비아.
“주인님······. 너무해······. 젖소한테만 선오일 발라주고 문질문질 해주는 거야? 에리링은 역시 가슴이 작아서 안 되는 거야? 에리링······. 우유 많이 먹고 가슴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부족한 거야?”
뒤이어 레이스 달린 수영복 상의로 가슴을 애처롭게 모아 보이는 에리.
“주군. 가, 가슴은······. 다른 건 몰라도 나는 가, 가슴 크기만큼은 나도 지지 않아! 나, 나도······. 마, 만져도 괜찮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