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28)
제 326화
새로운 누님
언더테이커.
빌헬미나 하이젠버그.
곰인형을 안고 있는 그녀의 몸에서 아이보리색 마력이 은은하게 흐른다.
그녀의 텅 빈 황금빛 시선이 이쪽으로 향한다.
“김덕성 님······.”
한서진이 말끝을 흐린다.
[······저건······. 빌헬미나 누님?]머릿속에서 흑태자가 살짝 놀란 목소리로 말한다.
[그럼 네 말대로 정말 누님이 그날 실종된 게 아니라······.]흑태자가 말끝을 흐린다.
내가 세운 언더테이커 설득 계획에서 흑태자의 협력은 필수불가결.
따라서 나는 이미 진작에 언더테이커의 정체를 흑태자에게 밝히고 협력 요청을 완료한 상황이었다.
물론 흑태자는 당시에는 반신반의했는데, 직접 등장한 언더테이커의 모습을 보고 이제야 내 말이 진실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모양.
‘그래.’
[파트너, 너는 그런 사실을 어떻게······. 아니. 이 문제는 네가 말하기 전까지 안 묻기로 했었지. 좋아.]‘약속한 대로만 해달라고.’
[파트너. 넌 이 흑태자 님을 뭘로 보는 거냐? 파트너와의 약속은 무조건 지키니까 걱정하지 말라고.]머릿속에서 울리는 흑태자의 자신만만한 목소리를 들으면서 언더테이커와 시선을 마주한다.
언더테이커는 메사이어의 협력자.
서울 사건 때 이후 내게 집착하게 된 메사이어가 언더테이커를 보낼 거라는 사실 정도는 굳이 원작을 알지 않아도 예측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래서 굳이 빌런 교도소까지 가서 프로페서 녹취록을 따온 거다.
원작처럼 언더테이커를 회유하기 위해서.
하지만 이렇게 빨리 나를 찾아올 줄은 몰랐다.
언더테이커와 나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던 그때.
“당신은 누구죠?”
저 멀리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나와 언더테이커, 한서진의 시선이 목소리가 들린 쪽으로 향한다.
거기에는 그녀가 있었다.
어둠 속에서도 반짝이는 백금발이 인상적인, 노출도 높은 검은 드레스를 입은 미소녀.
올리비아였다.
뱀파이어 분장을 하려고 한 건지, 창백한 얼굴 분장에 핏자국을 덧칠한 올리비아가 나타난다.
내 시선을 받은 올리비아의 얼굴이 붉어진다.
“으, 으으으으으······. 보, 보지 마세요! 이 바보, 멍청이, 해삼, 멍게, 말미잘!”
눈을 질끈 감은 채로 가슴골을 가리는 올리비아.
그러거나 말거나 평온한 무표정을 짓고 있던 언더테이커가 말한다.
“올리비아? 나······. 기억 못 해?”
“······제가 알던 사람이랑 많이 닮기는 했지만, 실종된 그 사람이······.”“내가 그 사람······.”
올리비아의 말허리를 언더테이커가 자른다.
설정에 따르면 흑태자와 언더테이커의 동생인 데스페라도는 절친했던 친구 사이.
당연히 흑태자가 아끼던 사촌 동생인 올리비아와 언더테이커 역시 서로 안면이 있고, 원작에서도 언더테이커의 정체를 알아차린 올리비아가 저렇게 처음에 부정하다가 놀라는 모습이 나온다.
“빌헬미나 하이젠버그······.”
언더테이커가 작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한다.
그녀의 폭탄 발언에 올리비아의 얼굴이 굳는다.
홍조를 띄던 낯빛 역시 싸늘하게 굳어진다.
“하이젠버그 언니? 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올리비아가 놀란 표정으로 소리친다.
원작 애니메이션과 비슷한 반응.
차이점이라면, 전투신 도중이라 슬픈 뉘앙스가 더 강했던 애니메이션과는 달리 순수한 놀람만 있다는 것 정도.
말이 실종이지 사실상 죽은 줄 알았던 지인이 다시 돌아온 거니 안 놀라는 게 더 이상하다.
올리비아가 입에 손을 대면서 몸을 파르르 떤다.
그녀의 푸른 눈동자가 흔들린다.
“······검은 귀축한테 물어볼 거······. 있어.”
언더테이커의 눈동자가 이쪽을 향한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에 묘한 열기가 깃든다.
물어볼 거라.
그러고 보니 내 예상과는 다르게 언더테이커가 너무 얌전하다.
나는 다짜고짜 그녀가 날 공격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의 언더테이커는 전투보다는 대화를 원하는 느낌.
실제로 내게 별다른 적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그렇다면 메사이어의 지시로 날 찾아온 게 아니라는 건가?
머릿속에 의문을 품은 채로, 언더테이커를 바라보며 반문한다.
“그게 뭡니까?”
내 말을 들은 언더테이커가 눈을 감았다 뜨면서, 가슴 위에 손을 올리며 심호흡한다.
그녀가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살아있지······? 라울······.”
라울?
흑태자가 살아있냐고?
갑자기 이게 무슨 생뚱맞은 소리지?
전혀 예상하지 못한 그녀의 질문에 나는 진심으로 상황했다.
“오라버니가 살아있다니? 그, 그게 무슨 소리예요?!”
그녀의 질문에 가장 먼저 반응한 사람은 올리비아.
흑태자를 동경하고 있는 그녀였기에, 10년 전 흑태자에게 목숨을 구원받은 그녀였기에 더더욱 격렬한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발뺌할 생각······. 안 돼······.”
올리비아의 반응을 한 귀로 듣고 흘리면서 언더테이커가 눈을 가늘게 뜬다.
그녀가 나른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나를 바라보며 말한다.
“다 알고 왔어······. 벳푸······. 온천······. 라울의 마력 패턴······. 감지했어······.”
벳푸?
그녀의 말을 들은 순간, 머릿속에서 모든 퍼즐이 맞춰진다.
이제는 몇 달이 지난 수학여행 때, 벳푸에서 베르세르크와 싸웠던 순간.
흑태자가 펼쳤던 심상전개, 그 편린이 남긴 마력 패턴을 언더테이커가 감지한 모양이었다.
[이런······. 남의 몸으로 심상전개를 펼치는 건 처음이라서 말이야, 평소에는 잘 처리하는 편인데 그게 그렇게 남을 줄은 몰랐네. 아하하하하······. 미안해 파트너.]흑태자가 머릿속에서 어색하게 웃으며 말한다.
죽은 줄 알았던 흑태자의 마력 패턴이 감지됐다.
그 말은 흑태자가 사실 살아있다, 죽음으로부터 부활했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
죽음으로부터의 부활.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동생의 절친인 흑태자의 부활이라면.
언더테이커가 왜 만나마자자 공격 대신 대화를 청한 건지, 왜 원작보다 빨리 내 앞에 나타난 건지 전부 이해가 된다.
물론 흑태자는 소생한 게 아니라 정령으로 변한 거지만, 그 정도로 자세한 내막까지는 알 수 없을 터.
[파트너. 어떻게 할 거야? 이번엔 내 잘못도 있으니 이 상황에 대해서 나는 파트너의 결정에 따를게. 이 흑태자 님이 파트너의 판단을 신뢰한다고 말하는 거라고. 자랑스럽게 생각해. 파트너.]머릿속에서 흑태자의 목소리가 울린다.
흑태자를 설득할 필요가 없어져서 다행이다.
문제는 이제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인데.
여기서 흑태자의 정체를 공개하느냐, 아니면 숨기느냐이다.
언더테이커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어떤 쪽이 더 좋을까?
“빨리 나와. 라울······. 검은 귀축······. 도와주는 거 알고 있어······.”
내가 시간을 끌자 언더테이커가 말을 덧붙인다.
“다, 당신! 이, 이게 지금 무슨 일인가요? 오라버니가 살아 있다니······. 이게 무슨······.”
옆에 있던 올리비아 역시 내게 말한다.
뭐 여기까지 온 이상 더 숨기는 것도 무리겠지.
게다가 언더테이커는 이미 마력 패턴이라는 확실한 물증을 손에 쥔 상황.
그렇다면 어쩔 수 없다.
전부 밝히는 수밖에.
그래야 내가 목표하는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다.
“그 사실을 말해주는 건 어렵지 않지만, 그 전에 당신이 내 적이 아니라는 보장이 있었으면 좋겠는데.”
물론 공짜로 말해줄 생각은 없다.
지금의 언더테이커는 협력자기는 하지만 메사이어의 하수인이자 리그의 구성원인 EX랭크 빌런.
적인지 아군인지, 안전 보장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흑태자가 정령의 형태로 살아있다는 이 기밀 정보가 메사이어의 손아귀에 들어갈 위험이 존재한다.
그렇게 된다면 일이 거하게 꼬이게 된다.
원작에서도, 여기에서도 흑태자가 가장 경계하는 일이 리그에게 흑태자 본인의 생존 정보가 흘러 들어가는 것임을 생각해본다면 우선 이것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
“······검은 귀축. 당신······. 나와 거래할 생각?”
화르르륵.
언더테이커의 몸에서 아이보리색 마력이 피어오른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아이보리색으로 불타오르고, 그녀의 등 뒤에 아이보리색 오브가 떠오른다.
위험도 EX랭크 빌런.
뉴 월드 리그의 2인자.
수많은 악명의 기반이 된 강대한 마력 파장이 그대로 해방되면서 낡은 로비를 떨어 울린다.
그에 대항해서 나 역시 마력을 끌어 올린다.
우우우우우우웅!
듀랜달이 떨리면서 검은 마력이 전신을 휘감는다.
언더테이커만큼은 아니지만, 나 역시 EX랭크의 반열에 오른 능력자.
전면전이라면 몰라도, 이따위 신경전에서 밀릴 정도로 약하지 않다.
로비를 가득 채운 아이보리색 마력과 검은 마력이 팽팽하게 맞선다.
로비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흔들린다.
“······.”
그 모습을 본 언더테이커가 침묵한다.
그녀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제법······. 검은 귀축······.”
언더테이커가 짧은 말을 남긴다.
그와 함께 아이보리색 마력이 신기루처럼 꺼진다.
언더테이커가 마력을 거둔 걸 확인한 나 역시 마력을 거둔다.
흔들리던 로비가 다시 잠잠해진다.
“······좋아. 안전 보장······. 해줄게.”
안전 보장을 해준다.
역시 예상대로 날 만났다는 것, 흑태자의 흔적을 찾았다는 것은 아직 메사이어에게 보고하지 않았던 모양.
하긴 둘은 상하관계가 아니라 대등한 협력관계이니 메사이어에게 굳이 언더테이커가 보고해야 할 이유는 없다.
원작에서도 메사이어의 명령을 몇 번 무시하기도 했으니.
그녀가 저렇게까지 말한다면, 안전 보장은 확실하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도 대답해주지.”
대가도 받았으니, 대답을 못 해줄 것도 없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흑태자에게 말했다.
‘실체화해서 정체를 밝혀.’
마음속으로 흑태자에게 말한다.
[······알았어. 파트너.]내 말을 들은 흑태자가 평소와는 달리 진지한 목소리로 답한다.
우우우우웅!
그의 대답과 동시에 듀랜달이 떨린다.
번쩍.
검은 섬광과 함께 듀랜달에서 피어오른 검은 마력이 흑기사의 모습으로 실체화된다.
반투명한 정령으로 실체화된 흑태자가 머리를 감싼 투구를 벗는다.
투구 아래에서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의 미남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 오라버니?!”
털썩.
그 모습을 본 올리비아가 바닥에 주저앉는다.
“라울······?”
언더테이커의 텅 빈 눈동자에 생기가 돌아온다.
그녀의 황금빛 눈동자가 떨린다.
두 소녀의 모습을 본 흑태자가 쓴웃음을 짓는다.
[그래. 이 몸이 바로 라울 나폴레옹 보나파르트! 한때 흑태자라 불린 영웅이자 보나파르트 황실의 적법한 황태자, 그리고······.]흑태자의 시선이 언더테이커와 올리비아에게 향한다.
[지금은 듀랜달의 정령이지.]“저, 정령이라고요?! 오, 오라버니가······.”
너무 급박한 전개에 놀란 올리비아가 손을 입으로 가린다.
“정령······?”
언더테이커의 눈동자가 흔들린다.
“소생이 아니라······. 정령······?”
언더테이커가 떨리는 목소리로 다시 말한다.
예상대로 언더테이커는 흑태자의 마력 패턴을 읽고, 그가 죽음에서 부활했다고 생각한 모양.
“설명해.”
어안이 벙벙한 그녀들을 바라보면서 흑태자가 말하려던 그때.
쿵.
굉음과 함께 로비의 정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