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ademy’s Black-Haired Foreigner RAW novel - Chapter (391)
#389
열일곱 번째
“여기야.”
카스미 선배의 손을 잡고 도착한 곳은 3학년 A반 교실이었다.
드르륵, 탁.
미닫이 문이 닫혔다.
열린 교실 창문 사이로 봄바람과 함께 벚꽃 꽃잎이 나풀나풀 들어왔다.
깨끗한 칠판과 책걸상이 보였다.
슈오우 영웅 학원.
이 라노벨 세상에서 무려 3년이 넘게 신세를 졌던 장소의 익숙한 풍경이 눈에 보였다.
내가 마지막까지 수업받던 교실.
졸업 때문에 교과서니 뭐니 다 빼버린다고 남은 흔적은 아무것도 없지만, 칠판에는 아직 알록달록한 분필 글씨로 졸업 축하해라고 써놓은 커다란 문구가 남아 있었다.
“······그리운 곳이지?”
펄럭.
커튼이 펄럭이자 카스미 선배의 긴 보라색 생머리가 바람과 함께 펄럭였다.
카스미 선배가 옆머리를 귀 뒤로 쓸어 넘긴다.
전형적인 청춘물 영화에나 나올 법한 장면.
나도 모르게 넋을 놓고 볼 정도로, 방금의 카스미 선배는 제법 예뻤다.
“후후. 후배 군의 추억의 장소에서······.”
스르륵.
카스미 선배가 치마를 걷어 올렸다.
사이 하이 삭스 위에 드러난 살결, 이른바 절대 영역이 눈앞에서 드러났다.
“······후배 군의 책상 위에서······. 귀축인 후배 군한테 잡아먹히고 싶어.”
치마를 전부 걷어 올린 카스미 선배가 엉덩이를 흔들었다.
요염한 표정을 짓는 카스미 선배.
내가 그동안 조용한 문학소녀 캐릭터로 알고 있었는데, 내 착각인가?
나는 그녀를 향해 홀린 듯 다가갔다.
“후배 군. 나, 먹어줄 거지? 그렇지?”
텅 비어있는 교실, 21세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노출 없는 교복을 입은 상태로 치마만 걷어 올린 카스미 선배가 애처로운 목소리와 요염한 표정으로 내게 호소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참는다?
그건 고자나 다름없다.
“물론이죠.”
나는 그대로 책상 위에 올라탄 카스미 선배를 덮쳤다.
“꺄아. 후, 후배 군. 너무 갑작스럽······. 아앙······. 아하아앙······♥ 후배 군, 완전 귀추욱······♥ ”
텅 빈 교실에 카스미 선배의 달뜬 신음이 울려 퍼졌다.
*
텅 빈 교실에서 교복 플레이.
솔직히 말하자면 이 상황에서 안 꼴린다면 그건 부처, 아니 고자나 다름없다.
이렇게 상황을 조장한 카스미 선배가 나쁜 것이다.
나는 성인군자도, 부처도 고자도 아니다.
따라서 도발한다면 그에 마땅한 응징을 할 뿐이다.
“흐윽, 후, 후배 구운······. 자, 잠깐만······. 머, 멈······. 하응······.”
카스미 선배가 붉어진 얼굴로 헐떡였다.
책상 위에서, 교탁에서, 교실 바닥에 담요를 깔고.
그녀의 말을 무시하며 인정사정없이 몰아붙이던 그때.
“······나, 나쁜 남자 후배 군······. 조, 조금만······. 쉬······. 쉬었다가······. 레나, 레, 레나가 기다리고 있······. 흐윽······.”
레나?
레나라면 사토우 레나?
그녀가 기다리고 있다고?
카스미 선배의 말을 들은 나는 행위를 마무리했다.
사실 한 여덟번 정도 하고 나니 어느 정도 욕구가 충족되기도 했고.
“후우······. 후배 군······. 정말 귀축······. 나쁜 남자······. 흐윽······.”
카스미 선배가 옷깃을 여미면서 붉어진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며 말했다.
그녀의 다리가 살짝 떨리는 모습이 보였다.
“······다른 사람들한테도 이렇게 한 거야?”
카스미 선배가 새빨개진 얼굴로 소매로 손을 가리면서 내게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사람에게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다.
“변태······. 귀축······. 나쁜 남자······. 짐승 후배 군······. 후에에에······.”
카스미 선배가 나를 응시하며 매도했다.
그녀의 다리가 살짝 떨렸다.
정신이 돌아오자 괜히 쪽팔렸다.
이제 둘다 나이도 성인인데 교실까지 와서 이게 무슨 짓인지.
뒤늦게 몰려드는 수치심에 나는 화제를 전환하기로 했다.
“그런데 선배.”
“왜 부르니? 완전 변태 검은 귀축 후배 군······?”
카스미 선배가 이쪽을 힐끔 바라보면서 얼굴을 붉혔다.
나는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아무래도 저 꼴을 보니 화제 전환은 그른 것 같다.
이럴 때는 정면 돌파다.
“그래서 싫었습니까?”
내 말에 카스미 선배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가 고개를 숙인다.
그녀가 치마를 손가락으로 꼼지락거렸다.
“아, 아니······.”
“그럼 좋았습니까?”
내 말에 얼굴을 목까지 빨갛게 물들인 카스미 선배가 고개를 말없이 끄덕였다.
“그럼 역시 조금 더 하는 편이······.”
“아, 아냐! 아직······. 레나가······.”
내가 스윽하고 다가가자 카스미 선배가 고개를 끄덕이려다가 세차게 가로저으며 말했다.
레나.
드디어 오늘의 본론이 나왔다.
레나가 나를 기다린다.
간단한 문장이었지만, 거기 숨겨진 뜻을 모를 정도로 나는 머저리가 아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카스미 선배의 친구인 사토우 레나는 계속해서 에둘러 하렘 편입 의지를 내비쳤기 때문이었다.
물론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기 때문에, 나는 진작에 기존 히로인 전원의 동의를 받지 않으면 신규 하렘 멤버 추가는 없을 거라고 선언해둔 상황이었다.
카스미 선배 역시도 이러한 사실을 잘 알고 있을 터.
그런데 굳이 그녀가 레나를 언급했다는 건.
“······레나가 전원 동의서를 받아왔다고요?”
내 말에 카스미 선배가 고개를 미미하게 끄덕인 순간.
“······네······. 김덕성 님.”
드르륵.
교실 문이 열리며 사토우 레나가 나타났다.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모습과 비슷한 연두색 머리를 길게 기른 그녀가 붉어진 얼굴로 품에서 종이를 꺼냈다.
“여, 여기요······.”
부스럭.
그녀가 내민 서류에는 정말로 히로인 16명의 서명이 전부 포함되어 있었다.
이걸 정말 받아왔다고?
“······다들 레나 정도라면 괜찮다고 생각해서 사인해줬어. 레나도······. 후배 군한테 구원받은 사람이니까······.”
“······카, 카스미 말이 맞아요! 기, 김덕성 님이 없었더라면······. 전 영원히 리그의 실험체로······. 계속 이용당하면서 비참하게 살았을 거예요.”
스윽.
레나가 내 손을 붙잡았다.
3년 동안 은근히 유혹해오기는 했지만, 그녀가 이렇게 직접적인 유혹을 해온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 그러니까······. 저, 저도 김덕성 님의 열일곱 번째 아내가 되, 되고 싶어요······!”
레나가 내 손을 붙잡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원작에서도 당당하게 히로인인 만큼, 당연히 그녀의 외모는 다른 히로인들과 비교해봐도 그렇게 밀리지는 않았다.
그녀가 내민 동의서는 진짜였다.
16명의 동의를 전부 받는 게 가능할 줄이야.
레나의 등 뒤에서 카스미 선배가 웃는 게 보였다.
설마 이것도 카스미 선배의 작품?
왠지 등골이 살짝 오싹해졌다.
“호, 혹시 제 가슴이 작아서 안 되는 건가요? 카스미보다는 작지만 나름대로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데······. C······. C컵으로는 부족한 건가요?”
내가 말이 없자 레나가 본인의 가슴을 매만져 보였다.
C컵이면 하루랑 비슷한 수준인가?
그 정도면 적당한데.
아니 그게 아니지.
정말 여기서 하렘 숫자를 더 늘리는게 맞는 일일까?
살짝 고민하고 있던 그때.
“후배 군. 다들 동의했으니까, 레나를 받아줘도 괜찮아.”
카스미 선배가 내 귓가에 다가와서 속삭였다.
“선배를 봐서라도 받아줄 거지? 후배 군은 여자라면 다다익선인 귀축이니까. 후후.”
카스미 선배가 요염하게 웃었다.
여자라면 다다익선은 아니지만, 16인의 동의서를 진짜 받아낸 건 레나가 처음이기도 하고.
무엇보다 카스미 선배도 레나도 진심으로 원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다.
무슨 놈의 하렘에 들어오려는 사람이 이렇게 많은지 모르겠다.
아무리 상식 따위는 없는 라노벨 세상이라지만.
말을 말지.
“사, 사인해줄 거죠? 김덕성 님.”
레나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내게 펜을 건넸다.
하렘 동의서.
히로인 16인의 사인 바로 아래에는 하렘의 주인인 내 서명란이, 그리고 대한민국 대통령과 세계 영웅 협회장의 직인이 있었다.
나는 떨리는 손으로 펜을 들어 서명란에 사인을 넣었다.
“자, 됐지?”
나는 사인을 끝낸 뒤에 서류를 돌려줬다.
내게서 서류를 돌려받은 레나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녀의 연두색 눈동자가 파르르 떨렸다.
“고, 고마워요! 김덕성 님!”
레나가 나를 꼬옥 끌어안았다.
그녀의 목소리가 울먹거렸다.
“후배 군. 이럴 때는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거야.”
소근소근.
카스미 선배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나는 아무 말 없이 레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 모습을 본 카스미 선배가 웃었다.
“후후. 그럼 검은 귀축 후배 군. 레나랑 즐거운 시간 보내길 바라.”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고?
카스미 선배의 말에 내가 살짝 위화감을 느낀 그때.
드르륵, 탁.
미닫이 문이 닫히며 카스미 선배가 교실 밖으로 나갔다.
교실 밖으로 나갔다고?
그러고 보니 내 품에 안긴 레나는 슈오우 학원의 교복을 입고 있었다.
다른 데도 아니고 하필 슈오우 학원?
“헤헤. 기, 김덕성니임······.”
레나가 얼굴을 붉히면서 내 품에 착 달라붙었다.
아까와는 다른, 명백한 의도가 느껴지면서도 어색한 요염한 미소를 지으면서 레나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다, 당신의 열일곱 번째 아내가 된 기념으로 제 처녀, 가져가 주실 거죠?”
레나가 치마를 서서히 걷어 올리면서 내게 말했다.
나는 그녀의 유혹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앗, 잠깐만요. 김덕성 니임, 아앙······. 아흑······♡”
그날, 학원에는 계속해서 신음이 울렸다.
*
그때부터 시작된 김덕성의 관계는 레나가 기절하기 직전에야 끝났다.
“흐윽······.”
10번을 넘게 그의 욕망을 받아낸 레나는 지친 표정으로 옷맵시를 가다듬었다.
모든 일이 끝난 뒤.
김덕성을 배웅한 카스미와 레나가 텅 빈 교실에 모였다.
아직 흔적이 남아 있는 교실, 묘한 열기를 느낀 카스미가 얼굴을 붉혔다.
“레나, 괜찮아?”
카스미가 레나에게 다가가 물었다.
실신 직전까지 당했다가 레나와 교대한 뒤 체력을 회복한 카스미와는 달리, 방금까지 김덕성에게 범해지던 레나는 아직 붉어진 얼굴로 뜨거운 한숨을 내뱉고 있었다.
“응, 괜찮아. 카스미.”
탁탁.
마른세수를 한 레나가 웃으며 답했다.
그런 레나를 바라보면서 카스미가 웃으며 물었다.
“좋았어?”
카스미의 말에 레나의 얼굴이 붉어졌다.
무려 3년이었다.
그의 열일곱번 째 아내가 되겠다고 결심한 세월이.
그렇게 오랜 기다림 끝에, 카스미의 도움으로 아내가 된 당일 바로 그와 관계를 맺었다.
그와의 관계는 기대대로 격렬했고, 기분이 좋았다.
처녀를 잃은 아픔 같은 건 이미 날아간 지 오래였다.
끄덕.
레나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카, 카스미는······?”
레나의 말에 카스미의 얼굴도 빨개졌다.
“후, 후에에······?”
그녀도 미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했던 후배 군과의 행위는 뜨겁고 좋았다.
후배 군은 별명 그대로 귀축처럼, 나쁜 남자처럼 그녀의 몸을 인정사정없이 거칠게 탐했다.
아직 아랫배에 용암처럼 뜨거운 무언가가 가득 찬 느낌이 들 정도.
카스미가 레나를 꼬옥 끌어안았다.
“물론 나도 좋았어. 레나.”
카스미의 말에 레나의 얼굴이 빨개졌다.
그녀의 연두색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런 레나를 보면서 카스미가 웃었다.
“다행이네. 레나. 소원 이룬 거 축하해.”
레나의 친구로서, 누구보다 그녀의 소망을 잘 알고 있던 카스미가 작게 박수했다.
3년 전.
그에게 구원받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그를 좋아했던 레나였다.
오늘 마침내 그 사랑의 결실이 맺어진 것이다.
다소 과격한 형태이긴 하지만.
“으, 응······. 카스미도······. 축하해······.”
레나의 축하를 받은 카스미는 웃었다.
레나를 끌어안은 카스미의 시선이 이제는 저녁 노을이 지기 시작하는, 벚꽃이 잔뜩 핀 교정을 향했다.
처음에는 후배 군을 독점하고 싶었던 카스미였다.
하지만 그의 정력을 겪은 카스미는 독점 생각을 버렸다.
오늘만 해도 레나와 교대하지 않았다면, 버틸 수 없었을 것이다.
혼자서는 감당할 수 없다.
열여섯, 아니 열일곱으로도 버틸 수 있다고는 장담할 수 없다.
‘상냥하지만 나쁜 남자인 후배 군. 이제는 누구한테 갔을까······.’
카스미는 김덕성을 생각하면서 얼굴을 붉혔다.
두근.
그녀의 심장이 뛰었다.
휘이잉.
쌀쌀한 초봄의 바람이 벚꽃 향기와 함께 카스미와 레나의 몸을 휘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