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ctor, stand again RAW novel - chapter 53
그게 아니꼬우면서도 사람들은 생글생글 웃었다.
겉치레야 어떻든 여기 있는 이들은 성과에 걸 맞는 콩고물이 떨어지는 직급이었으니까.
“또한 음원 다운로드가 상당히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으며 UTV에서 재생되는 횟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어제 방영과 동시에 tvM은 의 OST 앨범을 풀었다.
태화가 부른 을 포함해 총 여덟 곡으로 이뤄진 디지털 앨범은 대부분 기존에 있던 곡을 어레인지한 버전이었지만 드라마의 인기에 편승해 기대 이상의 판매량을 이뤘다.
“다음은 공약 부분인데, 8.4% 돌파에 걸었던 공약 랜덤 80인 선별이 끝났습니다.”
시청률이 순조롭게 올라가자 홍보팀은 배우들과 협의 후 시청률 공약을 걸었다.
역대 시청률이었던 8.4%이 깨지면 본방 인증샷을 게시판에 올린 이들 중 무작위로 100명을 선정해 주연들과 프리 허그를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8.4%가 tvM에만 의미 있는 수치라 전체적으로 조금 애매하지 않느냐는 말이 나왔으나 이미 5%는 돌파한지 오래였고 10%는 너무 멀었으며 다른 수치들은 애매하기 마찬가지였다.
“아, 그거 아직 공지 안했지? 그럼 두 자리 더 마련해봐. 오선배 딸들이 하승우 팬이래.”
tvM 예능국 PD의 이름이 나오자 보고를 하던 스텝은 안 된다는 말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102명으로······.”
“뭐 그렇게 까지 해? 그냥 두 명 제외시켜.”
“······네.”
호랑이가 없는 숲에선 여우가 왕인 법이다. 특히 호랑이라 할 수 있는 이들이 절대적으로 여우를 비호하거나 전혀 관심 없다면 더더욱.
시청률이 가장 중요한 방송국은 가능한 한도에서 창식의 편의를 맞춰주고 있었고 작가는 방송국 내부 일에 신경 쓰지 않았다.
자연스레 가장 큰 권력자는 PD가 되었으며 그는 정말 원 없이 권력을 휘둘렀다.
‘진짜 더러워서······.’
‘초반엔 이 정도까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싹이 노랗더니 아주 누렇게 피었네. 젠장.’
원래 100명 뽑을 것을 80명만 뽑은 것도 일부의 편의를 위한 선택이었다. 관계자나 높으신 분들의 자식 중에도 주연들의 팬은 있었으니까.
그렇게까지 했으면서 원래 뽑힌 사람들까지 빼고 추가하라는 것이 너무하게 느껴졌다.
“그럼 다음 부분으로 넘어가겠습니다. 드라마의······.”
그러나 속으로 투덜거릴 뿐, 그것을 밖으로 표현하는 이는 없었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그들은 창식이 선장인 배에 탄 선원들이었고 까라면 까야하는 위치였다.
그렇게 차례차례 보고되던 내용이 드디어 마지막에 이르렀다.
“마지막으로 중국 방송국에서 중국 판권을 사고 싶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CITV입니다.”
“CITV? 허······.”
CITV라는 말에 창식의 안색이 환하게 피었다. 중국 최대 방송사에서 연락이 왔으니 당연했다.
총 42개의 채널을 보유한 중국 최대 방송국 CITV(China International Television).
중국 전역에 퍼지는 채널인 만큼 그 파급력은 어마무시한 곳이었다.
“진짜 CITV야?”
“네. 축하드립니다.”
창식의 입이 귀에 걸렸다. 그럴 만도 한 게, 케이블 드라마가 중국 중앙 방송에 중국 판권이 팔린 건 정말 극소수에 불과했다. 그것도 전부 주말이나 금토 드라마였고 월화 드라마로는 가 최초였다.
‘대박이다.’
드라마 하나로 인생 폈다는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그는 자신도 언젠가 그런 드라마를 찍길 바랐다.
그런데 그 대박이 첫 드라마에 터졌다.
창식은 로또에 맞은 사람처럼 기뻐하며 본제를 들었다.
오늘 회의 내용은 대부분 이권에 관한 것들이었고 몇 가지는 임금에 관련된 이야기였으나 그는 자신의 입맛에 맞춰 방향을 정했다.
가끔 그대로 진행하면 아래쪽에 부담이 가중 될 수 있다는 말도 있었지만 무서울 것이 없는 그는 가볍게 묵살하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켰다.
* * *
“태화야. 긴장하지 마. 너라면 잘 할 수 있을 거야.”
“네.”
“그래, 괜찮을 거야······. 아직 1차일 뿐이잖아? 이 정도는······.”
“오빠, 재수 없는 소리 중얼거리지 말고 그냥 조용히 있어.”
뒷좌석에서 태화의 화장을 돕던 나래가 불안을 퍼트리는 매니저에게 불평했다.
다른 건 다 좋은데 저 성격만큼은 팀원으로서 최악이었다.
“미안해······.”
“너무 걱정마요. 문자 그대로 1차잖아요.”
양복을 빼 입은 태화는 마지막으로 분위기에 어울리는 안경을 고르며 현규를 다독였다. 경쟁률이 높은 만큼 걱정하는 마음은 이해하지만 쉽게 떨어질 생각은 당연히 없었다.
“난 괜찮다고 보는데. 넌 어때?”
“저도 마음에 드네요. 오늘도 고마워요.”
“이게 내 일인 걸.”
거울을 확인한 그는 인텔리한 자신의 모습에 만족했다. 살짝 차가우면서도 웃으면 묘하게 상냥해 보이는 인상이 생각했던 그대로였다.
“기다릴까?”
“아뇨, 오늘 일정은 이걸로 끝이니까 나래 누나는 이제 퇴근해도 괜찮을 거 같아요.”
그녀의 물음에 태화는 고개를 저었다. 드라마 촬영이 잡혀있다면 모를까 오늘은 오디션을 끝으로 더 이상 일과 관련 된 일정이 없었다.
2차까진 배우 혼자 들어가야 하니 매니저 또한 퇴근해도 무관했지만 가라한다고 갈 현규가 아니었기에 태화는 진즉에 포기했다.
“그럼 다녀오겠습니다.”
“다녀와! 나올 때 문자하고!”
“네.”
문을 닫은 태화는 팔목에 걸친 고급 시계를 통해 시간을 확인했다.
오늘을 위해 아버지에게 빌려온 것인데 상당히 묵직하게 느껴졌다.
‘······그래도 멋있네.’
시계에서 시선을 뗀 그는 안경을 추켜올리고 오디션 현장으로 향했다.
마치 전쟁터에 가는 전사처럼 당당하고 비장한 모습이었다.
은 총 5번의 오디션으로 주역들을 결정했다.
1, 2차는 다른 오디션에서도 흔한 지정연기, 자유연기를 확인했으며 3차부턴 감독의 참여 아래 카메라 테스트, 액션 테스트 등 배역에 필요한 내용을 시험했다.
대역 없이 갈 것이라 그에 따른 피지컬들이 오디션에 포함된 것이다.
따로 서류 면접을 하지 않은 탓에 살인마 오민재 역 1차 심사에 참여한 배우 수는 무려 1382명, 단 한 배역의 경쟁자만 그 정도였으니 이슈가 되기엔 충분했다.
‘······실질적인 주인공이니 당연한가.’
은 전국을 떠들썩하게 한 살인마가 체포된 순간을 각색한 영화다.
선역(善役)은 피해자인 여자주인공과 형사였지만 실질적으로 부각되는 것은 살인마였고 그런 역을 공개적으로 뽑았으니 이름 있는 배우부터 단순한 지망생까지 다양한 사람이 달라붙는 게 당연했다.
태화는 꼿꼿이 선 채 주변을 둘러봤다.
여유 있어 보이는 이들과 초조해하는 이들이 물과 기름처럼 나뉘어있었다.
“오민재 역 1-2차 오디션 시작하겠습니다!”
사람 수가 워낙 많았기에 1차 오디션 또한 여러 번에 걸쳐 이뤄졌다.
등록 순서대로 하루 400명씩 심사했고 대략 3, 4일이 걸렸다.
태화가 2일째에 1차 오디션을 보게 된 것도 그 때문이었다.
‘하루 400명이라니 엄청나네.’
한 명당 3분씩만 봐도 20시간이다.
아무리 묶어서 확인한다 해도 연기를 보기엔 터무니없이 적은 시간.
태화와 BGA는 거기에 함정이 있을 거라 생각했고,
“1, 3, 7, 8, 17번! 방으로 들어가 주시고 17번 이하 호명 안 된 분들은 수고하셨습니다. 돌아가 주세요.”
스텝의 입이 열리며 그 함정이 발동했다.
“······뭐?”
“이게 뭐야!”
연기도 펼치지 못한 채 돌아가란 소리를 들은 이들은 화를 숨기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이 욱한 마음에 스텝의 멱살을 잡으려 들자 옆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비가 그를 강제로 끌어냈다.
제대로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사라지는 경쟁자를 보고 사람들은 침묵에 잠겼다.
주변이 조용해진 뒤, 입 다문 채 지켜보던 스텝이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제도 같은 일을 겪은 탓인지 그의 얼굴엔 동요가 없었다.
“저희는 예정 밖의 테스트가 있을 수 있으니 그 점 참고해 달라 미리 고지해드렸습니다.”
그는 경쟁자, 이제는 탈락자인 한 사람을 가리켰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청바지에 편한 티셔츠를 입은 남자였다.
“서류 면접이 없기 때문에 오늘 오디션은 관련 면접을 겸합니다. 이런 기본적인 부분까지 고지해야 아는 분들은, 죄송하지만 저희 영화와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실제 사건의 주인공인 오재빈은 살인마이면서도 상류층에 속하는 변호사다. 그것은 의 살인마 오민재도 같았고 스텝은 바로 그 부분을 지적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은 자신들의 의상을 점검했다.
그러나 이미 때가 늦었기에 양복을 입었어도 스니커즈를 신은 사람, 가벼운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 등은 거침없이 갈려나갔다.
‘······역시나.’
태화는 자신을 한번 훑고 지나가는 스텝을 응시하며 안경을 고쳐 올렸다.
일반적인 오디션에 사람 수가 많지 않은 것은 인원 자체가 적은 것도 한 이유지만 그들이 서류 심사로 한 차례 걸러졌기 때문이다.
프로필 사진, 필모그래피 등으로 쭉정이들을 걸러내고 괜찮은 이들만 본게임에 올리는 방식.
그에 반해 은 서류 심사를 건너 뛰어 그런 어중이들을 그대로 남겼다.
심사 기간도 긴데 미리 진을 빼기 싫었기 때문이리라.
태화와 BGA는 그 부분을 염려했고 혹시나 하는 생각에 BGA 소속 변호사들의 의상과 분위기를 참고해 오디션에 맞춰 입었다.
‘······반 이상은 나가떨어지겠네.’
미리 예상했다는 듯 담담한 이들도 있고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으로 숨을 내쉬는 이도 있었다.
전자는 대부분 어느 정도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 후자는 스텝이 오기 전부터 초조해 보이는 사람들이었다.
‘저 사람들은 미리 알았으려나?’
그 중엔 과도한 자신감을 보이는 배우도 많았다.
유명도와 상관없이 말이다.
어쩌면 돈으로 구할 수 있는 정보였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며 태화는 자신의 번호를 기다렸다.
“32, 35, 39, 47, 51번 들어가세요!”
시간이 지나 자신의 번호가 호명되자 그는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 * *
1차 오디션은 지정연기, 문자 그대로 배부된 대본에서 지정한 부분을 그대로 외워 연기하는 테스트였다.
가장 오른쪽에 선 태화는 심사위원중 한명이 하는 설명에 귀 기울였다.
복장으로 떨어트려도 여전히 많았기에 그들은 배부 되지 않은 대본을 즉석으로 외우는 시험을 추가한다고 말했다.
‘······한 명인가.’
힐끔, 자신의 경쟁자들을 훑은 그는 가볍게 혀를 찼다. 자신을 제외한 네 명중 한 명은 갑작스러운 이야기에도 태연한 모습을 보였다.
예상했어도 참 로비가 많이 오간 심사라 생각하며 태화는 심사위원들을 응시했다.
‘눈에 덜 띄는 편이 안전하겠지.’
아직 감독이 개입하지 않은 시점이니 괜히 튀어봤자 위협을 느낀 이들에 의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적당히 합격 라인에 맞춰 연기하는 게 안전하리라.
다행히도 그의 번호는 마지막이었고 합격 라인의 좋은 본보기가 앞쪽에 위치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