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26
125. 탈환 (5)
“준호야.”
-김 보좌관님, 안 그래도 대표님께서······.
-(야, 김지훈이야? 바꿔봐.)
지훈은 최준호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수화기 너머에서는 정현석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야, 너는 운전하는 애한테 전화를 거냐?
“죄송합니다. 대표님께서 다른 일정을 소화 중이실 거 같아서 최 비서에게 전화를 거는 게 좋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정 돌고 잠시 쉬고 있지. 그래, 제주는 어떻게 됐어?
“제가 좀 더 여기에 머물러야 할 것 같습니다.”
-왜?
“선거 상황이 혼란합니다. 진보당 후보와 현 도지사가 단일화를 할 것 같습니다.”
-확실한 거야?
“아직 추측이긴 합니다만, 현 도지사는 마치 선거를 포기한 사람처럼 일정을 하고 있습니다.”
지훈의 말에 수화기 너머에서는 고민하는 듯 아무런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네 판단은 둘이서 단일화할 것 같다 이거지? 그럼 부용환은 뭐야?
“말씀드렸듯 자신의 몸값을 키우기 위해······.”
-혼자서 그런 거다?
“네. 현 도지사 또한 부용환과 단일화는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 네 판단이 맞겠지. 좋아. 며칠 주면 되나?
“그 문제 때문에 전화했습니다. 좀 길어질 수도 있습니다.”
지훈이 그렇게 말하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다시 한번 아무런 말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제주에 공을 많이 들이기도 했고, 대표님께서 처음으로 왔다 가신 곳이니 꼭 당선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그래, 선거기간 내내 거기 있는 건 아니지?
“아닙니다. 상황 정리되면 올라가겠습니다.”
-네가 필요한 건 나도 마찬가지니까 빨리 정리하고 올라오도록 해.
“네. 알겠습니다.”
지훈은 정현석과 전화를 끊고는 고희종 캠프 직원회의에 참가했다. 캠프 사무장이 지훈을 소개했고 지훈은 다른 캠프 직원들을 향해 인사를 하며 입을 열었다.
“중앙에서 갑작스레 내려왔다고 해서 여러분의 일에 간섭하고, 불편하게 만들 생각 없습니다. 여러분께서도 저를 편하게 대해주시고 저도 여기 있는 기간 동안, 고 후보님의 승리를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훈의 인사에 모두가 반갑다는 듯 손뼉을 쳤고, 지훈은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오늘 아침 후보별 지지율입니다.”
지훈의 간단한 소개와 인사가 끝나고 바로 시작된 회의에서는 제주 지역지에서 조사한 도지사 후보 지지율에 관한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재서(진보당) 40.4%
고희종(보수당) 32.7%
양창석(무소속) 11.3%
부용환(대안당) 2.4%
모름, 무응답 13.2%
크게 프린트된 지지율 현황이 화이트보드에 붙자 캠프 직원들은 심각하게 생각하는 듯 한숨을 흘렸다.
“좋습니다. 저는 긍정적으로 보입니다.”
지훈이 그렇게 말하자 모두가 지훈을 향해 의문스럽다는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어딜 보더라도 진보당 후보와 8% 가까이 벌어졌고, 무소속인 현 도지사와 진보당 후보가 단일화한다면 더 벌어지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능력과 경력 그리고 정책과 공약에서 우리 후보님이 절대 다른 후보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물의 노출도가 적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것은 시간이 해결해줄 겁니다.”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어제 말씀드렸듯, 진보당 후보에 대한 모든 네거티브를 중단해주십시오. 진보당 후보는 현 도지사와 단일화 협상 중인 것으로 보이고 나중에 1대1 상황이 되었을 때 써야 할 공격카드가 필요합니다.”
캠프 직원들은 지훈의 말을 메모하기 시작했다.
“캠프에서 나오는 모든 성명은 현 도지사에게 집중해주십시오.”
“어제 말씀 듣고 따로 준비해봤습니다만, 최근에는 도지사가 측근의 재판 때문인지 몸을 사려 예전에 나온 측근 비리에 대한 것들밖에 없습니다. 아무래도 지역에서는 알음알음 알려지던 것뿐이라······.”
“상관없습니다. 10년 전 것이든 5년 전 것이든 도지사와 연루될 수 있는 것들은 다 의혹을 제기하십시오. 우리의 목적은 도지사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
“단일화 시너지를 줄이는 게 목적입니다. 진보당 후보는 지금까지 꽤 관리를 잘 해왔습니다만, 비리에 연루된 것으로 보이는 인물과 손을 잡는다는 것 자체로 중도층 지지자들의 마음을 바꿀 기회가 있을 겁니다.”
지훈은 자리에서 일어나 보드마커를 쥐고 ‘모름, 무응답 13.2%’라고 적힌 곳에 동그라미를 쳤다.
“우리가 목표로 하는 것은 이미 마음을 정한 지지자가 아니라 떠다니는 부동층 즉 무응답층 13.2%와 진보당 후보와 현 도지사를 응원하는 중도 표심입니다. 캠프에서는 상대 후보에 대한 의혹 제기를 후보께서는 자신의 정책과 경력에 대해 홍보를 하는 전략으로 가는 게 좋겠습니다.”
“그것으로 따라 잡을 수 있을까요?”
“있습니다. 현 도지사를 지지하는 이유가 진보당 후보를 싫어해서 일 수도 있고, 진보당 후보가 나은 것 같아서 선택했는데 현 도지사와 합친다면 갈아탈 표 분명히 있습니다.”
지훈의 말에 캠프의 한 직원이 입을 열었다.
“제가 아는 분도 그 말씀을 하셨어요. 도지사가 만약에 진보당 후보와 단일화를 한다면 우리 후보님을 지지하시겠다고요.”
“맞습니다.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그 표가 모두 단일화 대상에게 가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는 그 표를 노릴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말씀드렸듯 단일화 대상 두 후보 중 한쪽을 적폐 인물로 만들어야 합니다. 도지사의 비위 사실을 모두 이용하도록 하죠.”
지훈이 그렇게 말을 마치자 모두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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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당 김재서, 무소속 양창석 단일화에 합의!」
「보수당 고희종, 단일화 신경 쓰지 않아. 바닥 누비며 민심 청취할 것.」
「보수당 선대위, “비리투성이 후보와 단일화 추진한 진보당을 국민이 표로 심판해달라.”」
이틀 후, 지훈이 예상한 대로 진보당 후보와 현 도지사의 단일화가 진행되었고 지훈은 고희종의 선거 유세를 돕고 있었다.
“김 보좌관님, 고맙습니다.”
이동 중인 밴 안에서 자신에게 뜬금없이 고맙다는 말을 해오는 고희종을 보고 지훈은 의문스러운 듯한 표정을 지었다.
“대표님과 전화통화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휴가를 내시고 지금 저를 도와주시는 거라고요. 보수도 따로 못 받으시는데······.”
“아······ 그렇긴 합니다만, 고 후보님이 당선되시는 게 대표님께 이득이니 그렇게 행동하는 겁니다. 딱히 고마워하지 않으셔도······.”
“아닙니다. 제가 정치권에 발을 들이지 않으려고 했습니다만, 서권혁 의원께서 정현석 대표를 믿으면 당선은 먼 얘기가 아니라는 말을 해오셨습니다.”
고희종은 지훈의 두 눈을 바라보여 무언가 느꼈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처음에는 그분이 정현석 대표와 친분으로 그렇게 말씀하시는지 알았습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대표님께서는 매일 제게 전화하셔서 뭐 필요한 것은 더 없냐고 물어보시고, 또 이렇게 보좌관님까지 저의 당선을 위해 뛰시는 것을 보고는 느꼈습니다.”
지훈은 아무런 말 없이 고희종을 바라보았다.
“내 경력만을 보고 또, 내가 제주 출신이라 나를 영입한 것이 아니구나. 이 사람들은 당선시킬 사람을 찾고 있었구나 하고 말입니다.”
“우리 당은 이번 지선에 진심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고 후보님은 일회성 카드로 쓰기에는 정말 아까운 분입니다. 꼭 당선될 수 있게 도와야 할 인물이기도 하십니다.”
“예. 저도 그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리고 보좌관님께서 최근 말씀하신 대로 캠프의 전략을 가져가니 바닥 민심이 달라진 것이 체감됩니다.”
지훈의 말대로 고희종은 바닥을 누비며 한 사람이라도 더 많아 얘기를 듣는 선거 유세를 하고 있었다.
지역 현안 토론회는 하나도 빠짐없이 참가했고, 10분간의 방송 연설 또한 후보가 직접 나갔다.
진보당 후보는 자신의 지지율을 믿는 것인지 현안 토론회도 참여하지 않았고, 방송 연설 또한 하지 않았다. 선거 유세 방식 또한 사람이 많은 곳에서만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 자신의 당선을 확신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인터넷 포털 광고도 당에서 도와주신 덕분에 진행되고 있고요. 저는 당선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다시 도전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을 요즘 가지고 있습니다.”
고희종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후보님, 그런 마음보다는 이번에 당선되어야겠다는 마음을 가져 주십시오. 후보님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지훈의 말에 고희종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예. 한 번 열심히 해보겠습니다.”
지훈은 그런 고희종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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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차로 따라잡았습니다!”
일주일 후, 선거 유세 일정은 어느덧 중반을 향해가고 있었고 지훈은 여전히 제주에 남아 고희종의 선거를 돕고 있었다.
“됐습니다. 이제부터 상대 후보를 적폐세력으로 몰던 전략은 모두 중지하고 우리 후보님의 정책들을 중심으로 선거운동을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진보당 후보와 현 도지사는 단일화를 했음에도 오히려 지지율에 더 플러스가 되어야 할 단일화가 발목을 잡아 지지율에 정체를 보이고 있었다.
이는 지훈이 공략한 지점이 먹힌 결과로 비리 인사로 낙인찍힌 현 도지사와 손을 잡았다는 점이 오히려 마이너스 효과로 진보당 후보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반면, 고희종은 바닥을 누비며 없는 시간까지 쪼개 여러 곳을 도는 강행군을 펼치고 있었다.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후보님과 주변 측근 모두 말조심하도록 다시 한번 단속 부탁드리고, 캠프 또한 상대 후보에 대한 공격을 모두 중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지훈의 말을 빠짐없이 메모하는 캠프 직원들이었다. 상석에 앉은 고희종은 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선거 유세 방식 또한 변합니까?”
“아닙니다. 당분간 그대로 진행하다 선거를 3일 앞둔 시점에서 대규모 집회 유세를 해야 합니다. 후보님께서도 지금 당장 몸은 힘드시겠지만······.”
“아, 저는 괜찮습니다.”
걱정된다는 투로 말해오는 지훈에게 고희종은 손사래를 쳤다.
“요즘은 제가 하는 방식에 대한 효과가 즉각적으로 나오는 것 같아 몸이 힘든지도 모르겠습니다. 매일 중앙당에서 도착하는 지지율 조사표를 보고 있으면 어제 고생했던 것이 싹 사라지는 느낌입니다.”
“훌륭하십니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유권자들을 만나셔야 합니다.”
지훈은 그렇게 얘기하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저의 역할은 여기까지인 것 같습니다. 지난 며칠간 캠프의 모습을 보고 확신했습니다.”
지훈이 그렇게 말하며 모두를 바라보자 캠프의 인원 모두가 안타깝다는 듯한 눈초리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저는 저의 자리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전에 여러분들게 부탁드리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지훈은 고희종을 바라보았다.
“후보님께서는 지금까지 열심히 해오셨습니다. 아마 현재 우리 당 후보 중 제일 진지한 태도로 선거에 임하시는 분일 겁니다. 힘드시겠지만, 지금과 같은 모습을 선거운동 끝까지 유지 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고희종의 말에 지훈은 미소와 함께 고개를 숙였고 다음으로는 캠프의 직원들을 바라보았다.
“앞서 말씀드렸듯 여러분들 또한 입조심 하셔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후보님의 표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끼리 일을 진행하시다가 무언가 벽에 부딪혔다는 느낌이 들 때는 언제든 저에게 전화를 주십시오.”
지훈의 말에 고희종 캠프의 모두가 고개를 끄덕였다.
“비록 몸은 중앙에 있더라도 귀는 항상 이 지역을 향해 열어두겠습니다. 여기 계신 고 후보님의 승리는 고 후보님만의 승리가 아닙니다. 이곳에 전폭적인 지원을 생각하신 대표님의 승리이자 당의 승리입니다. 조금만 더 노력해주십시오.”
지훈은 캠프 직원들을 향해 고개를 숙였고, 모두가 지훈을 향해 박수를 보냈다. 이후로도 지훈은 여러 사람과 인사를 나누고는 공항으로 향하는 택시에 올라탔다.
“대표님, 지금 올라가겠습니다.”
-오늘 제주 상황 보고 받았다. 수고했어.
“아닙니다. 지금 중앙은 아주 힘들다고 얘기 들었습니다.”
-그래 빨리 와, 여긴 힘들어. 가는 곳마다 우리 후보를 보면 분위기가 얼어붙어.
지훈은 차에 올라타자마자 정현석에게 전화를 걸었고, 수화기 너머의 정현석은 쉬어버린 목소리로 지훈에게 얘기해왔다.
“네. 대표님 계신 곳에 바로 합류하겠습니다.”
이제 중반을 지난 지방선거에서 자신을 필요로 하는 정현석의 목소리를 듣고는 마음을 굳게 먹고 서울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