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66
165. 대권가도 (2)
「보수당, 본격적 대선 경선 레이스 시작! 첫 경선 대구, 경북 개막 이틀 앞둬.」
「정현석 대세론이냐 구윤서의 저지냐, 첫 TV토론 하루 앞으로······.」
「보수당 대선 후보 4인, 공명선거 협약, 깨끗한 정책선거 다짐.」
대선 후보 경선 규정 협상이 끝난 지 일주일이 지났고, 어느덧 경선 레이스 개막을 이틀 앞두고 있었다.
지훈은 아침 출근길, 택시 안에서 귀로는 흘러나오는 아침 시사 라디오에 집중했고, 눈으로는 휴대전화로 오늘 아침 신문 머리기사를 보며 사무실이 아닌 정현석의 자택으로 출근하고 있었다.
“여기 세워주시면 됩니다. 수고하세요.”
택시에서 내린 지훈은 옷매무시를 가다듬고는 정현석의 집 앞에 서서 벨을 눌렀다.
잠시 기다린 끝에 문이 열리자 지훈은 고개를 숙였다.
“사모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사모님은 무슨, 나야 인마.”
지훈은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는데, 눈앞에는 정현석이 웃으며 서 있었다.
“하하, 그냥 고개부터 숙이고 보는구나?”
“죄송합니다. 사모님께서 나오실 줄 알고······.”
“들어와.”
정현석을 뒤따라 들어가니 이번엔 정말 정현석의 아내인 김선영이 지훈을 반겨왔다.
“지훈 씨, 어서 와요.”
“사모님, 안녕하십니까?”
김선영은 무엇이 그리도 바쁜지 주방에서 바쁘게 움직였는데, 지훈이 그 모습을 아이러니한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으니 정현석이 옆에 다가와 입을 열었다.
“선영이가 너한테 맛있는 것 좀 먹이고 싶다고 해서. 아침 안 먹었지?”
“네, 대표님께서 먹고 나오지 말라고 하셔서······.”
“잘했어, 앉자.”
“그래요! 지훈 씨, 어서 앉아요.”
정현석에게 이끌려 지훈이 식탁에 자리하자 아침상이라기엔 부담스러운 숫자의 음식들이 지훈의 앞에 놓였다.
“준호 올 때가 됐는데.”
정현석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최준호까지 상에 앉자, 지훈의 입장에서는 조금 부담스러운 식사시간이 시작되었다.
식사하는 도중에 김선영의 시선이 느껴진 지훈은 김선영을 바라보았는데 무언가 자신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는 것 같은 김선영의 표정에 지훈은 수저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사모님, 저한테 하실 말씀 있으신가요?”
지훈의 물음에 김선영은 당황한듯한 표정으로 정현석을 바라보았는데, 정현석이 고개를 끄덕이자 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기 시작했다.
“식사 모두 다 하고 얘기하려고 했는데······ 티가 났어요?”
“네. 편하게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다름이 아니라······ 요즘 제 주변에서 캠프의 상황에 관해 묻는 사람들이 늘었어요.”
김선영의 조심스러운 말에 지훈은 일단 그녀의 말을 듣기로 했다.
“이번 경선 협상을 가지고도 저에게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 저렇게 했으면 좋겠다.’ 어떤 것인지 아시죠······? 훈수라고 해야 할까? 그런 말들이 자꾸 들려서 제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김 보좌관님한테 묻고 싶었어요. 아 이젠 보좌관이 아니시죠······.”
“하하, 사모님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지훈은 웃으며 대답을 해주고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김선영의 고민은 아주 흔한 고민이었다. 비단 선거철뿐 아니라 국회의원의 가족이라면 흔히 주변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날 수 없다.
특히, 선거철이 되면 주변인들의 관심은 늘어간다. 그것은 물론 후보에게 관심이 있고, 지지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일들이긴 하지만 가끔 도가 지나칠 정도로 변해간다.
“국회의원 선거 때는 당양 지역구 사람이 아니다 보니 ‘네, 제가 전할게요.’하고 그냥 넘어갔어요. 근데······ 아시다시피 대선은 이곳의 이웃도 유권자잖아요. 그때와 같이 답을 쉽게 해버리고 이 사람 마음에 들지 못하면 한 표를 잃는 거라고 생각하니, 쉽게 답을 할 수 없어서 참 답답했어요.”
김선영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이 좀 더 빨리 알아채고 신경 썼어야 하는 부분이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미안함이 담긴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좀 더 빨리 알아차렸어야 했는데.”
“아니에요. 오히려 캠프 일로 바쁘신데 이런 말씀까지 드리게 돼서 죄송할 뿐이에요.”
“한 가지 사모님께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 있습니다.”
지훈이 그렇게 말하자 김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예전처럼 ‘제가 전할게요.’라던가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같은 말은 하시면 안 됩니다.”
“그래요?”
“네. 일종의 약속이 되어버립니다. 사모님께서는 순간을 피하려고 하신 말씀이지만 말입니다. 상대는 다음번 볼 때 저번에 내가 말한 게 아직 바뀌지 않았다며 사모님에게 말해 올 테고 결국, 사모님만 힘들어지십니다. 약속이 빚이 되는 상황인 거죠.”
김선영의 성격이라면, 캠프에도 전하지 못하고 혼자 앓을 게 뻔해 보인 지훈은 단호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제일 좋은 답은 모르쇠로 일관하시는 겁니다. 서로 기분 상하지 않을 가장 현명한 방법인 겁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서로의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말씀하시는 것은 사모님의 능력이지만요.”
지훈의 말을 듣던 김선영은 고개를 끄덕이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음······.”
“마땅한 방법이 떠오르지 않으십니까?”
“네. 그렇네요.”
“그럼 대표님 핑계를 대시죠?”
“이이를요?”
“네. 일단은 공감하는 겁니다. ‘저도 그 부분이 참 답답한데, 남편이 캠프엔 전문가가 더 많다고 말도 못 꺼내게 해요.’ 같은 말로 피해가시는 겁니다.”
“인마, 그럼 내가 나쁜 놈이 되는 거잖아.”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던 정현석이 농담이라는 듯 웃으며 얘기해오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히려 거절하게 되면 상대는 기분이 상할 겁니다. 잠깐 대표님이 나쁜 사람이 된다고 해서 대표님을 찍을 표가 사라지진 않습니다. 서로 불편해지지 않는 선의 말들만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래, 뭐 어때? 이럴 때 남편 팔고 그래야지.”
정현석마저 그렇게 얘기해오자 김선영은 고민이 가셨다는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고마워요. 며칠째 속앓이를 좀 했거든요.”
“아닙니다. 다음부터는 힘들게 식사 준비하시지 말고, 무엇이든 제게 말해주세요. 물론 식사는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리고 대표님께서 대선 후보가 되시면 당 캠프 차원에서 가족 전담팀을 만들 거니까 그때까지만 조금 참으시고요.”
지훈의 말에 김선영은 고맙다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자, 밥 다 먹었으면 출발해야지. 오늘 오후에 대구로 가야 해서 일찍 움직여야 할 것 같은데.”
정현석의 말에 세 사람은 김선영과 인사를 한 이후 빠르게 집을 빠져나와 미니밴으로 올라탔다. 최준호가 운전하는 차가 출발하자 정현석은 지훈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고맙다. 선영이가 며칠째 계속 나한테 말해오더라고, 나는 그냥 지훈이한테 한 번 얘기해보자고 했는데. 그것마저 불편해하더라.”
“아닙니다. 제가 먼저 신경 썼어야 했던 부분입니다. 다음부터는 대표님께서 그냥 제게 말씀해주셔도 됩니다.”
“그래, 그래야겠어. 그런 거 있잖아. 옆에서 불안해하니까 나까지 불안해지는 그런 거······.”
“네. 불안은 전염되니까요.”
“그래. 어쨌든 고민을 덜어버린 거 같아 다행이야.”
정현석의 말에 지훈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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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과 모레 열릴 대구, 경북지역 순회경선 일정에 맞춰 후보께서는 오후에 미리 대구로 내려가십니다. 숙소 준비됐습니까?”
지훈은 캠프에 도착하자마자 각 팀장을 불러모아 팀장급 회의를 진행하고 있었다.
“네. 수행팀과 후보 숙소까지 모두 예약 마쳤습니다.”
“좋습니다. 내일 대구지역민방을 통해 생방송 토론회가 있습니다.”
보수당의 후보 경선 기간 중 유일한 텔레비전 생방송 토론회가 내일 열리기 때문에 지훈은 거기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고, 정현석 또한 토론 전문가와 함께 연습해나가고 있었다.
“후보 스타일 팀에는 최대한 후보가 수수해 보이는 정도로만 꾸며달라고 하십시오.”
“스타일리스트 선생님께서 후보가 안경 대신 렌즈를 썼으면 한다고······.”
“그 부분은 후보께서 안경을 쓰시기로 정했다고 들었습니다. 맞습니까?”
“네. 그런데 렌즈를······.”
“그런 부분은 그냥 후보의 의견에 따르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의상이나 메이크업 같은 경우는 후보께서 최대한 협조하고 있지 않습니까?”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김용일 수행팀장님께서는 후보 수행에 차질 없도록 부탁 좀 드리겠습니다.”
지훈은 캠프의 총괄팀장직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대구에 같이 내려가지 못하는 점을 아쉬워하고 있었다. 하지만, 정현석의 수행팀장인 김용일을 믿고 일을 맡기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좋습니다. 또 보고할 것 있으신 분?”
지훈이 그렇게 묻자 직원들은 보고할 것이 없다는 듯 아무런 말 없이 지훈을 바라보았고, 지훈은 손뼉을 한번 짝 치고는 모두를 향해 말을 했다.
“자, 경선 일정이 2주 남았습니다. 우리 후보가 최종 대선 후보가 될 수 있도록 모두가 자신이 맡은 일을 열심히 했으면 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지훈의 말에 직원들은 서로 인사를 하고 회의 테이블에서 일어나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지훈 또한 자리에서 일어나 사무실로 들어가려고 했는데 지훈의 앞을 이승호가 막아왔다.
“이 의원님, 무슨 일 있습니까?”
“우리 후보 담당 기자들이 은근슬쩍 흘려주는 건데 구윤서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고 하는데?”
이승호의 말에 지훈은 굳은 표정으로 자신의 자리를 향해 가던 김용일을 불러 세웠다.
“김용일 팀장님.”
지훈의 호출에 김용일이 의문스럽다는 표정으로 지훈과 이승호를 향해 다가왔고, 지훈은 두 사람을 데리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으로 들어온 지훈이 유리 벽에 달린 블라인드를 치자 이승호는 지훈과 김용일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용일 씨도 왔으니, 다시 한번 말하는 게 좋을 거 같네. 구윤서 쪽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게 우리 캠프 담당 기자들의 전언이야.”
“심상치 않다니요?”
지훈의 물음에 이승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우리 후보님에 대한 제보를 긁어모은다고 하더라고.”
“제보라면?”
“뭐 기자들한테도 정현석에 관한 거 뭐 없냐. 소스 있으면 먼저 달라며 마구잡이식으로 정보를 끌어모으는 것 같은데. 냄새가 나지 않아?”
이승호의 물음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거티브 공격을 준비 중인 것 같습니다.”
“더럽다, 더러워. 공명선거 협약서에 잉크도 안 말랐겠다. 김 팀장 맞고만 있을 건 아니잖아?”
지훈은 이승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김용일을 바라보았다.
“우리 캠프에도 구윤서 쪽의 비위 사실 제보가 꽤 들어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지훈의 물음에 김용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공명선거팀 쪽으로 제보가 왕왕 들어오지. 그런데 김 팀장이 제보에 관한 것은 묻어두라고 말해서 보고를 따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어.”
“네. 말씀드렸듯 우리 후보는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괜히 나서서 네거티브 공격을 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훈이 여전히 네거티브에는 생각이 없다는 듯 말해오자 이승호는 표정을 찌푸리고는 지훈을 바라보았다.
“당하고만 있을 수 있나. 지금 구윤서 캠프가 하는 짓을 봐서는 말도 되지 않는 것들을 꼬투리 잡아 공격해올 것 같은데.”
“맞습니다. 애초에 싹을 잘라야······.”
이승호의 말에 김용일까지 동의한다는 듯 얘기하자 지훈은 씩 웃으며 모두를 바라보았다.
“네거티브 공격하지 않겠다고 했지. 대응하지 않겠다 한 적은 없습니다.”
“그렇지. 그런 답을 원했다고! 그럼 어떻게 할까?”
이승호의 물음에 지훈은 잠시 고민에 빠진 듯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확신에 찬 표정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상대방의 움직임부터 줄여야겠습니다.”
“움직임을 줄인다면?”
“아마 사소한 것부터 공격해올 겁니다.”
“그렇지 네거티브라는 게 작은 것부터 여론의 불을 지피고 점점 크게 터뜨려야 하니까. 더군다나 상대하는 걸 봐서는 네거티브에 목을 매는 것을 보니 없는 사실도 얘기할 것 같은데.”
“네. 그러니 사소한 것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하려고 합니다. 상대가 더 규모를 키우지 못하도록 말입니다.”
“방법은 있고?”
이승호와 김용일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선관위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죠.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기관 아니겠습니까?”
지훈은 정현석의 대권가도를 방해하는 사소하지만, 사소하지 않은 것들과의 싸움을 시작하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