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65
164. 대권가도 (1)
「대선후보 경선규정 협상 파행 겪는 보수당, 최종협상만 남겨둬.」
「정현석 전 대표 측, 3인 후보 계속해서 무리한 요구만······. 일방적 희생 안 돼.」
「고민 깊어지는 보수당 지도부, 최종협상에서 결과 도출할 것.」
보수당 대선 후보 선출에 관한 경선 규정 협상 소식이 연일 뉴스에 오르내리며 모두의 시선을 끌고 있었다.
대선 기획단에서 각 후보에게 공지한 최종협상을 이틀 앞둔 어느 날, 여의도의 한 식당엔 한껏 긴장한 표정으로 보이는 한 남자가 시계를 힐끔 쳐다보며 약속 상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후, 남자가 기다리던 약속 상대가 방으로 들어오자, 남자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90도로 고개를 숙여 인사를 했다.
“정 대표님, 어서 오십시오.”
“김 후보님 부담스럽게 왜 이러십니까? 제가 늦었습니다.”
“아닙니다. 제가 약속 시각보다 먼저 나와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제 대표님과 이렇게 마주 앉아 식사하겠습니까?”
“하하, 일단 자리에 앉으실까요?”
정현석은 김준태의 과장된 표현들이 부담스러웠지만, 티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김준태와 마주 앉았다.
“식사하기 전에 얘기를 좀 하고, 주문했으면 하는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그럼요!”
정현석의 물음에 김준태는 큰 소리로 대꾸했고, 정현석은 그런 그를 보며 웃으며 입을 열었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김 후보님 경선 끝까지 가려고 하시는 겁니까?”
정현석이 에둘러 말하지 않고, 대뜸 본론부터 말해오자 김준태는 놀라긴 했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크게 웃었다.
“하하, 대표님.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제가 경선을 위해서 낸 돈이 1억입니다. 1억이요. 장난이라고 하기에는 많은 금액 아니겠습니까?”
보수당은 난립하는 후보들을 막기 위해 또, 경선 실비를 위해서 각 후보에게 경선 기탁금을 받았다.
김준태의 답에 정현석은 대답 대신 피식 웃고 말았는데 그 모습을 본 김준태가 아이러니한 표정으로 정현석을 향해 물어왔다.
“왜 웃으시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아, 기분 나빴다면 미안합니다. 장난이라기엔 많은 금액을 냈다고 하시면서 하는 행동은 전혀 그렇지 않은 후보처럼 보여서 말입니다.”
정현석이 의도된듯한 말로 김준태를 도발하자 김준태의 표정은 굳어갔다.
“세간에선 김 후보님의 목적은 내년에 있을 지방선거가 목적이라고 말해오더군요. 경기도지사 선거에 마음이 있을 거라고요. 그게 아닌 이상 후보 지지율 5%의 김 후보께서 완주할 이유가 없다고 말입니다.”
정현석은 그렇게 말하며 김준태의 표정을 살폈는데 김준태는 살짝 뜨끔 했는데, 정현석은 그 표정을 놓치지 않았다.
“1억을 내셨다고 하셨지요? 다섯 번의 지역 순회 투표에서 정견 발표, 한 번의 텔레비전 토론회치고는 1억이라는 돈은 많은 돈이긴 하지요.”
“무슨 말씀을 하고 싶으신 것인지······.”
“아, 나는 김 후보의 마음을 듣고 싶었던 겁니다. 목표가 경기도지사 선거라면 도움을 좀 드릴 수 있다고 말씀드리려 했는데, 끝까지 완주하시겠다고 하니 제가 할 말이 없군요. 식사하실까요?”
정현석이 그렇게 말하며 종업원을 부르는 벨을 누르려 하는 순간, 김준태는 정현석의 손을 붙잡고는 정현석을 마주 보았다.
“말씀 해주시지요.”
다급해 보이는 김준태의 얼굴을 바라본 정현석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현실을 한번 얘기해볼까요? 지지율 5%의 후보가 완전 국민 경선제에서 결선투표까지 갈 확률이 얼마라고 보십니까?”
“…”
“제가 따로 말씀을 드리지 않아도 잘 아실 거라고 생각하겠습니다. 잘 아시는 분이 왜 구윤서와 한배를 타고 계십니까? 그것도 구윤서 후보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말입니다.”
“한배를 탄 것이 아니라 가능성이 큰······.”
“국민 경선제와 결선 투표제. 두 가지 다 도입한다고 해서 김 후보한테 도움이 될까요?”
정현석은 싱긋 웃으며 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역선택이 들어오면 김 후보의 득표율은 더 줄어들 겁니다. 지지율 그대로 5%만 받아도 이득이라 생각하시겠지요. 이름을 알릴 수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역선택 표가 구윤서가 아닌 김 후보를 뽑을 이유가 있습니까? 꼴찌 후보를요?”
“…”
“김 후보의 득표율은 두고두고 웃음거리가 될 겁니다.”
“정 대표님, 잘 알겠습니다. 전 국민 경선이 두려우신 거군요? 그러니 그것을 경선규칙에서 배제하기 위해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고요? 하지만, 전 국민 경선을 진행해야 제가 그나마 이름을 알릴 수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김준태의 말에 정현석은 크게 웃으며 김준태를 바라보았다.
“하하, 김 후보님. 제가 왜 국민 경선을 싫어할 거라 생각하십니까? 우리 네 명의 후보 중 국민 경선을 했을 때 제일 유리한 게 접니다. 그런데 제가 국민 경선을 싫어해요?”
“역선택이······.”
“역선택이 들어와봤자 얼마나 들어오겠습니까? 제 대세론을 꺾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정현석이 그렇게 말하자 김준태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정 대표님, 이제 속 시원하게 말씀해주십시오. 정 대표께서 원하시는 것과 저를 위해 해주실 수 있는 것을 말입니다.”
“경선 규칙협상에서 제 편에 서시지요. 그렇게 된다면 김 후보께서 정말 원하는 내년 경기도지사 선거에 유리한 판을 깔아드리겠습니다.”
“유리한 판이요?”
“경선 이후 제가 대선 후보가 되었을 때 경기도 선대위 공동 위원장 자리를 드리지요.”
정현석의 제의에 김준태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경기도 선대위원장직이면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니기도 좋을 테고, 오히려 대선 후보 경선보다 더 지역에 본인을 알리시기엔 좋을 겁니다. 또, 말씀하셨듯 국민 경선제도 찬성하겠습니다. 김 후보께 도움이 된다면요.”
정현석이 한마디 더 하자 김준태는 고민에 빠진 듯 아무런 말을 하지 않았다. 정현석 또한 김준태가 고민할 시간을 주는 듯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그를 바라만 보고 있었다.
그때, 두 사람의 정적을 깨는 요란한 진동 소리가 울려왔고, 정현석은 테이블 위에 올려둔 휴대전화를 들고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캠프에서 연락이 왔는데 받아봐도 되겠습니까?”
“아이고, 그럼요. 얼른 받아보셔야지요.”
김준태의 말에 정현석은 싱긋 웃으며 휴대전화 통화버튼을 눌렀다.
“그래? 조현철 의원한테 내가 직접 감사 인사를 전해야겠어. 그래, 약속 잡아줘.”
의도치 않게 들려오는 정현석의 통화 내용에 김준태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해갔다. 특히 조현철의 이름이 나오자 안절부절못하는 사람처럼 변해갔는데, 정현석이 전화를 끊자 김준태는 재빠르게 정현석을 바라보았다.
“돕겠습니다. 정 대표님께서 우리 당 대선후보가 되실 수 있게 제가 돕겠습니다.”
김준태의 말에 정현은 김준태의 손을 맞잡고 크게 미소를 지었다.
**
“오늘은 말씀드렸듯 경선 규정을 정하는 최종 회의입니다. 앞서 네 차례 회의에서 공통으로 나왔던 안건을 오늘은 표결에 부치려 합니다. 이의 없으시지요?”
보수당 대통령 후보 경선 규정 협상이 열리는 회의장.
대선 기획단장인 한윤성은 임건식과 지훈을 바라보며 물었고, 두 사람이 이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자 의외라는 듯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훈과 임건식의 맞은편에 앉은 구윤서의 대리인도 지금까지 회의 때마다 안건에 반대해온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자 순간 불안한 듯 다른 후보들의 대리인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그들 또한 별다른 내색 없이 앉아 있자 안심하고 한윤성을 바라보았다.
“오늘 표결에 대해서는 대리인들께서 이의 없는 것으로 알고 안건에 관해 설명한 후 바로 표결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한윤성은 그렇게 얘기하며 자신의 앞에 놓인 문서를 읽어내려갔다.
“첫 번째 안은 완전 국민 경선제. 즉, 오픈 프라이머리에 관한 안입니다. 투표권이 있는 국민을 상대로 사전에 선거인단을 모집한 이후, ARS 투표와 현장투표 두 가지 투표 방식으로 진행하며 각 지역을 순회하는 순회경선은 5회로 한다.”
한윤성은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들고 대리인들을 바라보았다.
“이것이 첫 번째 안입니다. 바로 표결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찬성하시는 분들은 거수로 의견을 표해주시면 되겠습니다.”
한윤성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구윤서의 대리인은 손을 번쩍 들어 올렸고, 마상천과 김준태의 대리인 또한 손을 들어 올렸다.
“정현석 후보의 대리인께서는 거수하지 않으셨는데 따로 의견 표명도 하지 않으실 겁니까?”
“네.”
한윤성의 물음에 임건식은 짧게 대답을 했고, 한윤성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입을 열었다.
“완전 국민 경선제에 대한 안은 찬성 3표로 통과되었음을 알립니다.”
한윤성의 말에 구윤서의 대리인은 싱긋 웃으며 임건식과 지훈을 바라보았고, 두 사람은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었다.
“자, 그럼 다음 안건인 결선 투표제 도입에 대한 표결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1차 투표에서 최대 득표자가 과반을 넘는 득표율을 획득하지 못했을 때 1, 2위 후보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진행한다.”
한윤성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표결을 알려오는 말을 해왔다.
“두 번째 안에 대해 바로 표결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찬성하시는 대리인분은 거수로 의견을 표해주십시오.”
한윤성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구윤서의 대리인은 마치 자신의 완승이라는 듯 씩 웃으며 지훈과 임건식을 바라보며 손을 들어 올렸다.
“구윤서 후보의 대리인을 제외한 대리인들께서는 반대의 의견이라고 봐도 되겠습니까?”
구윤서의 대리인은 한윤성의 말이 이상하다 느끼고는 재빨리 다른 후보의 대리인들을 바라보았는데 그들은 손을 들어 올리지 않고 있었다.
“좋습니다. 결선투표 안건에 대해서는 반대 3표로······.”
“자, 잠시만요!”
한윤성의 표결을 마치려고 하자 구윤서의 대리인은 재빠르게 표결 진행을 멈추고는 마상천과 김준태의 대리인을 향해 눈빛을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의도적으로 자신의 눈빛을 피하는 것 같았고, 맞은편에 앉은 지훈과 임건식을 바라보았는데 두 사람이 자신을 향해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어오자 상황파악이 끝난 듯 의자에 털썩 기댔다.
‘당했구나······.’
“구윤서 후보의 대리인께서는 표결을 멈추신 이유가 있으십니까?”
한윤성이 그리 묻자 구윤서의 대리인은 넋이 나간 듯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따로 이견이 없으신 거 같으니 표결을 계속해서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결선투표 안건은 반대 3표로 기각되었음을 알립니다. 이로써 대선 후보 경선 규정 최종협상을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가장 중요했던 선거방식에 관한 규정을 합의했으니 세부 규정은 후에 따로 조율하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한윤성은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 후보 대리인들과 악수를 하러 다가갔다. 구윤서 대리인의 앞에 선 한윤성이 손을 내밀자 그는 무언가 기분이 나쁜 듯 획 몸을 돌려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
“수고했다.”
“아닙니다. 대표님과 임건식 의원님께서 누구보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정현석 캠프에서는 지훈과 임건식이 오늘 있었던 경선 규정 협상에 관해 정현석에게 보고하고 있었다.
“내가 뭐 한 게 있어야지. 그냥 가서 캠프의 자리만 약속하고 돌아왔을 뿐인데.”
임건식은 마상천과 만나 담판 협상을 지었던 참이었다.
“그래도 직접 협상을 하는 것 만큼 어려운 일이 있겠습니까?”
“아니야. 두 사람의 목표가 지방선거일 거라고 예상한 게 적중하니 쉬웠어.”
“그래, 그 얘기를 좀 들어보자. 조현철 얘기가 나오자마자 김준태가 덥석 내 손을 잡던데.”
정현석과 임건식이 자신을 향해 물어오자 지훈은 씩 웃으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마상천과 김준태 후보 두 사람은 예전부터 각각 경북도지사와 경기도지사를 노리는 것과 같은 인터뷰들을 해오셨습니다.”
“그래, 그러니 모두가 두 사람의 목적은 내년 지방선거라고 말해왔던 거고.”
임건식이 거들 듯 말해오자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두 분에게 사실 경선 규정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경선의 효과가 그다지 크지 않을 거라는 걸 얘기해주고, 반대급부인 이득을 제의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럼 조현철은 뭐야?”
“조현철 경기도당 위원장 또한 김준태 후보와 마찬가지로 내년 지선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나갈 것으로 예상되는 분이죠.”
“그렇지.”
“오래전부터 조현철 경기도 당협위원장께서는 대표님을 지지 선언하겠다 말씀해오셨습니다. 워낙에 대표님 지지 선언을 하겠다는 분이 많아 바람을 이어가기 위해 지지 선언을 순차적으로 해오고 있었습니다.”
“그 순서를 그럼 앞당긴 거야?”
“네. 내년 지선 최대 경쟁자인 조현철 위원장께서 이번 경선에서 대표님을 지지하기로 했다는 소리를 듣고 김준태 후보는 불안해졌을 겁니다.”
지훈이 그렇게 얘기하자 정현석과 임건식은 웃으며 지훈을 바라보았다.
“내년 지선을 위해 이름을 알리러 나온 경선이 오히려 자신의 발목을 잡을 거라 생각했겠죠. 이번 경선에서 괜히 대표님과 척을 지면 정현석을 지지했던 표가 자신에게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말입니다. 마상천 후보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번 일은 사실 할 게 별로 없었습니다. ‘정현석 대세론’이 다 해준 거라고 봐도······.”
“아니야, 아니야. 그것을 이용하는 것도 능력이야. 대표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말해 뭐하겠습니까? 이번에도 지훈이 덕에 잘 넘어갔지요.”
임건식의 물음에 정현석은 만족스럽다는 듯 지훈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사실, 저는 결선투표에 갔어도 대표님께서 과반의 득표를 하실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불확실한 도박은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생각했고, 대표님께서도 그것을 원하셨으니 가장 쉬운 방법을 택했습니다.”
“어쨌든, 나에게 불리할 수 있었던 규정을 바로잡았다는 것 그거 하나로도 칭찬받아 마땅해.”
정현석의 칭찬에 지훈은 웃으며 고개를 숙여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임 의원도 그렇고, 김 팀장도 열심히 해줬는데 후보인 내가 뒤떨어져선 안 되겠지요. 자! 오늘도 열심히 표를 벌러 가봅시다.”
정현석이 그렇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지훈과 임건식은 웃으며 정현석의 뒤를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