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isor Jihoon Kim RAW novel - Chapter 167
166. 대권가도 (3)
“내일 저녁이 첫 생방송 토론회인데 아직도 제보가 안 들어왔나?”
구윤서의 캠프, 구윤서는 아침부터 캠프의 간부들을 불러모아 쪼아대고 있었다.
“확실하게 대답 좀 해보지, 제보가 들어오지 않는 건가 아니면 자네들이 능력이 없는 건가?”
“별다른 제보가 없습니다. 아무래도 당내 경선이다 보니, 제보가 적은 것도 한몫하고··· 또, 정현석 대표가 국회의원 임기 초부터 꽤 관리를 해온 모습입니다.”
“가족은 어때?”
“네?”
“정현석이 태산그룹 둘째 아들 아닌가? 파면 팔수록 구린 게 나올 텐데 말이야.”
구윤서의 말에 캠프 간부들은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구윤서를 바라보았다.
“의원님, 당내 경선입니다. 어쨌든 같은 식구인데 가족일까지 들먹일 필요 있겠습니까? 당에서도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만약에 대선 후보로 선출된다고 하더라도 지난 대선처럼 반쪽짜리 선거운동을 할 수도 있습니다.”
캠프 총괄팀장 박성환은 지난 대선 상황을 얘기하며 최대한 만류하는 쪽으로 얘기해나갔다.
“그래서, 정현석이 가족 쪽은 파볼 게 있다는 건가, 없다는 건가? 그것만 얘기하지.”
하지만, 구윤서는 자신이 원하는 답을 들을 때까지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없습니다. 이미 문제가 될 것들은 지난 당 대표 경선 때 다 털고 갔고, 국회에 들어올 때부터 태산그룹과 거리를 둔 것으로 보입니다. 아니, 오히려 태산그룹에 들이받기까지 했습니다.”
“참, 이것도 없다, 저것도 없다. 내가 믿어야 하나?”
“사실입니다.”
박성환의 단호한 답변에 구윤서는 기가 찬다는 듯 혀를 찼다.
“없으면 만들죠?”
그때, 테이블 한쪽에 앉아 있던 한 남자가 입을 열자 구윤서는 활짝 웃는 얼굴로 남자를 바라보았다.
“하하, 역시 서 팀장이야. 그래, 생각하는 것은 있고?”
“의원님, 서 팀장님! 제보받은 것의 규모를 키우는 일과 없는 것을 만들어내는 일은 다른 일입니다. 그것은 범죄예요.”
총괄팀장 박성환은 다급한 말투로 두 사람을 향해 말했지만, 두 사람은 관심이 없다는 듯 박성환의 말을 무시하고는 얘기를 이어나갔다.
“정현석에 대해 조사를 좀 해보니, 대학 시절 얘기가 비어있더군요.”
“그래?”
“네. 본인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도 그렇고 대학 시절 얘기는 하지 않더라고요. 그 부분을 가지고 한번 찔러 보죠.”
“찔러 본다니?”
“돈 있는 집안의 자제가 대학 시절에 할 게 뭐가 있겠습니까?”
“술 먹고 놀았겠지.”
구윤서의 말에 서 팀장이라 불리는 인물은 손가락을 튕기며 구윤서를 바라보았다.
“놀았던 인간이 낙제도 없이 군 제대 이후 바로 졸업을 했습니다.”
“돈이 오갔을 거라 생각하는 건가?”
“뭔들 없었겠습니까? 정현석이 대학 다닐 때는 부잣집 아들은 돈으로 대학 들어간다는 얘기도 있었던 시절 아닙니까? 어차피 우리는 한번 찔러 보는 겁니다. 그럼 의혹은 언론과 여론이 알아서 키울 거고요.”
“좋아, 아주 좋아.”
구윤서는 서 팀장의 말에 만족한다는 듯 모두를 바라보았다.
“들었지? 공보팀은 일단 의혹을 던지고, 캠프에서는 정현석의 대학 시절 일들을 적극적으로 파보라고.”
구윤서의 말에 캠프의 간부들은 작게 대답을 했다.
“자, 서 팀장은 남고 다들 나가서 일들 해.”
구윤서의 축객령에 캠프의 간부들은 사무실 밖으로 나왔고, 모두가 한 사람의 눈치를 보며 제자리로 향했다.
“후······.”
긴 한숨을 내쉰 박성환은 직원들을 향해 큰 소리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부터 정현석 후보의 대학 시절 자료들을 모으겠습니다. 인터넷상에 떠돈다거나, 아니면 SNS에서 정현석 후보와 같은 시기에 같은 대학교에 다닌 사람을 찾아 적극적으로 정보를 모아주십시오. 그리고 공보팀장님 저 좀 보시죠.”
박성환의 말에 공보팀장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오자 박성환은 그에게 회의내용이 정리된 문서를 건넸다.
문서를 건네받은 공보팀장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해갔는데, 굳은 표정으로 박성환을 바라보았다.
“박 팀장, 이거 안 됩니다.”
“의원님의 명입니다.”
“책임은 누가 집니까? 이거 법적으로 책임질 사람이 있어야 누가 던지든 던지죠. 저는 못 집니다.”
공보팀장의 말에 박성환은 말문이 막힌 듯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서 팀장 작품입니까?”
공보팀장이 그렇게 묻자 박성환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의원님이 받으시는 거죠. 후보의 처남이라고 캠프 들어와서 없는 자리까지 만들어 바치니 세상 무서운 줄을 모르고 날뛰는 거 아닙니까?”
“쉿, 누가 듣습니다.”
“들으라지요. 이걸 누가 발표합니까?”
“내가 책임지겠습니다.”
“팀장님! 이걸 보면 정현석 캠프 쪽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공보팀장의 말에 박성환은 아무런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이거요, 고소, 고발해놓고 취하해주면 다행입니다. 혹시라도 취하를 바라고 이런 일을 하시는 거면 저는 못 합니다. 저는 책임 못 져요. 대응책도 없이 이게 뭡니까? 아마추어가 하나 들어와서 지금 후보를 흔들어대는데 참으실 겁니까?”
“후보께서 명령하셨으니 이제는 방법이 없습니다. 회견문 만들어주세요. 내가 직접 발표할 테니.”
박성환이 굳은 표정으로 얘기하자, 공보팀장은 한숨을 크게 내쉬고는 뒤를 돌아 자신의 자리로 향했다.
**
「구윤서 캠프, “정현석 후보, 입시부정, 학점 특혜 의혹 밝혀라.”」
「보수당 정현석 전 대표, 대학 시절 학점 취득 특혜 논란.」
「네거티브 불붙은 보수당 대선후보 경선 진흙탕 싸움 되나?」
-사실 아닌 거 알지?
“네.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대표님의 대학 시절이 밝혀지지 않다 보니 간을 보듯 던진 것 같은데 선을 넘은 것 같습니다.”
-그게 어디 밝혀지지 않은 건가, 별거 없으니 내가 말하지 않은 거지.
다음 날.
전날 밤, 급작스럽게 던진 구윤서 캠프의 마타도어(matador, 흑색선전: 없는 사실을 만들어 상대를 중상모략하는 행위)에 지훈은 새벽부터 캠프로 나와 정현석과 전화통화를 하고 있었다.
-어떡할 거야?
“못된 버릇을 고쳐주려고 합니다. 초장부터 잡고 가지 않으면 더 심해질 겁니다.”
-나는 어떻게 대응하면 되는 거지?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좋은 사람처럼 행동하시면 됩니다. 캠프에서 처리하고 보고 드리겠습니다.”
-행동이 아니라 짜샤, 좋은 사람인 거지.
자칫 심각해질 수 있는 분위기를 풀려는 듯한 정현석의 농담에 지훈은 웃음을 지었다.
-대학 시절 동기라도 데리고 오고 싶은데, 내가 대학 다닐 때 정말 조용히 다녔거든······ 미안하다. 번듯한 동기도 한 명 없네.
“아닙니다. 오늘 생방송 토론에 영향 가지 않게 이 일엔 신경을 쓰지 않으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 그럼 수고하고. 처리상황 보고해주고.
“네. 알겠습니다. 믿고 있겠습니다.”
-하하, 그래 인마! 믿어. 대구 분위기 좋다. 구윤서 텃밭에서 그 양반 누르고 서울로 금의환향할 테니까.
정현석과의 통화를 웃으며 끊은 지훈은 다시 심각한 표정으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장난이 너무 심해. 마타도어는 전략이 아니야.’
지훈은 혼자 고민하기를 멈추고는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를 들어 올렸다.
“이 의원님, 잠시 방으로 들어오시겠습니까?”
지훈은 그렇게 말하고는 수화기를 내려놓았고, 잠시 후 이승호가 지훈의 방으로 들어왔다.
“어우, 말도 마. 김 팀장 전화 아니었으면 종일 기자들 전화 상대하느라 죽었을 거야.”
이승호는 방으로 들어오자마자 의자에 앉으며 몸을 축 늘어뜨렸다.
“장난질이 너무 심해. 그저 네거티브일 거라고 예상했더니, 전혀 없는 사실을 지어내고 있어.”
이승호는 심각한 표정으로 지훈을 바라보았다.
“제 생각도 같습니다. 네거티브를 가장한 흑색선전을 해올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따로 해결하려는 거 아니지? 장난이 너무 심해서 캠프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지경이야.”
“아닙니다. 대가를 치러야겠죠. 선관위에 신고하고 마타도어 건은 검찰에 고발하려고 합니다.”
지훈은 그렇게 말하며 다시 전화기를 들고 공명선거팀 팀장과 조직팀장을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잠시 후, 두 사람이 동시에 사무실로 들어오자 지훈은 입을 열었다.
“공명선거 팀장님, 구윤서 후보 쪽 비위 사실 제보 들어온 것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할 것 같습니다.”
“정리라면?”
“선관위로 갈 것과 검찰로 갈 것을 구별해주세요.”
지훈의 말에 공명선거팀 팀장은 무슨 말인지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선거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선거법으로 정한 금지된 사항을 위반하는 것과 이번 구윤서 캠프가 정현석을 상대로 저지른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 후보를 비방하는 것과 같은 보편규범을 어기는 행위가 있다.
“그렇다면 캠프와 후보의 비위 사실부터 나누겠습니다.”
“좋습니다. 구윤서 캠프의 비위 사실은 바로 우리 캠프 차원에서 선관위에 신고할 겁니다.”
캠프의 회계사실 비위라던가, 법에서 금지한 것을 위반한 상황이라면 선관위에 신고하면 선관위에서는 바로 구윤서의 캠프의 비위 사실을 두고 조사하기 시작한다.
“마침, 구윤서 지지자 모임에서 불법 경선대책본부를 세웠다는 얘기가 들어왔습니다.”
“제보의 신빙성은요?”
“지지자 모임 내부에 있던 분이 제보해온 겁니다.”
공명선거 팀장의 말을 들은 지훈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보자의 팬클럽이나 지지자 모임을 결성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었지만, 통상 활동 범위를 벗어나는 지금과 같이 경선대책본부를 세우는 행동은 선거법상 할 수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와꾸 좋은데? 이거 보도자료 뿌리지?”
이승호의 말에 지훈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구윤서의 지지자들은 결국 우리 당의 지지자나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캠프 명의로 보도자료를 뿌린다면 득보다 실이 많습니다. 그냥 선관위에 신고하고 넘어가도록 합시다.”
“알겠습니다.”
“마타도어는?”
“바로 검찰로 넘길 겁니다. 조직팀장님.”
이승호의 물음에 지훈은 조직팀장을 불렀고, 조직팀장은 지훈을 바라보았다.
“캠프에 자원봉사자로 등록되신 분들 중에 법조인분들 있으시죠?”
“네. 있습니다.”
“구윤서 캠프 쪽에서 우리 후보를 상대로 한 허위사실 비방, 그리고 법적으로 문젯거리가 될만한 사항들은 전부 검찰로 고발할 수 있도록 그분들과 상의해서 진행해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지훈은 조직팀장의 답에 고개를 끄덕이며 이승호를 바라보았다.
“이 건은 보도자료를 뿌리겠습니다.”
“좋아. 허위사실이라고 확실히 못 박고, 검찰에 고발한다는 것까지 보도자료에 담기면 되는 건가?”
“네. 그리고 앞으로 검찰에 고발하는 건들은 전부 보도자료로 배포해주세요.”
지훈의 말에 이승호는 만족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네 사람이 한참 앞으로 있을 일에 대응하고 있는 그때, 지훈의 사무실 문이 급하게 열리며 윤도경이 환한 표정으로 지훈을 향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팀장님, 희소식입니다.”
“희소식이요?”
네 사람은 놀란 표정으로 윤도경을 바라보았는데, 윤도경은 휴대전화를 지훈에게 건넸다.
윤도경이 건넨 화면을 읽어내려가던 지훈의 입꼬리는 점점 올라갔다.
“준비해야 할 보도자료가 하나 더 늘어난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