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아이언 실드 VS 커뮤니티 실드 (5)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란 말인가!
마치 가위에 눌린 것처럼 알고 있지만, 꼼짝달싹할 수 없는 상황!
소름은 아직도 내 머리카락을 쭈뼛하게 만들었고, 암흑 속에서도 내 무릎이 위험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일단, 피해야 해!’
설명이 되지 않는 상황 속에서 나는 피하는 것만 생각했다.
왠지 피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고,
다시 부상으로 내 소중한 시간을 날려 버릴 수 없었다.
‘X팔! 뭔지 모르겠지만, 다치는 건 절대 안 돼! 으악!’
그래도 생각은 내 의지대로 계속 이어지고 있었다.
나는 모든 신경을 오른 다리를 드는 것에 집중했다.
그런데 레그 프레스를 미는 것만큼이나 다리가 무거웠다.
‘흐읍!’
까득!
“!”
치아가 입술에 닿는 시간이 길게 느껴질 정도였지만,
정신을 더 집중하기 위해 되는대로 입술을 깨물었다.
혀에서 비릿한 맛이 느껴지는 순간!
솨아아아 – !!!
캄캄해진 시야가 돌아오며 느려졌던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느낌과 동시에 다리가 가벼워졌다.
파악!
차락!
나는 있는 힘을 다해 몸을 앞으로 굴렀다.
발목 위의 스타킹에 파블로의 스터드가 걸리는 것 같았지만, 깊게 들어오는 느낌은 없었다.
삐이이이 – !!!
오늘 경기에서 주심이 분 휘슬 소리 가운데 가장 크고, 길게 울렸다.
우우! 우우우우 – !!!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 -!!!!!!
그리고 숨 막힐 것만 같은 지독한 야유가 쏟아졌다.
아이언들도 프리시즌 동안 야유를 집중적으로 훈련한 것 같다.
나는 야유를 이불 삼아 그라운드에 엎어진 채로 눈을 감고, 그대로 있었다.
이제 내게 가장 두려운 건 지금 눈을 뜨는 것이다.
“야! 이 새끼야! 너 뭐 하는 짓이야!?”
이건 분명히 로빈이다.
파블로에게 따지고 있는 것 같았다.
“로빈! 참아!”
“릴! 너 같으면, 참을 수 있어!? 이 새끼 지금 선수를 죽이는 태클을 했다고!”
“로빈! 오버하지 마! 살인 태클이라니!?”
“흥! 제임스! 같은 편이라고 그러지 마라! 주장이면, 주장답게 행동해!”
“뭐!? 죽고 싶어!?”
“뭐라고! 이 새끼야!”
삐비비비비 – !!!
“로빈! 진정해!”
“뭐 하는 거야!? 저기 한이 쓰러진 거 안 보여!? 한스 박사님 빨리요!? 주심! 빨리 의료진 들어오라고 해요!?”
삐빅!
로빈이 제대로 눈이 돌아갔다.
이건 요가고, 명상이고 아무 소용이 없다.
지금 상태의 로빈을 말릴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고 봐야 했다.
데이비드와 데릭의 목소리가 들리는 것이 그래도 다행이었다.
적어도 로빈을 힘으로 막아 줄 데릭과 달래 줄 데이비드가 있다는 것이니까.
데릭의 큰 목소리가 한스 박사님을 부르고 있었다.
박사님께 어떻게 설명해 드려야 할지 도저히 감이 잡히지 않는다.
“주심! 이건 퇴장이에요! 너무 위험했어요! 경고 수준이 아닙니다!”
데이비드가 주장으로서 주심에게 항의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으로 보아 그래도 로빈이 흥분을 조금 가라앉힌 모양이었다.
나는 이제 주위의 소리에는 신경을 끄고, 내 몸 상태를 살피는 데 집중했다.
다행인 것은 다리에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깨물었던 입술이 화끈거리고, 급하게 앞으로 구른 탓에 등허리가 뻐근한 것이 느껴지는데도 말이다.
확실하게 다리는 괜찮았다.
물론, 박사님께서 보시면 더 정확해지겠지만.
타다닥 –
“한! 이봐! 한!?”
스륵 –
한스 박사님이 다급하게 나를 부르는 소리에 그제야 나는 엎어진 자세에서 몸을 돌려 바로 누웠다.
“한! 괜찮아!? 응? 말은 할 수 있겠어? 눈 좀 떠! 응? 한!”
박사님의 목소리에 걱정이 가득했다.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박사님의 수명이 줄어들 것만 같아 두려운 마음을 이겨 내고 눈을 살짝 떴다.
“박사님. 제 눈 괜찮아요?”
“응!? 어디?”
내가 너무 조금만 떴나 보다.
“제 눈 괜찮아요?”
“무슨 소리 하는 거야? 느껴지는 통증을 얘기해 봐!”
아!
그러고 보니 뻑뻑했던 눈의 느낌이 사라졌다.
확 –
나는 상체를 급히 일으키며 눈을 비볐다.
“그, 그렇게 갑자기 일어나면!”
“박사님! 제 눈 좀 살펴봐 주세요!”
“응?”
박사님이 그제야 내 얼굴을 자세히 살피셨다.
“입술은 왜 이래?”
“앞으로 구를 때, 잔디에 부딪혔어요.”
“눈에 뭐 들어간 거 같아?”
딸각 –
박사님이 작은 손전등으로 내 눈을 살폈다.
“이상은 없어. 동공의 움직임도 정상이고, 이물질이 보이지도 않아. 다리는? 허리는?”
“아픈 곳은 없지만, 한 번 살펴봐 주세요.”
나는 들것으로 몸을 뉘며 말했다.
확실하게 봐 두는 것이 나았다.
“이런 스타킹이 찢어졌구나!”
들것 위에 누워 있는 나의 다리를 잠깐 보던 박사님이 발목 옆쪽에 찢어진 부위를 발견하셨다.
파블로의 스터드에 걸린 곳이 분명했다.
우리 쪽 벤치 앞에서 박사님이 내 축구화를 벗기더니 스타킹을 내렸다.
안에는 테이프가 이중으로 감겨 있었다.
“더운 날인데, 테이핑을 잘해 두었구나.”
“예. 점점 저를 수비하는 쪽에서 거칠게 나오니까요.”
“잘했어. 다른 외상은 보이지 않아. 피부도 벗겨지지 않았고. 테이프를 다시 감고, 스타킹을 새것으로 바꾸자.”
“예.”
다행이었다.
‘도대체 아까 그 느낌은 뭐였지?’
나는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오자, 아까의 느낌에 대한 의문이 머리를 가득 채웠다.
하지만 아직 한스 박사님께 말씀드릴 생각은 없었다.
내가 설명할 수 없는 일을 누가 믿어 준단 말인가?
* * *
“아니! 옐로카드가 말이 됩니까!? 예!?”
“벨! 뒤로 물러나! 계속 이야기하겠다면, 네게도 카드를 줄 수밖에 없다!”
“이건 아니잖아요! 예!?”
“진정해! VAR을 확인할 테니!”
데이비드가 주심에게 거칠게 항의하는 이유는 파블로의 파울에 옐로카드를 줬기 때문이었다.
삑!
“공을 향했다! 내 판단이 맞아!”
그리고 VAR까지 확인을 마친 주심은 자신의 판단대로 경기를 진행할 것을 얘기하며 프리킥 지점에 하얀 스프레이를 뿌렸다.
“젠장!”
“데이비드! 그만해!”
화가 잔뜩 난 것은 로빈도 마찬가지였지만, 여기서 더 항의하는 것은 손해였다.
데이비드를 벤치 쪽으로 잡아끌며 일단 진정시키고, 한치우를 확인했다.
“괜찮아. 걱정하지 말고, 이럴 때라도 좀 쉬고 있어.”
한치우가 들것에서 일어나며 한스 박사와 함께 벤치 앞에 앉았다.
스타킹과 테이프를 갈기 위해서였다.
“선수 교체!”
파블로도 바로 페란과 교체되었다.
아웃라인으로 나간 파블로가 테이프를 새로 감고 있는 한치우 쪽으로 시선을 잠깐 돌렸다.
그의 얼굴은 자신을 탓하는 마음이 드러나 있었다.
한치우에게 사과를 하고 싶었는지 발걸음이 잘 떨어지지 않는 눈치였다.
‘후! 정말 최악이야!’
하지만 파블로는 고개를 숙인 채로 그냥 라커룸을 향했다.
자신의 진심과는 다르게 다른 선수들이 오해할 여지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바닥으로 떨어진 그의 표정은 라커룸 안에서도 쉽게 마음을 추스르지 못할 얼굴이었다.
“괜찮은 건가!?”
“예. 감독님.”
“특별한 외상이나 통증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그랜트 감독이 한치우의 상태를 확인했다.
“후 – ! 다행이군.”
한치우의 대답과 한스 박사의 설명에 그랜트 감독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경기를 진행하려 합니다!”
그때, 대기심이 주심의 신호를 받고 웨스트햄의 벤치를 향해 외쳤다.
“마이크! 마이크에게 차라고 해!”
“마이크!”
경기를 더 지체할 수는 없었기에 그랜트 감독이 마이크에게 프리킥을 차라고 지시했고, 영 코치가 그라운드 쪽으로 신호를 주었다.
프리킥의 위치는 페널티 에어리어 앞 중앙이었다.
당연히 키커는 한치우였지만, 아직 치료가 끝나지 않은 한치우를 바로 투입할 수는 없었다.
‘내, 내가 차야 해! 저 프리킥은 내 것이야!’
스타킹을 새것으로 갈아 신던 한치우의 고개가 돌아갔다.
‘뭐, 뭐지!?’
한치우는 순간 깜짝 놀랐다.
그동안에는 느껴보지 못한 탐욕이 저 깊은 곳에서 꿈틀대고 있었던 것이다.
평상시에는 그랜트 감독의 지시에 어떤 다른 마음도 생기지 않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왜, 왜 이렇게 마음 한쪽이 답답하고, 짜증 나는 거야!?’
꽈악!
한치우는 축구화 끈을 세게 조이며 마음을 진정시키려 노력했다.
마음이야 어떻든 감독의 지시였다.
“다 됐습니다.”
대기심이 한치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주심에게 신호를 보냈다.
프리킥 지점에는 마이크가 서 있었고, 위고가 큰 소리로 외치며 수비벽을 조정하고 있었다.
삐비빅 –
주심의 휘슬이 다시 울리고, 한치우도 그라운드로 복귀했다.
“한! 내가 차도 될까?”
“괜찮아. 감독님의 지시에 따라야지. 내가 앞에서 한 번 타이밍을 바꿔 볼게.”
“알았어!”
한치우와 마이크가 공을 가운데에 두고 좌, 우로 갈라섰다.
골대를 노려보는 한치우의 눈동자가 탐욕으로 번들거리고 있다는 것을 본인은 모르고 있었다.
삑!
차도 좋다는 신호가 떨어지고,
파바바 –
한치우와 마이크가 거의 동시에 공을 향해 힘차게 달렸다.
“!”
‘참아!’
하마터면 공을 그대로 찰 뻔했다.
한치우는 정신을 바짝 차리고, 공 위를 그대로 넘어갔다.
뻐엉 – !!!
수비벽 오른쪽으로 몸을 피한 한치우의 뒤에서 강하게 공을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터엉 – !!
“아!”
마이크의 프리킥은 아쉽게도 왼쪽 골대 모서리 상단을 맞추며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아쉬운 탄성이 한치우의 가슴을 울리고,
‘내가 찼어야 했어! 내가!’
다시 고개를 쳐드는 욕심에 한치우는 눈을 감았다.
“자리 잡아!”
“내려! 수비 위치 확인해!
“내려와! 내려와서 쉬어!”
하프 라인에서 자리 잡고 서 있던 수비들의 외침이 그라운드를 울렸다.
“미안해!”
“괜찮아! 더 연습하자! 내가 피하는 게 늦었어!”
‘역시 그냥 내가 찼어야 했어.’
내려가면서 사과하는 마이크의 말에 한치우는 시선을 피하며 괜찮다고 얘기해 줬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속마음은 전혀 괜찮지가 않았다.
* * *
페란이 들어온 맨시티는 4-2-4의 진형을 만들며 아이언 실드를 강력하게 두드리겠다는 의지를 보여 주었다.
페란은 데이비드의 옆으로 잡으며 최전방에서 중앙을 흔들었고, 양쪽 윙 포워드는 수시로 위치를 바꾸며 폴과 리치를 힘들게 했다.
“폴! 좋아!”
“리치! 조금만 더 견뎌!”
데이비드는 페란을 막는 와중에도 외치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폴과 리치는 데이비드의 독려가 아니었다면, 몇 번이나 상대를 놓치고 말았을 것이다.
파바바바 –
왼발을 잘 쓰는 지몬이 공과 함께 어느새 말렉과 자리를 바꿔 왼쪽 코너 플래그를 향해 질주하고 있었다.
파앙 –
리치의 다리가 들리기 전에 빠르게 올라간 크로스가 페란의 머리를 향했다.
팍!
데이비드의 몸이 솟구치며,
퉁 –
“막아!”
먼저 머리로 공을 건드렸지만, 아쉽게도 떨어지는 공을 다시 잡은 것은 필립을 달고 다니는 히카르두였다.
투욱 –
히카르두는 공을 잡는 시간을 최대한 줄이며 바로 폴의 키를 넘겨 달려가는 말렉의 앞으로 공을 떨어트렸다.
파박!
공이 공중에서 머무는 동안, 폴이 재빨리 몸을 돌려 공을 잡은 말렉의 앞을 막아섰다.
‘어디로? 크로스? 돌파?’
폴의 머릿속이 복잡했다.
페란이 들어오기 전까지는 주로 컷백을 많이 시도했지만, 이제 공격수의 수는 늘어났고, 수비하는 사람이 생각해야 할 것은 많아졌다.
‘어리다고 얕봐서는 안 돼.’
필립처럼 얼굴에 주근깨가 가득 박힌 말렉의 앳된 겉모습에 방심하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았다.
휘익 – 휙!
공 위로 말렉의 발이 몇 번 지나가며 돌파하겠다는 의지를 폴에게 보여 주었다.
폴은 허리를 숙이고, 다리에 힘을 주어 긴장을 유지했다.
퉁 –
크로스는 아니었다.
오른발 끝으로 공을 가볍게 띄운 말렉의 시선을 따라 폴의 고개가 돌아갔다.
팍!
어느새 폴의 뒤로 달려온 히카르두가 필립의 앞에서 점프하는 것이 시선에 들어왔다.
툭 –
그리고 이어지는 헤더는 공의 진행 방향을 더 뒤로 이끌었다.
파악!
그래도 이번에는 헤르만이 튀어나오며 공중에서 공을 잡아 바닥으로 떨어졌다.
짝! 짝!
“좋아! 이제 전반전이 얼마 남지 않았어! 조금만 더 집중해!”
데이비드가 손뼉을 치며 동료를 격려했다.
솔직히 지금 공격에서 히카르두가 깊숙이 침투할 것을 예상하지 못했다.
지금 파블로가 빠진 중앙의 공간을 히카르두가 어느 정도 채워 주고 있었다.
피지컬이 약한 파블로가 빠진 것이 웨스트햄의 수비를 더 힘들게 하고 있었다.
로빈은 프레디를 막아 주고 있었고, 한치우는 페트릭을 견제하고 있었다.
맨시티의 늘어난 공격 숫자는 릴과 마이크가 중앙 이동을 쉽게 할 수 없게 하는 효과도 있었다.
하프 라인에서 전반전 추가 시간이 칠 분이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프레디와 페트릭도 파블로의 몫까지 하느라 숨이 입 밖에서 터져 버릴 것 같았지만, 어떻게든 전반전 안에 만회하려고 쉴 새 없이 움직여 주고 있었다.
지금 전반전이 종료되기를 가장 원하는 사람은 맨시티에서는 프레디와 페트릭이었고, 웨스트햄에서는 폴과 리치였다.
이런 상황에서 헤르만이 공의 소유권을 찾아온 것은 천만다행이었다.
헤르만은 지쳐 있는 동료를 위해 최대한 천천히 잔디에서 몸을 일으켰다.
퉁 – 퉁 –
그리고 몇 번 공을 바닥에 튀기며 멀리 찰 것 같은 움직임을 보여 주었다.
삑!
그때, 주심의 휘슬이 울리고, 헤르만에게 옐로카드를 꺼냈다.
시간을 너무 끈 것이었다.
‘젠장!’
파악!
헤르만은 어쩔 수 없이 굳은 얼굴로 공을 힘껏 던졌다.
공은 하프 써클 아래에 서 있는 로빈에게 향했다.
프레디가 한치우를 견제하기 위해 좀 더 뒤로 물러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빈! 내게 줘!”
한치우가 뒤에 있는 페트릭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지 로빈에게 바로 줄 것을 크게 외쳤다.
그래도 프레디는 재빨리 로빈에게 뛰어가는 것을 망설이지 않았다.
한치우에게 연결되더라도 쉽게 놔두지는 않겠다는 의지였다.
퉁 – 팡!
로빈이 뒤에서 느껴지는 발소리에 날아오는 공을 가슴으로 떨어트리고, 발로 가볍게 맞추었다.
하지만 공은 한치우의 머리를 넘어 중앙으로 달려오는 마이크의 앞쪽 공간으로 떨어졌다.
마이크가 상대하는 풀백을 잘 떨쳐 내어 달려와 주었고, 아무래도 페트릭이 바짝 붙어 있는 한치우에게 연결하는 것이 부담스러웠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촤아아악 – 투웅 –
“아!”
페트릭이 한치우를 놔두고 바로 몸을 돌려 잔디 위를 미끄러지며 마이크보다 앞서 떨어지는 공을 발로 걷어찼다.
“좋아!”
히카르두가 하얀 치아가 다 보이도록 커다란 미소를 지으며 재빨리 공을 향해 뛰었다.
휙 – 휙 –
그림자처럼 쫓아오는 필립의 판단에 혼란을 주기 위해 상체를 크게 움직이는 것도 잊지 않았다.
퉁 –
공을 밟고 몸을 돌릴 것처럼 자세를 잡은 히카르두가 뒤에서 미는 필립의 힘을 버티며 왼발 아웃사이드로 공을 감아올렸다.
샤아아아 –
공은 바나나의 곡선을 그리며 다시 폴의 머리를 넘겼다.
“아, 안 돼!”
계속 이어지는 상대의 공격에 다리가 무거워진 폴은 바로 반응을 할 수 없었다.
그리고 폴의 눈에 이번에는 말렉이 아닌 지몬이 떨어지는 공을 잡는 것이 보였다.
파바바박!
“어!?”
그런데 한치우가 놀란 폴의 옆을 스치며 미친 속도로 지몬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수비를 맡겨 달라는 데이비드의 말을 잊어버렸는지 바로 크로스를 올리는 지몬의 발 앞으로 한치우의 다리가 올라갔다.
퍼엉! 텅!
지몬의 크로스는 한치우의 왼쪽 다리에 달린 신가드 부분을 맞으며 반대로 튕겨 나갔다.
‘이번에는 잡는다!’
폴이 인상을 구기며 고개를 들어 떨어지는 공의 위치를 확인하고 몸을 돌렸다.
“!”
뻐어엉 – !!!
하지만 한치우의 뒤를 쫓던 페트릭이 고개를 돌리는 폴의 앞에서 떨어지는 공을 발등으로 정확히 때렸다.
공은 순식간에 폴의 머리 옆을 지났고,
촤르르 – !!!
헤르만이 손이 닿지 않는 골대 왼쪽 상단으로 빨려 들어가고 말았다.
“우와! 우와아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페트릭의 고함과 맨시티 팬들의 함성이 동시에 그라운드를 울려 댔다.
결국, 맨시티는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동점 골을 터트려 버렸다.
팍! 팍!
헤르만의 주먹이 죄 없는 잔디를 때렸고,
“젠장!”
데이비드가 허망하게 골대 안으로 들어간 공을 쳐다보다가 눈을 감아 버렸다.
“하아!”
“악!”
폴과 마이크가 다리가 풀렸는지 골대 앞에서 주저앉아 버렸고,
로빈과 필립은 고개를 떨구고 말았다.
저 멀리서 맨시티의 세리모니가 이어지는 가운데,
시간이 멈춘 듯 움직임이 없는 웨스트햄의 선수들 가운데 오직 한 명만이 골대 안으로 달려가고 있었다.
처억!
한치우는 골대 안에 멈춰있는 공을 안았다.
“하, 한?”
헤르만이 그 모습에 한치우를 불렀지만, 들리는 대답은 없었다.
꿀꺽!
대답 대신에 한치우의 몸에서 건들지 말라는 강력한 아우라가 피어올라 헤르만은 더 부르지 못하고 침을 삼켜야 했다.
주위에 있던 폴과 리치는 한치우의 모습에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한! 이제 전반전이 끝났을 거야!”
그나마 데이비드가 하프 라인을 향해 가는 한치우의 등에 대고 겨우 소리를 질렀다.
“정신 안 차려?”
그때, 한치우가 마치 짐승의 울음소리 같은 목소리를 냈다.
“뭐, 뭐?”
“정신 차려! 이 새끼들아! 휘슬이 울렸어!? 끝나!? 지금 장난해!?”
“!”
데이비드는 순간, 한치우에게서 살기 비슷한 것을 느끼며 소름이 돋았다. 공을 들고 서 있는 한치우가 귀신처럼 보였기 때문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