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갈등
토요일 밤.
여느 때면 응원가를 부르고, 버블송을 부르고, 선수들의 이름을 부르며 시끄러웠을 동런던이 조용했다.
펍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조용히 맥주를 마시고 있을 뿐이지, 분노를 표현하며 화를 내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표정에서 쉽게 무엇을 느끼기는 어려웠다.
쉽을 찾은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원정을 다녀온 ICF와 리얼 아이언 멤버들이 축 처진 모습으로 테이블에 앉아 맥주를 들이켤 뿐이었다.
“확실히 쉽지 않네요. 강팀을 상대할 때는 묠니르가 있어야 해요. 아직 맥스는 경험이 많지 않아서 두, 세 명이 압박하고 들어올 때는 확실히 당황하는 모습이에요. 데릭이나 아슈르 역시 골대 앞에서 실수가 잦아졌어요. 마이크와 페어의 크로스도 결국, 꽁꽁 묶이고 말았죠. 후! 정말 어렵네요. 선수들이 못한 게 아니어서 더 마음이 아프네요.”
“하 – 아! 선수들도 힘들 거야. 솔직히 백 퍼센트 경기에 집중할 수 없을 것 같아. 그리고 두려움도 있겠지.”
지미와 칼튼이 바에 앉아 한숨을 나눠 쉬고 있었다.
차라리 엉망인 경기를 했다면 화도 내고, 욕도 하고, 그러면서 기분이라도 좀 풀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팬들도 알고 있었다.
선수들도 힘들다는 것을 말이다.
쾅!
“프랭크! 진정해!”
“놔! 놔!”
“진정하라고! 지금 흥분하는 사람이 어디 있어!?”
“그게 문제라고!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됐지!?”
“가만 있어!”
“놔! 놓으라고!”
그때, 한쪽 구석이 소란스러워졌다.
테이블 하나를 차지한 다섯 명의 남자 가운데 한 명이 흥분하며 소리 지르고 있었고, 옆에 친구도 보이는 사람들이 그를 말리고 있었다.
검은색 티셔츠를 맞춰 입은 것으로 보아 ICF의 멤버들이었다.
“무슨 일이야!?”
“왜 그러는데? 놔 줘. 괴로워하잖아.”
조용하던 분위기를 깨 버린 덕분에 주위에 있던 다른 멤버들의 관심이 쏟아질 수밖에 없었다.
“아니! 이 녀석이 자꾸만 리더에게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신경 쓰지 마. 이 자식 취했으니까!”
“나 안 취했어! 우리는 ICF라고!”
“조용해!”
“이 자식 입 막아!”
“데리고 나가자, 이러다가 칼튼까지 듣겠어.”
“읍! 읍!”
네 명이 한 명을 잡고 밖으로 나가는 일은 어렵지 않았다.
다섯 명이 나가자 쉽은 다시 조용해졌고, 관심을 보이던 사람들도 다시 조용히 맥주를 마시기 시작했다.
쾅 – 쾅 –
“야! 진정해!”
“다리 잡아!”
그런데 이제 바깥이 시끄러워졌다.
누가 발로 걷어차는지 벽에서 부딪치는 소리가 울리고, 사람들이 외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평소 시끄러운 분위기였다면, 절대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뭐야!?”
칼튼이 그 소리에 인상을 쓰며 뒤로 돌아봤다.
“아! 아까 먼저 나간 녀석들이 좀 취한 것 같아!”
“쉽에서 소란피우지 말라고.”
“나가서 주의시킬게!”
칼튼의 인상이 험악해졌다.
그가 싫어하는 것 중의 하나가 쉽에서 난동을 부리는 일이었다.
칼튼의 눈치에 몇몇이 밖으로 나갔다.
그래서인지 떠들던 소리가 잠잠해졌고, 잠시 후.
끼이이 –
밖으로 나간 멤버들이 흥분하며 소리치던 남자를 두들겨 팼는지 축 늘어진 그를 부축한 채, 칼튼의 앞으로 데리고 왔다.
“뭐냐?”
“하고 싶은 말이 많나 봐. 죽일 게 아니라면, 리더와 얘기하게 해 달라고 해서.”
“이렇게 두드렸는데도 꺾이지 않더라고, 이 정도면 이야기할 자격이 충분하지.”
드륵 –
멤버들이 끌고 온 의자에 힘이 빠진 남자를 앉혔다.
남자의 얼굴이 엉망이었지만, 눈빛은 죽지 않았다.
“이름?”
“프, 프랭크. 프랭크 스노우.”
“여기 물 좀 드세요.”
탁 – 까강!
“!”
칼튼이 이름을 묻자 남자가 대답은 했지만, 지미가 챙겨 준 물은 받지 않고 손으로 쳐 버렸다.
유리로 된 컵이 아니라 깨지는 일은 없었지만, 컵이 바닥에 부딪히는 소리에 쉽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가장 안쪽에 있던 콘이 바 안에 앉은 숄의 눈치를 보았지만, 숄은 전혀 신경 쓰는 눈치가 아니었다.
“죽고 싶어?”
칼튼이 살기를 번뜩이며 프랭크의 눈을 바라보자, 프랭크가 씨익 웃었다.
“죽일 용기는 있습니까? 저런 샌님들과 어울리며 주먹 쓰는 법도 다 잊었을 것 같은데요?”
지미는 자신을 기분 나쁘게 바라보는 프랭크의 시선에 기분 나쁜 예감이 들었다.
“그게 무슨 뜻이지?”
“크크크! 우리는 긍지 높은 ICF 아니었습니까?”
“그래서?”
“이 꼴을 보라고요! 지금 이게 무슨 꼴입니까!? 모두 패배자가 되어 축 늘어져 있지 않습니까!? 당장에라도 풀럼에 쳐들어가야죠! 아니, 그 전에 맨체스터에 가서 묠니르를 그렇게 만든 놈들의 다리를 박살 내야 할 것이 아닙니까!? 어쩌다 우리가 이렇게 서쪽의 재수 없는 녀석들보다 기가 약해진 것입니까!? 우리는 전사들입니다! 직접 맞서 싸우는 투사들입니다!”
“뭐, 뭐라고……?”
“싸워야 한다고요! 계속 패배자로 남아 있을 것입니까!?”
“!”
프랭크의 외침에 칼튼의 눈이 떨렸다.
가슴이 두근거렸고, 아드레날린이 돌기 시작했다.
“다들 나가.”
그때, 조용히 앉아 있던 숄이 일어나 바에서 나오더니 그들에게 다가왔다.
“쇼, 숄.”
콘이 불안한 눈빛으로 숄을 불렀지만, 숄은 신경 쓰지 않았다.
“멍청한 소리 지껄일 생각이라면, 내 가게에서 떠들지 말고 다른 곳을 찾아야 할 거야.”
“으, 윽!”
숄의 거구가 프랭크의 눈앞으로 쏠리자, 당당했던 프랭크도 약간 겁을 집어먹은 얼굴이었다.
‘쇼, 숄 딜런!’
프랭크는 감히 숄의 눈을 마주할 수는 없었다.
* * *
첼시와의 경기 다음 날.
일요일이었지만, 한치우의 병실 안에는 한스 박사와 존. 그리고 한서우와 유소영의 모습이 보였다.
남자 둘은 서 있었고, 한서우와 유소영은 죽은 듯이 누워 있는 한치우의 손 하나씩을 잡고 앉아 있었다.
“한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은 지 4주가 지났고, 다음 주까지 지켜본 후 의식이 회복되지 않으면 가족의 동의에 따라 적극적인 처치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한스 박사가 앉아있는 둘에게 한치우의 치료 계획을 설명하고 있었다.
“어떻게요? 방법이 있어요?”
“머리 양쪽에 전극을 연결해 전기로 자극을 줄 계획입니다. 이 경우 한의 상태를 더 자세히 알아볼 수 있고, 앞으로 의식이 회복할 가능성이 얼마나 될지 알아볼 수도 있을 테니까요. 아! 다음 주까지 기다려 보겠다는 것은 아무래도 외부에서 물리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보다 일단, 본인 스스로 먼저 깨어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기에 지켜보겠다는 것이죠.”
“음, 이해했어요. 계속 지켜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시기를 놓치면 시간이 지날수록 위험해질 수도 있다는 뜻이죠?”
“바로 알고 계십니다. 예. 한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나중에 깨어나게 되었을 때, 회복하는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박사님께서는 우리 조카가 깨어날 것을 확신하고 계시는군요?”
“물론입니다. 먼저 의사로서 한의 검사 결과에서 이상한 것이 발견된 것은 전혀 없습니다. 이런 때 본인의 의지로 깨어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저는 의사를 떠나 한을 걱정하는 사람으로서 그를 믿고 있어요. 한은 처음 봤을 때부터 의지가 강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리고 관리를 철저하게 하는 선수였고요. 본인은 몰랐겠지만, 아마 쉬고 싶었을 것입니다. 힘든 일을 겪으며 모른 척하고 싶었을 테죠. 어쩌면, 지금 그동안 지친 몸과 마음을 쉬고 싶었을지도.”
“감사합니다. 박사님. 우리 치우를 믿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유소영이 한스 박사를 향해 일어나 허리를 굽혀 정중하게 인사했고, 한서우가 이모를 따라 인사를 전했다.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을 하는 것뿐이고, 실제로 지금 한을 관리하는 쪽은 병원이니까요. 오히려 제가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시간을 내어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요. 저는 그런 말씀을 들을 자격이 되지 못해요. 이 아이의 옆을 지켰어야 했는데…… 제 생각이 짧았어요, 존. 미안해.”
유소영이 슬픈 눈으로 존에게 사과했다.
“아니에요.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치우는 일어날 거예요. 깊은 잠을 자고 있을 뿐입니다.”
“고마워. 존.”
“들어가시죠.”
“아니, 아니에요. 다음에 올게요.”
그때, 잠시 병실 앞이 소란스러웠다.
누군가 들어오려다가 돌아가는 눈치였다.
“제가 나가 보겠습니다.”
스으으 –
존이 병실 문을 열었다.
병실 앞에는 EMA 보안 직원 둘이 서 있었고, 당황한 퓨어가 떨리는 눈으로 존의 눈과 마주쳤다.
“미스 샤렛. 오늘은 일요일입니다. 주말에는 푹 쉬라고 했을 텐데요.”
“아, 그,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잠깐 들렸어요. 이렇게 많은 분께서 계실 줄은 몰랐고요. 죄, 죄송해요.”
“죄송할 일은 아닙니다. 제가 주말에 쉬라고 했던 것은 주말까지 이곳에 손님이 많다는 뜻이었습니다. 일단, 들어오세요. 여기까지 왔는데, 얼굴은 보고 가야죠.”
존은 퓨어의 마음이 한치우에게 쏠리고 있다는 것을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니라고 했지만, 감기와 같은 감정이 쉽게 감춰지는 것은 아니었다.
‘무슨 이유로 치우에게 감정이 생긴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손님이 오셨군요. 들어오세요.”
그때, 안에서 유소영의 목소리가 들렸다.
“한의 이모님이십니다. 들어오세요.”
“아!”
퓨어가 어쩔 수 없이 쭈뼛거리며 안으로 들어왔다.
“아! 샤렛! 오늘도 온 거예요?”
한서우가 그동안 친해졌는지, 퓨어를 보고 반갑게 인사했다.
“예. 그, 근처에 볼일이 있어서.”
“이모! 전에 얘기한 오빠 회사에서 일하는 퓨어 샤렛이야. 샤렛. 이쪽은 우리 이모이신 소영 르펜.”
한서우가 둘을 소개했다.
“아! 파리에서 공부했다는!? 반가워요.”
유소영이 퓨어를 안으며 양쪽 볼에 가볍게 입을 갖다 댔다.
프랑스식 인사였다.
“바, 반갑습니다.”
“이야기는 많이 들었어요. 회사에서 능력도 좋은데, 우리 치우를 잘 보살펴 준다고요.”
“아, 아니에요. 저는 그저 시간이 남을 때 잠깐씩 상태를 확인하는 정도입니다.”
“존이 시켜서 한 일은 아닐 테지요?”
“그, 그건 아닙니다.”
유소영이 존을 바라보자, 존은 얼굴에 알 수 없는 미소를 그리며 어깨를 으쓱거렸다.
“고마워요. 앞으로도 계속 봐줄 거죠?”
“예? 아! 예.”
“나중에 리옹으로 치우와 함께 놀러 오세요.”
“예. 예!?”
유소영의 눈은 이미 퓨어의 마음을 짐작하고 있었다.
* * *
파앙 –
파앙 –
파앙 –
“마이크! 집중해! 크로스가 정확하지 않아!”
“예! 죄송합니다!”
파앙 –
파앙 –
러시 그린 훈련장의 그라운드.
한쪽에서는 페어가 마이크와 폴의 크로스를 봐주고 있었다.
반대쪽에는 넘어간 공을 잡아 릴이 뒤에 있는 리치와 레온의 발로 연결하고 있었다.
“릴! 잡는 발에 신경 써!”
“리치와 레온은 빠르게 주고받은 다음 넘기고!”
“예!”
앤드루 전술 코치는 그들의 훈련을 전체적으로 조율해 주었다.
삑!
툭 – 툭 – 퍼엉!
삑!
툭 – 툭 – 퍼엉!
“데릭! 공에서 눈을 떼지 마! 골대 안으로 들어가는 게 없잖아!”
“큭!”
영 수석 코치가 짧은 패스로 연결되는 공을 슛하는 데릭에게 소리 지르고 있었고,
데릭의 뒤로 아슈르, 찰스, 로버트, 그리고 다른 포워드 선수들이 같은 방법으로 공을 차고 있었다.
“아슈르! 셋을 세고 뛰어! 너무 빨라!”
“찰스! 발에 더 힘을 줘야지!”
“로버트! 그렇게 늦은 발로 상대 수비보다 빠르게 찰 수 있겠어!?”
영 코치의 얼굴은 불만으로 가득했다.
삑!
파바바바 –
삑!
파바바바 –
여기저기 땀을 흘리지 않는 선수는 보이지 않았다.
포지션별로 흩어져 진행하는 훈련에서 한치우의 모습이 보이지 않을 뿐, 여느 날과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밝았던 훈련장의 분위기는 이제 보이지 않았고, 코칭스태프나 선수들의 얼굴에는 불만과 짜증이 가득했다.
“후 – 우! 정말 답답해.”
그런데 맥스, 조나단과 함께 폴대를 두고 짧은 패스를 연결하던 필립이 공을 발로 밟더니 한숨을 내쉬었다.
“왜, 왜요?”
조나단이 코치에게 혼날까 두려워 공을 달라는 시늉을 하며 눈치껏 물었다.
툭 –
“몰라! 그냥, 요즘에 훈련하는 것 자체가 힘들어.”
툭 –
“그래도 해야죠. 앞으로 또 지옥 같은 일정이 기다리고 있어요.”
퍼어엉 – !!
“진짜 걱정이야! 한이 없는 데, 우리가 그 지옥의 일정에서 버틸 수 있을까? 박싱데이도 있는데!”
“피, 필립……?”
짧게 와야 할 공이 필립이 걷어차 버리는 바람에 받아야 할 맥스가 얼어붙었다.
삐익 – !
“필립 모리스! 뭐 하는 짓이야!?”
“죄송합니다!”
그랜트 감독은 벤치에서 훈련장의 모습을 눈에 담고 있었다.
옆에 보여야 할 한스 박사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요즘 훈련장과 병원을 오가며 가장 바쁜 사람이었기 때문에 한스 박사의 부재를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갈수록 엉망이 되고 있어,’
그랜트 감독은 훈련장의 분위기를 제대로 실감하고 있었다.
‘이 상태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해. 어떻게든 분위기를 바꿔야 한다. 윽!’
스트레스를 느꼈는지 그랜트 감독은 뻣뻣해지는 목덜미의 느낌에 인상을 구겼다.
“후 – 우!”
자세를 편안히 고치고, 숨을 길게 내쉬는데 12월의 쌀쌀한 공기에 입김이 뽀얗게 번졌다.
‘이번 시즌까지 버틸 수 있을까?’
입김에 흐려지는 시야가 자신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아 그랜트 감독의 눈이 잘게 떨렸다.
“죄송합니다! 야! 너희 거기서 뭐 해!? 다 올라와! 감독님께서 홀로 계시니까 외로우시잖아!”
“감독님!”
“감독님! 은퇴라니요! 그런 얘기 꺼내시지 마세요! 이제 시작인데요!”
“흑, 흑! 감독님. 저희와 함께 오래오래 경기장에 있어야 해요! 흑!”
사라지는 입김 사이로 지난 시즌 마지막을 장식했던 파티에서 보여 주었던 선수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한치우가 무대로 뛰어 올라와 선수들을 불렀던 그 모습을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품에 안겼던 선수들의 모습까지도.
‘하하하. 다시 그 기분을 느낄 수 있었으면 좋겠어.’
그랜트 감독은 그때의 기억에 기분이 좋아졌는지, 눈을 감고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