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26
26화. 준비
“자, 자! 잘 들었지? 간단하게 몸을 풀고, 포지션별로 훈련을 진행하겠다.”
영 수석 코치의 말에 선수들이 운동장 외곽을 따라 가벼운 러닝으로 몸을 풀기 시작했다.
예열을 마친 선수들은 스트레칭 후, 포지션별로 나뉘어 잔디 위로 흩어졌다.
전담 코치들이 볼백에서 공을 꺼냈다.
맨체스터 시티 FC(이하 맨시티) 전을 대비한 전술 훈련이 시작된 것이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아 보여서 다행입니다.”
“예. 열심히 합니다. 제가 피곤할 만큼.”
“그래도 부상이 없어 다행입니다. 평소 관리를 잘한다면, 다칠 위험은 줄어드니까요. 선수들이 박사님을 귀찮게 해도 이해해 주세요. 아, 런던은 마음에 드십니까?”
“하하! 물론입니다. 선수들이 부상을 당해 쓰러지는 모습을 볼 때가 가장 마음이 아픕니다. 축구 선수가 그라운드에 나갈 수 없게 되었을 때, 느끼는 상실감은 선수를 정신적으로 더 힘들게 합니다. 그런 면에서 한은 정말 대단한 선수예요. 런던도 대단한 도시이고요.”
“어린 선수들은 어떻습니까?”
“무엇보다도 기초 체력이 잘 갖추어져 있어요. 뿌리가 잘 자리잡은 나무들입니다.”
그랜트 감독이 벤치에 있는 한스 감독과 선수들의 몸 상태에 관해 얘기를 나누었고, 그 앞에서 영 수석 코치가 휘슬을 목에 건 채로 훈련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모리슨 영 역시 부상이 아니었다면, 선수 생활을 더 길게 이어갔을지도 몰랐다.
그의 시선에 미드필더들이 패스하는 모습이 잡혔다.
“조나단. 공을 잡기 전에 항상 주위를 살펴! 여유가 있을 때만 살피는 것이 아니다!”
“예!”
전술 코치의 지적에도 조나단은 기죽지 않았고, 열심히 굴러오는 공을 빠르게 처리했다.
“필, 오른발로 공을 잡을 생각은 버려!”
역시 필립과 공을 주고받는 한치우도 코치가 지적해 주지 않아도 보이는 것이 있으면, 바로 얘기해 주었다.
마이크와 릴까지 합세하여 잔디 위에 깔린 접시 콘을 건들지 않고 빠르게 패스를 주고받았다.
“조나단. 좋아! 잘하고 있어. 그래, 그거야!”
“감사합니다!”
한치우가 조나단의 빠른 움직임이 마음에 들었는지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조나단의 얼굴이 붉어지며 더 열심히 공을 향해 달려들었다.
“야! 찰스! 네가 찰 차례야!”
“아! 죄송합니다!”
찰스는 조나단을 부러운 듯이 쳐다보다가 공격 코치의 호통에 정신을 차렸다.
그의 뒤에서 데릭이 묘하게 웃었다.
“어이, 찰스. 포지션을 미드필더로 바꿔 버려. 하하하!”
공격수들은 골대 앞에서 슈팅 훈련을 하던 중이었다. 그리고 반대편에서는 데이비드와 로빈, 폴과 리치가 주축이 되어 수비 훈련을 하고 있었다.
선수들의 얼굴에 금방 땀이 솟았고, 훈련은 시간이 지날수록 강도가 세졌다.
지난 경기의 대승은 이미 잊어버렸다.
맨시티는 아스톤 빌라와는 격이 다른 상대이다.
지금 훈련을 성실하게 하지 않으면, 이번엔 웨스트햄이 아스톤 빌라가 되어 맨시티에 대패를 당할 수 있다.
토트넘과 비겼다고 해서, 맨시티와도 비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축구공은 둥글고, 승패는 경기 종료 휘슬이 불려야 알 수 있지만, 현재 프리미어 리그를 씹어 먹고 있는 맨시티는 웨스트햄이 백 퍼센트 이상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망치의 목을 부러뜨릴 것이다.
강도 높은 훈련을 마친 선수들이 휴게실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는 사이,
그랜트 감독의 방에 영 수석 코치와 데이비드, 그리고 한치우까지 모여 있었다.
“지금 우리 전술은 4-4-2, 4-1-3-2를 기본으로 강한 상대를 만나거나 수비적인 전술이 필요할 때는 3-2-3-2 포메이션을 사용하고 있지. 그런데 맨시티의 영리한 감독이라면, 분명히 단단히 대비하고 나올 거야.”
“맞아. 토트넘과는 결이 달라. 그들의 빌드 업 능력은 한이 거너스를 런던의 맹주 자리에 올려 놨던 때보다 더 빠르고 간결하지. 그냥 막기만 하다가는 제대로 공을 소유하지도 못할 수도 있어.”
그랜트 감독과 영 수석 코치는 알고 있었다.
지금까지는 미들에서 자유로운 임무 수행을 부여받은 한치우의 움직임으로 선수 위치의 변화를 주며 상대의 틈을 노리는 공격이 잘 먹혔지만, 세계 최강의 빌드 업을 자랑하는 맨시티에게 통할지는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감독과 수석 코치는 선수들이 쉬고 있는 틈에 주장 데이비드, 전술의 핵인 한치우와 얘기를 나눠 보고 싶었던 것이다.
“한마디만 더 하자면, 솔직히 맨시티와 비기기만 해도 다행이야. 그러면 좋은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나갈 수 있으니까.”
영 수석 코치가 더 솔직한 심정을 얘기했다.
“감독님, 코치님. 걱정하지 마십시오. 제가 선수들을 잘 이끌어 보겠습니다. 지금 어린 선수들의 분위기도 좋고, 선수들은 문제없을 겁니다.”
데이비드가 단단한 얼굴로 둘의 걱정을 조금 덜어주었다.
“데이브의 말이 맞아요. 그리고 저희가 이런 걱정을 하는 것도 강팀이 되기 위한 과정일 거로 생각합니다. 물론 질 수도 있어요. 아프겠죠. 충격을 받을 수도 있고요. 하지만 만일 경기에서 지더라도 분위기를 빨리 끌어올릴 수만 있다면, 패배의 경험은 분명히 우리에게 값진 경험이 되어 줄 거라 믿습니다.”
데이비드가 한치우의 말에 “오!”라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맞아. 자네들과 이렇게 얘기를 나눌 수 있어서 좋았네. 머리가 좀 정리되는 기분이야. 데이비드의 말대로 선수들을 걱정할 필요는 없겠어. 한이 합류한 뒤로 유망주들이 더 성실해진 것도 든든하고. 그럼 오늘 훈련을 마무리 지어 볼까?”
그랜트 감독이 둘의 말에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감독이 자리에서 일어나자, 그들은 함께 운동장으로 나갔다.
아직 어둠이 몰려들 시간은 아니었다.
휴식을 취한 선수들이 다시 나와 몸을 풀었고, 강도 높은 훈련이 계속 이어졌다.
“흠. 맨시티를 흔들 만한 것이 필요해.”
그랜트 감독의 눈은 지칠 만도 한데, 운동장을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찰스와 조나단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 * *
비슷한 시각 맨체스터.
맨시티의 트레이닝 센터인 에티하드 캠퍼스의 회의실.
벽에 걸린 스크린에서 웨스트햄과 아스톤 빌라의 리그 컵 2라운드 경기를 편집한 영상이 반복적으로 재생되고 있었다.
특히 한치우의 움직임과 패스는 느린 화면을 통해 집중적으로 보고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있던 남자들의 표정이 각기 달라졌다.
“와! 저런 드리블이 가능해? 누가 보면 미구엘을 보는 줄 알겠군!”
한치우가 세 명의 압박을 벗어나는 장면에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중년의 남자가 바로 네덜란드 출신, 맨시티의 감독 빈센트 할스이다.
바르셀로나를 챔피언스 리그 정상으로 올려놓았고, 작년에 맨시티의 감독으로 부임하며 프리미어 리그 데뷔 시즌에 맨시티를 2위 자리에 올려놓았다.
올해는 디펜딩 챔피언인 리버풀과 벌써 우승을 놓고 한 치의 양보 없는 싸움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그의 옆으로, 맨시티의 전술 분석 코치와 수석 코치가 앉아 있었다.
수석 코치의 표정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고, 전술 코치는 고민에 잠긴 모습이었다.
“영상은 이제 그만 보고, 어떻게 할 생각이야? 참고로, 미구엘은 바르셀로나에 있어. 그에 대한 미련은 버리는 게 좋아.”
할스 감독과 바르셀로나에서 함께 넘어온 안토니 곤잘레스 수석 코치가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생각해 봐야지. 그리고 미구엘은 내 덕분에 발롱도르를 가져갈 수 있었어. 이봐, 안토니. 나도 집에 일찍 들어가고 싶다고. 인상 풀어.”
전술 코치가 노트북을 만지며 영상 재생을 잠시 멈췄다.
“잘했어. 꿈에서도 한이 보일까 걱정이었는데. 자! 웨스트햄은 이제 단단하기만 한 망치가 아니야. 그들이 지금과 같은 모습을 꾸준히 유지한다면, 유로파 리그가 아니라 챔피언스 리그까지 노릴 수 있을 정도니까.”
“맞습니다. 특히 한의 움직임을 분석한 결과, 그에게 자유롭게 움직이라는 지시가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해머스는 유연함까지 갖추게 되었지요. 그의 패스 타이밍을 조금이라도 뺏을 필요가 있다는 판단으로 저희 전술 분석팀에서는 더블 볼란치(Double Volante)를 추천합니다. 웨스트햄이 3-2-3-2로 나올 가능성이 큰 만큼 균형을 맞추어 주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진짜. 어떻게 저런 선수가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을까? 네덜란드에서 태어났더라면, 오렌지 군단의 사령관이 되고도 남았을 것 같은데.”
“빈센트! 쓸데없는 말은 그만하고!”
“알았어. 머리도 계속 돌아가고 있다고. 어떻게 한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도록 할 수 있으려나? 처음부터 다시 틀어 봐.”
전술 코치가 화면을 처음으로 돌렸다.
경기 시작 1분 만에 터진 골 장면이 다시금 재생되었다.
“제대로 상대를 파악하고 있어. 우리를 어떻게 보고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야. 전 시즌에서 우리와 만났을 때는 나오지 않았었지?”
“그래. 전반기에는 월드컵 지역 예선에 묶여 있었고, 후반기 때는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당한 부상을 회복 중이었지. 덕분에 아스날에서 승점 6점을 가져올 수 있었던 것일지도 모르고.”
“아쉬워. 한번 부딪쳐 봐야 확실히 알 수 있는데 말이야. 전 시즌 웨스트햄도 우리를 이겨 보지는 못했잖아? 결국, 묠니르의 매직이 우리를 상대로 어디까지 통하느냐인데…….”
“중요한 건, 묠니르의 매직이 웨스트햄의 다른 선수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야! 모리스, 테리, 설리번의 미드필더진은 더 빨라졌고, 브란트와 볼은 계속 골을 기록하고 있지. 벨과 콜이 중심을 잡아 주는 수비 라인은 더 단단해졌어!”
“휘-! 과찬인데?”
“빈, 센, 트!”
할스 감독이 휘파람을 불자, 곤잘레스 코치의 목소리가 가라앉았다.
“진정해. 하지만 우리가 더 강해. 해머스에 묠니르가 추가되었다고 해서 우리가 부수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상어(Shark Team이라고도 합니다.)의 이빨을 망치도 씹을 수 있게 만들어 주면 된다고.”
“어떻게?”
“더 빠르고, 더 간결하게, 그리고 공의 소유권을 넘겨주지 않으면서. 확실히 물어뜯는다. 어때, 쉽지?”
“으윽!”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웃는 할스 감독의 얼굴이 장난스러웠다.
곤잘레스 코치의 얼굴이 인상으로 구겨졌고, 전술 코치 역시 노트북을 닫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왜? 어려워? 하던 대로 하면 되는 거야. 우리 선수들을 믿고 맡기면 된다고, 한에게 두 명, 세 명 수비를 더 붙인다고 달라지지 않아. 오히려 틈을 보여 주고 마는 꼴이지. 만일 실점을 한다면 바로 갚아 주면 되는 거고, 우리가 골을 먼저 넣게 되면 또 넣으면 되는 거야. 한 골을 먹으면 두 골로 갚고, 두 골을 먹으면 세 골로 갚아 주자. 복잡하고 뭔가 풀리지 않는 문제가 머리를 아프게 할 때는 가장 단순하게 접근해야 해. 우리는 우리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으로 망치를 부순다!”
빈센트 할스 감독의 눈이 반짝거렸다.
마치 흥미로운 장난감을 눈앞에 둔 어린아이의 눈빛이었다.
“말은 쉽지!?”
“그 쉬운 말을, 우리는 현실에서 이루어낼 수 있어.”
찰칵!
할스 감독의 입에 담배가 물렸다.
“끊는다면서!?”
“에이, 적어도 더블은 달성하고 끊어야지. 솔직히 지금 나도 머리에서 쥐가 날 것 같아. 푸흐! 자, 더블 볼란치는 한에게 틈 하나를 보여 주는 것과 같다는 생각이야. 둘이 동시에 압박하는 순간을 놓치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만일 우리가 선제골을 넣는다면, 충분히 시도할 가치는 있어. 대신 선수들이 더 바빠지겠지만.”
“결국 선제골을 반드시 우리가 집어넣어야겠군!”
* * *
2026년 10월 3일 토요일 러쉬 그린 훈련장.
오늘은 완전히 비공개 훈련이다.
하지만 내일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강도 높은 훈련보다 어제 소모한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가벼운 훈련으로 진행할 계획이었다.
웨스트햄의 선수들은 잔디 위에 편히 앉거나 누운 상태로 아직도 뭉쳐 있는 근육을 풀었다.
그 후, 간단한 패스로 감각을 끌어올린 선수들이 또 나뉘었다.
하프 라인을 기준으로 한쪽 골대에서는 슈팅 위주의 훈련을 시작했고, 반대편 골대에는 나와 마이크가 공을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에 세워놓고 프리킥 연습을 할 준비를 마쳤다.
골대 앞에 수비수 모양을 한 플라스틱 모형을 세워 놓고 왼쪽에서부터, 내 프리킥이 시작되었다.
퍼엉! 촤르르르-
퍼엉! 촤르르르-
수비수 모형을 건드리지 않으며 골네트로 빨려 들어가는 공이 쉽게 회전을 멈추지 못했다.
‘이번에는 강하고, 빠르게!’
나는 골대 정면에 놓인 공을 바라봤다.
회전을 주었을 때보다 상체를 더 숙이며 발등 왼쪽으로 강하게 공의 중심을 때렸다.
퍼엉!
공은 수비수 모형의 머리를 살짝 스치며, 골대 오른쪽 상단 모서리 아래에서 뚝 떨어졌다.
촤아악!
내 귀로 기분이 좋아지는 소리가 들렸다.
‘좋아! 회전이 걸리지 않는 킥도 찰 수 있을 정도라니!’
“와! 브라보!”
휘이익-!
“한! 대단한데!”
나만 만족한 것이 아니었다.
뒤를 돌아보니 잠깐 쉬고 있었던 선수들과 코치들이 내 프리킥을 보며 환호를 지르고 있었다.
“한! 정말 놀라운 킥이야!”
옆에서 보던 마이크도 눈을 반짝였다.
그에게서 시기와 질투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고마워. 여기 온 이후로 킥에 대한 감각이 더 살아났어.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는데.”
탁, 탁-
“진짜, 나는 이제 프리킥은 네게 양보할게.”
마이크의 손이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를 인정한다는 그의 뜻을 알고, 기분이 좋아졌다.
“아니. 마이크, 크로스로 길게 올려주는 킥은 나보다 네가 차는 게 맞아. 너의 크로스는 정말 일품이거든.”
그래도 나는 마이크가 잘하는 것을 얘기해 주었다.
진심으로 마이크의 크로스는 위력적이다.
데릭의 머리를 향해 날카롭게 휘어지는 공은, 액션 영화에서 봤던 채찍이 날아가는 모습과 비슷할 정도였다.
“그렇게 말해 줘서 고마워.”
“없는 말을 일부러 하는 것이 아니야. 오랫동안 너와 호흡을 맞춰 온 동료도 네 크로스에 익숙하지. 우리 서로 잘하는 것을 하자.”
“그래!”
“연습하고 있어.”
뒤에서 우리가 하는 것을 지켜보던 전술 코치가 대화를 들었는지, 감독님이 계신 벤치로 갔다.
마이크는 공 몇 개를 챙겨 오른쪽 코너 플래그로 향했다. 아마 내가 한 말에 길게 올려주는 프리킥을 차려는 것 같다.
‘윽!’
나는 마이크를 바라보다가 눈이 뻑뻑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 어제 기자들 때문에 잠을 설쳤더니 바로 반응이 오네. 오늘은 푹 자야겠어. 기사도 해결된 것 같으니.’
나는 눈물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 눈을 손으로 비볐다.
따가웠지만, 참을 수 있을 정도였다.
뿌옇게 변한 시야를 돌리려고 고개를 몇 번 흔들고, 눈을 깜빡였다.
그때.
흐려졌던 시야가 돌아오며 붉은 점 비슷한 것이 살짝 보였다.
‘뭐지? 너무 세게 비볐나?’
나는 먼 곳을 바라보며 눈을 몇 번 더 깜빡였다.
“!”
내 시선이 골대 상단에서 멈췄고, 왼쪽 골대 모서리에 붉은 점이 흐리게 찍혀 있었다.
뻥-
마이크가 오른쪽에서 공을 차는 소리가 들렸고,
터엉-
공은 붉은 점이 찍힌 골대 모서리에 맞고 위로 튀어 올랐다.
“!”
“와! 봤어!? 들어갈 뻔했어!”
나는 마이크의 외침을 무시하고 눈을 더 깜빡였다.
‘뭐야!? 어디 갔어!?’
이제 시야가 뚜렷해지며 아까의 붉은 점은 사라져 버렸다.
등으로 식은땀이 흘렀다.
가족 묘지에서 정신을 차렸을 때와 비슷한 상태라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 도저히 모르겠어!’
짝! 짝!
나는 생각을 더 집중해 보려 했다.
하지만 벤치로 갔던 전술 코치가 다시 오며 박수를 치고 있었다.
“마이크! 이리 와!”
마이크가 코치의 부름에 내가 있는 곳으로 뛰어왔다.
“감독님, 그리고 수석 코치님과 상의를 마쳤다. 골대 안으로 직접 차는 프리킥은 이제 한이 전담으로 차고, 마이크 너는 코너킥과 길게 크로스하는 프리킥을 전담한다. 불만은 없지?”
“예. 감사합니다.”
“물론이에요. 저는 크로스를 더 연습하겠습니다!”
“어? 한! 눈이 너무 충혈됐어!?”
마이크가 내 눈을 본 모양이다.
“아! 어제 잠을 좀 설쳤어. 기자들 때문에.”
“진짜 피곤하게 군다. 사람들이 그렇게 할 일이 없나? 다음 주에 안과라도 다녀오는 게 어때?”
“응. 그래야겠어. 요즘 들어 잠을 못 자면, 안구건조증이 심해져.”
나의 생각은 대화가 길어지며 더 이어질 수가 없었다.
‘그래도 뭔가 있어!’
나는 다시 코너 쪽으로 향하려는 마이크를 불러 세웠다.
“마이크. 지금은 받아 주는 선수가 없으니까 조금 전처럼 골대를 맞춘다는 생각으로 킥을 연습하면 어떨까?”
“괜찮은 생각이야. 킥의 각도를 조절하는 데 아주 좋은 방법이지.”
전술 코치도 고개를 끄덕이며 내 말에 동의해 주었다.
“예! 고마워, 한!”
마이크가 내게 손을 흔들며 다시 뛰어갔다.
나는 잠시 킥을 멈추고, 마이크의 킥을 자세히 관찰했다.
펑!
마이크가 다시 골대를 향해 킥을 차기 시작했지만, 아까의 붉은 점은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 * *
2026년 10월 4일 프리미어 리그 7라운드 맨시티와 웨스트햄의 선발 출전 선수 명단이 공개되었다.
“뭐야!?”
“그랜트 감독 제정신이야!?”
명단을 확인한 사람들은 놀랄 수밖에 없었다.
FW. 찰스 미들턴
MF. 조나단 퀵
베스트 멤버의 이름이 있어야 할 곳에, 웨스트햄 유망주들의 이름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