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retiring from the national team, Poten exploded RAW novel - Chapter 50
50화. 신뢰
내 뒤통수로 따가운 시선이 느껴졌지만, 무시하고 얼른 로빈과 줄을 맞춰 자리에 섰다.
“니코, 함부로 올라오지 마! 뒤에서 패스를 더 돌리면서 상대를 끌어와!”
뒤통수를 뜨겁게 달궜던 녀석이 니코에게 소리 지르며 손짓으로 내려가라고 손짓하는 게 보였다.
니코가 내려가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수비에서 올라온 공이 녀석에게 바로 연결된다.
하프 라인에서 러셀을 제외하고 양쪽 날개가 함께 공을 주고받는 것을 도와주었다.
“마이크! 릴! 빨려들지 마! 자리만 지켜!”
데이비드가 적절한 순간에 큰 소리로 외치며 우리의 라인이 올라가는 것을 막아 주었다.
특히 릴은 절대 빨려 들어가면 안 된다.
필립은 역시 필립이다.
러셀이 어떻게든 공간을 찾아 돌아다니고 있지만, 필립은 오직 녀석만을 바라보며 경기장을 뛰고 있었다.
‘조금만 견뎌!’
나는 속으로 필립을 응원하며 빨간 녀석들의 인내심이 떨어지기를 기다렸다.
파앙-
‘역시!’
니코가 러셀을 거치지 않고 우리 골대를 향해 공을 띄었다.
나는 몸을 돌려 일단 자리를 잡았다.
나까지 공을 따라갈 필요는 없었다.
이미 로빈이 달리고, 데이비드가 훌쩍 뛰어오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툭-
데이비드가 먼저 머리로 따낸 공을 달려든 로빈이 상대 포워드보다 한발 앞서 공을 발끝으로 건드렸다.
나는 재빨리 뛰어가 공을 발로 감으며 바로 몸을 전방으로 돌려세웠다.
다급하게 뛰어오는 니코, 그리고 필립을 단 채로 러셀까지 뛰어오는 것이 바로 시선에 잡혔다.
나는 왼발을 공 왼쪽에 단단히 박아 넣고, 오른 다리로 힘껏 스윙을 했다.
퍼엉-
발등 안쪽으로 공이 정확히 맞았다는 느낌이 확 왔다.
빠르게 날아간 공이 이미 달리기 시작한 릴의 앞쪽으로 떨어지며 위로 튀어 올랐다.
사방에서 좁혀 오는 상대들이 릴을 에워싸려는 모습을 보였지만,
뻐엉!
릴은 위로 솟아오른 공을 잡지 않고 밑으로 다시 떨어지기 전,
발등으로 골대를 향해 슛을 했다.
아아-!!!
런던 스타디움이 아쉬운 탄성으로 가득 물들었다.
릴의 슛은 안타깝게도 골대 위를 한참 지나 아래로 떨어진 것이었다.
짝짝짝짝짝- 설리번! 설리번! 설리번!
홈팬들은 박수와 함께 릴을 부르며 응원을 멈추지 않았다.
우우우우우우우우-!!!
그리고 헤나투가 골킥을 준비하려는 모습에 나조차도 기가 죽을 것 같은 야유를 쏟아냈다.
야유도 효과가 있었는지, 헤나투가 오른쪽으로 길게 찬 공은 아웃 라인을 넘어가고 말았다.
마이크가 폴이 던진 공을 받아 나를 보다가 내 옆으로 러셀과 니코가 달려오지 몸을 바로 돌려 필립에게 연결했다.
그사이, 나는 러셀의 뒤쪽으로 돌아 나가며 둘의 견제에서 벗어나 필립이 밀어주는 공에 시선을 두었다.
〈아, 아! 아쉽습니다! 한치우 선수가 그대로 전방을 향해 다시 공을 밀어 넣었는데요. 데릭 볼! 아쉽네요. 헤나투 코스타 골키퍼 잘 나와서 한치우 선수의 롱 킥을 먼저 잡아 버렸습니다.〉
〈지금 리플레이 화면을 보시면 빔 쿠만 선수가 볼 선수의 움직임을 잘 막아 주었습니다. 왜 저 네덜란드 선수가 리버풀에서 붉은 벽이라고 불리는지 알 것 같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건, 지금까지 한치우는 공을 잡으면 다른 동작을 모두 생략하고 빠르게 전방으로 공을 넣어 주고 있지 않습니까? 인스텝 킥의 정석을 잘 보여 주고 있는데, 한치우 선수의 롱패스 속도가 워낙 빨라서 리버풀 역시 함부로 라인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어요! 뒷공간으로 떨어지는 패스 때문에 리버풀이 전진한 상태에서 빌드 업을 함부로 할 수 없어요!〉
데릭이 인상을 찌푸린 채 나에게 손을 들어 주었다.
빔의 수비는 톱클래스다.
상대 포워드를 질식하게 하는 피지컬과 빠른 스피드는 그가 가진 무기의 전부가 아니었다.
아까의 실수가 신경 쓰였는지 헤나투가 이번에는 밑으로 내려와 준 니코에게 공을 안전하게 던져 주었다.
하지만 잽싸게 달려든 무어가 다리를 뻗으며 니코가 돌기 전에 공을 건드려 버렸다.
거기서 무어가 달려들 것이라고는 나도 생각하지 못했다.
릴이 빠른 속도로 뛰어가 공을 가진 채, 우리 쪽으로 몸을 돌리며 안전하게 지켜 냈다.
동료가 이렇게 노력하는데, 내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릴!”
나는 러셀이 나를 쫓든 말든 신경을 끄고 위로 달려나갔다.
툭-
릴이 나를 향해 발로 공을 밀었고,
투웅-
나는 이번에는 가볍게 공의 밑을 찍었다.
한발 늦게 들어온 러셀의 허벅지가 내 엉덩이를 때렸지만, 킥을 하는 중심이 무너질 정도는 아니었다.
높게 솟은 공이 굵게 보이는 러셀의 다리와 당황하는 니코의 머리를 지나며 다시 골대로 달리는 무어의 앞에 떨어졌다.
툭, 퍼엉-!
무어가 역회전이 걸린 공을 힘껏 때렸다.
오우-!!!!!
나도 관중만큼이나 아까운 슛이었다.
왼쪽 골대를 아슬아슬하게 스치며 뒤로 넘어가 버린 공이 야속할 뿐이었다.
“무어! 좋아!”
“아! 진짜 아깝네!”
“다음에 놓치면 죽여 버린다!”
자리를 잡는 데릭과 릴이 무어에게 한마디씩 거들었다.
골이 나오지 않아 정신적으로 피곤한 시간이 계속되고 있었지만, 웨스트햄의 선수들은 어렸을 때부터 함께 발을 맞춘 시간이 있었다.
그 시간만큼 서로의 신뢰는 단단하게 굳어졌고, 이런 상황에서 견디는 힘이 되어 준다.
* * *
“잘하고 있어! 뒤로 도는 녀석을 더 신경 쓰고, 7번은 발이 빠르니까 주의해!”
러셀이 동료의 수비를 칭찬하며 공간 침투를 놓치지 말라고 외치지만, 표정은 그리 좋아 보이지 않았다.
‘젠장! 완전히 잠근 건 아니었나? 무슨 놈의 패스가 이렇게 빠르고 정확해!? 몇 번 더 두들겨 맞다가는 조만간 골을 내주고 말 것 같아!’
러셀은 다시 뒤로 내려가는 한치우를 보며 눈에 힘을 주었다.
공을 잡고 조금이라도 움직여 주기를 바라지만, 저 녀석은 오로지 공을 차는 동작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네 명이, 아니 두 명도 빠르게 모이기 전에 이미 공은 날아가 버리는 것이었다.
러셀이 더 답답한 것은 투톱이 전혀 힘을 못 쓰고 있기 때문이다.
데이비드가 중심이 된 쓰리백 라인에 꼼짝없이 갇힌 꼴이었다.
윙도 마찬가지였다. 저기 마이크란 녀석은 확실히 공격을 포기한 모습이었고, 반대쪽에 발이 빠른 녀석은 언제 올라갔느냐는 듯이 더 빠르게 내려와 자리를 잡고 있었다.
“릴! 좋아! 천천히 숨 쉬어!”
한치우가 외치는 것도 들렸다.
‘이 자식들! 진짜 더 단단해졌구나! 제길, 아이언 실드라니. 무슨 영화 제목도 아니고.’
러셀이 속으로 중얼거리며 주위를 둘러봐도 딱히 공격할 틈이 보이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망설이지 않고 자신 있게 공을 차는 한치우가 부러울 정도였다.
리버풀의 공격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한동안은 하프 라인 근처에서 공이 계속 돌며 웨스트햄의 수비 라인을 끌어올리려는 시도가 계속되었지만, 악착같이 러셀을 쫓아다니는 필립의 노력으로 러셀은 공을 몇 번 만져 보지도 못했다.
“제길!”
러셀이 결국 거친 말을 입으로 뱉어냈다.
그때, 그의 답답함을 느꼈는지 니코가 공을 끌고 하프 라인 위로 올라왔다.
“아! 안 돼! 주고, 내려가! 내려가!”
러셀이 하프 서클 근처에서 니코에게 외쳤지만, 패스를 줄 곳이 마땅치 않은 니코는 앞에 보이는 공간을 잡아먹으며 계속 올라갔다.
러셀이 어쩔 수 없이 필립을 단 채, 니코의 뒤를 부리나케 쫓아갔다.
“호베르투! 잭! 내려와!”
러셀이 투톱의 이름을 불렀다.
공을 받을 준비를 하던 둘은 주장의 외침에 밑으로 내려왔지만, 이미 니코는 한치우와 로빈이 감싸고 있었다.
“이런!”
니코가 앞에 보이는 호베르투에게 공을 밀어주려는데, 로빈의 긴 다리가 먼저 뻗어 나왔다. 한치우도 내려오는 투톱의 위치를 신경 쓰며 로빈의 긴 다리에 시선을 집중했다.
툭-
한치우가 로빈과 니코의 다리가 엉킨 사이에서 발끝으로 공을 밀었다.
다행히 공은 호베르투나 잭의 발에 걸리지 않고, 데이비드의 발까지 잘 도착했다.
한치우가 재빨리 좁은 공간에서 나와 데이비드가 잘 보이는 곳으로 달려 나왔다.
“데이브!”
투톱과 두 중앙 미드필더가 만드는 박스가 완벽하게 무너진 상태였다.
데이비드는 재빨리 달려가는 한치우의 앞으로 공을 차 주었고, 러셀과 니코가 다시 자리를 잡기 전에 한치우의 인스텝 킥이 공의 중심을 정확히 때렸다.
퍼엉-!
나코가 올라온 만큼 리버풀은 전체적인 라인을 하프 라인까지 끌어올린 상태였다.
하프 라인으로 빠르게 날아간 공을 데릭이 머리로 슬쩍 공을 스치듯이 건드렸다.
공의 속도는 전혀 줄지 않은 채로 오프사이드 라인에 걸리지 않은 무어의 앞으로 날아갔다.
파바바바바-
잔디를 걷어차는 소리가 요란했다.
촤아아아아- 퉁!
그리고 데릭의 머리에 맞았을 때부터 이미 몸을 돌린 빔 쿠만이 미친 속도로 무어를 쫓아가더니 결국 긴 슬라이딩 태클로 공을 아웃 라인 밖으로 걷어내 버렸다.
“하아! 하아! 하아!”
빔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무릎에 손을 댄 채로 데릭을 노려보고 있었다.
‘저 자식! 균형이 더 좋아졌어!’
빔은 전과 달라진 데릭의 운동 능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물론 자신이 갖춘 능력에 비하면 데릭은 그저 힘만 좋은 공격수에 불과했지만, 오늘 오랜만에 맞붙어 보니 확실히 힘만 좋아진 것이 아니었다.
신체의 균형이 전과 달리 잘 잡혀 있었다.
부상을 회복하는 동안 피나는 노력을 했다는 것이 분명했다.
전에는 90분 경기를 다 채워야 피로감이 밀려왔는데, 오늘은 아직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체력이 바닥날 판이었다.
“무어! 잘하고 있어! 그 녀석은 원래 괴물 같은 녀석이란 거 잘 알고 있지?”
데릭이 무어에게 엄지를 들어 보이며 웃고 있었다.
“니코! 올라오지 말라고 했잖아!”
그때, 러셀은 니코에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러셀의 고함에 고개 숙인 니코가 다시 내려가는 것과 데릭과 무어의 모습은 확실히 대조되었다.
‘좋아! 슬슬 보이기 시작한다!’
한치우는 그 모습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노력의 성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의 발에서 시작한 빠른 롱 킥은 리버풀의 포백 라인이 쉽게 박스를 만들지 못하게 했고, 아이언 실드는 리버풀의 공격 라인에 조급함을 심어 주고 있었다.
* * *
〈양 팀 교체 선수 없이, 전반전과 그대로 그라운드 위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상당히 지쳐 있을 것 같은데, 감독들의 생각은 아직 교체 타이밍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일까요?〉
〈지금 두 팀 다 베스트 멤버가 경기를 뛰고 있기 때문에 여기서 먼저 선수를 바꾸는 것은 부담이 될 겁니다. 이렇게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선수 교체가 잘못 이루어지면, 경기의 분위기가 한쪽으로 쏠려 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로 치열한 경기가 진행될 줄은 몰랐습니다!〉
〈제 눈에는 그래도 웨스트햄 쪽으로 살짝 기울었던 전반전이 아니었나 싶은데, 해설 위원님께서 보시는 건 조금 다른 것 같습니다.〉
〈예. 물론 쉽게 생각하면, 한치우가 길게 뿌려 주는 롱 패스에 의한 전개가 상당히 날카로웠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리버풀의 수비는 몇 번의 위기 상황에서도 한 골도 내어주지 않았죠!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결국 먼저 지치는 것은 웨스트햄이 될 것입니다. 리버풀의 투톱은 체력 소모가 별로 없었습니다.〉
〈그러면, 찰스 미들턴이나 아슈르 송을 빨리 투입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글쎄요. 미들턴은 이런 경기의 중압감을 이기기에는 아직 경험이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이기고 있는 상황도 아닌데, 어린 선수의 경험을 위해서 투입하는 것은 부담입니다. 아마 그랜트 감독은 송을 투입할 것 같은데, 송 선수의 몸 상태나 경기 감각이 어디까지 돌아왔을지도 의문입니다. 일단은 후반전 경기를 좀 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삑!
호베르투가 러셀에게 공을 밀어주며 하프 라인을 넘어갔다.
공을 잡는 러셀의 시선에 전반전과는 달리 한치우가 올라오는 것이 보였다. 45분 동안 자신을 괴롭힌 녀석은 한치우가 있던 자리에 있었다.
러셀이 뒤로 길게 공을 넘기며 옆에 붙는 한치우를 봤다.
“뭐야? 승부수라도 띄었나? 아니면 저 주근깨 녀석이 지치기라도 한 거야?”
러셀이 참지 못하고 물었지만, 한치우의 얼굴은 그저 웃고 있을 뿐이었다.
“하여튼 재미없다니까!”
러셀은 그래도 한치우가 옆에 붙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니코!”
러셀이 빠르게 내려가며 니코에게 공을 달라고 외쳤다.
공을 잡고 몸을 돌린 러셀은 한치우를 앞에 두고 다시 니코와 2 : 1 패스로 한치우의 곁을 지나친다.
‘좋아!’
필립과는 달리 바로 달라붙지 않은 한치우의 수비에 마음이 놓인 러셀이 시선을 공에 두고 오른 다리를 뒤로 힘껏 들었다.
“!”
파바박-
하지만 재빠르게 필립이 튀어나오며 러셀의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전반전에 한치우가 보여 주었던 역할을 필립이 똑같이 하고 있는 것이다.
뻐엉- !
그래도 이미 러셀의 다리는 큰 반원을 모두 그렸고, 공은 발등에 맞아 앞으로 날아갔다.
퍽!
“윽!”
재빨리 몸을 돌린 필립의 등에 공이 맞아 튀어 오른다.
필립은 꽤 아팠는지 신음을 삼키며 몸을 다시 돌려 공의 위치를 찾았다.
“위! 위!”
한치우가 방향을 가리키자, 필립이 몸을 솟구쳐 떠올랐다가 떨어지는 공을 머리로 맞췄다.
러셀이 뒤늦게 필립에게 붙었지만, 이미 공은 한치우의 가슴으로 떨어지고 있었다.
툭-
한치우가 가슴을 크게 돌리며 공을 밀어내는 동작으로, 자신에게 달려드는 니코로부터 벗어났다.
파앙!
다시 시작된 한치우의 인스텝 킥이 정확히 공을 때렸고, 릴은 방향을 확인하며 달리기 시작했다.
“헉! 헉!”
가까스로 공을 잡은 릴의 입에서 벌써 거친 숨소리가 들렸다.
속도도 전반전보다 떨어진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릴은 달리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몇 번이라도 뛴다. 사면 압박의 틈, 반드시 만들어 주겠어!’
릴은 앞에 보이는 풀백과 뒤에서 달려오는 윙의 시선을 느끼며 중앙으로 긴 크로스를 올렸다.
후반 30분.
전광판의 숫자는 아직도 0 : 0이었다.
양 팀 선수들의 입에서 거친 호흡이 입김이 되어 흩어지고 있었다.
선수들은 지쳤지만, 눈빛만은 살아 있었다.
여기서 집중력이 먼저 흐트러지는 쪽이 진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한치우는 자신에게 공이 오면 한결같이 불필요한 동작을 생략하고 바로바로 전방으로 공을 때려 넣었다.
지금도 오른쪽 코너 플래그를 향해 달려가는 무어를 향해 공이 빠르게 날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무어는 공을 잡자마자 달려든 풀백에게 공을 뺏기고 말았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코너 플래그 앞에서 몸싸움으로 역습의 타이밍을 잘 빼앗아 주었다.
우우우우우우우우-!!!
홈팬들이 공을 던지려는 선수에게 압박을 주는 야유를 쏟아내었다.
치열하게 공방을 주고받는 경기에서 웨스트햄에게 든든한 아군이 되어 주려는 노력은 잠시도 쉬지 않았다.
니코가 던져 준 공을 바로 측면을 보고 길게 차 주었다.
리치가 호베르투와 어깨가 엉키며 어떻게든 먼저 공을 따내려고 버둥거리고 있었다.
퉁-
호베르투가 브라질 특유의 유연한 자세로 떨어지는 공을 가슴으로 받았지만,
툭-
리치가 악착같이 머리를 집어넣으며 공을 머리로 건드는 데 성공한다.
둘은 그대로 함께 잔디 위로 쓰러졌지만, 주심은 양팔을 들어 계속 진행하라는 사인을 주었다.
머리에 맞고 떨어진 공이 다행히도 뛰어가는 로빈의 발 앞으로 향했다.
“뒤에 사람!”
데이비드가 황급히 외치는 이유는 러셀이 재빠르게 로빈의 뒤로 달려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로빈!”
한치우가 러셀의 반대 방향에서 로빈을 크게 불렀다.
로빈은 그 소리만 듣고 공을 들리는 방향으로 밀었다.
무책임한 패스로 보이겠지만, 웨스트햄의 선수들은 그만큼 한치우를 믿고 있었다.
퉁-
로빈은 나름 보지도 않고 빠르게 공을 밀어낸 줄 알았는데, 공은 달려드는 러셀의 발등에 맞고 위로 튕겨 나갔다.
툭-
그래도 늦지 않게 달려온 한치우가 머리로 공을 뒤로 넘기고, 팔을 뻗으며 몸을 돌렸다.
뒤로 넘어간 공은 한치우의 등에 붙어 있던 니코의 머리를 넘어갔고, 뻗어 나간 팔은 니코의 옆구리를 감싸며 한치우가 빠져나가는 것을 도와주었다.
니코가 옆구리에 달라붙은 팔을 떼 내는 척하며 한치우의 팔을 잡아채려 했지만, 미꾸라지처럼 쏙 빠져나갔다.
“올라! 올라!”
한치우의 뒤에서 로빈이 미친 듯이 외쳤다.
리버풀이 최전방에서 만드는 박스 하나가 이미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툭- 툭-
한치우는 로빈의 외침에 공을 쭉쭉 밀고 나가며 공간을 그대로 질주했다.
‘어쩌면!’
한치우의 앞으로 당황한 리버풀의 왼쪽 풀백과 센터백 하나가 함께 뛰어오는 것이 보였다.
러셀과 니코의 복귀가 늦어지는지, 리버풀의 왼쪽 날개도 옆에서 쫓아오고 있었다.
파바바-
“감싸! 감싸!”
그때, 뒤에서 러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확실히 리버풀 선수들의 체력은 뛰어났다.
어느새 한치우의 뒤로 달라붙고 있던 것이었다.
한치우가 하프 라인을 넘어 하프 서클마저 지나치는 순간, 사방에서 박스를 만들며 한치우를 감싸기 시작했다.
‘더, 더! 더 감싸!’
투웅-
한치우는 박스가 완성되기 직전까지 기다렸다가 네 명의 그림자가 완전히 겹치는 순간, 새끼발가락에 힘을 주어 아웃 프런트 킥으로 공을 찍어 찼다.
공은 정확하게 앞에서 덮치는 두 명의 옆구리 사이를 휘어지며 통과했다.
그리고 더 날아간 공이, 빔과 뒤엉킨 데릭의 머리를 향해 더 오른쪽으로 휘어졌다.
“윽!”
데릭이 허리에 힘을 주어 힘껏 공을 향해 몸을 솟구치는데,
삐이익!
주심의 휘슬이 크게 울린다.
빔은 가슴을 쥐며 잔디 위에 쓰러져 있었다.
“아니! 왜!? 아니야! 파울 아니야!”
“데릭! 일단 이리 와!”
데릭이 머리로 손을 감싸며 억울한 듯이 소리쳤다.
무어가 재빨리 데릭을 잡으며 주심에게 거친 항의를 하는 것을 막았다.
빔 쿠만.
리버풀의 붉은 벽이 가지고 있는 무기는 많았다.
삐비비빅!
그때, 주심의 휘슬이 다급하게 불린다.
주심이 가리키는 방향에 대기심이 교체 사인을 주고 있었다.
대기심이 들고 있는 전광판에는 9번이 붉은색으로, 17번이 푸른색으로 빛나고 있었고, 그 옆에서 아슈르가 쇼트 안으로 유니폼 상의를 집어넣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