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128.
휘청!
일본 선수의 주먹이 철호의 턱에 제대로 들어간 것인지 철호의 몸이 휘청거렸다.
일본 선수도 지금 잡은 승기를 놓치면 앞으로가 힘들다는 것을 아는지 철호를 향해 달려들었다.
이대로 한 방만 더 들어간다면 승리는 일본 선수에게로 돌아갈 것 같았다.
정신이 아찔해지는 것을 느끼며 철호는 황급히 두 팔을 허우적거렸다.
공격을 위한 허우적거림은 아니었다.
운 좋게 클린 히트가 터지기를 기대한 것도 아니었다.
그냥 잠시나마 정신을 차릴 때까지 시간을 벌려는 것이었고 그런 철호의 의도대로 철호에게 달려들던 일본 선수는 허우적거리던 철호의 팔에 타이밍을 놓쳤다.
철호는 몸을 최대한 움츠렸다.
거의 본능적인 움직임이었고 몸에 대미지를 더 추가하지 않으려는 의도였다.
머릿속이 핑핑 돌았지만 그 덕분인지 아득해지던 정신이 조금이나마 돌아오기는 했다.
몇 대는 더 맞았을 터였다.
아프지 않던 몸이 욱신거리고 있었다.
‘반격해야 해. 이대로 맞고만 있다가는…….’
심판이 그대로 경기 패배를 선언하기 전에 계속 싸울 수 있다는 퍼포먼스를 보여야만 했다.
힐끔 본 링 밖에 한 여자가 보였다.
자신이 맞고 있는 모습에 고개를 돌리지 않고 애써 바라보고 있었다.
선수를 그만두는 것이 어떠냐는 말을 한 번 들은 적이 있었다.
자신을 걱정하는 말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철호는 거절했고 그 이후로 그녀는 다시 권유하지는 않았다.
현준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지만 이제는 현준 때문에 계속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아니 조금은 현준 때문이기는 했지만 뭐든지 대충하던 삶에 이번만큼은 대충하고 싶지 않았다.
세계 챔피언을 목표로 하기는 했지만 자신이 세계 챔피언이 될 것이라는 생각은 그다지 들지는 않았다.
세상에는 자신보다 더 뛰어난 재능과 신체 능력을 갖춘 이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포기할 수는 없었다.
1등은 되지 못하더라도 중간에 포기하는 낙오자는 되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렇게 심판이 더는 힘들 것 같아 경기를 중단시키려고 할 때 철호는 자신을 향해 휘몰아치는 공격을 해오는 일본 선수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아직 대미지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지 주먹에 큰 힘이 들어가지는 않았지만 철호가 반격도 할 수 없을 만큼 한계라는 생각에 방어는 생각지도 않던 일본 선수였다.
힘으로 찍어 누르면 될 것이라 생각을 했지만 갑자기 뻗어오는 철호의 주먹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고서는 잠시 주춤했다.
그리고 철호도 그 틈을 놓치려 하지 않았다.
연달아 주먹을 날렸다.
퍽!
‘힘이 약하다.’
자세도 좋지 않아 주먹에 힘이 제대로 실리지 않았다.
상대는 이 정도로 쓰러지지 않을 터였기에 철호는 연달아 주먹을 뻗었다.
심장이 터져 버릴 만큼 세차게 뛰고 있었고 온몸은 산소를 달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기술이고 뭐고 없었다.
그냥 상대를 향해 휘두르는 주먹이었고 상대방도 철호의 주먹을 맞으면서 별다른 힘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쓰러트려야 한다.’
일본 선수도 철호를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둘 다 인파이터 스타일은 아니었지만 지금은 물러설 때가 아님을 알았고 자리에 멈춘 채로 연신 주먹을 휘둘러 대었다.
퍽! 퍽! 퍽! 퍼퍼퍽!
퍽! 퍽! 퍼퍽! 퍼억!
커다란 경기장에 살과 살이 부딪치는 소리만 울렸다.
응원을 하던 관중들도 멍하니 두 선수를 바라보았다.
얼굴이 서로 피범벅이 되고 그 피가 링 바닥에 떨어졌다.
주먹을 피하기 위해 상체를 흔드는 위빙을 하다가 철호나 일본 선수나 의미 없음에 주먹만 상대에게 휘두르는 것에 모든 에너지를 다 쏟아부었다.
시간적으로는 그다지 길지 않았다.
하지만 두 선수나 두 선수를 지켜보는 관중들 모두나 엄청나게 오랜 시간이 흐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심판 뭐해! 경기 종료! 경기 중단시켜!”
이벤트 경기로 5분 1라운드 경기였다.
양 선수 상의하고 연장전으로 1라운드를 더 추가할 수 있는 이벤트 룰이었다.
정규 경기라면 3분 3라운드나 3분 5라운드의 경기로 진행이 되었을 것이었다.
참여 선수가 많아 대부분 5분 1라운드로 진행되고 있었기에 꽤나 박진감 넘치는 경기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렇게 서로 치고받고 하는 경기가 5분이 지난 것이다.
멍하니 구경을 하고 있던 심판은 황급히 두 선수 사이에 끼어들어 경기를 중단시켰다.
둘 다 정신을 반쯤 놓은 것인지 경기가 끝난 줄도 모르고 있었던 듯했다.
“링 끝으로! 링 끝으로 가!”
선수들을 떨어트린 심판에 두 선수 모두 멍하니 자신들의 감독과 코치가 부르는 곳으로 다가갔다.
“철호야! 괜찮냐?”
“예? 어! 예.”
너무 많이 맞은 듯했다.
아마도 처음 맞았던 턱에 대미지가 컸을 것으로 보였다.
관장은 힐끔 현준이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현준은 그런 철호를 보고 있다가 경기를 끝내라는 신호를 주었다.
* * *
“메인 경기가 화끈하네.”
이대주도 이번에는 꽤나 놀랐는지 온몸에 힘을 주고 있다가 경기가 끝나자 몸의 긴장을 풀었다.
“이거 재미있네.”
“하하! 요즘 세상이 아무리 순해졌다지만 인간이 가진 난폭함이 사라진 건 아니지요.”
현준의 말에 이대주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만.”
현준은 대회 관계자를 향해 손짓했다.
이내 대회 관계자가 조심스럽게 현준에게 다가왔고 현준은 그의 귀에 대고 조용히 이야기했다.
대회 관계자는 이내 현준에게 고개를 살짝 숙이고서는 VIP석에서 어딘가로 나갔다.
이대주는 현준이 한 말이 뭔지는 못 들었지만 대충 어떤 것일지는 짐작했다.
잠시 후 메인 경기였기에 연장전을 치를 수 있었지만 사회자는 선수 보호 차원으로 연장전을 치르지 않기로 했다고 선언을 했다.
결국 심판 판정으로 넘어갔고 심판 판정 경과 2대 1로 철호의 승리를 선언했다.
사실 누가 이겨도 이상할 것 없는 경기였지만 다소 찝찝한 느낌이었다.
“철호하고 상대 선수 둘 다 병원으로 보내서 MRI 등을 찍어 봐.”
“알겠습니다.”
승자는 철호가 되었다.
현준은 선수 둘 다 검사를 하고 치료까지 하라는 통보를 했다.
그렇게 경기 진행 전반을 좌지우지하는 현준이었고 이대주는 그런 현준을 꽤나 의미심장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현준이 심판들에게 철호가 이기도록 판정을 내리라고 지시를 했다고 확신하는 이대주였다.
그리고 이대주도 그것이 당연하다고 여겼다.
‘당연히 그래야지. 이건 마음에 드네.’
현준에 대해서 여전히 원한을 가지고 있었지만 이런 모습은 마음에 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일본 선수를 먼저 병원으로 보내고 철호를 승자로 링 위에서 돋보이게 했다.
얼굴의 출혈은 멈췄지만 얼굴이 부어올라 꽤나 보기 어려운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열심히 한 철호를 다들 응원해 주었다.
대회 자체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볼거리도 많았고 관중들에게 자신을 제대로 어필한 선수들도 있었다.
몇몇 부족한 점은 있었지만 계속 진행이 되면서 좋아지게 될 것이었다.
“서 이사! 수고 많이 했어!”
“감사합니다! 회장님!”
꽤나 만족스러운지 아니면 현준과의 인맥을 단단히 하고 싶었던지 대한체육회장과 임원들은 현준에게 고생 많았다며 악수를 청했다.
광고주들과 관계자들도 꽤나 만족스러운지 현준과 악수를 하며 대회가 끝난 경기장을 나섰다.
그렇게 사람들을 보내고 현준은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이대주에게 다가갔다.
“형님. 가시죠.”
“어! 그래!”
약속대로 한잔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그때였다.
이대주의 비서가 이대주에게 다가와서는 이대주의 귀에 입을 대고서는 속삭였다.
“박중섭이가 자살했습니다.”
“…….”
작은 목소리였지만 현준은 비서의 목소리를 들었다.
이대주는 여전히 미소 짓고 있었지만 눈빛이 살짝 변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습니까? 형님?”
“응? 아! 아니야. 음! 오늘은 조금 힘들 것 같은데. 내가 나중에 연락을 하지.”
“예! 그러십시오.”
“내가 미안하네. 갑자기 급한 일이 생긴 것 같아서 말이야.”
“워낙 중요한 일을 하시는데 당연히 급한 일부터 하셔야지요. 저는 신경 쓰지 마십시오.”
“그래. 다음에 내가 꼭 연락을 할게.”
“예! 그러십시오!”
이대주는 현준에게 연락을 하겠다고 말을 하고서는 황급히 경기장 밖으로 나갔다.
“무슨 일이래?”
이대주가 황급히 나가자 세영이 현준에게 다가와서는 무슨 일이냐고 물었다.
“안 갔어?”
“내 도움 필요한 거 아닌가? 이대주 벗겨 먹으려면?”
“뭐 그러긴 하지. 죽은 거 같아.”
“뭐?”
“미래 재단 본부장 말이야.”
“아! 그 납치되었다가 끔찍한 고문 받았다는?”
“그래. 그 사람.”
뉴스에 잠시 나왔던 것을 본 세영이었다.
현준의 납치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생긴 일이었기에 연쇄 살인마처럼 사회 지도층 인사들을 납치해 고문을 하는 범죄 집단이 있다고 알려진 것이다.
“세상이 어떻게 되려는지.”
“그러게 원한을 사는 짓을 하지 말아야지.”
현준의 말에 세영은 그 말이 왠지 자신에게 하는 말인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자신이 현준에게 원한을 사는 짓을 한 기억이 없었다.
“원한은 니가 산 거 아니야? 납치되었다가 죽을 뻔했잖아.”
“그래. 원치 않게 원한을 산 모양이지.”
현준은 세영의 말에 쓴웃음을 지었다.
현준도 복수는 또 다른 복수를 낳는다는 것에 동의를 했다.
하지만 복수를 중단한다고 해서 복수의 대상이 개과천선을 하는 것은 아니었다.
현준은 세영과 그 뒤에 서 있는 오진호를 바라보았다.
전생과는 달라진 현실이었지만 같은 일이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었다.
오진호는 세영을 위해 온몸이 부서지라 일을 할 것이다.
자신의 부귀영화를 위했다면 마지막의 비참함은 없었을 터였다.
‘적당히 해 먹고. 적당히 믿고. 적당히 했다면 이런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지.’
오진호에 대해서는 현준만큼 잘 아는 이가 없었다.
분명 오진호는 자신을 가로막는 가장 큰 적이 될 것이었다.
물론 모든 것을 다 갖춘 현준에게 오진호는 상대가 될 수 없었다.
오진호는 현준이 자신을 바라보자 잔뜩 굳었지만 결코 현준의 시선을 피하지는 않겠다는 듯이 노려보았다.
오진호의 성격상 부러지면 부러지지 결코 물러서지 않을 것을 알고 있었다.
세영을 꺾으려면 오진호도 꺾어야만 했다.
“그럼 조심히 들어가. 괜히 미친놈한테 납치당하지 말고.”
현준은 경고인지 충고인지 모를 말을 세영에게 하고서는 링 쪽으로 내려갔다.
사람들 사이에서 축하를 받고 있는 철호를 빨리 병원으로 보내야 했다.
* * *
“잘했다! 잘했어!”
철호는 사람들에게서 칭찬을 받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연신 자신을 응원해 주는 이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했지만 철호의 마음은 무거웠다.
자신의 승리가 마냥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자신이 졌다고 하기도 그렇지만 자신이 이겼다고 하기에도 석연치 않았다.
심판들이 판정을 내리기 전에 한 남자가 심판들에게 다가와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본 철호였다.
그리고 그 남자가 현준 쪽의 사람임을 철호는 알고 있었다.
압력을 행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찝찝함을 버릴 수가 없었다.
‘제길! 잡생각만 하지 않았다면.’
평소와는 달리 잡생각이 너무 많았다.
물론 잡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자신이 월등하게 우세했던 것도 아니었지만 자신 때문에 현준이 승부 조작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자괴감과 모멸감까지 들 정도였다.
남아서 자신을 축하해주는 사람들 중에 민지영은 보이지 않았다.
일본 선수에게 두들겨 맞는 와중에도 고개를 돌리지 않고 지켜봐 줬던 민지영이었지만 경기가 끝나자 홀로 경기장에서 나가 버린 것이다.
민지영과 함께 있던 자리에는 자신의 아버지가 여전히 서 있었지만 표정은 꽤나 착잡해 보였다.
철호가 이긴 것은 기뻤지만 엉망이 되도록 맞는 것은 속이 적잖이 상한 것이다.
그렇게 모두가 기뻐하는 곳에서 침울해져 있는 철호는 현준의 목소리를 들어야 했다.
“빨리 병원부터 보내. 선수의 건강 문제가 가장 중요하니까.”
현준의 말에 다들 현준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며 분위기가 누그러졌다.
“현준아.”
“나중에 이야기하고 치료부터 받아.”
현준의 표정은 싸늘했다.
무척이나 화가 나 있다는 듯한 현준의 표정에서 철호는 체육관 식구들의 부축을 받아서는 경기장 밖으로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