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divorce, the tycoon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on RAW novel - Chapter 14
14화
14.
현준이 찾고 있는 곳은 합법과 불법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자들이 있는 곳이었다.
일반인들은 평생 접해 보지 못할 그런 반쯤 어둠에 잠겨 있는 곳이었고 현준도 본래라면 알지 못해야 할 곳이었다.
“정말 이리로 들어가는 것이 맞아?”
공민지는 대한민국 서울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물론 서울 지하철의 노숙자들도 보고 달동네도 간간이 TV 뉴스에도 나왔지만 이곳은 마치 서울이 아닌 다른 세계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굳이 찾아보지 않는다면 알 수 없는 으슬으슬하고 좁은 골목길들을 지나 현준은 개화기 시절에나 지어졌을 법한 건물 앞에 섰다.
“여기서 기다려.”
“미쳤어!”
건물 안으로 들어가는 것도 겁이 났지만 건물 밖에서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은 더욱더 없었다.
현준은 몸을 바르르 떠는 공민지를 보고서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너 돈 있으면 여기 집이나 땅 좀 사라.”
“뭐?”
나중에 재개발되면 돈을 갈퀴로 쓸어담을 동네였다.
현준은 공민지에게 인생 최고의 기회를 하나 알려주고서는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관리 되지 않은 건물이었지만 그래도 사람은 살고 있었다.
2층으로 올라가자 덩치 큰 대머리의 남자 하나가 복도에 서 있었다.
덩치 큰 대머리의 남자가 현준과 공민지를 바라보았다.
공민지도 현준이 심부름센터 같은 곳을 찾아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평생 자신의 능력으로는 힌트조차 찾지 못하고 있는 엄마와 의문의 남자였다.
그런 이들을 찾아야 했으니 왠지 불법적인 일을 하는 이들을 찾아야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아니! 재벌 3세가 왜 이런 곳을 알아?’
나이는 둘째 치고 좋은 것만 보고 좋은 것만 들을 것 같은 부잣집 도련님이 너무 위험한 곳을 드나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현준을 보면 볼수록 기이하고 이상했다.
그렇게 현준은 대머리를 힐끔 보고서는 그대로 3층으로 올라갔다.
대머리에게 가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 공민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내 대머리가 이런 장소와는 그다지 어울려 보이지 않는 현준과 공민지에 흥미를 보인 것인지 3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으로 걸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현준아. 따라와.”
차마 큰 목소리는 내지 못하겠고 겁에 질린 채로 현준에게 속삭이는 공민지였다.
그런 공민지에 현준은 꽤나 신기한 듯이 공민지를 바라보았다.
“야. 너는 클럽에서 모르는 남자하고 그렇게 합석하면서 뭘 이런 걸 무서워하냐?”
“야! 그거하고 같냐!”
나름 자신만의 기준이 확고한 공민지였다.
물론 나중에는 그런 기준이 꽤나 무너지기는 하지만 아직은 당돌해도 어린 여자아이에 불과했다.
그렇게 아래에서 대머리가 쫓아올라 오고 있을 때 현준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3층 복도를 천천히 가로질러 갔다.
복도에는 5개의 문이 있었고 그 문 중에 하나에 평화 일수라고 적혀 있었다.
“하고 있네.”
“어? 찾았어?”
“그래.”
현준은 이제 막 3층으로 올라오고 있던 대머리가 자신들을 막 보았을 때 평화일수의 문을 열었다.
젊은 남녀가 일수 집에 들어가는 것에 대머리는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다가 다시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서울시 안에서도 막장인 동네였다.
그런 막장의 동네 안에서도 일수는 최악의 막장이라 할 수 있었다.
마음 같아서는 붙잡아서는 훈계라도 해 주고 싶었다.
그렇게 평화 일수에 문을 열고 들어가자 화장을 짙게 하고 있는 30대의 아줌마인지 처녀인지 모를 여인이 사무실 책상에 앉아 손톱을 다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여인은 대충 인사를 하다가 뭔가 이상했는지 현준과 공민지를 바라보았다.
“니들 뭐니?”
훈남 훈녀로 연예인이 아닌가 할 정도로 멀쩡하게 생긴 애들이었다.
나이는 이제 막 젖비린내가 가실까 싶은 나이였으니 이런 곳에 올 아이들은 아니었다.
“방 씨 있나.”
“뭐?”
“방 씨 있냐고.”
“…….”
새파랗게 어린놈이 자신의 사장님을 찾는 것이 어이가 없었지만 나름 산전수전 다 겪은 여인은 현준의 어린 얼굴과는 달리 눈빛에서 알 수 없는 살의가 느껴지는 것에 곧장 사무실 안쪽을 향해 외쳤다.
“사장니임!”
무엇 때문에 찾아온 것인지는 알 필요 없었다.
이런 곳과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두 남녀에 호기심이 일기도 했지만 호기심이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님을 그녀는 알고 있었다.
여인의 외침에 안쪽 방의 문이 열리고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 하나가 비틀거리며 나왔다.
술 냄새가 가득 풍겨 나오는 것이 어제 꽤나 마신 모양이었다.
“왜? 어? 니들 뭐니?”
사내도 자신의 영업점에 어울리지 않는 현준과 공민지에 의아한지 고개를 갸웃거렸다.
사채업을 하는 그였으니 자신에게 찾아왔다는 것은 돈이 필요하다는 의미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가 본 현준이나 공민지 모두 돈을 필요로 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바로 알아볼 수 있었다.
“사람을 하나 찾고 있어. 뭐 둘이 될 수도 있고.”
현준은 전생에서는 몇 번 만났었던 방혁수에 반가움 반 혐오스러운 반이 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 씨! 야! 꺼져!”
방혁수는 어디서 뭘 듣고 온 것인지 사채업자인 자신에게 심부름센터에서나 할 일을 의뢰하러 온 것에 손을 내저었다.
“지혜야! 소금 뿌려…….”
툭!
현준의 품 안에서 오만원권 다발이 테이블 위로 던져졌다.
“여자를 찾고 있어. 여자를 못 찾겠으면 남자라도 찾아주면 돼.”
돈이면 뭐든 한다.
방혁수의 스타일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현준이었다.
돈이라면 사람도 죽여 줄 수 있는 방혁수였다.
방혁수는 오만원권 다발을 힐끔 보며 백태가 낀 혀로 입술을 핥았다.
간을 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 현준은 다시 품 안에서 오만원권 다발 하나를 더 꺼내어서는 테이블 위에 던졌다.
“착수금. 여자 찾으면 1억! 남자 찾으면 오천. 남자 찾은 뒤에 여자도 찾으면 1억도 마저 준다.”
방혁수와 줄다리기할 생각 없었다.
돈 몇 푼 아끼겠다고 뱀처럼 비열한 놈과 신경전을 벌이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누구?”
“어차피 조사해 볼 거잖아.”
“헤헤! 일단 앉으시죠. 지혜야! 커피!”
“예! 사장님!”
지혜라는 30대 여인이 일어났지만 현준은 귀찮다는 듯이 손을 내저었다.
‘어린 놈의 새끼가.’
하는 행동들이 시건방지기 짝이 없었지만 방혁수는 눈앞의 천만 원과 성공 보수로 1억이라는 말에 자신의 마음을 절대 내색하지 않았다.
“이리로 들어오시죠.”
누굴 찾는지를 일단 들어야 했기에 자신의 사장실로 현준과 공민지를 들이는 방혁수였다.
방혁수의 사장실 안으로 들어가자 담배 냄새가 가득하고 먹고 난 컵라면과 먹다 남은 소주병들이 보였다.
“조금 지저분하지요? 잠시만요!”
부끄럽다는 말을 하면서도 대충 한쪽으로 밀어내기만 한 방혁수는 좁은 사무실의 절반을 채우고 있는 소파에 앉으라고 했다.
가죽이 벗겨지고 때가 탄 소파에 공민지의 표정이 일그러졌지만 현준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이 소파에 앉았다.
공민지는 영 믿음직해 보이지 않는 방혁수에 현준을 바라보았지만 나갈 생각도 하지 않는 데다가 자신을 위해 1억 원이라는 거금을 내주는 것에 얌전히 현준의 옆에 앉았다.
나름 수수하게 입고 오라고 했지만 꽤나 몸매가 돋보이는 복장을 한 공민지였다.
그런 공민지에 방혁수는 절로 군침이 삼켜졌다.
그리고서는 공민지가 달라붙어 있는 현준을 보았다.
‘운도 좋은 새끼!’
생긴 것도 잘생겼고 돈도 많은 듯했다.
‘그건 분명 작을 거다!’
부러움에 마음속으로 저주를 해주고서는 환한 미소를 지으며 현준과 공민지의 반대편 소파에 앉았다.
오래된 수첩을 펼치고서는 현준을 바라보는 방혁수였다.
“누구를 찾으신다구요?”
방혁수의 말에 현준은 공민지를 바라보았다.
방혁수도 여자와 남자를 찾는 이가 공민지 임을 알고서는 시선을 공민지에게로 향했다.
공민지는 고민 끝에 한 잔의 사진을 방혁수에게 내밀었다.
“저희 어머니예요. 젊은 시절의 사진만 하나 남아 있어요.”
제법 오래된 사진 속에는 공민지를 닮은 여인 하나가 있었다.
“다른 특징 같은 것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현실은 영화와는 달랐다.
사진 한 장 내놓고 사람 찾아달라고 한다고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공민지는 많지 않은 자신의 어머니와의 기억을 더듬어서는 방혁수에게 말해야 했다.
아는 것도 많지 않았고 왠지 자신의 어머니의 일을 좋은 쪽의 인간이 아닌 듯한 방혁수에게 말하는 것에 거부감이 들었다.
“흐음! 자료가 많이 부족하군요.”
방혁수는 공민지가 알려준 정보만으로는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공민지의 엄마와 마지막으로 함께 있었다던 남자를 먼저 찾아야 할 것 같았다.
“남자의 특징에 대해서 알려 주시겠습니까?”
“남자는…….”
공민지는 남자의 특징에 대해서 방혁수에게 이야기했다.
물론 남자의 특징 또한 매우 단편적이어서 쉽지 않았다.
“왼쪽 손목에 세모 모양의 문신이 있었어요.”
“세모 모양의 문신이라. 음! 일단 알겠습니다. 연락은 어떻게 하죠?”
방혁수는 현준을 바라보았다.
찾는 것은 공민지의 엄마였지만 자신의 의뢰주는 현준임을 알아보는 것이다.
“이곳으로 연락 주시오. 통화는 안 될 테니 문자로 주시면 될 거요.”
현준은 자신의 명의가 아닌 다른 사람의 명의로 만든 대포폰 번호를 방혁수에게 내밀었다.
방혁수도 조금만 조사를 하면 현준이 준 번호가 대포폰 번호임을 알아볼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찾는 대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가자.”
“어? 어!”
현준은 공민지를 데리고서는 건물 아래로 내려갔다.
그렇게 2층 계단을 내려갈 때 대머리의 외침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똑바로 살어!”
나름 현준과 공민지가 걱정이 되어 한 외침이었다.
현준은 1층으로 내려가며 공민지에게 말을 했다.
“똑바로 살라잖아.”
“내가 뭐?”
공민지는 꽤나 억울했지만 대머리가 무서워서는 차마 가서 따질 수는 없었다.
그렇게 간신히 차에 타고 나자 공민지는 긴장이 풀린 듯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혼자 올 생각은 하지 마라.”
현준은 여자 혼자는 너무 위험하다며 혼자 찾아올 생각 하지 말라는 충고를 해 주었다.
현준이 그런 말을 하지 않아도 공민지는 혼자 이런 곳을 찾아오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렇게 현준이 차를 몰고 골목길 몇 곳을 지나자 마치 다른 세상에 온 것 같은 서울 시내가 나타났다.
공민지도 놀란 표정을 짓고서는 사람들과 차들이 가득한 시내를 바라보았다.
“거기 땅 어떻게 사?”
“…….”
공민지는 현준이 말한 그곳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거긴 반드시 재개발된다!’
빚을 내서라도 집 하나 사둬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공민지였다.
그런 공민지에 현준은 피식 웃었다.
그렇게 언제 찾을 수 있을지는 현준도 알 수 없었지만 의뢰를 하고서는 공민지를 지하철 입구 앞에 내려줬다.
“내가 이런 말 할 건 아니지만 함부로 몸 굴리지 마라.”
공민지는 자신을 내려주며 더는 클럽에 가지 말라는 말을 하는 현준에 기가 막혔지만 한편으로 고마웠다.
수많은 남자들을 만났지만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해 주는 남자는 없었다.
물론 현준이 자신에게 원하는 것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더욱이 자신에게 그 어떤 감정이 있지 않다는 것도 공민지는 알 수 있었다.
“너 방탕한 생활 돕는 건.”
“그때만 가. 갈 때 연락할 테니까.”
“알았어.”
현준은 자신이 괜히 쓸데없는 소리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차를 출발했다.
그렇게 자신의 자췻집으로 향하던 현준은 자신에게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아! 예! 안 그래도 가려고 했어요.”
현준은 전화를 받고서는 자신의 자췻집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핸들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