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regression, the strongest defense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97
197화>
크림반도, 푸틴의 선택 (5)
수화기 너머 푸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오에 세바스토폴 광장에서 대규모 시위가 시작될 것이다. 이미 우크라이나의 키이우에서는 조국의 땅을 되찾으려는 시위가 시작됐다. 러시아는 이들에게 힘을 보태야 한다. 빅토르 소장, 흑해함대는 정오를 기해서 크림반도에 지대지 미사일과 함포 공격을 실시한다.〕
기어이 공격 명령이 떨어졌다.
〔알겠습니다.〕
〔목표 지점은 우크라이나 군 시설과 기간 시설이다. 전함에 있는 무기의 10%만 소진하고 다음 명령을 기다려라.〕
〔네, 알겠습니다.〕
푸틴의 전화를 끊은 빅토르 소콜로프 상장이 전함의 사격 범위 내에 들어 있는 우크라이나의 발전 시설과 군 시설을 확인했다.
그리고 시계를 보았다.
‘오전 11시. 앞으로 한 시간이 지나면 정말로 전쟁이 일어나겠군.’
그러나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전함에 있는 무기의 10%라면 일회성 공격으로 멈추라는 명령이다. 동쪽에 있는 러시아 군대의 진격 이후에 공격을 재개하려는 걸까?
빅토르 소콜로프 상장은 더 이상의 생각을 멈추고 군통수권자의 지시에 따를 준비를 했다.
〔전 함대 연결하라.〕
〔네, 함장님.〕
* * *
〔현재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의 중소도시에서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부 시위대는 총기를 소지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집무실로 달려간 맥코이가 오바마에게 보고했다.
〔크림반도의 상황은 어떻소?〕
〔미스터 최의 보고에 의하면 러시아의 흑해함대 중 일부 병력이 세바스토폴 광장 시위대에 무기를 공급하면서 직접 참여했다고 합니다. 미스터 선의 PMC가 막긴 했지만 생존한 병력들은 시위대에 합류한 것 같습니다.〕
〔미스터 최의 생각이 맞았군. 세바스토폴의 흑해함대가 그런 식으로 움직일 줄이야. 크림반도 안에서 러시아군이 움직인다면 러시아계 주민들이 호응할 가능성이 크겠어.〕
오바마는 선재의 말이 맞아 들어가는 게 오히려 불안했다. 선재가 크림반도를 어떻게 막을지는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다급한 노크 소리와 함께 거의 동시에 대통령 집무실의 문이 열렸다.
〔대통령님, 크림반도에서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러시아의 흑해함대가 크림반도를 공격하기 시작했습니다.〕
〔뭐라고?!! 맥코이 부국장, 미스터 선이 이런 사태를 막기로 한 것 아니었나?〕
방금 전의 불안함이 한층 더 증폭되어 오바마를 덮쳤다.
〔미스터 최는 뭘 하고 있는 거요? 당장 비상회의부터 소집해야겠어.〕
러시아의 팽창은 미국의 위기다. 특히나 흑해의 주도권이 러시아에 넘어간다면 말이다.
맥코이가 뭐라 대답해야 할지 혼란스러운데 그의 휴대폰이 진동했다.
〔미스터 선의 전화입니다. 스피커폰으로 받겠습니다.〕
〔맥코이 부국장님, 최선재입니다.〕
다급한 맥코이가 형식적인 안부도 묻기 전에 본론으로 들어갔다.
〔미스터 선, 나는 지금 대통령 집무실에 있습니다. 내 앞에는 미국의 대통령이 있고 방금 전에 흑해함대가 크림반도를 공격했다는 보고를 받았습니다. 사실입니까?〕
〔사실입니다. 정오를 기해서 세바스토폴에 있는 흑해함대에서 일제히 크림반도를 향해 지대지 미사일과 함포 사격을 시작했습니다.〕
〔미스터 선, 트러블 슈터가 되겠다고 한 당신의 말은 허풍입니까? 단지 메가로돈을 파나마 운하에서 건져내려고 거짓말을 한 겁니까?〕
오바마가 끼어들어 선재에게 물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제가 그런 마음이었다면 굳이 ‘빅아이’를 백악관에 두고 왔겠습니까? 이미 확인했겠지만 ‘빅아이’는 현존하는 최고 성능의 첩보 위성입니다. ‘빅아이’를 띄우면 국방정찰국에서 준비하고 있는 블랙잭 프로젝트의 시기를 앞당길 수 있지 않습니까? 예산 규모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고 말입니다.〕
선재의 말은 사실이다. 계속해서 올라온 보고에 따르면 ‘빅아이’ 덕분에 백억 불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
〔부정하지 않겠소. 그 점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오바마의 목소리가 살짝 가라앉았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에 대한 대책은 있는 겁니까?〕
〔미스터 프레지던트, 세바스토폴의 흑해함대 해군 중 일부가 시위대를 폭도로 만들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예상했던 상황이고 그들이 어떤 길로 이동할지도 알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을 막기 위해 전투기를 출격시켰더니 푸틴이 놀란 모양입니다.〕
〔전투기라니??〕
〔우크라이나의 저의 방산 기업이 있다는 것을 잊으셨습니까?〕
선재가 고등훈련기 T-50C의 공격과 세바스토폴 광장의 이야기를 했다.
〔갑작스런 공격에 당황한 푸틴이 나름 반격을 ‘한 수’를 둔 겁니다. 초반에 발생한 예기치 못한 상황을 어떻게든 상쇄하려는 수작이었을 겁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이제 곧 보고가 들어오겠지만 세바스토폴 인근의 우크라니아 군 시설과 도로, 발전소 일부가 파괴됐습니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서 더 이상의 공격은 없습니다. 해군만 가지고 전쟁을 할 수는 없으니까요.〕
〔흑해함대가 크림반도를 공격한 이유가 정말 그뿐일까요?〕
〔위협이 필요했을 겁니다. 무기와 함께 이동하던 해군들이 갑자기 나타난 전투기에 당하자 자신들이 비밀리에 추진했던 일을 들켰다고 생각한 겁니다. 우크라이나 전투기라고 판단한 푸틴이 율리아 티모센코 대통령에게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입니다.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를 적반하장이라고 합니다. 도둑이 주인에게 몽둥이를 든 격이죠.〕
〔미스터 최, 우크라이나 정부에서는 전투기를 띄운 게 당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까?〕
〔율리아 티모센코 대통령과는 이미 합의를 마친 상태입니다. 우크라이나 내부에서 저의 움직임은 아무런 장애도 받지 않습니다.〕
선재의 말을 들은 오바마는 속으로 상당히 놀랐다.
일개 개인이 일국의 정부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의 위치에 있는 듯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건 결코 허세가 아닌 듯했다.
맥코이 부국장은 선재가 자신이 생각한 것 이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스터 최,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크림반도의 시위는 오늘 안에 끝날 겁니다.〕
〔러시아 군대가 자신들을 도울 거라 생각하는 시위대가 그렇게 쉽게 물러갈까요?〕
〔물러가게 해야죠.〕
선재의 목소리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리고 며칠 안에 푸틴은 크림반도에서 손을 떼게 될 겁니다. 맥코이 부국장님, 이 정도면 우리의 신뢰는 충분히 확인된 거죠?〕
수시로 상황을 보고해달라는 맥코이 부국장의 말대로 현재 상황을 알려온 선재다.
〔미스터 선, 앞으로도 새로운 상황이 발생하는 대로 부탁합니다.〕
〔물론이죠.〕
전화를 끊은 맥코이 부국장이 오바마의 심기를 살폈다.
다행이다. 선재를 신뢰하는 눈치다. 어느새 심적이나마 선재의 편이 되어버린 맥코이가 선재의 다음 소식을 기다리면서 대통령에게 물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비상회의를 소집할까요?〕
〔아니, 일단 미스터 최의 다음 보고를 기다려 봅시다.〕
* * *
타타탕!!!
러시아 만세!! 크림반도에 러시아의 깃발을!!
사방에서 울리는 시끄러운 총소리와 폭도로 변한 시위대의 외침이 세바스토폴 광장에서 시청으로 이어졌다.
〔세르게이, 시청을 접수하면 네가 시장이 되는 거다.〕
시위대 중간쯤에 끼어서 이동하던 게오르기가 말했다.
알렉세이가 사망하지 않았다면 그가 세바스토폴의 새로운 시장이 됐을 것이다. 현재 상황에서 그의 대체재는 세르게이다.
〔그런데 제가 시장 일을 할 수 있을까요?〕
스무 살이 넘은 뒤로는 군대 생활만 했던 세르게이다. 세바스토폴 시장 업무가 적과 싸우는 것보다도 더 두렵게 느껴졌다.
〔걱정 마. 시청 직원들이 있잖아. 러시아 중앙 정부에서 내려오는 지시만 제대로 이행하면 될 거야. 지금 상황에서 다른 놈을 시장으로 앉힐 수도 없고 말이야.〕
〔알겠습니다.〕
갑자기 시장이라니 얼떨떨했지만 내심 기쁘기도 했다. 역시 러시아는 혁명의 나라이다. 불과 며칠 전까지만 해도 항구에서 허드렛일이나 하던 처지였다. 그게 싫어서 마피아를 조직해서 밀수라도 해볼까 생각했었는데 게오르기에게 선을 대면서 이렇게 된 것이다.
〔크림반도는 러시아의 영토다!! 러시아의 땅은 러시아에게!!〕
세르게이의 목소리에 한층 더 힘이 들어갔다.
탕탕탕!!
총을 든 시위대들이 길을 막고 바리케이드를 친 경찰들을 향해서 거침없이 총을 쏘았다. 그때였다. 소총을 대응 사격을 하던 경찰 쪽에서 수십 개의 최루탄을 발사했다.
펑펑펑!!
최루탄들이 시위대 앞에 떨어졌다.
시위대는 난생처음 보는 최루탄에 어리둥절했다.
밀가루보다도 고운 최루탄 입자가 바람을 타고 시위대들의 눈과 코와 피부로 스며들었다.
순간, 목구멍이 탁 막히고 눈물과 콧물이 쏟아졌다.
피부가 타들어갈 것만 같은 엄청난 고통이 밀려들었다.
최루탄을 맞은 시위대 중 일부는 우크라이나 군대가 생화학 공격을 한다고 믿었다.
이제 곧 피부가 녹아내리고 목구멍이 타들어갈 것이라는 공포에 빠졌다. 그만큼 최루탄이 파고든 고통은 극심했다. 매운 것에 단련된 한국인들도 최루탄에 눈물 콧물 다 빼고 만다. 그런데 매운 것에 전혀 힘을 못 쓰는 유럽인들은 어떻겠는가?
흑해함대에서 합류한 해군들도 생화학 공격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당장 방독면도 없고 어떻게 피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놀란 군중은 소총을 버리고 얼굴에 묻은 하얀 가루를 손바닥과 러시아 깃발로 닦아냈다.
그러나 그러면 그럴수록 따갑고 뜨겁고 숨이 막힐 것 같은 고통은 더욱더 커졌다.
증상이 더 심각해진다고 생각했다. 이제 정말 죽었다고 생각했다.
“아아악!! 살려줘!!”
얼굴이 녹아내릴 것 같은 고통은 더 커졌고 피부 속으로 고통이 알알이 박혔다. 그런데 이상한 놈들이 있었다.
그 자리에 멈춘 채 아무 짓도 하지 않고 두 팔을 벌린 채 고통을 음미하는 놈들이라니.
얼굴을 비비면서 도망치던 세르게이의 눈에는 마치 죽음을 각오한 놈들처럼 보였다.
‘한심한 놈들, 이런 일에 목숨을 포기하다니.’
그런데 놈들 중 하나가 눈을 번쩍 뜨더니 세르게이를 향해서 권총을 겨눴다. 마치 더 이상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는 듯 씨익 미소를 띤 놈의 얼굴이 이상하다고 느낀 세르게이가 한 방의 총소리와 함께 바닥에 쓰러졌다.
그리고 숨이 넘어가기 직전에 알아들을 수 없는 외국어를 들었다.
“새끼들, 최루탄은 처음이지. 이건 그냥 가만히 참고 바람으로 날려버려야 돼. 비비면 비빌수록 피부를 더 파고들거든. 최루탄도 모르는 것들이 시위는 무슨.”
세르게이가 마지막으로 들은 이상한 언어의 주인공은 고한우 실장이었다.
“보스, 세르게이 제거했어.”
“보스든 최 대표든 하나로 통일하면 안 돼요? 남북통일도 코앞인데.”
“뭐라고 부르든 최선재면 되는 거잖아. 일단 총 든 놈들만 모조리 치우면 되지?”
“네, 저는 지금 시청에 도착했어요. 좀 이따가 만나요.”
“오케이.”
최루탄은 화학약품이지만 물과 바람에 흘려보내면 된다. 그렇지 않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효과가 떨어진다. 금방이라도 죽을 듯 고통을 느꼈던 시위대들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시청으로 향했다.
시위대가 지나간 자리에서 세르게이의 죽음을 확인한 게오르기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부하들을 독려했다.
〔시장의 목을 따는 놈에게 세바스토폴의 시장 자리를 주겠다!!〕
* * *
한편, 세바스토폴 시장은 방금 시장실로 들어온 구릿빛 피부의 동양인 사내에게 얼른 손을 내밀었다.
〔대통령의 전화는 받았습니다. 미스터 최.〕
〔반갑습니다. 이제 곧 시위대가 시청으로 몰려들 겁니다.〕
〔경찰 병력이 있지만 만 명이 넘는 시위대를 막기에는 역부족입니다. 대통령께서는 군대를 동원하라고 하셨지만 시장의 명령을 듣는 군대는 이곳에 없습니다.〕
설령 시장의 명령을 듣는 군대가 있더라도 이곳과 너무 멀었다.
〔대통령은 미스터 최를 믿으라고만 하던데…….〕
시장이 반신반의하는 눈빛으로 선재를 보았다.
이제 곧 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밀려들 것이다. 선재가 예상했던 상황이다. 처음부터 고작 300명의 레드 셀로 막으려 했던 시위가 아니다.
선재의 큰 그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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