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ter the regression, the strongest defense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크림반도, 선재의 선택 (6)
선재가 맥코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맥코이 부국장님, 백악관에서 약속드린 대로 크림반도의 시위는 이제 곧 끝날 겁니다.〕
〔미스터 선에게 특별한 계획이 있나 보군요.〕
〔조금 있으면 만 명이 넘는 시위대가 이곳 시청으로 밀려들 겁니다. 지금 막지 못하면 시청은 시위대에게 점령되고 시위대가 내세운 자가 세바스토폴의 새로운 시장이 될 겁니다. 그다음에는 순식간에 의회가 장악되고 이번 사태에 고무된 자들이 크림반도 여기저기에 들고 일어날 겁니다. 그렇게 되면 끝내 크림반도는 러시아 병합을 두고 주민 투표를 벌일 겁니다. 결과는 러시아 병합 찬성 쪽으로 기울겠죠.〕
〔푸틴이 예정한 수순이겠군요. 그걸 막으려면 세바스토폴 시청을 지켜야겠군요. 새로운 시장의 등장이 크림반도를 러시아로 넘기는 나비의 날갯짓이 될 테니까.〕
〔그렇습니다.〕
〔이전처럼 할 생각입니까?〕
맥코이가 말한 ‘이전’은 게오르기 상사의 해군들을 공격한 고등 전투기 공습을 말한다.
〔그 이상의 공격을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지금 미국이 그 상황에 대해서 모른 척해달라는 말을 하는 거군요.〕
〔많은 사람들이 죽을 겁니다. 그러나 그 대가로 크림반도를 러시아에게 빼앗기는 일은 없을 겁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면.〕
이번의 경우는 러시아 해군을 공격한 것과 다르다. 시위대는 민간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각국의 지도자들 입장에서 국익을 앞서는 것은 없다.
전화를 끊은 멕코이 부국장은 즉시 오바마에게 달려갔고, 선재는 티탄의 주재윤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주재윤 팀장님, T-50C 다섯 대를 중무장해서 이곳으로 보내주세요. 그리고 팀장님은 즉시 해안 동굴로 이동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 * *
티탄의 격납고에서 공대지 미사일과 지대지 미사일로 무장한 T-50C 고등 훈련기 다섯 대가 이륙했다.
〔편대, 세바스토폴로 이동한다.〕
그리고 주재윤 팀장을 태운 전투 헬기 한 대가 해안 동굴로 방향을 잡았다.
‘드디어 때가 온 건가?’
주재윤 팀장이 메가로돈의, 오데사의 해안 동굴과 이어진 비밀 격납고를 떠올렸다.
* * *
선재는 시장 집무실 창밖으로 시선을 고정했다.
멀리 시위대들이 흔드는 러시아 깃발이 보이기 시작했고 시장의 지시를 받은 세바스토폴 경찰서장은 100여 명의 경찰을 시청 주변에 배치했다.
레드 셀 대원들도 고한우 실장의 지시에 따라서 시청과 주변에 자리 잡았다.
〔무기를 소진한 시위대에게는 자비를 보이지 마라.〕
크림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났다는 소식을 들은 세계의 언론사와 프리랜서 리포터들이 세바스토폴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때마침 러시아 군대의 이동이 크림반도에 대한 위협이라고 판단한 CNN과 몇몇 거대 미디어들은 미리부터 기자를 파견한 덕분에 가장 빠른 뉴스를 내보낼 수 있었다.
그중에 CNN의 크리스 기자는 세바스토폴 종군 기자의 경험을 살려서 광장에서 총격전이 있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시위대가 집결하고 아직 폭력적으로 변하기도 전이었는데 총격전이 있었다니? 크리스는 세바스토폴 광장의 시위가 단순하지 않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건 우크라이나만의 문제가 아니다. 역시 러시아와 영토 분쟁을 벌이는 게 분명해.’
그런데 괴상한 소문도 있었다.
광장에서 4km 떨어진 도로에서 대규모 폭격이 있었다는 것이다.
현장에 도착한 크리스는 소문이 진실임을 깨달았다. 바닥에 떨어진 탄피들과 핏자국, 움푹 파인 거대한 구덩이와 여기저기에서 나뒹구는 군용 트럭들까지.
크리스가 트럭이 달려온 도로 너머를 바라보았다.
그 끝에는 러시아의 흑해함대가 주둔하는 기함지가 있다.
우크라이나의 전투기 공격에 이어서 러시아의 흑해함대에서 크림반도를 향해서 일제히 지대지 미사일과 함포 사격을 한 것은 예정된 수순 같았다.
그렇다면 이제 크림반도의 동쪽 끝에서 집결한 러시아 군대가 움직일 차례인가?
그들이 진격한다면 크림반도의 전쟁이 시작되는 것인가?
그러나 러시아 군대는 흑해함대의 공격 이후에 더 이상의 어떤 움직임도 없었다.
우크라이나 역시 자국 영토에 공격을 가한 흑해함대에 어떤 보복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전투기와 함포 사격을 주고받은 이후에 어떤 움직임도 없다.
크리스는 분명 뭔가 자신이 모르는 무엇인가 있다고 생각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힘이 맞서고 있는 게 분명해.’
크리스가 시위대가 몰린 광장 쪽으로 자동차를 몰았다.
* * *
우크라이나 대통령 율리아 티모센코는 이제 곧 세바스토폴 광장에서 벌어질 비극을 생각했다.
시위대는 만 명이 넘는다고 했다. 그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게 될까?
그들이 비록 크림반도의 러시아 병합을 위해서 반국가 시위를 하고 있지만 러시아계 주민들도 우크라이나의 국민이다.
방금 전 티탄의 대표 모건에게서 전화가 왔다. 중무장한 고등 훈련기 다섯 대가 세바스토폴 광장을 향해 출력했다고.
율리아 티모센코는 알았다고만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이게 최선일까 다시 한번 생각했다.
〔미스터 최, 전투기 공격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을까요?〕
〔대통령님, 백 명의 경찰 병력과 레드 셀 병력만으로 시위대를 해산시킬 수는 없습니다.〕
〔알아요. 그래도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율리아 티모센코는 광장에서 죽어갈 사람들의 목숨을 하나라도 더 구하고 싶었다.
선재 역시 시위대를 공습한다는 게 썩 내키지 않았다.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있다. 브레이크가 고장 난 기차가 계속 달리면 인부 다섯 명을 치게 된다. 그렇다고 레일의 방향을 틀게 되면 우측에 있는 인부 한 명을 치게 된다. 그렇다면 누구를 향해서 달려야 할까? 공리주의 입장에서 본다면 어렵지 않게 한 명을 희생하자고 할 것이다. 그러나 그 한 명이 자식이거나 사랑하는 연인이라면 그럴 수 있을까?
〔대통령님, 크림반도와 시위대의 목숨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합니다. 지금이라도 전투기 공격을 멈추라고 하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선재의 말에 율리아 티모센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탕탕탕!!
광장으로 모여든 시위대는 게오르기 상사가 앞장을 섰고 수백 정의 총이 경찰과 시청을 향해 총알을 쏘았다.
〔어쩔 수 없군요. 대통령으로서 영토를 지켜야 할 수밖에요.〕
수화기 너머 총소리를 들은 율리아 티모센코가 그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은폐물과 시청 건물에 몸을 숨긴 경찰들과 레드 셀의 대응 사격이 한 차례 이어졌다.
그리고 시청의 방송실에서 세바스토폴 시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시위대는 지금 즉시 해산하기 바랍니다. 여러분들은 반국가적 불법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더 이상 시위를 이어간다면 정부는 여러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그때, 다섯 대의 고등 훈련기가 세바스토폴 광장 위를 낮게 날아갔다.
공기를 가르는 고등 훈련기의 날카로운 비행음이 시위대를 귀를 울렸다.
〔경고합니다. 지금 당장 해산하지 않으면 여러분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습니다.〕
이미 고등 훈련기의 공격에 부하들을 잃은 게오르기는 다섯 대로 늘어난 고등 훈련기를 보면서 분노가 치밀었다.
타타타탕!!!
고등 훈련기를 향해서 게오르기가 소총을 발사했다. 그게 아무 소용도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할 수 있는 게 그것뿐이었다.
〔게오르기 상사님, 어떡합니까? 정말 전투기에서 미사일 공격을 하면 모두 끝장입니다.〕
〔그 전에 시청을 점령한다.〕
게오르기의 선택은 하나였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최대한 빨리 시청을 접수한다. 그리고 시장을 끌어내린 뒤에 부하 중에서 새로운 시장을 임명한다.
〔시청에는 망할 놈의 우크라이나 공무원들만 득실거리잖아.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저놈들이 어쩌겠나?〕
게오르기와 부하들이 시위대를 독려했다.
〔돌격!! 크림반도를 찾자!! 크림반도를 러시아로!!〕
시위대의 분노와 군중심리, 전투기 출현으로 인한 공포가 눈앞에 보이는 시청으로 쏠렸다.
시청으로 들어가야 살 수 있다.
돌격!!
와!!
타타탕!
시위대가 시청으로 밀려들었다.
그러자 선재가 고등 훈련기 편대장에게 무전을 날렸다.
〔작전 실시.〕
〔오케이, 보스.〕
고등 훈련기 한 대가 시위대의 정면을 향해 기관포를 발사했다.
투투투투투투투!!!
수십 명이 바닥에 쓰러지면 마치 홍해가 갈라지듯 시위대의 무리가 반으로 갈리었다.
이어서 시위대의 우측면에 공대지 미사일이 한 발 떨어졌다.
엄청난 폭음이 시위대의 귀를 찢었다.
일부러 시위대에서 떨어진 위치를 노렸지만 대열을 이탈해서 도망치던 사람들이 미사일에 희생됐다.
공대지 미사일이 한 발 더 같은 위치에 떨어졌다.
그러자 시위대가 좌측으로 쏠리면서 다시 하나로 뭉쳤다.
고등 훈련기의 기관포가 시위대의 우측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시위대들은 몰랐지만 하늘에서 내려다본 시위대들은 마치 유체가 쓸려가듯 우측 방향으로 몰리고 있었다.
애초에 선재는 시위대를 최대한 보호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불가피한 희생은 어쩔 수 없었다.
시위대를 한곳으로 몰아낸 뒤에 고등 훈련기 두 대가 시청 주변에 공대지 미사일을 발사했다.
일각에 몸을 숨긴 CNN의 크리스 기자가 목숨을 걸고 그 장면을 찍었다. 귀에 솜뭉치를 넣고 천으로 귀와 머리를 둘러서 묶었지만 미사일 폭발음에 귀가 멍했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뭐지?’
시위대들이 우측으로 쏠리는 와중에도 경찰과 총격전을 벌이면서 시청으로 달려드는 무리가 있었다. 게오르기와 부하들이다.
겁먹은 시위대가 우측으로 빠지자 그들의 모습이 도드라졌다.
부하들이 쓰러지고 죽어가고 있었지만 게오르기의 눈에는 시청의 청문만 보였다.
이제 조금만 더 들어가면 된다. 게오르기가 러시아 만세를 생각하면서 달렸다.
그러나 시청 앞 광장에 떨어진 미사일이 게오르기와 부하들을 모두 날려버렸다.
부상자 따위는 없었다. 전원 사망. 시청 외벽의 일부분이 부서졌고 유리창이 모두 깨졌다.
눈앞에서 팔다리가 끊기고 불타는 시체를 본 시위대들은 더 이상의 전의를 상실했다.
이제 그들을 지배하는 건 공포뿐이다. 압도적인 숫자로 금방이라도 시청을 접수할 것 같았는데 난데없는 전투기라니.
이제 자신들 머리 위에서 고막을 찢을 듯 날카로운 비행음을 내는 전투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도망칠 이유는 충분했다.
시청 앞에서 시체가 된 게오르기와 부하들의 체온이 다 식기도 전에 시위대들은 사방으로 흩어지기 시작했다.
〔보스, 시위대가 흩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시청을 중심으로 세바스토폴 상공에서 선회하다가 연료가 떨어지기 전에 철수하라.〕
〔알겠습니다.〕
세바스토폴에서 여러 발의 미사일이 발사됐다. 이제 세바스토폴의 주민들은 우크라이나 정부가 시위대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분명히 알았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전투기가 날고 있다. 또다시 시위를 벌이면 언제든 전투기가 공격할 거라는 경고이다.
세바스토폴의 시민들은 율리아 티모센코 대통령은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크림반도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았다.
시청 앞의 전투 상황을 고스란히 지켜본 세바스토폴 시장은 다리가 후들거렸다.
시위대를 막은 것은 다행이지만 전투기를 동원해서 미사일 공격까지 할 줄은 몰랐던 것이다.
〔미스터 최, 아무리 위급한 상황이라도 시위대에 미사일까지 쏘는 건 좀…….〕
〔이렇게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시청에 러시아 깃발이 걸렸을 겁니다. 대통령도 그걸 알기에 이번 작전을 허락한 겁니다.〕
선재가 맥코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맥코이 부국장님, 시위대는 해산됐습니다.〕
미국 대통령 집무실에서는 CNN 속보가 나오고 있었다.
오바마와 함께 있는 맥코이가 스피커폰을 켰다.
〔대통령 집무실입니다. 마침 CNN에서 세바스토폴의 미사일 공격을 반복해서 내보내는 중입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 여론이 악화될 겁니다. 미스터 최, 그 방법밖에는 없었습니까?〕
〔네.〕
선재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시위대를 향해 미사일까지 발사했다는 사실을 놓치지 않을 겁니다. 자국민의 보호를 명분으로 동쪽에 집결한 군대를 크림반도로 진격시킬 수도 있어요. 흑해함대의 공격이 다시 시작될 수도 있고 말입니다.〕
멕코이가 불만과 불안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뭐라고요?〕
〔미스터 프레지던트, 부국장 말대로 푸틴이 자국민의 보호를 명분으로 군사적 행동을 시작할 겁니다.〕
〔지금 그 말은 마치 러시아의 군사적 행동을 기다렸다는 듯 들리는군요.〕
〔전투기로 시위대를 해산할 때 이미 계산한 겁니다. 그렇지만 당장 전면적인 군사작전을 펼치지는 못할 겁니다. 지금쯤 아덴만에 나타난 메가로돈의 존재를 알았을 테니까요.〕
〔SLBM 말입니까?〕
〔푸틴은 메가로돈의 SLBM이 러시아를 향할 수도 있다고 생각할 겁니다. 그리고 그 가능성을 타진하기 위해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것을 선택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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