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157
화
제2 데블 플레인의 원주민들을 직접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곳의 원주민은 제3 데블 플레인의 원주민들에 비해서 약간 이질적인 느낌을 주는 이들이 많았다.
무슨 소린고 하면, 우리들 그러니까 모성의 인류와 비교하면 약간 다른 점들이 보인다는 것이다. 타모얀 종족인 포포니의 경우에는 등에서 꼬리뼈까지 한 뼘 길이의 갈기가 있는 정도의 차이 뿐이다. 그리고 에스폴의 마샤 같은 경우는 외형으로는 모성 인류와 차이가 없다. 뭐 배우자를 만나면 변신을 한다거나 하는 특별한 구석이 있지만 그건 외모로 드러나는 것이 아니니 그냥 넘어간다.
그외에 제3 데블 플레인의 다른 종족들도 손가락이 하나 많거나 적거나 혹은 머리털이 많거나 적거나 키가 크거나 작은 등의 차이는 있지만 모성 인류와 다른 점이 별로 없다.
하지만 제2 데블 플레인의 원주민들은 모성 인류와는 다른 점이 분명했다.
일단 그들은 피부에 각질 부분이 있다. 그것이 가장 큰 차이점인데 이마, 광대뼈, 어깨, 가슴, 배, 허벅지, 종아리 등등을 가리지 않고 특정 부위에 작게는 손바닥 삼분의 일 정도에서 크게는 손바닥 두 개 넓이의 각질이 있다. 딱 보면 ‘저거 피부가 굳어서 생긴 건가?’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구별이 되는 부분들이 있는 거다. 딱 보면 사방으로 자라는 손톱이 붙여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것이 원주민의 가장 큰 특징인데 이것은 이들 원주민들의 공통적인 특징이다. 그 외에도 종족에 따라서 어금니가 돌출되어 있는 종족이 있고, 위나 아래의 송곳니가 특별하게 발달한 종족도 있다. 위에서 아래로 긴 송곳니를 가진 경우나 아래에서 위로 길게 자란 송곳니를 가진 경우가 있는 거다.
체형도 딱 보면 정육면체에 팔다리머리를 붙여 놓은 것 같은 종족이 있고, 갈대를 세워 놓은 것 같은 종족도 있다. 차라리 몬스터에 가까운 외형이라고 할까?
하지만 그래도 이 원주민들은 몬스터가 아니다. 이들은 우리와 같은 인간들인 것이다. 이들과는 성교를 통해서 아이를 낳을 수도 있다. 참 미묘한 구분이지만 인간은 서로 사랑을 나누고 후세를 볼 수 있으면 같은 종이라고 보고 인류에 포함을 시키고 있다.
유전적으로 동질성을 지닌다고 보고 한 갈래로 보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도 이들 제2 데블 플레인의 원주민들은 인류에 속한다.
“반갑다. 크게 쌓은 돌탑이다.”
뭐? 이름이 뭐라고 크게 쌓은 돌탑?
툴틱으로 번역이 되어 들리는 거라서 이름 같은 것은 이따위로 들리는 모양이다.
“세이커다. 세이커 위아드.”
“세이커. 모르겠다. 뜻이 없나?”
“따지지 말자. 내 이름의 뜻을 굳이 알 필요가 있나? 나는 당신 이름을 크게 쌓은 돌탑이라 부르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불편하지. 그러나 그것은 우리들이 사는 곳의 관습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니 따지지 말자는 거다. 피장파장이니까.”
“무슨 소린지 알겠다. 세이커. 나는 치솟는 번개 부족의 족장 대리다. 그리고 이곳에 있는 모든 형제들의 대표한다.”
“그래. 알았다. 하지만 뭐 상관없다. 나는 그저 도움을 주기 위해서 온 것이고 그 일이 끝나면 사라질 것이다. 나는 이곳 행성에 사는 사람이 아니니까.”
“들었다. 다른 별에서 왔다고. 그래서 우리와 침략자들의 싸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우리 가족과 친구와 형제들을 구해 주려 한다고. 그래서 고맙게 생각한다.”
이 녀석이다. 크게 쌓은 돌탑. 이 놈이 바로 이번 사태에서 이들 원주민의 영웅이 되고 있는 놈인 거다. 그 동안 친위대를 이끌고 수십 번이나 위험 지역으로 들어가서 고립된 이들을 구해왔단다. 물론 그런 중에 희생이 적지 않았지만 자신의 친위대를 희생해서 다른 이들의 생명을 구하고 있기 때문에 연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중이란다.
이런 것도 전부 툴틱과 같은 통신 수단의 발달 때문이다. 이들 원주민도 이제는 실시간으로 방송을 보고 들을 정도의 문명을 이룩한 상태인 것이다.
나는 이들이 우리 제3 데블 플레인의 원주민들 처럼 과학적으로는 아직 미개할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들은 꽤나 높은 수준의 기술을 확보하고 있었다.
어차피 그 에너지 기반을 코어로 하기 때문에 헌터들 역시 새로운 체계로 과학 문명을 세워야 했고, 그것이 오랜 시간이 지나면서 이곳 원주민들 사이에도 퍼져나가게 된 것이다.
나는 지금까지 이런 사실이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것이 도리어 이상했다.
아마도 제2 데블 플레인에서 밖으로 나가는 정보에 대한 검열을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렇게까지 원주민들의 상황이 예상과 다를 수는 없다.
잠쉬레는 내가 쳐다보자 그냥 슬쩍 고개를 돌리고 만다.
“안전지역이 필요하다. 여기에 설치하면 되나?”
나는 돌탑에게 그렇게 물었고, 돌탑은 우리를 조금 더 넓은 광장으로 안내했다.
원래 광장 중앙에는 거대한 불을 피웠던 모양인데 그 불은 꺼지고 검게 탄 자국만 남아 있다. 그리고 그 검게 탄 자리를 우리에게 내어 준다.
“신성한 불꽃이 타오른 곳이다. 이곳을 쓰면 된다. 아무도 여기에 접근하지 않고 위협하지 않을 것이다.”
이를테면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이라서 다른 원주민들이 시비를 걸 일이 없을 거란 소리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을 보니 이 놈을 시기하거나 미워하는 반대 세력도 있는 모양이다. 그러니 이런 안전 장치를 마련한 거겠지.
“좋아. 그럼 여긴 다시 텀덤이 지켜. 혼자라서 좀 위험할 것 같지만 돌탑이 안전을 보장한 거니까 괜찮을 거야.”
“알겠습니다. 형님. 그리고 정말 위험하다 싶으면 도망가겠습니다. 듀풀렉을 지켜야 하니까요.”
텀덤은 태연한 얼굴로 도망갈 거라는 소리를 한다. 덩치나 기세로 봐서는 절대 물러나지 않을 전사같은 녀석이 그런 말을 하자 돌탑을 따르는 이들이 설핏 비웃음을 짓는 것 같다.
하지만 정작 돌탑은 텀덤을 한 번 지그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거린다.
“맡은 일의 경중을 아는 것은 현명한 일이다. 목숨보다 귀한 것은 언제나 있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귀한 것과 목숨을 함께 지킬 수 있다면 그게 현명한 선택이다.”
돌탑은 자기 부하들이 들으란 듯이 큰 소리로 그렇게 말한다. 그리고 그걸 알아들은 부하들이 슬쩍 고개를 숙이고 부끄러운 표정을 감춘다.
“그럼 출발해도 되는가?”
“최소 인원이었으면 좋겠다. 빠르게 이동하고 몬스터와 싸우지 않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 좋다.”
“나도 그랬으면 좋겠다. 하지만 그러기가 어렵다. 그래서 나와 친위대들이 모두 한꺼번에 나서서 직선으로 돌파를 할 생각이다. 우리를 믿어라. 너와 네 부인, 그리고 저 손님이 나설 일이 없도록 보호할 수 있다. 수 많은 형제들을 보호하며 움직이는 것에 비하면 어려운 일도 아니다.”
돌탑이 하는 말을 들으니 실력자 다수로 돌파하는 방법을 쓸 모양이다.
뭐 그렇게 한다는데 내가 뭐라겠나. 그래도 디버프로 도움을 줄 수는 있을 테니 이전보다 좀 더 낫겠지.
“그럼 가자. 형제들이 기다린다.”
“그들이 어디 있는지는 알고 있나?”
“대부분 파악하고 있다. 그리고 가는 길에 우리들이 신호를 보내면 숨어 있던 이들이 나오기도 한다.”
하긴 개인 능력이 뛰어난 원주민들이 많으니 여기저기 소수로 흩어져 버티고 있거나 혹은 자력 탈출을 하고 있는 이들도 있을 거다. 그런 이들을 위해서 중간중간 신호를 올리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럼 가자.”
“좋다. 세이커. 그리고 위험한 일에 나서 준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
“모든 일이 끝나고 나면 그 때에 인사를 받겠다. 돌탑. 가자.”
“음. 돌탑이라고 줄여 부르기로 한 건가? 좋아. 너에게 그걸 허락한다.”
허락? 이름 조금 줄어 부른 걸 가지고 생색내기는 무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