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GATE RAW novel - Chapter 95
화
이건 실험을 해 볼 수가 없지 않은가 말이다.
폭발을 시킬 수는 있을 것 같다. 그 순간 디버프가 깨어지긴 하겠지만 그래도 폭발 시키는 건 가능하다. 그리고 다시 디버프 걸고 에테르 모아서 폭발을 반복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론이다. 커억. 포포니에게 에테르를 움직이는 것까지는 해 봤다. 그건 몸에 해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 이상의 실험은 불가능.
하지만 언젠가 죽일 놈이 생기면 꼭 해 볼 생각이다.
에테르를 모아서 심장이나 뇌에서 터뜨리면 어떻게 되는지 꼭 알아봐야 할 문제다.
그나저나 나 정말로 사람 잡는 기술 하나 제대로 만든 거 아닌가 몰라.
디버프가 제법 먼 거리까지 시전이 되고, 그 상태에서 에테르를 모아서 움직여 심장이나 뇌에서 폭파.
그건 장거리 암살과 비슷한 거 아닌가? 우와 누가 자신에게 개별 디버프를 걸었는지 확인도 하기 전에 죽일 수 있도록 빨리 하는 연습도 해야겠네.
이건 스피드가 생명이겠다. 얼마나 빨리 자주 할 수 있느냐에 따라서 집단을 상대로도 유익하겠다. 흐흐. 한 번에 하나씩 상대할 수 있다지만 속도만 빠르다면 그게 뭐 문제겠어?
으흐흐. 이제 다 죽었어. 걸리는 놈 있으면 아무도 모르게 픽 보내는 거야. 흐흐흐. 뇌는 아직도 완전 재생이 안 되는 부위라지? 과학도 아직 해결하지 못하는 부분이니 걸리면 즉사 내지는 병신 되는 거지 뭐. 크크크. 아, 나 성격 이상해지는 것 같다. 포포니에게 가서 힐링 받아야지. 마음의 안식이 필요해.
하아, 역시 경지에 이른 사람은 절대 무시해선 안 되는 거다.
포포니가 날 속였다. 흐흑. 내가 드디어 대인전 전용의 무적 기술을 익혔노라고 포포니에게 자랑하며 힐링을 요구했는데 포포니가 그러는 거다.
“남편 디버프 쓰고 에테르 돌아다니면 그거 못 움직이게 만들거나 밖으로 뽑아 낼 수도 있어. 그러니까 그것만 믿으면 안 될 거야. 조금 신경쓰면 가능하니까 그걸로 상대를 귀찮게 하거나 집중력을 떨어지게 하는 방법으론 좋지만 치명타를 입히는 건 좀 어려울 것 같아. 나라도 심장이나 머리로 그게 이동하면 막고 볼 텐데?”
이게 무슨 소리야? 디버프에 걸린 상태라면 내가 움직이는 에테르만 따로 골라서 배출하거나 혹은 막거나 하는 것이 불가능해야 하는 거 아닌가?
전에는 그렇게 이야기를 했잖아. 이건 배신이야 배, 배신.
“우웅. 남편. 그건 마스터 정도 되는 사람들이나 그런 거지. 난 남편 디버프 깰 수 있는데? 그냥 남편 디버프 기운이 몸 안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으면 되잖아. 그거 할 수 있어.”
그래서 해 보라고 했는데 정말 한다. 정말 디버프를 막을 수 있는 거다. 그러니 에테르가 움직이는 것도 막거나 배출하는 것이 가능하단 소리다.
그럼 세바스찬 놈을 이 기술로 어쩐다는 것은 어렵다.
그저 마스터까지나 상대할 수 있는 기술이 된 셈이다. 우어어어. 난 아직도 멀었다.
“그래도 남편은 보라색 몬스터에게도 디버프 걸 수 있고, 또 몬스터 패턴에도 충격을 줘서 몬스터를 무력화 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으니까 괜찮아. 어쩜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에는 아빠보다 더 강할지도 몰라. 남편은 혼자 보라색 몬스터 잡을 수도 있을 거야. 그렇지? 응?”
결국 나는 대 몬스터 전용의 헌터란 말인가?
잠시 낙담을 했지만, 생각을 해 보니까 내가 좌절할 일은 전혀 아니다.
이젠 시간만 끌면 마스터급이 몇 명이건 몽땅 처리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지 않았나. 거기다가 이젠 우리 부부와 세바스찬이 붙으면 일방적으로 세바스찬의 우세로 끝나지 않을 거다. 내 디버프의 이은 에테르 공격을 신경 쓰려면 세바스찬도 포포니에게 집중할 수 없을 테고, 그러다 보면 우리 부부가 유리하게 될 수도 있다.
뭐 객관적인 전력으로야 아직 우리가 밀리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인간이 이 제3 데블 플레인에 네 명이 있다는 그랜드 마스터 후보라는데 그 정도면 우리 부부의 선방이라고 봐야지. 암.
물론 언젠가는 그랜드 마스터 앞에서도 고개 뻣뻣하게 들고 콧대 세우는 날이 올 거라고 굳게 믿는다. 아무렴.
“우와, 이젠 남편 혼자서 남색 몬스터를 잡는구나? 대단해 남편.”
포포니가 활짝 웃으면서 양손의 엄지를 세워 보인다.
방금 나는 홀로 다니던 거인형 몬스터 한 마리를 잡았다. 그것도 포포니의 도움 없이 혼자서 남색 등급의 몬스터를 잡아 버린 것이다.
디버프 걸고 열심히 칼질 하면서 버틴다. 그러면서 어느 정도 몬스터의 내부에 디버프가 자리를 잡았다 싶으면 한 가닥의 에테르를 뽑아서 몬스터 패턴의 중앙으로 이끌어 뭉친다. 그러면 당연하다는 듯이 몬스터의 생체 에너지가 모여서 반발을 하다가 충돌하여 폭발을 한다.
그럼 몬스터는 몇 배는 약해지고 그걸로 끝이다. 그렇게 어렵지 않게 남색 몬스터를 잡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게 좀 불만도 있다. 몬스터 패턴이 심하게 훼손이 되기 때문에 코어가 거의 안 나오고 나와도 질이 많이 떨어진다는 거다.
하긴 모든 것을 한 손에 쥘 수는 없지.
“그런데 남편?”
“응? 왜?”
나는 폴짝 뛰어서 내 팔짱을 끼며 나를 부르는 포포니에게 웃으며 대답했다.
“왜 그 에테르 폭발은 몬스터 머리나 심장이나 이런 데에 쓰지 않는 거야? 거기도 폭발이 일어나지 않아?”
그건 나도 생각을 해 봤지. 그런데 약간 문제가 있더라고.
“그런 말이야. 포포니. 일단 몬스터가 그걸로 죽지 않을 경우가 있어. 그럼 곤란해지거든? 내가 의도적으로 폭발을 시키려면 그 순간 디버프 꺼지는 거 알지?”
“웅? 그래 알어.”
“그러니까 그렇게 되지 않으려면 내가 원하는 위치에 에테르를 집중시켜서 생체 에너지가 모여서 그걸 터뜨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거든? 그래야 디버프가 유지되니까 말이야. 그런데 그것도 시간이 좀 걸리지? 거기다가 그래서 몬스터가 죽어주면 좋은데 포포니도 아는 것처럼 머리나 심장에 상처를 입고도 버티는 몬스터들이 또 꽤 있잖아. 사실 진짜 약점은 다른 곳에 있거나 한 놈도 있고 말이야. 하지만 몬스터 패턴은 확실한 약점이거든? 그래서 주로 몬스터 패턴의 핵에서 터뜨리는 걸 선호하는 거야. 왜? 코어가 안 나오니까 재미가 없어? 그럼 우리 둘이서 사냥할까? 내가 디버프 걸고 포포니가 칼질하고. 어때?”
“아니야. 그냥 궁금해서 물어 본 거야.”
포포니는 정말 코어엔 관심이 없다는 듯이 고개를 잘래잘래 흔든다.
“그래도 사람에겐 즉방이야. 사람은 심장이나 뇌에 충격을 받으면 견디지 못하니까 말이야. 뭐 심장이라도 의료센터에 일찍 도착하면 어찌 회생이 가능하긴 하지만 의료센터가 언제나 가까이 있는 것은 아니지. 거기다가 뇌는 복원이 되어도 완전 복원은 안 된다니까 기억 상실이나 혹은 운동장애 같은 것이 생기게 되겠지. 살아 있다면 말이야. 뇌에 내 에테르가 뭉쳐서 터지면 그건 살기 어려울 것 같지만.”
나는 이걸 지금 아내에게 자랑질이라고 하고 있는 걸까? 한계가 드러난 기술을 뭐가 자랑스럽다고 이러고 있는지.
“남편 원래 이 기술 몬스터용이 아니라 대 헌터용이라고 만들었던 거잖아.”
“그래. 그랬지. 그게 별로 대단찮은 게 되서 문제지.”
“그래도 실망하지 마, 여기선 세바스찬하고 나 말곤 누구도 남편을 못 이길 거야. 아, 알프레는 좀 모르겠다. 실력이 제법 좋으니까 잘하면 남편 기술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네. 하지만 그때 남편이 공격하면 남편 승!! 그러니까 너무 기죽지 마. 남편 이제 많이 강해진 거야. 몬스터에겐 더 강하지만.”
포포니가 격려를 해 주는데 그래도 한계가 있는 기술이란 점에서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말 그대로 이 기술은 몬스터를 상대하기 위해서 만들었다기보다는 대인용으로 만들었는데 그게 몬스터 쪽으로 더 효과적인 것이 된 경우에 속하는 거다.
사실 내가 몬스터 패턴을 전문적으로 부수겠다는 생각으로 이런 걸 만들었겠어? 그건 아니었지. 전에 세바스찬에게 억울하게 당한 기억이 너무 강하게 남아서 어떻게든 대인용 기술을 좋은 걸로 익히려고 하다가 디버프를 헌터들에게 적용시키는 연습 중에 나온 뜻밖의 기술이었을 뿐이다.
그게 또 몬스터 사냥 연습을 하던 중에 몬스터 패턴을 무력화 시키는데 효과적이란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뿐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