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30
131
130. 산 넘어 산(3)
리카르도 몬톨리보(Riccardo Montolivo).
푸른 눈이 인상 깊은 그는, 23세의 어린 나이에 실력을 인정받아 베이징에 오게 되었다.
이탈리아 1부 리그 팀인 ACF피오렌티나(Fiorentina)에서 주전을 꿰찰 정도로 실력이 좋았다.
다만, 카시라기 감독이 추구하는 축구와는 어울리지 않는 선수였기에 선발출장은 언감생심이었다.
하지만 기회가 왔다.
우호영을 보내버리고 감독의 신임을 얻을 수 있는 기회.
더욱이 차기 국가대표 감독으로 유력한 카시라기였기에, 이번 기회만 잘 살린다면 이후 국가대표 승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 분명했다.
그 행동 한 번으로 평생 대한민국의 원수가 되겠지만 그 정도쯤이야 감안할 수 있었다.
자국의 영웅이 될 수 있을 테니까.
지금 프리킥 상황.
몬톨리보로서는 무조건 살려야 했다.
[기성룡의 프리킥! 골대 바깥쪽 포스트로 향합니다!] [우호영! 우호영을 보나요! 우호영 뛰어오릅니다!]미리 유리한 위치를 선점한 호영이 지면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날아오는 공을 향해 머리를 비스듬히 갖다 댔다.
하지만 호영의 헤딩을 허용할 생각이 전혀 없었던 몬톨리보는, 그것을 바라보고만 있지 않았다.
매우 짧은 찰나.
거의 동시에 뛰어오른 몬톨리보가 우호영과 헤딩경합을 벌였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프랑코 주심의 눈이 몬톨리보에게로 향했다.
아까부터 몬톨리보에게 수상한 점이 보였기 때문에, 혹여나 일어날 상황에 대비하여 몬톨리보를 관찰하려는 것이었다.
만약 상대방을 담가버릴 의도가 있다면, 헤딩볼 경합 시 본능적으로 주먹을 꽉 쥐게 되고, 시선은 공이 아닌 상대 선수를 향하게 된다.
그것이 사람의 본능이다.
프랑코 주심이 눈여겨보는 것도 그러한 것들이었다.
하지만.
몬톨리보의 시선은 오로지 공에 꽂혀있었고, 팔뚝이나 팔꿈치는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
그 어떤 반칙도 사용하지 않고 볼 경합만을 시도했다.
페어플레이였다.
허나 몬톨리보는 제공권이 썩 좋은 선수가 아니었기에 우호영에게 헤딩을 내어줘야 했다.
패배였다.
‘졌군.’
몬톨리보는 거기서 볼 경합을 끝냈다.
그 이상 아무런 짓도 하지 않았다.
손을 써서 넘어트린다거나, 팔꿈치로 콧대를 가격한다거나.
카시라기 감독이 지시한 행동은 일절 하지 않았다.
그저, 패배를 승복할 뿐.
골대를 강타하는 우호영의 헤딩슛을 바라만 볼 뿐이었다.
대앵!
“아!”
헤딩슛이 골대를 맞고 골라인 아웃되자, 호영이 아쉬움을 내뱉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몬톨리보는 한숨을 나지막이 내쉬었다.
부담감을 툭 떨쳐낸 기분이었다.
제 역할을 수행해내진 못했으나 최소한 스포츠정신은 지켜냈으니까.
낭만은 없었지만 양심은 있었다.
불과 5분 전, 자신에게 응급처치를 해준 호영에게 그딴 짓을 할 수는 없었다.
같은 인간으로서, 같은 필드에서 뛰는 스포츠맨으로서 말이다.
우호영의 헤딩슛이 골대를 때리자, 관중석에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야유를 퍼붓던 중국인들의 입이 꾹 닫혔다.
슬쩍슬쩍 이탈리아를 욕하는 이들도 있었다.
“멍청한 이탈리안 놈들. 고작 한국을 상대로 고전하다니. 중국이었으면 이미 한 골은 더 넣었겠다!”
“농담이 아니라 우리 동팡저우가 지오빈코보다 잘하는 것 같은데? 저 땅꼬마 새끼는 대체 아까부터 뭐하고 있는 거야? 뚫기만 하고 왜 골은 못 넣는데?”
일부 관중들은 자국의 에이스와 이탈리아의 에이스를 비교해대며 대놓고 불만을 표출하고 있었다.
분위기만 보면 이미 이탈리아가 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경기는 아직 한창이었다.
아직 전반전도 끝나지 않았고 스코어는 여전히 1대1.
이탈리아는 포기하지 않았다.
2점 차도, 3점 차도 충분히 뒤집을 수 있는 전력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우호영 저 녀석만 없으면!’
카시라기 감독은 속으로 분을 터트렸다.
우호영.
한 사람이 미치는 영향은 상당히 컸다.
그 어린 소년 하나가 한국 선수들에게 긍정적인 에너지까지 북돋아주고 있으니, 카시라기로서는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다 뒤집은 경기를 이 지경으로 만드나! 몬톨리보, 이 등신 같은 녀석.’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프리킥 이후로도 몇 번이나 좋은 기회가 있었음에도, 그는 제 역할을 수행해내지 못했다.
망설이는 것도 아니고, 아예 그럴 의지가 없어 보였다.
전반전이 1대1로 종료되자, 카시라기는 라커룸으로 직행하여 분통을 터트렸다.
쾅!
각종 축구 장비가 담겨있는 철제 상자를 힘껏 차버리더니, 넥타이를 풀어헤치며 몬톨리보에게 시선을 던졌다.
“배알도 없는 놈. 그렇게 당해놓고 그것 하나 못해?”
어찌나 화가 많이 났는지 카시라기는 다른 선수들이 보는 앞에서 몬톨리보를 맹렬히 비난하였다.
하지만 몬톨리보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다.
“당신이 사람입니까? 우호영은 저를 도와줬다고요. 그런 그한테 그런 짓을 하라니, 그게 사람이 할 짓이에요?”
“머저리 같은 놈. 너는 축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순둥이야. 너는 지금 이게 어린 애들 공놀이라고 생각하는 건가? 이건 프로스포츠라고. 부와 명예 그리고 국가의 자존심이 걸려있는! 결코 만만하게 보지 말란 말이야. 이건 전쟁이라고. 전쟁!”
카시라기.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선수 시절에도 독한 면은 있었지만, 원래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그의 성격이 이 지경에 이른 것은 감독이 되고 나서부터였다.
이탈리아의 지휘봉은 그만큼 무거운 자리였다.
이기면 당연한 것이고, 지면 욕부터 먹었으니 정신이 파탄 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특히 이번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몸 성히 돌아올 생각 말라’는 이탈리아 극성팬들의 살해 협박도 있었다.
어느 감독직이든 욕을 먹는 건 불가피한 일이지만, 강하고 기대가 큰 팀일수록 그게 더욱 심했다.
문제라면, 카시라기의 강직하지 못한 멘탈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다.
“마지막 기회다. 10분, 딱 10분 주마. 네 실수를 만회할 수 있는 기회 말이야. 나머지도 정신 똑바로 차려. 조 1위로 못 올라가면 브라질이 기다리고 있을 거다. 호나우지뉴, 호비뉴, 호나우두. 그들을 상대할 자신이 있으면 얼마든지 배짱부려도 좋아. 주장.”
“예.”
“선수들 재정비시키도록 해.”
“그럴 테니 나가 계십쇼.”
“후반전엔 두고 보겠어.”
카시라기는 그 말을 끝으로 라커룸을 나갔다.
하프타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지만, 그들의 라커룸은 더 이상 쉴 수 있는 휴식공간이 아니었다.
숨조차 쉬기 힘들 정도로 무거운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다.
몬톨리보는 다시금 고민에 빠졌다.
그런 모습에, 살짝 눈치를 챈 마르키시오가 다가가 말했다.
“몬톨리보.”
“응.”
“잘 들어. 이번 경기는 고작 90분이지만 네 선수 생활은 아직 90%나 남아있어. 네가 90분의 영웅이 되기 위해 남은 미래를 버리지 않길 바랄게. 모두가 그렇게 생각할걸. 아무도 널 원망하지 않을 거야.”
감동적인 조언이었다.
그리고 하나 더.
“우호영은 이미 눈치 채고 있을 거야.”
“뭐?”
“네가 그를 노린다는 것 말이야. 내가 느끼기엔 그래.”
눈치 빠르기도 유명한 마르키시오는 이미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다.
“아까 네가 우호영한테 몸싸움을 걸 때부터 그랬어. 우호영은 부상을 방지하려고 너와 거리를 두었지. 네가 넘어졌을 때도 마찬가지고. 그 전부터 쭉 너와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몸이 붙으면 다리를 붙여서 태클 각도를 애매하게 만들고, 몸이 떨어지면 거리를 더 벌려서 태클각도에서 벗어났지.”
“그게 사실이야? 난 못 느꼈는데······.”
“태클에만 신경 쓰느라 못 느꼈겠지. 하지만 난 네 주위에 계속 붙어있었잖아. 내가 몇 번이나 봐서 알아.”
“······ 그 어린 녀석에게 부상방지가 그렇게나 잘돼있다고?”
“2부 리그에서도 집중적인 마크를 받았으니 레알 마드리드에서 특히 주의해서 훈련시켰겠지. 우호영이 2군 에이스라고 했으니까.”
“아···.”
몬톨리보는 이제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고로 위장하여 상대 선수를 담가버리는 행위.
그건 마음먹는다고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상대와 수준이 어느 정도 맞아야 가능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치 자신의 머리꼭대기 위에 우호영이 서 있는 느낌.
몬톨리보는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후반전이 시작되었다.
호영은 여전히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전하였고, 경기 시작과 동시에 흐름을 주도하였다.
동시에 호영의 눈이 중원으로 향했다.
자신에게 따라붙는 몬톨리보의 행동을 끊임없이 예의주시했다.
‘끝까지 조심해야 돼. 언제 태클이 들어올지 몰라.’
실제로 호영은 직감하고 있었다.
몬톨리보가 자신에게 의도적으로 태클을 시도하려는 사실을.
안 그래도 눈치가 좋은 호영인데, 기성룡의 시야 재능까지 얻으니 그동안 못 보던 것이 더 많이 보이기 시작하였다.
더구나, 몸이 허약한 몬톨리보가 갑자기 몸싸움을 걸어오는데 눈치 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그때부터 호영은 그를 예의주시하였다.
볼 경합을 할 때나 패스를 받을 때나 본능적으로 몸을 보호했다.
‘누가 뭐라 해도 내 몸은 스스로 챙기라고 했지.’
호나우두에게 들었던 값진 조언을 되새기며, 그에게 배웠던 부상방지법을 활용하면서 몬톨리보의 태클을 방지해왔다.
몬톨리보가 워낙 몸싸움에 약한 선수라 가능한 일이었다.
예컨대, 가투소(Gattuso) 같은 무지막지한 선수가 작정하고 덤볐다면, 지금쯤 이미 다리가 부러지고도 남았을 것이다.
반면 몬톨리보는 이제 막 1부 리그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젊은 선수였다.
호영은 여차하면 그를 역으로 보내버릴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코바체비치처럼 말이다.
하지만 지금.
‘이제 포기했나.’
몬톨리보는 더 이상 몸싸움을 걸어오지 않았다.
그래도 항상 주의해야 했다.
‘미안하다고 말한 게 오히려 함정일 수도 있어.’
2002한일 월드컵 당시, 이탈리아전에서 코뼈가 부러졌던 김태영을 생각하면 지금도 오한이 들 정도였다. 따라서 이탈리아 선수들은 항상 조심해야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삐익!
공이 터치라인 아웃되자, 몬톨리보가 경기장 밖으로 불려나갔다.
후반 11분.
이탈리아의 선수 교체였다.
이탈리아는 수비를 줄이고 공격 숫자를 늘렸다.
카시라기 감독의 마지막 무기였다.
맹공.
비기는 것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 시각.
한국은 손가락만 빨고 있지 않았다.
박성호 감독은 선수 교체를 통해 수비를 파이브 백으로 내려앉게 하였고, 우호영을 포함한 공격진 전원을 수비에 가담시키며 굳히기에 들어갔다.
걸어 잠그기 전술이었다.
특히 호영은 중앙에 딱 자리하여 측면수비를 적극적으로 도왔는데, 그럴 때면 욕지거리를 내뱉는 선수가 있었다.
호영만 만나면 한없이 작아지는 지오빈코였다.
사실 그는 전반전에만 해도 괜찮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무리를 못해서 그렇지, 공을 잡을 때마다 연신 위협적인 모습을 보여주며 괜찮은 활약을 펼쳐왔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우호영과 기동진의 협동수비에 플레이가 서서히 죽어가고 있었다.
‘망했네.’
대회 시작 전, 머리까지 빡빡 밀면서 각오를 다졌는데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실력 앞에 각오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아아아아!”
지오빈코는 답답한 마음에 소리를 내질렀다.
당장 우호영에게 달려가 박치기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그렇다고 한국이 유리한 건 아니었다.
이탈리아는 여전히 강했고, 끝까지 주도권을 챙겨나갔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집중력이 강해지면서 끝까지 매서운 공세를 펼쳐냈다.
[역시 이탈리아에요. 막강합니다. 우리 선수들, 끝까지 긴장을 놓아선 안 돼요.] [그렇습니다. 힘들어도 조금 더 힘내줘야 합니다. 할 수 있어요!] [5분, 딱 5분 남았습니다! 아까 전에 끝난 카메룬과 온두라스 간의 경기에서 카메룬이 승리를 거두었거든요? 따라서 우리는 비기면 거의 8강 진출 확정입니다!]체력이 고갈되면서 점점 힘을 잃어갔지만, 그건 이탈리아 선수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결국.
삐익-
[경기 종료! 우승후보로 거론되는 이탈리아를, 한국이 1대1로 무승부를 거두며 값진 승점 1점을 따냈습니다!] [예~ 자랑스럽습니다. 우리 선수들, 다음 온두라스와의 3차전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8강 진출입니다.]사흘 뒤 있을 최약체 온두라스와의 경기에서 무승부만 거둬도 조 1위로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된 셈.
값진 승리였고, 특히 호영에게는 더없이 뜻 깊은 경기였다.
4년 만에 그 재능을 탐하게 되었으니까.
[현재 재능의 그릇이 가득 찼습니다. 흑표범의 탄력 넘치는 근육(22일)이 대기 중에 있습니다.] [22일 뒤 미리 탐할 재능을 선택하세요.]-조각미모(A+2)
-정교하고 빠른 킥(A+2)
-위협적인 슬라이딩 태클(A+)
-(더 보기)
호영의 선택은 전자였다.
[조각미모(A+3)↑]‘이것도 S까지 한 단계 남았네.’
흡, 살짝 웃음이 새어 나왔다.
잘생겨진다는데 좋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을까!
그런데 그때, 다가오는 이가 있었다.
“마르키시오?”
“좋은 경험이었어. 유니폼을 바꿀 수 있을까?”
훌러덩.
그 말에 호영이 유니폼을 벗어주었다.
마르키시오가 손을 내밀었다.
“남은 경기, 행운을 빈다.”
두 미남 선수들이 유니폼을 교환하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훈훈해지는 장면이었다.
더욱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우(Woo).”
몬톨리보.
그가 말없이 다가와 악수를 청했다.
눈물을 흘리진 않았지만, 그 얼굴에는 이미 슬픔과 미안한 감정이 매달려있었다.
그것을 살짝이나마 느꼈던 호영은 악수 대신 그를 살짝 안아주었다.
역으로 응징하려던 그를 보듬어주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정말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었다.
톡톡.
포옹을 마치고, 악수를 나누며 몬톨리보가 말했다.
“경기는 비겼지만 우린 졌어. 그리고 다시 한 번, 고맙다.”
영어가 짧은 몬톨리보였기에 길게 말하지는 못하고 거기서 대화를 매듭지었다.
촤르르륵-
둘은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터널로 돌아갔다.
치열했던 경기가 감동적으로 끝나는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얼마 후.
경기장 기자회견실은 그야말로 난리도 아니었다.
한국이 이탈리아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뒀다는 것이 그 첫 번째 이유였다.
하지만 진짜배기는 따로 있었다.
바로, 지하에서 진행된 카시라기 감독의 인터뷰.
그리고 지상 선수통로에서 진행된 몬톨리보의 인터뷰가 크나큰 파장을 몰고 왔다.
그 사이를 두고, 각 인터뷰에서 우호영의 이름이 끊임없이 언급되었다.
그리고 그 뒤에 진행된 우호영의 인터뷰가 화룡점정을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