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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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7. 노메달이냐 동메달이냐(1)
페레즈는 얼마 전 회장선거에서 칼데론을 누르고 연임에 성공하였다.
지난 시즌 레알 마드리드가 리그우승을 하지 못했더라면 결과가 뒤집혔겠지만, 다행히 간발의 차로 당선될 수 있었다.
페레즈의 지지율이 이렇게까지 떨어진 것은, 갈락티코 정책 실패에 더불어, 낭비벽이 심하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페레즈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그런 와중에 호비뉴의 영입제안은 무척 반가운 소식이었으니까.
‘아무래도 어제 4강전을 보고 확신을 가진 것 같은데. 잘 됐어. 징징대는 꼴이 보기 싫었는데.’
우호영이 올림픽에서 보여준 만큼만 해준다면 굳이 호비뉴를 데리고 있을 이유는 없었다.
이적시키기엔 아까운 감이 없잖아 있었지만, 시티에서 만족할만한 이적료를 제시한다면 충분히 이적시킬 의사가 있었다.
‘남 주긴 아깝지만 맨체스터 시티라면 괜찮지.’
다만 우호영은 얘기가 달랐다.
‘양아치 같은 놈들. 정식계약도 하지 않은 어린 애한테 눈독을 들여?’
현재 맨체스터 시티는 오일머니를 앞세워 여러 스타들의 영입을 시도하고 있었지만, 구단의 명성이 낮은 탓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주급을 아무리 많이 준다 한들, 심지어 유로파리그(챔피언스 리그의 하위 대회)도 진출하지 못하는 팀에 가려는 스타는 흔치 않았다.
은퇴를 앞둔 선수면 몰라도,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스타들이 시티에 갈 가능성은 거의 적었다.
그래서 그들이 원하는 것이 바로 젊고 유망한 선수들이었다.
이를 테면 우호영 같은.
그만큼이나 젊고 유망한 선수는 세상에 또 없었기 때문에, 맨체스터 시티의 영입 1순위인 것은 당연했다.
시티뿐만이 아니었다.
유망주 성애자인 아스날의 벵거(Wenger) 감독을 비롯한 잉글랜드 1부 리그(EPL)의 많은 클럽들이 우호영 영입에 동참하고 있었다.
페레즈는 그게 걱정이었다.
우호영의 나이가 지금 만 15세.
아직 정식계약을 한 상태가 아니었기에, 타 구단에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데려갈 수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훈련보상금과 1천만 유로 상당의 바이아웃만 제시한다면 말이다.
더욱이 잉글랜드에서는 선수가 만 16세만 넘으면 프로계약이 가능하다.
만수르가 마음만 먹으면 수억 원대의 주급으로 우호영을 유혹할 수 있다는 뜻.
반면 레알 마드리드의 유소년 급료에는 상한선이 있기에, 우호영에게 지급해줄 수 있는 주급이 2만 유로(3천만 원)를 넘길 수 없었다.
‘우호영이 돈을 바라는 캐릭터는 아니지만···.’
근심이 되는 것 또한 사실이었다.
‘곤란하군. 올해 예산안도 빠듯한데.’
주급괴물 호베르투 카를로스와 지네딘 지단.
계륵 같은 존재들이었다.
내보내자니 팀이 흔들릴 것이 분명하고, 데리고 있자니 살림살이가 빠듯했다.
올해 말 예산 심의 총회부터가 문제였다.
“흠.”
그런 측면에서 봤을 때, 호비뉴를 파는 쪽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득이었다.
호비뉴 팬들의 비난이 문제라면 문제였지만, 우호영의 존재감이 호비뉴를 눌러주기만 한다면 그것도 해결될 문제였다.
‘잘해라.’
페레즈의 온 신경이 베이징으로 향했다.
무슨 운명의 장난인지, 이틀 뒤 우호영과 호비뉴의 진검승부가 펼쳐질 예정이었다.
8월 22일.
대한민국의 이날 아침은 유난히도 난리법석이었다.
오전 올림픽 야구 4강전에서 펼쳐질 한일전과 더불어, 저녁에 있을 축구 3·4위전이 큰 화젯거리로 부상하고 있었다.
[대회의 우승후보 브라질··· 전체적인 스쿼드는 아르헨티나보다 한 수 아래······ 해볼 만하다는 해외축구 전문가들의 의견 잇따라······.] [올림픽 축구 첫 메달의 꿈, 이제 시작이다] [2008베이징 남자 축구 ‘한-브’, 초유의 관심사로 급부상] [D-day, 줄부상에 속 타는 브라질대표팀 둥가 감독··· 웃음 짓는 박성호 감독···.]‘브라질’이라는 강력한 이미지 때문에 한국이 이길 거라는 의견은 적었지만, 그에 반해 ‘공은 둥글다’고 굳게 믿는 사람들도 있었다.
모든 건 뚜껑을 열어봐야 알게 될 것이다.
무대가 준비되었다.
현지 시각으로 오후 7시.
8만여 관중으로 가득 찬 중국 상하이 경기장.
대한민국과 브라질의 올림픽축구 3·4위전이 곧 시작될 예정이었다.
이변.
둘의 대결을 두고, 각종 스포츠 매체에서 부르는 말이었다.
조별예선에서 3위로 탈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대한민국의 3·4위전 진출.
반대로, 강력한 우승후보인 브라질의 결승 탈락 후 3·4위전 진출.
느낌이 많이 달랐지만 어쨌든 둘 다 같은 처지였다.
곧이어 각 팀 선수들이 입장하자 관중들의 열렬한 환호가 쏟아졌다.
대부분의 함성이 왼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가슴팍에 별이 다섯 개나 박힌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
카나리아 군단, 브라질대표팀이었다.
[예! 각 팀 선수단이 입장을 하고 있습니다. 이런 날이 올 줄 누가 또 알았겠습니까?] [그렇죠. 아무래도 우리로서는 3·4위전에서 네덜란드를 만날 줄 알았으니까요. 사실 상당히 의외이긴 합니다만, 오히려 이게 잘됐다는 의견도 적지 않습니다.] [그렇습니다. 190센티에 달하는 장신의 네덜란드 선수들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어쩌면 해볼 만한 경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브라질의 선발라인업을 보면 말이죠.]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현재 브라질은 지난 네덜란드와의 경기를 겪은 뒤 상태가 말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3일 전 있었던 브라질 대 네덜란드와의 4강전은 문자 그대로 혈투였다.
아르헨티나 대 대한민국전은 비교도 안 될 정도.
총 12장의 카드와 3명 부상이라는 수치만 봐도 경기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브라질은 3명 부상에 2명 출전정지.
스쿼드가 18명으로 제한되는 올림픽 축구에서는 심히 치명적인 상황이었다.
[힘들겠지만, 파이팅 한다면 우리 선수들도 충분히 이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어······ 그렇습니다. 이길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호나우두, 호나우지뉴 등 주축멤버들이 대거 빠진 상태였기에 충분히 희망을 가져볼만했다.
하지만 열이면 열 브라질의 승리를 점치고 있었다.
지난 4강에서 보였던 한국의 경기력을 보자면 기대할 수준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우호영의 원더플레이가 이번에도 터진다면 모를까.
평소에도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던 둘은 반갑게 악수를 주고받았다.
하지만 호비뉴는 달랐다.
경기 시작 전부터 호영을 경계하는 것이 얼굴에서부터 보였다.
괜찮았다.
오히려 좋았다.
이런 분위기는 언제나 가슴을 설레게 만들어주니까.
그리고 맨 끝 차례가 다가오자, 헐크를 연상시키는 사내가 호영을 반겼다.
보기만 해도 반가운 얼굴이었다.
“브레누.”
“호영, 반갑다.”
상파울루FC의 주장이었던 사내.
약 3년 만에 성사된 브레누 보르지스(Breno Borges)와의 재회였다.
“올 시즌에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다며? 축하한다.”
“이제 겨우 서브멤버일 뿐이야. 너도 1군으로 올라갈 예정이라고 들었는데. 그럼 이제 챔피언스 리그에서 보는 건가?”
“하하. 너무 김칫국부터 들이키는 거 아냐?”
화기애애한 대화가 한 차례 오가고, 둘은 너나 할 것 없이 한쪽 볼을 씰룩거렸다.
분위기가 반전되었다.
대기가 무거워진 것처럼, 보기만 해도 숨이 턱 트이는 어색함이 흘렀다.
“호영, 연습게임 말고는 상대편으로 처음이지. 잘 부탁한다. 예전만큼 호락호락하진 않을 거야.”
“나도, 예전처럼 봐주는 건 없을 거야.”
이제는 적대적이다.
봐주는 건 결코 없었다.
삐익!
둘의 가벼운 포옹을 끝으로, 곧이어 휘슬이 울렸다.
브라질의 좌측 윙 포워드 호비뉴의 킥오프였다.
[브라질은 4-2-3-1 대형을 준비해왔네요. 원톱에는 알렉산더 파투 선수를, 공격형 미드필더에는 안데르손(Anderson)을 배치했어요.]브라질의 둥가 감독은, 느려터진 한국 수비진을 공략하기 위해 발이 빠른 선수들을 기용하였다.
호비뉴-안데르손-파투로 이뤄진 삼각편대.
그들은 한국에게 있어서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이에 한국은 그럴싸한 대비책을 하나 들고나왔다.
퍼억!
“큭.”
기동진의 거친 몸싸움에 밀려나가는 호비뉴.
파울을 이용해서라도 브라질의 흐름을 끊으려는 한국의 전술이었다.
특히, 다혈질 성격으로 알려진 호비뉴를 도발하면서 자유분방한 플레이를 못하도록 거머리 같은 수비를 펼쳐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실력 차이는 쉽게 매울 수 없었다.
대한민국의 수비는 답도 없었고, 브라질의 삼인방은 파괴적이었다.
[권창수! 호비뉴에게 붙어보지만··· 아! 호비뉴의 돌파를 쉽게 내어주고 맙니다! 이어서 김민수에게! 우측의 파투의 움직임도 조심해야 해요!]위기의 순간.
“야! 끊어내!!”
박성호 감독의 목소리가 대지를 갈랐다.
그 주위에서 역습을 노리고 있던 우호영의 눈빛이 섬뜩하게 변하더니, 호비뉴에게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로켓처럼 뻗어나가는 순간적인 속도였다.
그리고 그 순간.
타악!
쾅!
호비뉴가 뒤로 자빠지면서 공이 우측의 기동진에게 빠졌다.
호영의 오른발 백태클.
정교하진 않았지만 공격의 흐름을 끊는 데는 성공하였다.
“이런 씨발!”
참다못한 호비뉴가 버럭 화를 내며 일어섰다.
하지만 우호영은 거기에 없었다.
이미 심판에게 달려가 용서를 구하고 있었다.
주심의 판정은 경고.
발이 높지 않고, 태클의 속도가 빠르지 않은 점을 감안해 옐로카드로 끝낸 것이었다.
[예, 경고로 끝나는군요. 이로써 한차례 위기를 넘긴 대한민국, 앞으로는 조심해야겠습니다.]“이런 개 같은!”
호비뉴는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우호영의 뒤통수에 대고 분노를 터트렸다.
“비린내 나는 새끼.”
“뭐 이 원숭이 같은 놈아.”
“원숭이는 너지. 냄새나는 노란 원숭이.”
“네가 마르카 선정 외모 22위였던가?”
“염병할!”
지난 7월 월드 투어 당시.
마르카 타블로이드에서 ‘레알 마드리드 월드 투어 선수단의 외모 순위’를 재미 삼아 매긴 적이 있었는데, 거기서 호비뉴의 얼굴이 23명 중에 22위를 기록한 바 있었다.
꼴찌는 마마두 디아라였고, 1등은 호영이었다.
이러한 팩트에, 호비뉴는 말을 잃었다.
저질스러운 대화였지만 필드는 원래 이런 곳이었다.
다 큰 어른도 유치하게 만들어버리는 마법 같은 곳.
이후에도 싸움은 계속되었다.
경기 시작한 지 10분 만에 대한민국 진영에서만 옐로카드가 2장이 나왔는데, 이는 모두 브라질의 유효슈팅과 맞바꾼 결과물이었다.
그렇다고 당하고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브라질에게도 치명적인 약점이 있었고, 호영은 그 점을 계속 파고들었다.
‘수비가 약해.’
수비진을 훑은 호영의 생각으로는 그러했다.
마르셀루-알렉스 실바-브레누-일시뉴로 이뤄진 포백 수비진.
이탈리아의 빗장수비만큼 뛰어나지도, 카메룬의 수비진만큼 파괴적이지도 않았다.
마르셀루를 제외하고는 모두가 스페인 2부 리그 수준 정도.
브라질은 호나우지뉴와 호나우두의 노련함으로 여기까지 끌고 왔지만, 이제는 그 기둥의 역할이 되어줄 선수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이 아르헨티나와 브라질의 가장 큰 차이점이었다.
즉, 이빨 빠진 호랑이나 다름없는 셈.
‘뚫을 수 있다.’
호영은 대담하게 맞섰다.
어차피 여기가 종착역.
천재지변이 일어나더라도 이번 경기만큼은 이기겠다는 각오뿐이었다.
동메달과 노메달은 한 끗 차이지만, ‘군 면제’라는 혜택이 달려있는 한 호영으로서는 결코 포기할 수 없었다.
하지만 상대는 결코 만만치가 않았다.
호영이 공만 잡으면 거친 태클이 사방에서 들어왔다.
그야말로 전쟁터.
빠각!
“아오!”
골문이 코앞이었는데, 옆에서 몸싸움과 함께 태클이 들어오는 바람에 공을 놓치고 말았다.
그래도 성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삐익!
알렉스 실바에게 파울을 선언하는 주심.
그가 꺼내든 것은 옐로카드였다.
‘좋아.’
아직 기회는 많았다.
이런 식으로 계속 두드리면 언젠가는 열릴 것이다.
그 기회는 머지않아 찾아왔다.
전반 13분.
기동진이 걷어찬 롱 볼이 하프라인을 넘어 이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호영의 발이 빠르게 움직였다.
타악!
[하프라인 너머로 떨어지는 공중볼. 우월한 체격을 앞세워 우호영이 좋은 위치를 잡아냅니다.]수비형 미드필더 루카스(Lucas)가 붙어봤지만, 우호영의 위치 선정과 우월한 신장은 따라잡을 수 없었다.
경합에서 승리한 것은 호영이었다.
그리고 공격은 거기서 끊이지 않고 바로 전개되었다.
타악.
우측 뒷공간으로 향하는 킬 패스.
이청룡이 그쪽으로 파고들었다.
역습이었다.
[좋습니다! 이번 기회를 반드시 살려야겠습니다!] [좋습니다. 지금 수비 숫자가 그리 많지 않거든요? 침착하게 한 걸음씩······.]바로 그때.
탁.
이청룡이 호영에게 짧은 패스를 내어주고 박스 안쪽으로 들어갔다.
페널티 에어리어 부근.
호영의 눈앞에 놓여있는 건 브레누 뿐.
승부는 바로 지금부터였다.
툭, 툭.
“···!”
호영의 화려한 발기술이 브레누의 눈알을 돌아가게 만들었다.
그럼에도 브레누는 침착했다.
호영에 대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찬가지로, 우호영도 브레누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멘탈은 약하나 육탄방어에 강하다는 것.
하지만 발기술에는 매우 취약하다는 것.
그게 약점이란 것을 알고 있는 호영이었기에 진정한 발재간이 무엇인지 보여주었다.
서커스 공연이라도 왔는지 미친놈마냥 발을 놀려댔다.
좌로 우로.
위로 아래로.
‘이게 무슨···.’
브레누의 얼굴이 급격히 굳어가기 시작했다.
그 짧은 찰나, 호영이 상체페이크까지 섞어버리자 동공이 풀려버렸다.
한순간이었다.
호영의 돌파를 허용하고 만 것은.
더불어 기습적인 슈팅까지 내어주고 만 것은.
그리고.
골키퍼 알베스(Alves)가 몸을 날려봤지만, 좌측 사각지대로 정확히 꽂히는 공은 막아낼 수 없었다.
철렁!
전반 13분.
우호영이 이변의 전주곡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