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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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 창과 방패의 대결(5)
실시간으로 경기를 지켜보던 한국의 축구 팬들은 우호영의 역전골에 난리가 났다.
해트트릭이라서 그렇기보다는, 골을 넣은 과정이 매우 희귀했기 때문이다.
[ 우호영, 리그 5, 6호골에 이어 7호골 ‘최연소 해트트릭 달성’]└ㅊㅊㅊㅊㅊ!
└이거 뭐얔ㅋㅋㅋㅋㅋㅋ 이거 진짜 골이야?
└임기응변 봐라 ㅋㅋ 홍길동이냐?
└아 ㅋㅋㅋㅋㅋㅋㅋ새벽에 빵터졌네. 피구하는 줄
└라면 먹고 있었는데 웃다가 코로 나옴 ㅅㅂ
└근데 저래도 돼?
└상대 선수에게 볼을 의도적으로 던진 경우, 과도한 힘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주심은 경기를 계속 진행시켜야 한다, 라고 나오는데?
└저런 경우 간혹 있긴 함
└아 쿠페 어쩔 ㅋㅋ 표정 봐ㅋㅋㅋㅋㅋ 지금 내 얼굴이랑 똑같네
스페인 마드리드 비센테 칼데론 스타디움.
현장의 분위기는 더욱 심했다.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골에, 홈 팬들은 경악하여 말을 잃었다.
극성팬들은 야유를 질러대며 우호영을 비난했다.
그라운드 위로 물병을 던져대는 악질들도 있었다.
즉시 투입된 경찰이 진정시켜 보았지만 난동은 좀처럼 가라앉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씨발! 저딴 게 어디 있어!”
“야! 빡빡이 주심! 돈 먹었냐!”
축구 규칙에 대해 알지도 못하는 몇몇 관중들이 주심에게 비난의 목소리를 냈지만, 바뀌는 건 없었다.
[명백한 골입니다. 우호영의 스로인은 위해를 가하려는 반스포츠적인 행위가 아니라, 오롯이 플레이를 위한 창의적이고 센스 넘치는 행동이었어요. 만약 여기서 경기를 중단시켰더라면 그것이야말로 진짜 문제가 되었을 겁니다.] [그렇습니다. 다시 한 번 돌려보시죠.]유럽에서는 판정시비 때문에 경기장면을 다시 보여주지 않지만, 특별한 일이 없는 이상 골 장면은 리플레이를 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현재 대형 전광판에서 우호영의 득점 장면이 재생되고 있다는 건, 판정시비의 소지가 전혀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곧이어 우호영의 스로인 장면이, 경기장 가장 높은 곳 대형전광판에서 재생되자 해설들은 입을 닫았다.
쿠페의 우스꽝스러운 얼굴에 끅끅거리며 웃음을 참고 있는 것이었다.
[아······ 쿠페 선수, 골문으로 뛰어가다가 등에 공을 맞으니 곧바로 고개를 돌리는 모습이 뭔가, 재미있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네요.] [크흠. 저희도 이런데 직접 당한 선수는 어떨까요. 그레고리 쿠페, 어안이 벙벙하다는 얼굴을 짓고 있습니다. 아무리 경력 있는 골키퍼라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일 거예요.]그레고리 쿠페.
그는 한 손을 허리춤에 올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머리를 쥐어뜯고 있었다.
처음에 공에 맞았을 땐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그리고 고개를 뒤로 돌렸을 땐 두 눈을 의심했다.
그야말로 골 때리는 플레이가 아닌가.
16년 축구 인생 중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다.
‘이런 개 같은.’
미처 그것까지 생각하지 못한 자신의 판단 미스였다.
공을 안전하게 처리했어야 하는데, 터치라인 밖으로 아웃시킨 것부터가 실수였다.
체력이 빠졌을 거라 생각했던 우호영은 그때까지도 팔팔했고, 그의 가속력은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패착이라면 그것이었다.
굴욕도 이런 굴욕이 없었다.
“후우······.”
어웨이석으로 달려가 세리머니를 하고 있는 우호영을 보고 있으니 얼굴이 화끈거렸다.
쫓아가서 뒤통수라도 한 대 후려치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게 느껴질 정도였다.
그제야 플로랑 말루다의 말이 이해됐다.
오랜 시간 리옹에서 말루다와 한솥밥을 먹었던 쿠페는, 얼마 전 말루다에게 이렇게 물어봤던 적이 있었다.
-우호영이라는 녀석은 어때?
그러자 말루다는 이렇게 대답했었다.
-평소에는 착하고 매너 있고 친화력 좋고······ 잘 노는 범생이 같은 스타일이지만, 필드 위에만 서면 천재가 돼. 인정사정없지.
맞다.
그 말이 백 번 옳았다.
우호영은 남이 생각하기 힘든 것을 직접 실전에서 보여주는 천재였다.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3대1.
점수의 균형이 한 쪽으로 쏠린 가운데, 경기의 흐름이 매우 흥미롭게 변해갔다.
이제 더 이상 물러날 곳이 없었던 AT마드리드는 공격 숫자를 더욱 더 늘려서 공격에 전념하였다.
최소한 무승부라도 만들어야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냥 당해줄 레알 마드리드가 아니었다.
베른트 슈스터는 발이 느린 지단을 교체시키는 등 2선을 손보면서 수비라인을 강화시켰다.
동시에 발 빠른 선수들을 전방에 남겨두면서 역습의 여지를 남겨놓았다.
그리고 후반 80분.
슈스터의 계획이 현실로 다가왔다.
[세르히오 아게로, 돌파를 시도해보지만 칸나바로의 철벽수비에 무릎을 꿇습니다. 공을 끊어낸 칸나바로가 지체하지 않고 디아라에게 짧게 패스합니다.] [디아라, 좌측의 마르셀루에게 길게 내어줍니다!] [이어지는 마르셀루의 측면 돌파!]또 한 번의 역습찬스.
마르셀루는 헛다리짚기로 유르카스 세이타리디스(Georgios Seitaridis)를 젖혀내자마자 로벤과 원투 패스를 주고받으며 뒷공간을 털었다.
이어 스루패스가 전달된 곳은 박스 바깥쪽 호영의 발아래였다.
그리고 쿠페는 이미 코앞까지 뛰쳐나온 상황.
호영은 무리하지 않고 좌측의 마르셀루에게 패스를 내어주었다.
철렁!
그렇게, 마르셀루의 시즌 1호골이 터져 나왔다.
“헤이 영(Young)!”
“나이스!”
홈 관중들의 입을 닫게 만드는 레알 마드리드의 쐐기 골이기도 했다.
험한 말을 내뱉으며 경기장을 떠나는 관중들도 적지 않았다.
좋은 선택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득점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으니까.
[아르헨 로벤! 마르셀루의 롱 패스를 향해 뒷공간으로 파고듭니다!]5분도 안 되어서 다시 한 번 역습 상황이 나왔고, 로벤이 60미터를 독주하며 다섯 번째 골을 터트렸다.
이로써 5대1.
[레알 마드리드가 이기는 게임을 하고 있어요. 강해도 너무 강합니다. 올 시즌 어떤 업적을 이뤄낼지 감히 예상조차 못 하겠군요.] [그렇습니다. 올 시즌의 라 리가는 2강 구도로 형성되고 있죠. 시작부터 전승을 거둔 레알 마드리드와, 언제 그랬냐는 듯 살아난 바르셀로나의 대결. 아직 초반이기에 그 무엇도 예측할 수 없습니다.]이후 경기의 흐름은 뒤집히지 않았다.
후반 종료 직전, 포를란의 캐논 슈팅이 골네트에 꽂혔지만 그걸로 끝이었다.
삐익-
경기종료.
5대2로 승리를 거둔 레알 마드리드는 연승행진을 이어가며 리그 7연승이라는 환상적인 기록을 거두는 데 성공하였다.
한편 AT마드리드의 선수들은 절망에 빠졌다.
그야말로 최악의 날.
오늘 2골을 넣은 포를란도 포를란이지만, 가장 암담한 것은 그레고리 쿠페였다.
모처럼의 복귀전에서 탈탈 털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마냥 기분이 안 좋은 것은 아니었다.
경외심.
우호영이 곧 축구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생각에 이상한 감정이 들었다.
악몽과도 같은 경기였지만, 한편으로는 그에게 찬사를 보내주고 싶었다.
확실한 건 평생 기억에 남을만한 경험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명 더.
세르히오 아게로(Sergio Aguero).
아직도 소년티를 벗어나지 못한 그는 당장이라도 눈물을 흘릴 것만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졌어······.’
쓰라린 패배였다.
지난 베이징올림픽에서 메시와 우호영에 가려져 딱히 큰 주목을 받지 못했던 그는, 오늘 경기에서 반드시 승리하고 싶었지만 아무런 활약도 하지 못했다.
우호영이 라 리가에 오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메시 다음으로 가는 유망주라는 평을 받고 있었던 그였기에 더더욱 간절한 마음이 있었다.
우호영을, 팀이 아닌 실력으로 이기고 싶었다.
그래서 지난 2주, 고된 훈련을 참아가며 훈련에 임해왔다.
그런데 어째서.
“흐윽.”
아무것도 하지 못한 것일까.
레알 마드리드는 너무 강했다.
월드클래스 급 선수들로 이뤄진 수비와 중원을 혼자의 힘으로는 뚫어낼 수 없었다.
베이징올림픽에서 아르헨티나의 수비진을 혼자 풍비박산 냈던 우호영 같은 원더 플레이를 선보이고 싶었지만, 이상과 현실은 거리가 멀었다.
그 당시 한국팀에서 경기를 펼쳐야 했던 우호영의 심정이 이러했을까?
‘이것보다 더 했겠지.’
팀이 받쳐주지 않으니 플레이에 한계가 있었다.
그에 반해, 안 그래도 잘했던 우호영은 등에 찬란한 날개를 단 셈이었다.
작년 라 리가의 축구팬들은 자신을 두고 늘 이렇게 말했었다.
-AT마드리드의 아게로는, 레알 마드리드의 이과인과 바르셀로나 메시의 딱 중간되는 선수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런 말이 있었다.
-아게로의 위치는, 이과인과 우호영의 딱 중간이다.
처음에는 그 말을 부정했지만, 이제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같은 초특급 유망주지만 천재성이 달랐다.
올해의 골든 보이는 천재지변이 일어나지 않는 이상 우호영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기에 우호영이 더욱 대단해 보였다.
마음 한 구석에서는 존경의 마음까지 들었다.
당장 달려가 유니폼을 바꾸고 싶었지만······ AT마드리드의 팬들이 보는 앞이라 그럴 수도 없었다.
안 그래도 경기에서 대패했는데, 불난 집에 부채질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 시각 호영은 오늘 경기에서 얻은 것들을 정리 중이었다.
‘캐논 슈터의 중거리 슛이랑 S급 잠재력.’
좋다.
기존의 중거리 슛 재능만 S로 올리면 스페셜 유니크 등급으로 합칠 수 있을 터였다.
그 직후에는 마르카 언론의 짧은 인터뷰가 있었고, 라커룸에 돌아갔을 땐 자신을 찾아온 누군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놀랍게도 세르히오 아게로였다.
“뭐야, 왜?”
“아······ 유니폼······. 바꿀래···?”
뒤통수를 긁적이며 물어온 그는 자신의 유니폼을 쭈뼛거리며 내밀었다.
그 광경에 호영은 적지 않게 당황스러웠다.
아게로가 찾아온 것 때문이 아니었다.
아무리 라이벌 관계에 놓여있어도, 경기가 끝나면 팬들 몰래 유니폼을 바꿔 입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호영이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맙소사. 내가 알고 있는 그 아게로가 맞는 거지?’
2016년 EPL을 호령하던 ‘괴물 공격수’ 아게로는 온데간데없었다.
성격이 온화하고 조용하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건 호영이 생각하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었다.
눈앞에 서있는 아게로는 그야말로 때 묻지 않은 순수한 청년이었다.
앞으로 함께 축구계를 이끌어나가게 될 ‘적’이자 ‘동지’이기도 했다.
호영은 흔쾌히 유니폼을 벗어주었다.
“좋은 게임이었다.”
“고마워.”
그런데 AT마드리드 선수들의 발길은 거기서 끊이지 않았다.
“저기.”
“음?”
“아, 이런. 한 발 늦었네.”
그는 다름 아닌, 이날의 기억을 꼭 간직하고 싶었던 쿠페였다.
“크흠. 유니폼 좀 바꾸러 왔는데.”
그러자 그 순간.
아게로의 눈이 쿠페에게 향했고, 둘의 눈이 허공에서 맞부딪쳤다.
난감한 상황이었다.
그날 호영은 라 리가 사무국 선정 공식 MOM으로 선정되어 기사에 오르내렸다.
[우호영, 라 리가 첫 해트트릭에 이어 첫 MOM 등극까지······.] [해트트릭 이뤘으니 다음엔 슈퍼 해트트릭이 목표······.] [경기 종료 후 레알 마드리드의 라커룸에 아게로와 쿠페가 방문했다는 기자의 증언······ 그러나 당사자들은 “그런 적 없다.”고 극구부인하며 “우리의 적은 언제나 레알 마드리드.”라고 “자존심도 없냐.”는 팬들의 조롱을 일축하였다.]전반전에 입었던 유니폼은 쿠페에게, 후반전에 입었던 유니폼은 아게로에게 나눠주었던 호영은 침대에 누워 허허 웃었다.
‘세상에 이런 일도 다 일어나는구나.’
TV에서나 보던 선수들이 서로 유니폼을 교환하자고 하다니.
세상에 이런 일이 일어날 줄 누가 알았을까.
하지만 기쁨에 취해있을 여유는 없었다.
‘다음 경기가 더 중요해.’
산 넘어 산.
역대 최고의 빅 매치가 기다리고 있었다.
호영은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선수 전용 웹 사이트 접속하여 다음 상대의 전력분석 영상을 면밀히 살펴보았다.
바로 이틀 뒤 챔피언스 리그에서 맞붙게 될 상대.
유벤투스의 전력을 말이다.
‘살벌하구만.’
그중에서도 특히 유의해야 할 선수 중 하나로는, 역대 최고의 양발잡이이자 두 개의 심장이라고 불리는 ‘파벨 네드베드(Pavel Nedv?d)’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