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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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9. 우물 밖을 나온 개구리(3)
TSN매니저 비앙카가 GPA종합평가서를 내밀며 보여줬다.
지난 88일간의 호영이 걸어온 발자취가 하나도 빠짐없이 기록돼있었다.
먼저 타 아카데미와 시합한 24경기에서 26골 6어시스트를 기록하여 10점 만점에 9.33점을 받은 기록.
8년 전, 28경기에서 42골을 몰아쳤던 카카(Kaka)가 받은 9.81점보다는 낮았지만 상위권인 것은 분명했다.
또한 폐활량, 근육저항값, 바디밸런스, 부위 별 근력 등 전문체력을 측정한 결과, 메디컬 점수에서도 9.35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평가받았다.
비교적 부족한 포르투갈어가 개인평가점수를 까먹어서 종합GPA가 9.13점일 뿐이지, 축구선수로서는 매우 높은 점수였다.
더욱이 포르투갈어 실력도 나날이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이제는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하고 싶은 말은 거의 다 할 수 있었다.
“유소년계약을 하는 거죠?”
“네. 전에 말했다시피 계약내용은 GPA점수에 따라 달라지구요. 여기 표를 보면, 호영 군은 가장 높은 1등급을 받게 됩니다. 따라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주급을 받는다는 거죠?”
“맞아요. 호영 군 얼마 전에 셀피브라스 공인시험에서 초급을 취득했더라고요? 그 덕에 아슬아슬하게 9점을 넘겼어요. 축하해요.”
“와아! 감사합니다!!”
“하하.”
까만 뿔테안경이 잘 어울리는 비앙카가 차분하게 말했다.
“호영 군 실력에 대해 마땅한 제안을 하는 거예요. 언어도 잘 안통해서 힘들었을 텐데 잘 따라 와줘서 오히려 우리가 고맙네요. 카를로스 감독님이 무척이나 기뻐하세요.”
“와···.”
‘예스! 예스!’
소리라도 지르고 싶었다.
비록 성인선수보다는 현저히 낮은 액수지만, 고작 열한 살에 이런 돈을 벌면서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뜻깊은 일인지 몰랐다.
호영은 한 자도 빠짐없이 계약서를 자세히 살펴보았다.
바이아웃 조항은 13세 이하 선수에게 부여할 수 있는 최대치인 5억이었다.
유소년계약은 위약금(바이아웃)만 내면 파기가 가능한 가계약이기 때문에, 다른 구단에서 5억 원만 지불하면 언제든지 호영을 데려갈 수 있는 것이었다.
“음···. 그래서 1등급 주급인 400헤알(BRL)을 제가 받게 된다는 거네요?”
“맞아요. 계산해보니 한화로 약 25만 원 정도 되더라구요.”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가 12살 때 받았던 45만원 보다는 훨씬 낮은 액수였지만.
‘25만원이면 월 100만원···. 지렸다. 스물넷에 받았던 알바비보다 많잖아? 게다가 리그출전수당도 있고 득점 보너스도 있고.’
주급 5만원을 받는 6등급 선수에 비해 엄청난 대우였다.
“그리고 여기 계약내용에 나와있듯이 높은 클래스로 월반하게 될 경우, 주급은 계속 오를 거예요.”
“저는 지금 어느 클래스로 입단하는데요?”
“일단 U13팀에 입단해서 로스터에 이름을 제출하면 그때부터 주별리그 경기를 뛰게 될 거예요. 페이도 그때부터 지급될 예정이구요.”
“오우!”
상파울루FC U13.
슛돌이로 활약할 당시 한국에서 붙었었던 바로 그 팀이었다.
그리고 대망의 4월 4일 금요일.
처음으로 U13훈련에 참가하게 될 날이 밝아올랐다.
그래서인지 긴장이 되는 탓에 호영은 아침댓바람부터 일어나 몸을 풀었다.
“떨려 죽겠네.”
집 밖 골목길에서 드리블연습을 하며 긴장을 풀어봤지만 큰 효과는 없었다.
왜냐.
U13은 아카데미와 차원이 다르기 때문이었다.
수준은 물론이고, 그 전에 일단 ‘돈을 받고’ 뛴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였다.
이제는 자신뿐만 아니라 팀을 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뛰어야했다.
자신은 있지만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었다.
“하던대로 하자! 남자가 담이 그렇게나 작아서 되겠냐!”
그래, 지금껏 연습해온 대로만 하면 열심히 되는 거다.
그렇게 혼잣말을 내뱉으며 미친놈처럼 양팔을 들어올렸다.
“사나이 우호영! 할 수 있다!!”
“호영아!”
“음?”
한바탕 기운을 북돋던 중 2층 창문에서 예쁘장한 얼굴이 배꼼 튀어나왔다.
“모니카!”
“마리아 언니가 밥 먹으래!”
“오케이!”
호영은 최마리아가 해준 아침을 챙겨먹고, 모니카의 배웅을 받으며 집을 나섰다.
“호영이 잘하고 와~.”
“너도!”
그리고 오늘은 특별히 최마리아가 직접 차로 데려다주었다.
“부모님이랑은 꼬박꼬박 연락하고 있지?”
“그럼요!”
“부모님은 언제 한 번 오실 계획 있으시대?”
“아마 일 때문에 안 되실 거예요. 제가 가야죠.”
사실 호영도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일정 탓에 휴가를 떠날 시간적 여유는 없었다.
주별리그가 끝나는 10월에나 시간이 있었다.
“갈 때 가더라도 리그 우승컵은 들고 가야죠!”
“하하. 누나가 응원할게.”
“넵!”
올해 호영의 목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째는 U13 주별리그 우승.
둘째는 U15로 월반.
그리고 셋째는 브라질 유망주들의 재능싹쓸이!
재능을 가져오는 건 물론이고, 거기서 더 나아가 재능을 키워야했다.
호영은 자신의 상태를 확인하며 생각에 잠겼다.
[우호영]보유재능
-축구영재(B+)
-꽤나 묵직한 중거리 슛(C+)
-헬스맨의 탄탄한 근육(C)
-폼 나는 꼬발 프리킥(C+)
-차미네이터의 치고 달리기(U)
-람보르기니 뺨치는 빠른 다리(A+)
-단숨에 잘라버리는 볼 커팅(B+)
-섬세한 볼 터치 감각(C+)
-리드미컬한 유연함(C)
-꽤나 현란한 발재간(C+)
지난 두어 달간 알아낸 사실이 하나 있었다.
성인 중에서는 축구영재 같은 재능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말이다.
그로보아서, 인재(人材)에 관한 재능은 성인까지의 성장률을 좌우하는 모양이었다.
왜, 사람이 같은 것을 배우더라도 개인마다 그 속도와 깊이가 다른 것처럼.
범재보다 수재가, 수재보다 영재가 더 훌륭한 축구선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었다.
‘흠. 그렇게 따지면 축구영재가 가장 시급한 재능인데.’
축구영재(B)는 많아도 축구영재(B+)는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는 격이었다.
‘그래도 U13에는 재능 있는 애들이 꽤 있겠지.’
지금부터 벌써 복잡하게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조급해하지 않고, 매 순간에 최선을 다한다면 어련히 따라올 것들이었다.
목적지에 도착한 호영은 마리아와 작별 인사를 한 뒤 실내로 발을 들였다.
높은 장벽으로 막혀있는 바하푼다(Barra Funda) 상파울루FC 전용훈련장.
지금이 바로, 호영의 공식커리어가 시작되는 순간이었다.
“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크네.”
바하푼다 훈련장은 브라질 최대의 축구훈련시설답게 규모가 엄청났다.
상파울루FC 고문 에밀리를 따라 내부시설을 둘러보던 호영은 연신 감탄했다.
이론교육이 진행되는 실내학습관과 미니게임을 할 수 있는 미니풋살장.
그리고 악천후시 훈련할 수 있는 실내 축구장과 신체단련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체육관까지.
브라질도 이 정도인데 유럽의 명문클럽들은 얼마나 더 대단할지 감히 상상도 가지 않았다.
“호오···!”
긴장감이 흥분으로 뒤바뀌고 있었다.
의지가 불타올랐다.
“후훗. 쾌활해서 보기 좋네. 무슨 일 있으면 언제든지 나한테 연락하렴.”
“고맙습니다!”
구단주의 전임비서였던 그녀는 40대 초반으로, 선수들이 직면한 사소한 개인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주고, 아낌없이 서포트 해주는 든든한 스태프였다.
마치 어머니 같은 존재였기에 선수들은 그녀를 마마라고 불렀다.
호영은 에밀리의 명함을 받자마자 U13 훈련장으로 향했다.
‘관계자 외 출입금지’ 문패가 붙어있는 문을 열고 긴 통로를 지나자 넓적한 잔디구장이 펼쳐졌다.
그리고.
“와.”
앞으로 함께할 동료들이 몸을 풀고 있었다.
훈련이 시작되기까지 30분이나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워밍업블록(Warming-up block)에는 소년들의 열기로 가득했다.
브라질리언은 물론 유학 왔다가 팀에 입단한 외국인 소년들도 있었는데, 개중엔 한국인도 한 명 있었다.
그들은 훈련에서 깊은 인상을 남기기 위해 일찌감치 몸을 풀고 있었다.
부지런함과 성실함을 보여줄 수 있는 것도 그렇고, 몸을 빨리 풀어야 훈련할 때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아주 삭막한 분위기는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와 정말? GPA 9.1점을 받았어?!”
“그럼. 기록 평가에선 9.33점이다?”
“와!!”
역시 친밀감을 높이는 데엔 축구만한 게 없었다.
호영이 자기소개와 함께 자신의 커리어를 말하자, 많은 아이들이 호영을 반겨주었다.
그리고 작년 슛돌이 시절에 같이 시합을 했던 녀석들도 군데군데 보였는데, 경계심을 가지는 이들도 있었다.
이를 테면 호영과 포지션이 겹치는 아이들.
우물 밖으로 나온 개구리에게 밥그릇을 빼앗길까 걱정부터 드는 것이었다.
아직 어리지만, 목숨 걸고 공을 차는 아이들이다 보니 피 튀기는 경쟁은 여기서도 불가피했다.
여기는 소년들의 전쟁터였다.
그리고.
이윽고 두 소년이 거들먹거리며 피치로 들어왔다.
걸음걸이에서부터 여유가 흘러넘치는 것을 보아하니 U13의 베테랑쯤 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호영의 존재를 보고는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렸다.
“네가 왜 여기에 있어······?”
그날, 호영에게 호되게 당했던 카세미루와 더글라스가 동시에 말했다.
호영이 반갑다며 손을 흔들었다.
“왜 있기는 쨔샤.”
초롱초롱 빛나는 눈이 말하고 있었다.
[준수한 볼 차단(C)] [축구영재(B+)]저번에 다 못 가져간 재능 가지러 왔다고!
‘다 내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