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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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4. 월드컵 원정 첫 16강(2)
대한민국의 8강 진출이 한 발자국 앞으로 다가오면서, 경기장을 찾은 2천여 명의 붉은악마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헌데 그 가운데 눈물을 글썽이는 여자가 있었다.
얼굴에 ‘No.10 우호영’이라고 페이스프린팅을 한 김희선이었다.
“엄마, 왜 울어요?”
호일은 이해할 수 없었다.
형이 골을 넣고 근사한 세리머니까지 했는데 어째서 우는 것인지 말이다.
그러자 옆에서 소고를 두드리고 있던 우황선이 입을 뗐다.
“엄마는 지금 기뻐서 우는 거야.”
“기쁜데 울어요?”
“어른들은 원래 너무 기쁘면 눈물이 나는 법이거든.”
김희선뿐만 아니라 우황선도 눈물이 핑 돌 것 같았다.
도대체 아들이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한 것인지, 생각할수록 기특하고 사랑스러웠다.
피가 끓어오르는 기분이었다.
그는 그럴수록 소고를 신명나게 치면서 전광판의 지분을 독차지하였다.
[하하. 우호영 선수의 아버님인가요? 되게 자랑스러우시겠어요.] [허허. 그럼요. 저만 해도 아주 신나서 몸이 펄떡 뛸 것 같은데요.] [스승으로서 참 뿌듯하실 것 같습니다. 우호영 선수가 이렇게 대단한 선수로 성장하는 데 있어서 차범곤 해설위원께서 중요한 역할을 해주셨지 않습니까?] [허허허. 이제 와서 제가 도움이 되었다느니 뭐 그런 말을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클 사람은 어련히 크게 돼있습니다. 물론 좋은 스승이 함께 하면 더욱 훌륭하게 성장할 수 있겠지만, 제가 한 거라고는 대화 몇 마디가 전부이죠.]요즘 어깨에 힘이 들어간 대한축구협회를 비꼬는 말이었다.
그리고 그걸 눈치 챈 배성지 캐스터는 자연스럽게 말을 돌렸다.
[오늘도 저는 겸손함을 배워갑니다. 자, 그러는 가운데 경기는 어느덧 전반 40분을 향해 나아갑니다. 멕시코가 실점을 허용한 뒤로는 계속해서 소극적인 플레이를 펼치고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상당히 심각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요. 일단 대비책을 세울 때까지는 이대로 버티자는 심정일 겁니다.]멕시코는 전반휘슬이 울려 퍼질 때까지 공을 돌렸다.
야유를 받건 욕을 먹건 그건 알 바 아니었다.
압박하는 과정에서 약간의 충돌이 있긴 했지만 드러누울 정도는 아니었다.
멕시코는 그저 시간을 끌기 위해 온갖 방법을 동원하는 것뿐이었다.
[누가 보면 멕시코가 이기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인데요.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점수판은 고장 난 게 아닙니다. 현재 스코어는 1대0으로 대한민국이 앞서나가고 있습니다.] [멕시코는 지금 자신감을 완전히 상실했어요. 이대로 갔다가는 또 먹힐 것 같으니 쉬었다 가자, 이것이죠.]그도 그럴 게 그들로서는 섣불리 나설 수가 없었다.
만약 공을 뺏길 시에는 또 무슨 일을 당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지금 가장 중요한 건 흐름을 끊는 것이었다.
그리고 전반전은 멕시코의 바람대로 1대0에서 그쳤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다음이었다.
‘방법이 없어.’
라커룸에 들어선 아기레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를 바득바득 갈았다.
‘우호영······.’
세상에 어떻게 그런 선수가 존재한단 말인가.
수비가담능력이 좋은 공격형 미드필더는 종종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수비력이 저렇게까지 출중한 선수는 흔치 않다.
저 정도면 수비수로 전향해도 될 만한 수준이었다.
아니, 웬만한 수비수보다 낫다는 게 아기레의 평이었다.
멕시코가 공격할 때면, 중요한 공격활로에 항상 우호영이 서있었다.
마치 거대한 벽이 그라운드에서 분주히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우리의 공격 전개를 훤히 꿰뚫고, 좋은 수비위치를 선정했어.’
“우라질.”
욕이 절로 나왔다.
불과 1점 차이밖에 나지 않았지만 벌써부터 의욕이 꺾이고 말았다.
‘예전이랑 같은 상황이잖아.’
언젠가 마드리드 더비를 할 때도 이런 적이 있었다.
무기력.
아니나 다를까, 곧이어 들어간 라커룸도 별 반 다르지 않았다.
감독보만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다.
선수들은 패잔병이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아무리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려고 해도, 지금으로서는 경기를 뒤집을 수 있는 가능성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분위기를 바꿀 필요가 있었다.
“우호영이 중원을 막고 있는 한 우리가 주도권을 가져올 수 없습니다.”
“게임이 너무 답답합니다. 이대로는 우리의 플레이를 할 수 없어요. 우호영에게 휘둘리다가 그냥 끝날 겁니다. 뾰족한 수가 필요해요.”
속이 꽉 막힌 느낌이었다.
실제로 우호영은 전반전에만 7.5km씩이나 뛸 정도로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었다.
공수를 주도하며 그라운드를 지배했다는 것을 증명해주는 수치였다.
“웬만한 압박은 통하지 않습니다. 수비를 펼치기에는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아요. 차라리 되던 안 되던 일단 부딪치고 보는 겁니다. 답은 그것뿐이에요.”
바르셀로나의 중앙 수비수이자 멕시코의 주장인 라파엘 마르케스의 의견이었다.
그러자 아기레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후반전은 오로지 공격이다. 몇 골을 실점하든 상관없어. 경기 시작과 동시에 강력하게 밀어붙인다. 공을 잡으면 무조건 기회를 만들어. 더 이상 겁쟁이처럼 물러나선 안 될 거야. 뭐가 되었든 일단 시도라도 해봐. 부딪치고, 싸우고, 투쟁해라.”
최선의 선택.
흠씬 두들겨 맞더라도 끝까지 일어나서 반격이라도 해야 했다.
해결책이라면 그것뿐이었다.
삐익!
후반전이 시작되자, 멕시코는 중앙 수비수들까지 빌드업에 가담하면서 전반전보다 적극적인 플레이를 펼쳐냈다.
안드레스 과르다도가 팀의 중심에 서서 공격을 진두지휘하고, 벨라와 도스 산토스가 경기장을 넓게 사용하면서 빠른 스피드를 활용해 측면을 공략하였다.
멕시코의 기세가 조금씩 살아나는 듯 보였다.
여기에 결정적으로,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페널티 박스 안에서 왕성하게 움직이며 대한민국의 수비진을 박살냈다.
거센 돌풍이 불고 있었다.
‘좋았어. 이대로만 가는 거야. 먹힌 만큼 득점을 하면 돼.’
아기레 감독의 바람대로 멕시코의 공격은 시간이 갈수록 더욱 거세져갔다.
그리고 결국.
철렁!
하비에르 에르난데스가 수비 틈을 교묘히 파고들어 득점에 성공하고 말았다.
수비를 반쯤 포기하고 공격에 몰두한 결과였다.
하지만 아기레의 표정은 시간이 갈수록 일그러져갔다.
후반 58분경이었다.
철렁!
[골! 고오오올! 골입니다! 우호영의 헤딩이 대한민국의 두 번째 득점을 알립니다!]후반 60분.
허점투성이인 멕시코의 수비를 노린 우호영의 헤딩 골이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후반 80분이었다.
뿌우우우!
괘애애앵!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는 듯 관중석이 요란하게 들썩이기 시작했다.
부부젤라와 꽹과리 소리가 묘하게 어우러지면서 경기장을 가득 채웠다.
호영의 심장박동도 점점 커져갔다.
‘바로 이거야.’
월드컵의 열기.
그 꿈의 무대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축구를 하는 기분은 마치, 한 겨울에 얼음물로 샤워를 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드리블을 하는 와중에도 온몸에 소름이 가시질 않았다.
몸 컨디션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치솟고 있었다.
2선에서 헤라르도 토라도가 발을 걸었을 땐 드리블로 가볍게 제쳐냈고, 둘째로 중앙 수비수 로드리게스가 막아 나설 땐 마르세유 턴으로 반대편 공간을 열어젖혔다.
그리고 슈팅을 하려는 무렵.
퍽!
“크흡.”
라파엘 마르케스(Rafael Marquez)가 태클을 시도하다가 호영의 오른쪽 발목을 짓눌렀다.
약간의 충격이 있었지만, 호영은 미꾸라지처럼 빠져나와 하체를 비틀었다.
반대편 슈팅각도가 열리자마자 과감하게 슈팅을 때렸다.
오스카 페레즈 골키퍼의 심장을 철렁이게 만드는 18미터짜리 땅볼 슈팅이었다.
그리고.
철렁!
골망도 같이 뒤흔들렸다.
[해트트릭! 해트트릭입니다!! 우호영이, 대회 두 번째 해트트릭을 기록합니다!!] [아, 좋아요! 월드컵 9호 골입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당시, 서독의 게르트 뮐러 이후 30년 만에 한 대회 9골을 넘기는군요. 대단한 기록입니다. 우호영이 해냈어요!]“호우!”
세리머니가 끝나고, 경기가 재개될 무렵의 시간은 후반 82분이었다.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의 얼굴이 무너져 내린 시간이기도 했다.
스코어는 3대1.
역전의 가능성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멕시코는 정확히 13분 뒤에 무너졌다.
대한민국의 월드컵 원정 첫 8강 진출이 이뤄진 순간이었다.
경기 후 인터뷰가 진행되었다.
“8강 진출과 더불어 MOM으로 선정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첫 번째 득점을 기억하실 겁니다. 철벽과도 같은 수비 이후의 날카로운 공격. 개인적으로는 그 골이 가장 하이라이트가 아니었나 싶은데요. 그 골에 대해서 한 말씀해주시겠어요?”
“최고의 공격은 탄탄한 수비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가 득점을 넣을 수 있었던 것도 그 덕분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경기에서의 활약상에 대해 묻는 질문이 인터뷰의 주를 이뤘다.
그리고 마무리 될 무렵에는 이런 질문이 나왔다.
“마지막에 라파엘 마르케스 선수와 충돌이 있었습니다. 우호영 선수의 찡그린 얼굴이 화면에 잡히기도 했는데요. 괜찮으신가요?”
“네, 걱정할 정도는 아닙니다.”
“다행이군요. 그렇다면 오늘 밤에 펼쳐지는 미국과 가나의 16강 경기에서, 개인적으로 어느 팀이 올라왔으면 좋겠습니까? 대한민국은 거기서 올라오는 팀과 맞붙게 될 예정인데요.”
“누가 올라오든 자신이 있습니다. 그리고 늘 하던 대로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교과서적인 답변.
말 그대로였다.
누가 올라오든 무조건 4강으로 가겠다는 강한 의지였다.
펑펑!
서울 종로구 세종로 네거리 일대.
곳곳에서 폭죽이 터지면서 밤하늘이 오색찬란하게 물들어갔다.
붉은 옷을 입은 60만 명의 시민들이 거리를 가득히 메운 채 함성을 쏟아냈다.
“워~ 워어어어~ 워어어어어~.”
“대~한민국!”
자정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지만 대한민국의 밤은 여전히 뜨거웠다.
그야말로 열광의 도가니.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 셋으로 갈렸다.
엉엉 울거나 혹은 웃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모르는 사람들끼리 서로를 얼싸안으며 승리를 자축하거나.
“이리오세요!”
“워어어! 워어어어!”
“대~한민국!”
일단 사람들이 모이면 둥글게 원을 그리고, 어깨를 들썩거리며 소리를 지르는 것이 기본이었다.
그러다 호영의 인터뷰가 방영되자, 곳곳에서 박수갈채가 쏟아져 나왔다.
“우호영 진짜 잘한다.”
“크. 이로써 확실해졌네.”
“뭐가?”
“우호영은 레알 마드리드빨이 아니라는 것.”
“그걸 이제야 알았냐? 월드컵 역사상 최초로 ‘한 대회 4경기 MOM 수상’이라는데.”
“으으. 소름. 이러다 우리 진짜 4강 가겠는데?”
“야 이 씨, 당연하지. 상대가 미국 아니면 가나인데.”
4강.
더 이상 막연한 기대가 아니었다.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결전의 날인 8강전은 7월 2일 금요일에 진행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