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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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5. 천재와 우승컵의 영광을(4)
포지션 변경은 좋은 전략이다.
다양한 포지션에서 뛸 수 있는 만능형 플레이어의 값어치가 높은 것도 그 이유다.
양발선수가 가지는 메리트처럼 말이다.
예컨대 맨유에는 골키퍼부터 수비수, 미드필더까지 두루 소화가 가능한 존 오셔(John O’Shea)라는 유명한 선수가 있다.
팬들 사이에서 땜빵맨이라고 불리는데, 그의 다재다능한 재능이 팀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는지 모른다.
수비로 출전할 줄 알았는데 막상 미드필더로 나오면 상대방 입장에서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으니까.
하지만 공격적인 성향이 강한 호영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다는 것은 예상 밖이었다.
“······ 이런.”
SC코린치안스의 파울리뉴 감독이 난색을 표했다.
호영이 스트라이커로 출전할 줄 알고 그에 맞춰 대응전략을 세우고 맹훈련을 해왔으니 말이다.
“허 참.”
사실 수비적인 테크니컬이 뛰어난 호영이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된 것은 아주 이해못할 일이 아니었다.
최전방 공격수가 3선으로 내려오는 일은 가끔 있는 일이니까.
스트라이커만큼이나 골을 잘 넣는 독일의 미하엘 발락은 감독의 전술에 따라 수비수로 뛰기도 하고, 맨유의 웨인 루니는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위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던 적이 있었다.
그럼에도 파울리뉴 감독은 해머로 뒤통수를 거하게 얻어맞은 듯한 기분이었다.
‘······ 이렇게 허를 찔러? 노친네 정말.’
이렇게 된 이상 주도권을 상파울루FC에게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삐이익!
경기가 시작되자 선공을 잡은 코린치안스가 공을 뒤로 돌렸다.
4321포지션의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은 두 명의 선수가 서서히 자리를 잡으며 라인을 조금씩 올렸다.
윙어가 없는 전술이다 보니 공격전개가 단조로운 편이지만, 연계플레이가 좋고 선수들의 주력이 빠르다면 압도적인 경기를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SC코린치안스가 리그시작부터 줄곧 리그 1위를 도맡아올 수 있었던 원동력이 바로 그것이었다.
하지만 상파울루FC도 만만치 않았다.
호영을 비롯한 미드필더들이 거세게 허리싸움을 걸었다.
상대팀의 플레이메이커가 공만 잡으면 두 명씩 달려들어 압박을 가했다.
상대로 하여금 필드를 좁게 쓰도록 유도하는 것이 관건.
파투에게 연결되는 볼 배급만 방해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탁.
‘거칠어.’
공을 잡은 코린치안스의 공격형 미드필더 디디(Didi)가 후방을 바라보았다.
전진압박을 거세게 받다보니 공간이 여의치 않았다.
‘이렇게 나온다면.’
뻐엉!
디디가 후방의 수비수에게 공을 전달했다.
그러자 공을 전달받은 수비수가 중앙으로 공을 높이 띄워주었다.
지상이 여의치 않으니 공중에서 해결하겠다는 생각.
코린치안스 선수들은 꽤나 장신이었기에 제공권에서 밀릴 염려도 거의 없었다.
타악!
하프라인을 넘긴 공이 디디의 발 아래로 떨어졌다.
그 순간 상파울루FC의 선수들이 압박을 가했다.
“큭!”
거센 충돌이 있었지만 치열한 볼 경합에서 승리한 것은 디디였다.
공을 어거지로 끌고서 압박을 벗어낸 디디가 정면을 바라봤다.
바로 앞에 서있는 파투가 보였다.
“내려와서 받아!”
툭.
그렇게 말하며 공을 짧게 패스하자, 파투가 밑으로 내려와 공을 받았다.
바로 그 직후였다.
“···!”
파투가 왼쪽으로 방향을 살짝 틀더니 아주 교묘한 틈 사이로 공을 길게 치고 달렸다.
엄청난 스피드.
명절날의 고속도로처럼 꽉 막혀있던 공간이 뻥 뚫렸다.
마치 로켓이 발사된 것처럼 파투의 몸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온 것이었다.
그야말로 알고도 못 막는 상황이었다.
“붙어!”
뒤늦게 반응한 카세미루가 같이 달렸지만 굴욕감만 맛볼 뿐이었다.
카세미루마저 떼어놓은 파투의 눈앞에 널찍한 필드가 펼쳐졌다.
후방에 남은 것은 부랴부랴 뛰쳐나오고 있는 골키퍼가 전부.
초짜라면 당황할 법도 했지만 파투에게는 매우 익숙한 상황이었다.
치고 달리기 이후의 일대일 찬스에서 골을 넣는 것.
파투의 트레이드마크였으니까.
스윽.
표범처럼 공을 몰고 달리던 파투가 눈을 매섭게 흘겼다.
A자로 벌어진 골키퍼의 다리가 포착되었다.
‘중앙!’
그 즉시 인사이드로 간결하게 발을 내밀었다.
철렁!
“그렇지!”
“나이스 파투!”
선취점은 SC코린치안스가 가져갔다.
“······.”
침묵이 흘렀다.
전반 5분도 안돼서 터져 나온 파투의 선제골이 상파울루FC의 진영을 초상집 분위기로 만들었다.
평소였다면 이렇게까지 침울하진 않았을 것이다.
비록 선제골을 빼앗겨도 의기투합하여 경기에 집중하는 게 상파울루FC의 아이들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 골은 의미가 달랐다.
뻔히 알고 있었던 공격전개였고, 이 패턴 하나를 막기 위해 수많은 훈련을 하였음에도 그대로 당하고 말았다.
기력이 빠질 만도 했다.
특히나 팀의 중추를 맡은 호영으로서는 허탈감이 클 수밖에 없었다.
‘이걸 정말 막을 수 있는 거냐···?’
의구심이 들었다.
자신의 능력을 향한, 그리고 지난 일주일간 피땀 흘리며 했던 특훈이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인지.
“··· 후.”
‘괜찮아. 골은 넣으면 되는 거고, 앞으로 안 먹히면 되는 거야.’
애써 정신을 차렸다.
리드당하고 있다는 사실과 반드시 이겨야한다는 부담감에 마음이 조급했지만 견뎌내야 했다.
그나마 몸에 박히도록 훈련한 덕분에 중원에서의 볼 배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져 점유율을 챙길 수 있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2-3선에서 털리고 추가골을 허용했을 터였다.
전반 30분.
“하아···!”
호영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지금껏 경기하면서 이렇게까지 답답했던 적은 없었다.
‘도저히 틈이 안 보여.’
공격도 공격이지만, 코린치안스는 수비적으로도 완성도가 높았다.
중원에서의 지속적인 압박과 예리한 볼 차단으로 더글라스의 빠른 다리를 무용지물로 만들었고, 수비능력이 뛰어난 풀백들이 측면의 공간을 장악했다.
그렇다면 카를로스의 전술이 실패한 것일까?
그건 또 아니었다.
‘내가 스트라이커로 나가기에는 우리 팀 수비가 너무 열악해.’
팀원을 불신하는 건 아니지만 사실이 그랬다.
좋게 봐도 카세미루는 파투를 막을만한 수준이 아니었다.
만일 호영이 공격수로 나섰더라면 서로 치고 박는 난타전이 되었을 것이다.
이른바 창과 창의 대결.
하지만 더 날카롭고 단단한 쪽은 단연 SC코린치안스였다.
‘내가 최대한 커버하면서 경기를 풀어가는 수밖에.’
그리고 원활한 볼 배급으로 기회를 노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호영이 외쳤다.
“카세미루! 온다! 정신 똑바로 차려!”
통계상 유소년들의 경기에서는 역전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선제골을 먹히면 심리적으로 위축되고, 그에 따라 멘탈이 쉽게 박살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호영이 리더를 자처하여 팀을 이끈 덕분에 경기력이 차츰 나아졌다.
위험한 상황이 몇 번 연출되었지만 실점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그나마 다행이었다.
삐이익-
전반전은 그렇게 1대0으로 끝났다.
전반전 35분을 열나게 뛰고 온 상파울루FC의 선수들은 축 처진 발걸음으로 라커룸에 들어갔다.
얼굴에 긴장감이 묻어있었다.
평소에는 온화하지만 화가 나면 엄하기로 유명한 카를로스 감독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라커룸에서 한 소리를 들을 게 뻔했다.
“다 모였나?”
“네······.”
“그래. 다들 잘하고 있다.”
하지만 카를로스는 의외의 반응을 보였다.
“놀라는 걸 보니 다들 스스로의 경기력에 실망한 모양이군. 그러냐, 카세미루?”
“네······.”
“그럼 올해 7월에 치렀던 코린치안스와의 경기를 기억해보는 게 좋겠구나.”
시즌 중순, SC코린치안스와의 리그전에서 5대0으로 대패했던 적이 있었다.
파투에게 해트트릭을 내주며 탈탈 털렸던, 다시는 기억하고 싶지 않는 악몽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어땠지? 중원에서의 패스성공률이나 점유율은 오히려 우리 쪽이 높았다. 비록 공격전개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지만 주도권은 우리가 줄곧 잡고 있다는 뜻이지.”
볼 배급을 맡은 호영이 제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했다.
카를로스는 그 점을 칭찬하고 있었다.
허리싸움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는 점을 말이다.
만약 호영을 공격수로 기용했더라면 족히 3골은 먹혔을지도 몰랐다.
그것만은 분명한 성과였다.
“······ 하지만 훈련한 대로 파투를 막지 못했어요. 그렇게나 열심히 훈련했는데도요.”
파투의 최종돌파를 허용하고만 카세미루의 한탄이었다.
그러자 카를로스가 역으로 물었다.
“카세미루. 설마 우리만 맹훈련을 했을 거라 생각하는 거냐. 상대 녀석들도 혼이 빠지도록 훈련을 해왔을 거다. 오늘 이 경기를 위해, 우승트로피를 들기 위해서 말이야. 왜, 예전에 그 누가 그런 말을 했었지. ‘준비된 자만이 우승 트로피를 들 수 있다’고. 아니, 천만에. 준비는 누구나 한다. 하지만 승리는 준비한 것을 모두 보여주는 자만이 쟁취할 수 있는 거다.”
카를로스의 음성은 비장했다.
“우리에게 없는 거라고는 득점뿐이다. 고작 실점에 연연하기에는 너희들이 준비한 것이 아까워. 그러니 즐겨라. 그럼 모든 것을 보여줄 수 있을 거다.”
확신에 찬 목소리.
카를로스가 열변을 토해내던 그때, 갑작스레 눈살을 찌푸렸다.
뭐가 좋은지 호영이 입술을 씰룩거리고 있는 것이었다.
“우호영. 내 말이 우습나?”
“아뇨?”
“그런데 왜 웃는 거지?”
“즐겨보려고 해요. 축구를.”
호영은 마음 편히 생각했다.
이겨야한다는 부담감은 여전히 있었지만 서서히 줄어들고 있었다.
조급함도 마찬가지.
‘할 수 있어.’
맞다.
지금껏 준비했던 것들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다.
삐이익-
격려와 휴식은 끝났다.
이제는 본때를 보여줄 차례.
선수들은 한결 가벼워진 몸을 이끌고 경기장을 누볐다.
“카세미루.”
“응?”
상대방이 공을 돌리는 사이 호영이 슬쩍 말했다.
“힘내라.”
“어, 응.”
“내가 최대한 백업해줄 테니까.”
그렇게라도 말해주는 덕분에 카세미루는 조금이나마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그리고 후반 2분.
치열한 허리싸움이 벌어지던 도중 공을 얻어낸 디디가 전방의 파투를 바라보았다.
짧은 패스를 암시하는 시선.
아까와 같은 패턴에 파투가 공을 받으러 내려왔다.
하지만 그때였다.
탁!
“···!!”
누군가가 전광석화로 달려와 디디의 패스를 가로챘다.
마치 예측이라도 한 것처럼 날카로운 볼 차단이었다.
슬쩍.
공을 받으러 내려왔다 허탕을 친 파투가 눈을 흘겼다.
우호영이 눈빛으로 말하고 있었다.
한 번 당하지 두 번은 안 당한다고.
호영은 감이 왔다.
‘이거, 이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