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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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2. 축구에 미친 두 남자(2)
언제나 그렇듯 개막전은 중요하다.
그리고 이번 시즌의 경우, 특히 중요했다.
개막 전 스콜라리 감독이 고민에 빠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우호영이 맨체스터 시티로 떠날 때까지 예정된 경기는 총 16경기.
레알 마드리드의 리그 5연패라는 대위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최대한 많은 승점을 쌓아야했다.
따라서 첫 단추를 잘 끼워야했고, 그를 위해서는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선수단의 분위기를 좋게 가꿔놓아야 했다.
하지만 7월에 안 좋은 일들이 생기면서 팀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라울과 구티가 떠났고, 든든한 크랙이었던 아르헨 로벤이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하면서 비롯된 일이었다.
그들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다.
다들 말은 하지 않지만, 그들과 오랜 세월을 보냈던 선수들과 스태프들은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에 스콜라리는 어떻게 해야 좋을지 고민이 많았다.
선수단의 기강을 바로잡으며 훈련에 집중시키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예전의 분위기로 돌아갈 수 없었다.
그러나 8월.
그 고민들을 싹 해결해주는 전환점이 찾아왔다.
수페르코파 데 에스파냐.
그 대회의 타이틀을 차지하면서 팀의 분위기가 몰라보게 달라졌다.
페페·알비올·메르테사커·미겔 토레스·사비 알론소·지르코프가 진중한 환경을 조성하고, 라모스·이과인·마르셀루·디아라·가고가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주고, 때로는 카시야스가 카리스마 넘치게 팀을 휘어잡았다.
거기에 우호영과 호날두가 훈련에 열중하면서 동료들에게 경쟁의식을 심어주었다.
덕분에 구르퀴프·사코·더글라스·마르코스 알론소·테바르·마테오스와 같은 유망주들은 그들이 다져놓은 환경에서 실력을 쑥쑥 키워나갈 수 있었다.
스콜라리의 고민은 그걸로 해결되었다.
그저 완벽.
이렇게까지 자신감이 흘러넘치는 개막전은 또 처음이었다.
개막전이 예정된 오늘, 팀 전술에 과감한 변화를 시도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전술의 키워드는 ‘장악’과 ‘다양한 공격활로’와 ‘결정력’이었다.
즉, 핵심은 득점이었다.
스콜라리가 이런 전술을 내민 것은 오직 팀을 위해서였다.
개막전에서의 좋은 경기력을 바탕으로, 호영이 떠날 때까지 팀의 분위기를 최고조로 끌어올리겠다는 심산이었다.
1대0 같은 승리를 바라는 게 아니었다.
적어도 3대0.
그게 스콜라리의 바람이었다.
그리고 경기 전, 라 로살레다 스타디움 지하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엄청난 자신감을 내비쳤다.
“근래 안 좋은 소문들이 떠돌고 있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결코 흔들리지 않았다는 것을 오늘 경기에서 증명해낼 겁니다.”
평소와 남다른 자신감에 기자들은 놀란 기색을 비쳤다.
이윽고 라인업이 발표되자, 이번엔 관중들이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이게 뭐지?”
“대체 누가 공격수야?”
경기장을 가득채운 3만여 명의 관중들 중 절반 이상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발명단에, 우호영과 구르퀴프, 호날두, 지르코프가 동시에 포함돼있었기 때문이다.
말라가로서는 경기 시작 전부터 한 방 얻어맞은 꼴이었다.
레알 마드리드의 선수들이 술 먹고 담배를 피면서 해도 이기지 못할 판에, 전술까지 비틀어왔으니 이건 답도 없었다.
라커룸에서 일장연설을 하고 있던 헤수알도 페레이라(Jesualdo Ferreira) 감독은 난색을 표했다.
개막전부터 초비상이 걸린 셈이었다.
“이제 어떡합니까?”
팀의 주장이자 중앙 수비를 책임지고 있는 웰링턴(Weligton)이 물었다.
하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다.
페레이라 감독은 기다란 턱수염을 어루만지며 생각에 잠길 뿐, 그로서도 딱히 해줄 수 있는 말이 없었다.
상대는 바르셀로나를 밥 먹듯 짓밟아대는 레알 마드리드다.
그런 그들이 오늘 경기를 위해 특별전술을 준비해왔고, 그 여느 때보다도 대단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었다.
결과는 불 보듯 뻔한 것이었다.
페레이라가 고민 끝에 입을 뗀 것은 잠깐의 침묵이 있은 후였다.
“어깨 펴 이 자식들아! 이런 기세로 나갔다가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너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경기에서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뿐이야. 자, 할 수 있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떳떳이 나가서 3만 명의 관중들에게 보답하는 거야.”
페레이라는 라커룸 구석에 굴러다니던 공을 덥석 집어 올렸다.
그러더니 근엄하게 말했다.
“공은 둥글다.”
약팀의 감독으로서 반드시 알아야할 명언.
독일축구의 아버지 ‘제프 헤르베르거’가 했던 그 말은 오늘도 역시 말라가의 라커룸에서 흘러나왔다.
그리고 경기장의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기가 시작된 것은 밤 9시였다.
삐익-
[말라가CF의 나빌 바하(Nabil Baha)가 킥오프를 알립니다. 살로몬 론돈(Salomon Rondon)의 백 패스가 이어집니다.] [네, 4-5-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말라가입니다. 시작과 동시에 매우 수비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어요. 상대를 이길 수는 없으니 대놓고 수비를 함으로써 실점을 최소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이는데요. 중하위권에서는 실점관리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죠.]말라가는 대형을 넓게 퍼트린 채 공을 돌리면서 상대의 시선을 분산시켰다.
전반 2분.
아직까지는 레알 마드리드도 별 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아직은 탐색전이에요.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레알 마드리드에서 압박을 가해올 겁니다. 사실 말라가로서는 그전에 기습적으로 승부를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데 말이죠.] [그렇습니다. 좌우 측면에서의 한 박자 빠른 크로스와 살로몬 론돈의 머리를 이용한다면 좋은 찬스를 만들어낼 수 있을지도 몰라요.]살로몬 론돈(Salomon Rondon).
나이는 겨우 스물.
작년 2부 리그에서 16골을 기록하며 본인의 이름을 세상에 알렸던 그는, 말라가로 이적하면서 올 시즌 처음으로 라 리가에 입문한 공격수였다.
190센티미터라는 훤칠한 키를 바탕으로 한 헤딩슛이 일품으로, 요 근래 눈여겨볼만한 베네수엘라의 신예였다.
[반면 레알 마드리드는 3분이 지나고 있는 지금까지도 별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습니다. 우호영을 우측 측면에 배치한 이유를 잘 모르겠군요.]좌측 측면엔 유리 지르코프.
중앙엔 요앙 구르퀴프.
우측에는 우호영을 배치하면서, 그 세 명이 최전방의 호날두를 떠받치고 있는 형태였다.
[사실, 경기 시작 전 스콜라리가 큰소리를 떵떵 친 것과는 다르게 그렇게 위협적으로 보이지는 않네요.] [차라리 우호영을 중앙에 두어 압박을 가하는 편이 낫지 않았을까 합니다. 구르퀴프나 호날두보다는 우호영이 압박에 더욱 능하거든요?]모두 맞는 말이었다.
그러더니 전반 4분.
선수들의 활동량이 서서히 높아져가고 있을 무렵, 레알 마드리드의 대형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아아, 우호영이 최전방으로 올라가는군요. 호날두가 우측 윙어로 내려가면서 자리를 교체합니다.] [그렇죠. 바로 이겁니다. 호날두에게 플레이메이킹을 맡기고 우호영의 득점력을 폭발시키겠다는 거죠. 화끈한 공격을 기대해볼만 하겠는데요?] [그렇다면 우호영과 론돈의 득점력 대결도 볼만 하겠군요.] [음······. 그렇습니다.]억지로 라이벌 구도를 만들어 경기를 애써 포장하려는 해설진이었다.
하지만 놀랍게도, 실제로 말라가는 경기를 잘 풀어나가고 있었다.
과연 라커룸 대화가 통했던 것일까.
경기를 초조하게 지켜보고 있던 페레이라 감독은 아랫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래. 아무리 전력에 차이가 있어도, 축구는 잘하는 팀이 무조건 이길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야.’
축구는 22명의 사람들이 모여 몸으로 하는 게임이다.
공이 언제 어느 방향으로 굴러갈지는 아무도 예측할 수 없다.
아니.
타악!
간혹 그 법칙을 초월하는 선수들이 있긴 하다.
[우호영 가로챕니다!!]대표적인 예로 우호영.
그는 30세의 베테랑 수비형 미드필더 후아니토(Juanito)의 패스가 어디로 굴러갈지 알고 있었다.
어느 누가 “어떻게?”라고 묻는다면 대답할 수 없었다.
그저 재능이었으니까.
호영은 탐색전을 끝내자마자, 전방으로 튀어나가 전방 압박을 가했다.
이어 하이에나처럼 몸을 숨기고 있다가 후아니토의 패스를 차단했다.
그게 지금의 상황을 이끌어냈다.
그 다음은 뻔했다.
타아악!
전반 6분.
하프라인에서 공을 가로챈 호영은 2선으로 빠르게 치고 나갔다.
중간에 아포노(Apono)가 대놓고 진로를 차단하며 파울을 유도했지만, 호영은 코웃음을 치듯 발뒤꿈치로 공을 차올렸다.
레인보우 플릭(Rainbow Flick).
아포노의 머리 위로 공을 넘기며 앞으로 나아갔다.
2선에 다다랐을 땐, 실책의 주범 후아니토가 하체에 무게중심을 실은 채 다리를 벌리고 있었다.
마치 다리 사이로 공을 넣어달라고 유혹하는 것 같았다.
그리고 그때, 심리전이 일어나기 무섭게 상황이 전개되었다.
순간 호영의 눈썹이 치켜 올라가면서 동시에 발목이 직각으로 꺾였다.
다리 사이로 공을 차려는 동작이었다.
그러자 후아니토는 기다렸다는 듯 잽싸게 다리를 오므렸다.
그 순간이었다.
“···?!”
[플립플랩입니다!] [오오오······.]해설진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그 외에 딱히 할 말이 없었다.
넋 놓고 지켜볼 수밖에 없는 장관(壯觀)이었다.
그야말로 순식간에 일어난 일.
호영은 급격히 발목을 좌우로 틀어 공을 바깥쪽에서 안쪽으로 옮겨놓았다.
그야말로 용수철처럼 빠르게 튀어나갔다 되돌아온 동작이었다.
[아아아! 아무 설명도 필요 없습니다. 일어나서 그냥 보시면 됩니다!] [모두 소리 지를 준비를 하세요! 때가 왔습니다! 우호영이 달립니다!]후아니토를 속여낸 호영은, 공을 앞으로 툭툭 치고 나가면서 상대 선수들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이에, 중앙 수비수 이반 곤잘레스와 웰링턴이 귀신에 홀리듯 본능에 이끌려 다가왔다.
그 둘이 앞뒤에서 덮쳐든 순간이었다.
[우호영! 뒤를 조심해야합니다!!]퍼억!
호영은 웰링턴에게 개인기를 시도하던 중, 뒤에서 덮쳐온 곤잘레스와 몸이 뒤엉키고 말았다.
동시에 웰링턴이 태클을 시도하고 있었다.
“흡!”
“잡아끌어!”
하지만 그 찰나, 호영은 칼 같은 대응에 나섰다.
슥!
매서운 판단 하에 무게중심을 뒤로 주어 몸싸움을 버텨내고, 발을 자유자재로 움직이면서 곤잘레스의 태클로부터 공을 빼냈다.
비단 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발목과 발끝을 섬세하게 사용하여 공을 신체의 일부처럼 다루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툭, 탁, 휙!
“하.”
“뭔?!”
세 명이 한데 엉켜있던 상황.
호영은 마치 실타래를 풀 듯, 현란하고 깔끔한 발재간으로 그들의 압박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이었다.
문어의 다리가 8개라는 사실은 결국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다.
그 정도로 경악스러운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꽉 막혀있던 교통체증이 뻥 뚫리듯, 곳곳에 커다란 공간이 생겨났다.
지르코프와 호날두는 이미 측면으로 깊숙이 파고든 상태.
호영은 그 기회를 흘려보내지 않았다.
“여기!”
타악!
페널티 박스 안, 우측 부근으로 향하는 호영의 킬 패스가 뻗어나갔다.
호날두가 부리나케 달려가 공을 잡더니, 루벤 마르티네즈(Ruben Martinez) 골키퍼가 뛰쳐나온 것을 보고 방향을 바꿨다.
호날두의 리턴 패스가 돌아온 것은 그때였다.
바로 호영의 발밑으로.
철렁!
[고오오오오오올!] [우호영의 선제골! 빈 골대에 침착하게 때려 박았어요!]“호우!”
“Siuuu!”
골을 만들어낸 두 남자는 같은 자세로 세리머니를 펼쳤다.
웃음이 절로 나는 광경이었다.
하지만 둘은 세리머니를 짧게 끝내고 골대로 돌아가 공을 가져왔다.
“오늘 라 리가 역대 최고의 개막전을 만들어보는 거야.”
“이제 전반 7분이니 앞으로 6골은 더 넣을 수 있겠네요.”
“나 4골, 네 3골?”
“저 4골, 당신 3골.”
“No!”
“그럼 사이좋게 4골씩 해서 8대0 갑시다!”
“Siuuu!”
“호우!”
둘은 악을 내지르다시피 목청을 터트리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 결과는 불과 3분 뒤인 전반 10분경에 나왔다.
지레 겁을 먹은 말라가가 라인을 아래로 축 내려앉자, 이번엔 레알 마드리드의 2선이 난동을 피운 것이었다.
호날두가 측면에서 중앙으로 파고들고, 구르퀴프가 중앙으로 침투패스를 배급하고, 지르코프가 크로스를 시도하니, 말라가의 수비 진영은 그야말로 쑥대밭이 될 수밖에 없었다.
“라인을 높여!”
“앞으로 나가서 막아야 돼!”
그래서 다시 라인을 높여 전방 압박을 가하자, 레알 마드리드는 한수 뒤로 물러나 후방에서 공격을 가해왔다.
하프라인 바로 아래 3선.
페르난도 가고와 사비 알론소가 패스를 주고받으며 공간을 넓히더니, 느닷없이 롱 패스가 하늘 위로 붕 떠올랐다.
허를 찌르는 사비 알론소의 롱 패스였다.
[한 번에 뒷공간으로 연결되는 패스!] [우호영이 파고듭니다!!]환상적인 연계 플레이.
후방 빌드업을 쌓는 척 하다가, 기회가 난 즉시 킬 패스를 찌른 사비 알론소였다.
그리고 호영은 일부러 수비수들 곁에서 어슬렁대다가, 오프사이드 트랩을 붕괴하면서 뒷공간으로 파고들었다.
[아아, 페널티 에어리어 근처로 떨어지는데요!] [우호영이 달려갑니다! 아무도 따라오지 못합니다! 말 그대로 독주해서······!] [그대로 퍼스트 터치!!]톡.
호영은 사비 알론소가 띄어준 공중볼을 발등으로 가볍게 받아냈다.
그리고 문전 앞.
손가락으로 하프를 연주하듯, 아직 지면에 착지하지도 않은 공을 공중에서 튕겨대며 골키퍼를 교란시켰다.
그러다가 한순간이었다.
톡.
“어, 어어어어!”
발을 올곧이 뻗자, 공이 붕 떠올라 마르티네즈의 키를 넘기며 포물선을 그렸다.
슈팅파워가 어찌나 적당했는지, 키를 넘긴 공은 품에 안기듯 골네트에 조용히 꽂혔다.
찬물이라도 끼얹은 듯 경기장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그리고.
슬쩍.
호영은 묵묵히 공을 가지고 하프라인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