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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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축구에 미친 두 남자(1)
경기 직후, 호영은 기자회견을 끝내기 무섭게 지하에 위치한 접견실로 들어갔다.
“어서 오게.”
반쯤은 벗겨진 머리와 깔끔하게 정돈된 흰머리.
두터운 눈두덩이와 고집 세보이게 축 처진 눈.
와인을 홀짝이고 있던 알프레도 디 스테파노가 손을 들어 맞아주었다.
그는 83살로 연로한 나이였지만, 40대의 여비서와 연애를 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마음만은 혈기왕성했다.
그렇듯 술을 자주 즐기곤 했는데, 요즘 따라 그 양이 많아지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기분이 참 좋구먼.”
스테파노는 눈가에 자글자글한 주름을 지으며 와인잔을 들었다.
은은한 분위기가 흘렀다.
“영(Young), 지금 내가 마시는 이 와인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제가 아직 미성년자라서요. 와인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릅니다.”
“그럼 이번 기회에 알아두게. 보데가 이니에스타(Bodega Iniesta). 올해 오픈한 와이너리의 이름이네.”
“공교롭게도 제가 아는 선수의 이름과 같네요.”
“오늘 자네가 경기장에서 탈탈 털어먹은 그 이니에스타와 같은 이름이 맞네.”
“아!”
이제야 생각났다.
이니에스타의 집안에서 와인회사를 운영한다는 사실이 말이다.
회귀하기 전 인터넷에서 떠도는 말들이 많았다.
이니에스타가 운영하는 와인회사가 스페인 내 1위이며 유럽에서 두 번째로 잘 나가는 회사라는 소문들.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과장된 얘기고, 실제로는 그렇게까지 규모가 크지 않았다.
이제 막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고 세계적인 브랜드로 발돋움하려는 단계였다.
어찌되었건 부업으로 와인사업을 할 정도니 대단한 것은 확실했다.
“스테파노, 그런데 의외인데요. 이니에스타의 와인을 즐겨 드실 줄은 몰랐어요.”
“으음. 나는 평소에 이 와인에 손을 대지 않아. 마치 바르셀로나에 자선 기부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말이지.”
“그럼 오늘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가요?”
“무리뉴가 지휘봉을 잡은 이후 좋은 소식이 끊이질 않아서 말이야.”
무리뉴에 반감을 품은 선수들이 속출하고 있다느니, 훈련장에서 몇몇 선수들이 전술에 불만을 품고 태업을 일삼는다느니, 그런 소문들이 맴돌고 있었다.
호영은 얼마 전 보았던 온라인 기사가 떠올랐다.
[ 리오넬 메시는 무리뉴와 우호영을 견제 중이다.리오넬 메시는 무리뉴를 끌어내리기 위해 차기 회장으로 자신의 아버지를 내세우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근래 무리뉴의 수비적인 전술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리오넬 메시가 비장의 수를 꺼내든 것이다.
만약 그의 부친이 바르셀로나의 회장선거에 나선다면, 메시를 추종하는 수만 명의 소시오들이 선거에 힘을 보탤 것이다.
한편, 리오넬 메시는 발롱도르 수상을 위해 우호영을 견제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부스케츠와 피케가 메시의 지시에 따라, 우호영이 묘령의 여성과 대로변에서 성관계를 하는 사진을 입수해 인터넷에 유포하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된 이상, 우호영이 부끄러움에 못 이겨 발롱도르 시상식에 참여할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소설 그 자체.
과연, 돈 발롱 매거진을 유사언론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만한 기사였다.
그런데 스테파노의 말을 들어보니 내용의 일부는 사실인 듯했다.
“무리뉴가 선수단을 장악하는 과정에서 메시와 갈등이 생겼다고 하는데, 사실이었나요?”
“메시뿐만이 아니지. 순둥하고 조용한 성격의 이니에스타까지 동요한다고 하니 말 다했지 않은가? 바르셀로나는 올해도 힘들 걸세.”
“오늘 보데가 이니에스타 와인을 마시는 이유도 그거군요.”
“측은한 마음이 들더라고. 그런 실력을 가지고도 리그 우승을 못하고 있으니 말이야. 이럴 때 나라도 도와줘야지 않겠나. 껄껄.”
디 스테파노는 어깨를 들썩이며 웃음을 흘렸다.
펠레나 마라도나처럼 워낙 전설적인 사람이라 그렇지, 실제로는 꽤나 짓궂은 사람이었다.
“갑자기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자네는 부업을 해볼 생각이 없나?”
“글쎄요. 어떤 것 때문에 그러시죠?”
“이해해주게. 생각나는 건 잊어버리지 않게 바로바로 물어봐야 직성이 풀리거든.”
“아, 괜찮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괜스레 씁쓸해진 호영이었다.
스테파노가 앞으로 살날이 오래 남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그래서 그와 함께할 수 있는 이 시간이 좋았다.
“뭐, 제 이름을 따서 브랜드를 하나 런칭하는 것도 하나의 꿈이기는 합니다. 나이키 조던처럼 말이에요. 이를 테면 아디다스 영(Adidas Young)이라든가······.”
“원래 축구선수들이 좀 그렇지.”
“뭐가요?”
“껄껄. 신기하게 경기장만 벗어나면 창의성이 없어진단 말이지. 베컴, 피구, 지단··· 모두 자네와 다를 게 없었어.”
“그럼 좋은 아이디어 있으세요?”
“우디다스(Woodidas)라는 발상이 떠오르는군.”
“······ 음. 창의성이···.”
어색한 정적.
스테파노가 눈썹을 긁적이자 호영이 다시 입을 열었다.
“호이키(Hoike)가 낫겠네요.”
“그냥 못 들은 걸로 하게.”
“하하하.”
“허허.”
디 스테파노는 안경을 쓰면서 기분 좋은 웃음소리를 흘렸다.
“나이를 먹어서 그런지, 이제는 사소한 것에 재미를 느껴. 아, 물론 얼마 전엔 큰 행복이 있었지. 라 데시마(La Decima). 죽기 전에 10번째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보게 되어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 트로피 전시룸에 들를 때마다 자네의 얼굴이 트로피에 비치더군. 그럴 때면 트로피에 대고 항상 자네의 안위를 기원하지.”
“그래서 제가 이렇게 항상 잘 되나 봅니다.”
“흘흘. 이런 노인네의 마음을 다 헤아려주니 고마울 따름이구먼. 그럼 시시콜콜한 농은 여기서 끝내도록 하고.”
시답잖은 농담이 대부분이었지만 덕분에 20분이라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그 다음으로 이어진 것은 호영의 이적에 관한 사안이었다.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미안하게 생각하고 있네.”
“아닙니다.”
스테파노는 구단의 경영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람이었다.
다만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명예회장으로서 미안함을 얘기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네. 그리고 오늘 멋진 경기를 보여준 것도 고맙고. 덕분에 나날이 회춘하는 기분이야. 스콜라리도 자네 덕분에 머리털이 다시 자라난다더군.”
“하하.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요.”
“아무쪼록 다른 걱정은 말게. 소시오들의 여론은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가 잠재울 테니.”
결코 허세가 아니었다.
그는 충분히 그럴만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그래서 호영은 궁금했다.
레알 마드리드에 온지 6년밖에 되지 않은 자신에게 어째서 이렇게까지 잘 대해주는지.
그에 대해 조심스럽게 묻자, 디 스테파노는 뜸들이지 않고 곧장 대답했다.
“자네는 나를 만나기 전, 면식도 없었던 나를 어째서 좋아했던 겐가?”
“축구를 좋아하고, 디 스테파노라는 축구선수의 위대함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잘 알고 있구먼. 그게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지 않는가.”
축구.
단지 그뿐이었다.
디 스테파노는 우호영의 축구를 좋아할 뿐이지,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뜻은 전혀 없었다.
그리고 호영이 감사인사를 전할 무렵이었다.
[현재 재능의 그릇이 가득 찼습니다. 궁극의 발재간(13일)이 대기 중에 있습니다.] [13일 뒤 올라운더의 다재다능함(L)을 탐합니다.]‘드디어.’
감격스러운 순간이 찾아왔다.
과연 기존의 다재다능함(SU)과 합성이 될지, 그렇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다.
단 2주.
그 시간이 지나면 알 수 있을 터였다.
“그럼 이번 시즌도 기대해보겠네.”
“물론입니다. 새해가 밝기 전까지 최선을 다할 겁니다.”
호영은 굳은 각오를 다졌다.
성취감이 하늘을 찌르면서 열정이 폭발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발데베바스로 흘러갔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라 리가 개막전을 하루 앞둔 날 오전.
발데베바스 제1훈련장의 분위기는 매우 좋았다.
그중에서도 호영은 파이팅 넘치는 모습으로 훈련에 임하고 있었다.
다비드 마테오스(David Mateos)가 카스티야에서 승격한 기념으로 Boxex게임이 한창이었는데, 호영은 인정사정 봐주지 않았다.
술래역할을 맡은 마테오스가 호영의 공을 뺏으려 안간힘을 써봤지만, 뺏기는커녕 몇 분이 지나도록 농락을 당할 뿐이었다.
그 모습에 주변의 동료들은 혀를 찼다.
“아주 그냥 파이팅이 넘치는구만.”
“누가 보면 영(Young)이 신입인 줄 알겠군.”
“저래 뵈도 카시야스랑 라모스 빼면 구단에서 가장 오래있던 녀석이야.”
“큭큭. 그러다 애 잡겠다.”
“마테오스 저 녀석, 저러다가 내일 아침에 짐 싸들고 나가는 거 아냐? 흑흑. 축구가 하기 싫어요! 집에 갈래요!”
“하하하하!”
마테오스를 놀려대는 라모스의 말에 웃음보가 터져 나왔다.
하지만 마테오스는 그럴수록 오기가 생겨 저돌적으로 달려들었다.
훈련은 이미 둘의 대결로 전락해버린 지 오래.
보다 못한 마르코스 알론소가 나름 선배의 입장에서 말했다.
“얌마, 마테오스. 그만 포기해. 쪽팔려할 것 없어. 그 끝은 공이 터지거나 네가 터지거나 둘 중 하나일 걸?”
그러자 그 옆에 있던 마르셀루가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했다.
“맞아. 예전에 나랑 카를로스가 하루 날 잡아서 해봤는데 소용없었어. 피도 눈물도 없는 녀석. 저 녀석을 멈출 수 있는 건 페페의 주먹뿐이야.”
“그래. 그만하면 됐다. 햄스트링 끊어지기 전에 멈춰.”
카시야스까지 말리자, 이번엔 라모스가 또 한 번 나섰다.
“영(Young)한테는 객기부리지 않는 게 좋아. 저놈, 축구공 앞에선 지 조상도 몰라볼 놈이거든.”
“결혼식장에 부케 대신 축구공을 가지고 갈걸?”
“모니카가 브라질로 떠난 이유를 알겠군.”
“살벌하다, 살벌해. 공 한 번을 안 뺐기잖아.”
“저 사악한 녀석. 분명 악마가 들러붙어있을 거야.”
“꼭 공이 발에 붙어있는 것 같잖아.”
“아디다스에 전화해라. 저 자식 축구화에 본드 붙이고 다닌다고.”
“키야. 프리스타일 축구대회 나가도 1등 먹겠다.”
그들은 농담 섞인 대화를 주고받으면서도 진심으로 감탄하고 있었다.
궁극의 발재간.
그것을 겸비한 호영이 마테오스를 5분이 지나도록 농락하고 있는 것이었다.
현란하면서도 절제된 동작이 물 흐르듯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과인은 그게 부러웠는지 입맛을 다시기까지 했다.
“스읍. 만약 저게 발이 아니라 손가락이었다면 세상의 모든 여자들을 호령했을 거야. 장담하지.”
흡사 탭댄스를 추는 것처럼 현란하기 그지없는 발기술이었다.
보고 있으면 정신이 쏙 빠질 것만 같았다.
그리고 그것은 마테오스가 가장 잘 느끼고 있었다.
카스티야에서 중앙 수비수를 봤던 그는, 3년 전 호영과 같이 뛰어봤기 때문에 그 대단한 실력을 잘 알고 있었다.
그때도 분명 드리블 실력이 매우 훌륭하긴 했다.
하지만 3년 만에 재회한 호영의 실력은 아예 다른 수준이 되어있었다.
태어나서 이런 건 처음 봤다.
마치 공을 손가락 마디 하나하나로 미세하게 다루는 것 같았다.
“후아······. 못해먹겠네.”
약 10분간의 처절한 사투 끝에 마테오스가 포기하자, 사방에서 격려의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잘 생각했다. 너의 열정은 충분히 알겠어.”
“비록 공을 빼앗지는 못했지만 이 정도면 신고식 합격이다.”
“그럼, 충분하지. 잘 참았어. 아마 페페였으면 이미 주먹이 날아갔을 거라고.”
하지만 호영은 지치지도 않는지 계속해서 드리블을 하며 연습을 이어갔다.
궁극의 발재간의 재능을 하루빨리 몸에 익히기 위함이었다.
“대단한 열정이군. 역시 젊은이란······.”
“라모스, 스물넷밖에 안 되는 네가 그런 말을 하면 안 되지. 저기 뒤의 호날두를 봐.”
“어디?”
“Siu! Siu!!”
한쪽에서 기합을 내며 열심히 훈련 중인 호날두였다.
그 광경에 선수들은 다시 한 번 고개를 내저었다.
“저기 미친놈이 하나 더 있었네.”
“사실 원조는 저 녀석이지. 저놈은 생일 때도 닭 가슴살을 먹잖아.”
“치킨공장의 후원을 받고 있는 게 아닐까?”
“아무튼 쟤들은 미쳤어.”
“이거 원, 저 둘을 보고 있으니 가만히 있을 수가 없네.”
“으차! 나도 질 수 없지.”
결과적으로, 호영의 긍정적인 에너지가 다른 선수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친 셈이었다.
그렇게, 뙤약볕이 내리쬐는 발데베바스는 더욱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리고 시간은 흘러, 2010-2011시즌 라 리가 개막전이 당일로 다가왔다.
레알 마드리드의 첫 상대는 말라가(Malaga).
리그 중하위권을 오가는 팀으로, 레알 마드리드에게는 매우 쉬운 상대였다.
개막전 원정경기라는 점이 살짝 부담이긴 했지만, 그들은 평소와 조금 다른 전술을 준비하면서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포메이션은 변함없이 4-2-3-1이었다.
하지만 선발명단에 오른 호영의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원 톱이었다.
오늘의 역할은 최전방 공격수.
골 사냥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