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3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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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 런던 올림픽(3)
[ 관전 포인트 5. 외나무 다리에서 만난 동창] [대한민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히든카드로 떠오른 윤정호(19·볼프스부르크)가 4강전에 출전하게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초등학교 동창인 우호영과의 대결이 성사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윤정호는 지난 인터뷰에서 학창시절을 회상하며 “우호영은 축구를 나한테 배웠다.”며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동시에 이번 경기에 출전하게 된다면, 대표 팀의 목표인 군 복부 면제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윤정호.
그는 현재 독일의 신흥 강호 볼프스푸르크 2군에서 뛰고 있는 대한민국 축구의 유망주 중 하나였다.
어렸을 적부터 엄청난 재능의 소유자라고 불렸던 그는, 우호영에 관한 기사를 볼 때마다 줄곧 자격지심을 느껴왔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축구를 못했던 그 꼬맹이가, TV에 나오더니 어느덧 브라질에 가고, 레알 마드리드에 가는 것을 보니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래서 윤정호는 결심했다.
자신도 똑같이 되겠다고.
우호영보다 더 높은 위치에 서겠다고.
부모님에게 졸라 해외축구유학을 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렇게 그는 독일 유소년 아카데미로 가게 되었고, 부유한 집안덕택에 그곳에서 풍족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3년 전엔 볼프스부르크에 입단하면서,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본격적으로 다져나갔다.
그러다 1군에서 뛰고 있는 구지철의 지도를 받으며 가깝게 지내게 되었고, 자연스레 홍영보의 눈에 띄게 된 것이었다.
그것이 올림픽 대표 팀에 발탁된 배경이었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인맥축구라고 비판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마냥 그런 것은 아니었다.
‘잘하지, 정호.’
런던 웸블리 스타디움(Wembley Stadium).
스페인과의 경기를 5시간 앞둔 가운데, 선발명단을 바라보던 홍영보 감독은 상념에 빠졌다.
라인업을 제출해야하는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지만, 아직도 선발명단을 확정짓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유는 윤정호의 선발여부 때문이었다.
‘잘하기는 하지만···.’
윤정호의 재능은 한국에서 손에 꼽힐 정도였다.
큰 부상만 당하지 않고 이대로만 자라줘도 박주형 급이라는 소리가 있을 정도.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이번 올림픽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며 대한민국의 다크호스이자 미래로 부상한 그가 아니던가.
이렇게 중요한 경기에서는 당연히 그를 출전시키는 것이 맞았다.
하지만 홍영보가 걱정하는 건 따로 있었다.
‘우호영에게 발목 잡힐 가능성이 높아.’
평생 호영에게 자격지심을 느껴왔던 윤정호.
그런 그가 필드에서 우호영을 만난다면 어떻게 될지 몰랐다.
‘자기도 모르게 무리를 하겠지. 멘탈이 약한 녀석이니까.’
그런 점에서 본다면 출전시키지 않고 휴식을 취하게 하는 것이 맞았다.
괜히 나섰다가 부상이라도 당하면 그것이야말로 최악일 테니까.
현재 한국의 선택지는 두 가지였다.
첫째, 스페인을 상대로 전력을 다한다던가.
아니면 대충 하면서 체력을 아껴둔 뒤, 3·4위전에서 전력을 다한다던가.
홍영보와 코치진의 의견은 후자 쪽에 가까웠다.
어차피 우호영이 있는 한 스페인은 이기지 못할 테니, 무리하지 않고 3·4위전에 전력을 다하는 게 나을 것이라 생각했다.
목표는 메달의 색깔이 아닌 군복무 면제에 대한 여부였으니까.
하지만 그것마저 확신할 수 없었다.
3·4위전에는 브라질에게 패배한 영국이 떡하니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다.
‘진퇴양난이로군.’
난감한 상황.
상부의 압박도 한몫했다.
스페인에게만큼은 절대 대패하지 말라는 대한축구협회의 당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게, 현재 한국 정서상 우호영에게 대량실점을 허용한다면 나라가 뒤집어질 것이 분명했다.
국정감사는 물론, 대한축구협회의 수뇌부를 통째로 갈아치워야 될지도 몰랐다.
매우 민감한 사항.
홍영보로서는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어찌되었든 결정은 내려야했다.
‘그래도 우호영을 상대하는 것보다는 영국을 상대하는 게 낫지.’
하여 주요 1군 선수들을 쉬게 하고 3·4위전에 전력을 다할 셈이었다.
그렇게 선발라인업을 확정짓고 전술을 가다듬으려는 순간이었다.
“감독님!”
무작정 감독 실을 찾아온 이가 있었다.
다름 아닌 팀의 막내 윤정호였다.
“갑자기 무슨 일이냐?”
“경기에 꼭 나가고 싶습니다!”
“뭐?”
버릇없는 행동에 홍영보는 기분이 언짢았지만, 윤정호가 워낙 에고가 강한 선수이다 보니 일단 말이나 들어보기로 했다.
“우호영 때문인가?”
“아닙니다. 방금 전 코치님에게서 이번 경기는 전력을 다하지 않을 거라고 들었습니다. 그게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우리가 가오가 없습니까?!”
“허. 미친 자식.”
그야말로 미친놈이 따로 없었다.
24살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감독에게 직접 찾아와 자신의 의견을 뚜렷하게 말할 수 있는 선수가 또 누가 있겠는가.
그것도 카리스마 넘치는 홍영보에게 말이다.
‘정말 패기 하나만큼은 대단한 녀석이군.’
물론 윤정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욕먹을 각오를 하고, 두려움을 억누른 채 말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런 자신감에 홍영보는 한쪽 입 꼬리를 올렸다.
‘나도 한때 이런 적이 있었지.’
그러고는 미간에 힘을 주며 말했다.
“진심이냐.”
“우리가 스페인을 이기지 못하리란 법이 있습니까?! 우리는 자존심도 없습니까?!”
“왜, 우호영 때문인가?”“그게 제 지난 10년간의 꿈이었습니다. 반드시 보여주고 싶습니다. 저도 여기까지 올라왔다는 걸 말입니다. 키워준 조국을 배신한 그런 녀석에게 질 수 없다고요!”
“무슨 말인지 알겠다.”
홍영보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손짓했다.
“하지만 이제 너도 성인이라면 오기와 패기는 구분할 줄 알아야지. 일단 라커룸으로 돌아가서 몸이나 풀고 있어.”
“!”
“네 말대로 우리에게도 기회는 있으니까.”
경기 시작 3시간 전.
웸블리 스타디움 지하 기자회견장에서 양 팀 감독들의 기자회견이 진행되었다.
승리를 확신한 스페인의 루이스 밀라 감독은 아주 편안한 자세로 인터뷰를 하였고, 그에 반해 홍영보는 매우 비장한 각오를 드러냈다.
“현재 우리 한국축구는 과도기입니다. 모두가 알듯이 최근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게 우리의 자긍심을 꺾지는 못할 것입니다. 문은 열려있습니다. 별이 지면, 새로운 별이 떠오르길 마련이니까요.”
지는 별에 우호영.
떠오르는 별에 윤정호를 비유하며 팀의 사기를 올려주는 홍영보였다.
그게 팀의 사령관으로서 할 수 있는 전부였다.
[ 윤정호 최전방 스트라이커로 박주영과 투톱······ ‘우호영 vs 윤정호’ 세기의 대결 성사]└ㅋㅋㅋㅋㅋㅋㅋㅋ세기의 대결? 그저 웃지요
└기자 쪽팔리지도 않나?
└윤정호 100명 합치면 우호영 오른쪽 다리 하나랑 똑같을 듯
└정호 상황파악이 잘 안 되나보네. 어려서 그런가?
└정호야… 잘 싸웠고 다신 보지 말자….
└그냥 경기 포기하고 3·4위전에 올인하지.
└와 씨… 이렇게 떨리는 경기는 월드컵 4강전 이후로 처음이네. 승패가 아니라 몇 대 몇으로 질까 그게 걱정된다.
└오늘이 한국축구가 멸망하는 날이다
경기는 많은 기대와 걱정 속에서 시작되었다.
오늘도 역시 4-3-3 포메이션의 중앙 스트라이커로 출격한 호영은 윤정호에게 악수를 건넸다.
“오랜만이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었지만, 예전의 그 심술궂던 얼굴이 여전히 눈에 선했다.
처음으로 재능을 탐해온 사람이 아니던가.
잊고 싶어도 잊을 수 없는 녀석이었다.
그런데.
인사를 건네는 호영의 말을, 윤정호는 대번에 무시해버리고는 입을 가리며 작게 속삭였다.
“배신자.”
너무나도 커져버린 질투심에서 비롯된 도발.
어떻게 축구선수가 되었는지 의심이 될 정도로 어린 멘탈의 윤정호였다.
첫 번째 실수라면 바로 그것이었다.
그 말이, 호영의 심기를 건드리고 만 것이다.
삐익!
그 결과는 경기시작과 동시에 나타났다.
[스페인의 킥오프, 우호영이 받습니다.] [아아아, 우호영!!]달렸다.
달리고 있다는 표현 외에는 적합한 말이 없었다.
하지만 단순히 그냥 달리는 것이 아니었다.
토마스 뮐러의 독창적인 공간이해력.
사비 에르난데스의 독보적인 시야.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리오넬 메시의 드리블.
아르헨 로벤과 가레스 베일의 폭발적인 치고 달리기.
호나우지뉴의 외계능력인 볼 감지력 등.
수많은 선수들의 경험과 감각이 호영의 치고 달리기를 극대화시키고 있었다.
대한민국의 미드필더진은 허수아비가 된 지 오래.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대가 되지 않았다.
윤정호는 그 모습을 멀찌감치에서 멍하니 바라만 봐야 했다.
하프라인에서 시작된 호영의 질주는 2선까지 이어진지 오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스퍼트.’
얼마 전 우사인 볼트에게서 탐한 타이틀.
살면서 100미터 달리기만 수만 번을 했다는 그의 경험과 감각은 상상 이상으로 경이로웠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육체를 극한으로 쥐어짜 최대의 속도를 내는 방법이었다.
더해, 수많은 선수들에게서 얻은 괴랄한 피지컬과 나달의 신체회전력 및 통제력이 그것을 극대화시켰다.
[우호영, 계속해서 달려갑니다! 아무도 막아내지 못해요!!]세계적인 수비수들조차 알고도 당하는 게 호영의 치고 달리기인데, 우사인 볼트의 감각까지 깃든 이상 대한민국 수비진이 막아내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다.
그리고 호영은 결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할 수 있는 극한의 플레이를 펼쳐내면서, 압도적인 스피드로 수비진 모두를 제쳐냈다.
아직 결승전라는 중요한 경기가 남아있었지만 괜찮았다.
오늘만큼은 불사지르고 싶었다.
그리고.
[드, 들어갑니다!!]말 그대로 들어갔다.
골대 안으로.
철렁!
[고오오오오오오오올!] [들어갔어요! 우호영! 골대 안으로 공을 몰고 들어갔습니다!]골키퍼로서는 뭘 어찌 할 수도 없었다.
맹수 한 마리가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오는데 무얼 할 수 있겠는가.
그렇게,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던 두 동창의 대결은 시시하게 끝났다.
경기가 끝날 무렵의 스코어는 8대0.
오늘이, 한국 축구 역사상 가장 치욕스러운 날로 기억될 것이다.
경기 이후, 기자회견장은 스페인의 결승 진출을 축하하는 현장이 돼있었다.
그 가운데, 한 기자가 난감한 질문을 물어왔다.
“우호영 선수, 오늘 경기는 의미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태어나고 자랐던 대한민국을 손수 무너뜨렸는데요.”
“예, 사실 저로서도 기분이 이상합니다. 만약 그런 일이 없었더라면, 지금 이 자리는 대한민국 대표 팀의 결승 축하 현장이 되었을 지도 모르니까요. 주제 넘은 말일지도 모르지만, 제 생각에 한국 축구는 이제 변화해야할 시점입니다.”
대한축구협회에게 던지는 의미심장한 말이었다.
과연 그게 한국축구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뜻깊은 점이었다.
이로써 한국축구는 3·4위전에서 사활을 걸어야 했다.
하지만 스페인에게 대패를 당한 그들은, 의욕이 꺾일대로 꺾인 채 영국에게 패배하면서 4위로 대회를 마감하고 말았다.
한편 스페인의 결승전 상대는 브라질.
브레누, 더글라스 코스타, 알렉산더 파투, 오스카, 마르셀루, 카카, 티아고 실바 등 호영의 오랜 친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