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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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 한계를 넘어서 끝으로(3)
마지막 열쇠.
축구황제 펠레의 재능을 얻기 위한 여정은 상상 이상으로 험난했다.
과연 축구 역사상 가장 위대한 축구선수의 재능답게 난이도가 역대급이었다.
A매치에서 70골 이상 넣기, 펠레의 저주에서 빗나가기, 월드컵에서 해트트릭 3회 달성하기 등 여러 어려운 조건들이 있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인 것은 단연 ‘월드컵에서 우승하기’였다.
대한민국 대표 팀에 있었을 땐 이뤄내기 힘든 목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스페인으로 귀화한 이후에는 걱정조차 하지도 않았고, 호영은 역시나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축구황제의 완벽한 공격감각(L)을 탐합니다.]월드컵 우승.
마침내 축구선수로서의 최우선 목표를 이뤄낸 것이다.
그 외의 우승할 수 있는 메이저 대회에서도 모조리 우승트로피를 들어 올렸으니, 더 이상 목표라고 할 만한 건 딱히 없었다.
종점.
여기가 바로 마지막 지점이었다.
[초인의 한계를 돌파하였습니다.] [한계점이 열렸습니다.] [축구에 관련된 재능을 통합할 수 있습니다.] [통합 가능한 목록]-초월적인 볼 감각(TS+3)
-초월적인 다재다능함(TS+3)
-초월적인 드리블(TS+3)
-초월적인 슈팅(TS+3)
-초월적인 육체(TS+3)
-초월적인 정신력(TS+3)
-초월적인 패스(TS+3)
-초월적인 골 결정력(TS+2)
-초월적인 대인마크(TS+2)
-(더 보기)
-데드볼 스페셜리스트(T)
-무결점의 미드필더(T)
-왼발의 마법사(T)
-(더 보기)
‘결국 재능 대부분이 하나로 합쳐지는구나.’
예상된 시나리오.
모니카에게서 탐했던 언어감각이나 베컴에게서 얻어온 조각미모 같은 재능 외에는 대부분이 하나로 통합되는 모양이었다.
다시 말해, 축구에 필요한 모든 재능이 하나의 완성품으로서 합쳐지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때였다.
[축구에 관련된 재능의 통합을 시작합니다.] [초월의 영역을 넘어서기 위해 극한을 돌파합니다.]‘극한돌파?’
과연 어디까지 돌파한다는 것일까.
생소한 단어에 의문이 들 무렵, 때마침 몸에 이상신호가 찾아왔다.
‘이럴 것 같더라니.’
인간의 한계에 다다를 때에도, 초인의 영역에 들어설 때에도 이랬었다.
이런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으니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다.
왜, 고통이 없으면 얻는 것도 없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고통을 감내할 준비는 돼있었다.
필요한 건 오로지 시간뿐.
그렇게 생각하며, 새로운 힘을 받아들일 준비를 끝마쳤다.
하지만 호영이 간과한 것이 하나 있었다.
“!”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
이제껏 그래왔듯, 이번에도 쉽게 버틸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은 착각이었다.
가슴이 덜컹 가라앉더니, 순간 오묘한 감각이 전신을 휘감았다.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는 듯한 기분이라면 틀림없이 바로 이것이었다.
육체도 그대로고 정신도 또렷한데, 두 가지가 마치 자석의 양극처럼 서로를 밀어내려 애쓰는 것만 같았다.
극한.
궁극의 한계점을 돌파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부조화였다.
자아가 실 가닥처럼 잘게 쪼개져 바람에 휘날려갈 것만 같았다.
그런데.
“!”
언제 그랬냐는 듯 모든 고통이 가라앉았다.
깊은 잠을 푹 자고 일어난 것처럼 정신은 맑고 육체에는 생기가 넘쳤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호영의 마음속에 막연한 공포가 찾아왔다.
심신의 고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지만, 마음만은 아까와 사뭇 달랐다.
고독한 기분.
세상과 동떨어져있는 듯한 기분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런 기분이 들 무렵에는 이미 다른 세상에 와있었다.
아니, 세상이 사라졌다.
어둠밖에 보이지 않았다.
정신을 차리고 봤을 땐, 빛이라고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사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그리고.
“제 무의식이군요.”
그제야 알아차렸다.
섬뜩한 형상을 띠고 있는 악마가 자신 앞에 존재한다는 것을.
“마몬.”
“오랜만이로구나.”
4년 만에 만난 마몬.
호영이 괄목한 성장을 이뤄내서 그런지,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악마 본연의 형상이 뚜렷이 두드러져있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자신의 안위에 대해서는 물어보지 않았다.
마몬이 자신을 찾아온 이유가 궁금할 뿐이었다.
그의 섬뜩한 목소리가 귓속을 후벼판 것은 바로 그때였다.
“초월은 언제나 부조화를 낳는다. 지금의 네 몸은 그 재능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해. 육체가 아무리 초인의 경지를 넘어섰다한들, 너는 결국 인간이기 때문이지.”
“해결방법은 없습니까?”
“공존.”
“당신 말입니까?”
“내가 너의 곁에 있는 것이 바로 그 이유다. 끝을 보기 위한 공존. 만일 내가 네 곁에 있지 않는다면 너는 머지않아 미치광이가 될 것이다.”
호영은 그 말 속에서 이상한 점을 지각하였다.
마치, 공존이라기보다는 마몬이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것이었다.
호영이 입을 뗐다.
“절 이용하는 거군요.”
“네 생각이 옳을지도 모른다. 나는 자선가가 아니니까. 그저 내 목표에 충실할 뿐이지.”
“끝을 본다면 저를 떠날 거라는 얘기로 들리는군요.”
상식적으로 그게 맞았다.
애초에 악마가 인간의 사정을 봐줄 거라는 건 너무나도 안일한 생각이었으니까.
악마와 계약을 하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하는 게 맞았다.
즉, 이러나저러나 결국 끝이었다.
그렇다고 당장 마몬을 내쫓을 수도 없는 노릇.
이미 최후의 영역에 들어선 이상, 마몬이 당장이라도 떠나면 자신이 위험해질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호영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럼 그 끝이라는 것은 지금 이 순간을 뜻하는 겁니까?”
“이전에도 말하지 않았나.”찰나 마몬의 말이 떠올랐다.
한계를 넘어 초월적인 영역마저 뛰어넘는다면 끝을 볼 수도 있다는 말.
하지만 그 뒷말이 더 중요했다.
사실은 거기서 끝이 아니라, 꽃이 만개하면 새로운 줄기가 자라나고 꽃봉오리가 열릴 것이라는 의미심장한 말.
“그거였군요.”
즉, 아직 시간은 남아있었다.
방금 꽃이 만개하였지만, 이제는 새로운 줄기가 자라나고 꽃봉오리가 열릴 차례였다.
물론 그 꽃봉오리까지 열린다면 정말 끝이겠지만.
“그래. 그땐 이 지긋지긋한 기다림도 끝이지.”
“지긋지긋한 기다림······.”
호영은 그 말에서 괴리감을 느꼈다.
지난 12년.
호영은 탐의 재능을 사용하면서 그 누구도 누리지 못할 것들을 누려왔다.
지긋지긋할 틈이 없었다.
모든 순간이 행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분명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남의 재능을 탐하는 건 결코 지긋지긋한 일이 아니었다.
그것이 호영의 전부이자 인생 그 자체였으니까.
하지만 마몬은 달랐다.
‘이제는 이런 짓을 관두고 싶다는 말인가.’
지긋지긋하다는 건 분명 그것을 뜻했다.
그렇다는 것은 즉.
“!”
각종 재능들 덕분일까.
머리가 빠르게 굴러가더니, 이내 그로부터 해결책을 하나 마련하였다.
호영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제 수명이 다할 때까진 끝을 보지 않겠습니다. 그럼 당신도 절 떠나지 못하겠죠.”
“어쭙잖은 협박은 통하지 않는다. 원한다면 지금 당장이라도 떠나주지.”
“그건 당신이 바라지 않는 것일 텐데요.”
돌직구.
호영은 차분히 자신의 생각을 늘어놓았다.
“전에 이런 말을 했었죠. 인간의 한계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져있다고. 하지만 그것을 뛰어넘으려다가 탐에 잡아먹힌 인간들을 봐왔다고. 제 하나같이 미치광이가 됐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지.”
“그 말은 즉, 당신은 지금까지 여러 사람들을 옮겨 다니며 계약을 맺었다는 뜻이겠죠. 그리고 당신은 계약자가 재능을 탐할 때마다 형체가 뚜렷해지고요.”
마몬은 대답을 아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호영은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하지만 제가 당신을 처음 만났을 땐 희멀건 형체밖에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지?”
“그건···.”
지금까지 여러 차례의 계약을 했음에도, 아직까지 형체를 되찾지 못했다는 건 하나의 이유로 설명할 수 있었다.
“계약자가 미치광이가 되어 자멸하거나 죽으면, 당신의 형체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희미해집니다. 당신의 기다림 또한 물거품이 돼버리고 마는 것이죠.”
완벽한 추론.
마몬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입을 여는 건 호영뿐이었다.
“12년. 저와 함께한 지난 세월이 아깝지 않으신가요. 수십 년만 더 느긋하게 기다린다면, 확실하게 당신의 형체를 되찾을 수 있을 텐데요.”
“나에게 있어서 12년이라는 세월은 별 것 아니다.”
“하지만 계속되는 계약, 반복되는 자멸. 지긋지긋하지 않습니까?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이 기회를, 이대로 날려 보낼 겁니까?”
마몬으로서는 수백 년, 아니, 어쩌면 수천 년간 이뤄내지 못한 목표일지도 있었다.
좋은 게 좋은 거라고, 그로서도 앞으로 수십 년을 더 기다리는 편이 더 나을 터였다.
그리고 마몬은 대답했다.
“남의 재능을 헛먹은 건 아니군.”
“좋은 의미로 받아들이겠습니다.”
“다음에 보지.”
즉, 공존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호영은 눈앞이 아득해짐을 느꼈다.
리우데자네이루 두 마라카낭 경기장.
지하에 마련된 응급실 외부에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경기 직후 쓰러진 호영을 걱정하는 이들이었다.
그리고 병실 내부에는 스페인의 팀 닥터와 경기장 측 전문의가 침대 옆에 서있었다.
그들의 소견은 이러했다.
“상태가 급격히 호전되고 있습니다.”
“잠깐 기절을 한 게 맞는 것 같군요.”
진단결과, 맥박·호흡·체온·혈압 등 모든 부분이 정상이었다.
이전에도 이런 사례가 있었기에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는 게 그들의 의견이었다.
하지만 외부에서 소식을 기다리던 사람들은 죽을 맛이었다.
4년 전의 악몽.
스위스 전 당시 호영이 쓰러졌던 기억이 그들을 괴롭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곧이어 희소식이 찾아왔다.
그것은 지금 막 응급실을 나선 팀 닥터의 말 한 마디였다.
“건강히 깨어났습니다.”
호영이 깨어났다는 소식.
그 소식에 가장 먼저 응급실로 들어선 이들은 우황선과 김희선.
호영의 부모님이었다.
어머니는 왈칵 눈물을 쏟으며 호영을 부둥켜안아주었다.
“호영아, 이제 축구 안 해도 돼. 하지 마. 힘들면 그만해······.”
한편 우황선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호영의 손을 꼭 잡아주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
그 뒤에는 얼굴이 눈물범벅이 된 모니카가 서있었다.
또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동료들까지.
그 모든 모습이 호영의 한눈에 비쳤다.
그러자 저도 모르게 코끝이 찡해지면서 눈물 한 방울 흘러나와 눈앞을 가렸다.
하지만.
[재능의 통합이 완료되었습니다.]눈앞을 가린 것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지난 12년간의 노력이 마침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축구.’
호영의 인생을 대변할 수 있는 단어.
그것 하나로 끝이었다.
재능목록 또한 마찬가지였다.
[우호영]보유재능
-축구(G)
(더 보기)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재능목록.
호영은 난생 처음으로 극도의 쾌감을 맛보았다.
지난 12년, 힘들었던 순간들은 이미 머릿속에서 잊혀진지 오래였다.
시상식은 이윽고 진행되었다.
스페인 선수들이 목에 금메달을 건 채 시상대로 올랐는데, 가장 먼저 트로피를 들어올린 이는 주장 이케르 카시야스였다.
그리고.
“우워어어어어어어어어어!”
트로피를 두 번째로 들어 올린 호영은 격렬하게 포효하였다.
시작이자 끝.
끝이자 시작.
어쩌면, 오늘이 인생의 새로운 시작이 될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