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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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6. 프랑스의 전설(10)
어쩐지 어젯밤 잠자리부터가 좋더라니, 로랑 감독은 싱글벙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고작 1점 차이 리드였지만, 중요한 건 한국이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한 골만 더 넣고 수비를 걸어 잠그면 그만이었다.
후반전이 시작되자 프랑스는 플랫4-4-2 전술을 들고 나왔다.
주력이 빠른 윙어들을 활용해 크로스 위주의 측면공격을 퍼붓겠다는 의도였다.
가장 기본적인 포메이션인 만큼 약점이 명확했지만, 로랑 감독은 세부전술을 잘 준비하여 단점을 장점으로 탈바꿈시켰다.
이에, 카운터 전술로써 4-3-3을 들고 나온 한국은 전술적인 이점을 챙기지 못한 채, 상대의 측면공격을 내주게 되었다.
그것이 패착이었다.
전술에 승부수를 걸었던 박경운은 피치 밖에서 골머리를 썩이고 있었다.
답답한 경기가 흘러갔다.
양 팀이 공방을 펼치면서 사이좋게 절반씩의 점유율을 나눠가지는 것처럼 보였으나, 실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땐 프랑스가 압도하고 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한국의 공격이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변화의 시작은 우호영이었다.
타악!
공을 잡은 호영이 치고 달리자마자 측면으로부터 몸싸움이 거칠게 들어왔다.
무사 시소코였다.
그는 후반전이 시작된 이래로, 호영이 공격을 나설 때마다 쫓아와서는 거구의 몸을 이용해 호영을 찍어 눌렀다.
이번에도 마찬가지.
시소코가 잽싸게 달려와 몸싸움을 걸었다.
이유는 자명했다.
손을 쓰거나 박치기를 하는 둥 너무 티나는 행동만 아니면, 뭔 짓을 해도 주심이 휘슬을 불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사실 지금까지 계속 그래왔다.
특히 조별경기 2차전에서 독일을 상대로 2대0 승리를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편파적인 홈 어드밴티지 판정.
시소코는 이미 그때부터, 스포츠선수로서 해서는 안 될 짓을 서슴없이 해왔다.
유독 개최국에 관대한 주심만 믿고, 알게 모르게 자그마한 반칙을 일삼아왔다.
필요 이상의 접촉은 기본이고, 숄더 차징을 넘어선 과격한 몸싸움 등 경고가 주어져야하는 행동들이었다.
하지만 시소코가 받은 거라고는 독일 전에서의 옐로카드 한 장이 전부였다.
말하자면 스포츠맨십에 위배된 행동이었고, 순화해서 말하면 영악한 행동이었다.
홈 어드밴티지를 이용하는 것도 선수의 능력이니까.
시소코는 그것을 아주 교묘하게 잘 활용하고 있었다.
지금 이 순간도 마찬가지였다.
퍼억!
우호영 때문에 경기가 말리자, 참다 참다 못 견딘 시소코가 화를 표출하였다.
그런데.
“···?!”
넘어지지 않았다.
‘뭐야!’
넘어질 줄 알았던 우호영이 오뚝이마냥 균형감각을 되찾고 일어선 것이었다.
‘어째서?’
의문이었다.
전력을 다해 밀쳐낸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보통 바닥을 나뒹굴었어야 정상인데······.
‘뭐 이렇게 단단해.’
이유는 간단했다.
호영에게는 마마두 사코에게서 얻어온 ‘흑인의 타고난 근육(B-)’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그것이 호영의 육체를 한층 더 강력하게 만들어준 셈.
그걸 알 리 없는 시소코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게, 칠거면 전력으로 쳤어야지. 어디 한 번 두고 보자.
그런 표정으로 호영이 말했다.
“뭐 임마.”
본격적인 싸움이 시작되었다.
토끼와 표범이 필드에서 만나면 이런 그림일까?
안달이 난 흑표범은 혈안이 되어 토끼의 꽁무니를 쫓아다녔다.
하지만 그대로 당할 호영이 아니었다.
호영보다 4살이나 더 많으며 신체적으로도 월등한 시소코였지만, 호영은 그에게 없는 것들을 가지고 있었다.
일단, 기본기가 매우 부족한 시소코에 반해 호영은 철저한 기본기학습이 되어있는 유망주였다.
거기서 가장 극심한 차이가 벌어졌고, 호영의 다재다능함과 축구지능도 한몫하고 있었다.
물론, 시소코가 그렇게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피지컬이 워낙에 좋기에 생각을 하면서 축구할 필요가 없었던 것뿐이다.
그리고 그 습관이 어렸을 때부터 배어버린 탓에 이렇게 돼버린 것이다.
시소코는 그때부터 제 할 일을 망각한 채 호영을 잡는 데 열중했다.
그것이 바로 호영이 바라던 바였고, 시간을 버는 사이 결국 석형준과 이청룡이 해내고 말았다.
철러엉!
후반 중반쯤에 터져 나온 동점골이었다.
‘그래, 이게 바로 브라질 축구지!’
상대의 타이트한 전술을 느슨하게 만드는 유연함.
그것은 지난 2년 간 브라질에서 배운 것 중 일부였다.
후반 30분.
로랑 감독의 목소리가 커졌다.
“시소코! 정신 차려! 놈의 술수에 놀아나지 마!”
시소코가 우호영에게 집착하는 사이, 1선과 3선의 압박이 상당히 느슨해졌다.
한국 팀의 볼 배급이 원활해지면서 동시에 공격이 살아난 것도 그 때문이었다.
1선과 3선을 모두 지원해야하는 시소코가 호영에게만 정신이 팔려있으니 말이다.
그 탓에 애로사항이 생겼다.
이대로 가다간 정말 답도 없었다.
‘이런. 대체 라커룸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경기가 180도 달라졌잖아.’
우호영 따위, 눈 감고 막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던 시소코의 얼굴이 떠올랐다.
‘조심하라고 그렇게 타일렀는데, 무식한 놈 같으니라고.’
알려줘도 그대로 우호영에게 당하고 있는 시소코를 보자니 가슴이 답답했다.
“시소코! 네 자리를 고수하라고!”
“아, 알았다고요!”
계속 소리쳐봤지만 바뀌는 건 그때뿐이었다.
그렇다고 시소코를 교체시키자니 그럴 수도 없는 게, 박스 투 박스를 대체할 수 있는 자원이 없었다.
그 정도로 막중한 게 시소코의 역할이었다.
그런데 그런 그를, 연습경기나 평가전도 아니고 무려 결승전에서 뺄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더구나 지금에 와서 시소코를 교체해봐야 소용없었다.
‘우호영을 막을 수 있는 수비수는 없어.’
적어도 프랑스에는 없었다.
다른 선수를 집어넣는다면 더 악화될 뿐이었다.
‘저런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는 선수는······ 없지.’
단언컨대, 호영이 지난 몇 경기에서 보인 재능은 대회를 통틀어 최고 수준이었다.
더해 준수한 외모에 인터뷰 실력까지 갖췄으니 스타성은 두 말 해야 입 아팠다.
‘소속팀 감독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탐나는군.’
저런 유망주를 키울 수 있다는 건 감독으로서 엄청난 행운이었다.
잠깐이었지만, 로랑은 상파울루FC의 감독이 부럽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조금만 더 힘내자!!”
후반 45분의 시간이 지나고 5분의 추가시간마저 끝나갈 무렵, 한국 선수들의 목소리가 필드에 울려 퍼졌다.
‘그래, 조금만 더······.’
호영은 함께하고 있는 열 명의 팀원들을 믿었다.
그들이 자신을 백업해줬기에 여기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허나 이번에는 달랐다.
지금까지 앞에서 수레를 끌었다면 오늘은 그 반대.
열 명이 몸을 실은 수레를 뒤에서 밀고 있는 느낌이었다.
꾸역꾸역.
희생하면서, 끊임없이 방법을 찾아냈다.
개미들이 나아갈 공격활로를, 승리로 나아가는 길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후우.”
“개 같은 놈. 그렇게 해서 내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아?”
간간히 들려오는 시소코의 말뜻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아니, 불어를 알아도 해석할 힘이 없었다.
죽을 맛이었다.
호영이 아무리 시소코와 같은 ‘풍부한 활동량’의 재능을 가졌다지만 활용할 수 있는 정도는 달랐다.
시소코가 재능의 최대치를 활용한다면, 호영은 겨우 80%정도.
나이차이, 그리고 체질에서 벌어지는 수준차이였다.
그에 대해 호영도 인정하고 있었다.
피지컬 적으로, 자신이 시소코보다 한 수 아래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렇기에 더욱 부지런히 움직였다.
뒤통수가 얼얼하고, 침이 말라버린 탓에 목이 칼칼했지만 참을 수 있었다.
이것보다 더한 게임도 경험해봤니까.
그리고 마침내.
‘됐다.’
타아악!
호영이 중원을 오가며 시소코를 따돌리는 사이, 이청룡이 1선으로의 기습돌파에 성공하였다.
아군의 공격 숫자는 넷.
상대 수비수는 단 세 명.
호영의 눈이 빠르게 돌아갔다.
동시에 몸이 번갯불처럼 빠르게 튀어나갔다.
전광석화처럼.
마지막 기회였기에, 죽을힘을 다해 뛰쳐나갔다.
후반 48분이었다.
“!!”
로켓처럼 급속도로 튀어나간 호영의 뒤를, 시소코가 따라가 봤지만 몇 초도 채 되지 않아 놓치고 말았다.
‘시발 뭐야. 어떻게 공을 가지고 있을 때가 더 빠를 수 있지?’
시소코는 순간 깨달았다.
우호영은 토끼가 아니라, 토끼의 탈을 쓰고 있던 호랑이였다고······.
하지만 그것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었다.
호랑이는 아주 제대로 성이 났는지 미쳐 날뛰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열렸다.’
그 호랑이는 무시무시한 공간침투로 다양한 공격루트를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다.
“후·········.”
호영은 무거운 숨을 한 차례 토해내고는 다시금 전속력으로 필드를 가로 질렀다.
목적지는 전방이었지만 방향은 정해지지 않았다.
마치 바람에 나부끼는 민들레꽃 씨앗처럼 정처 없이 필드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현란한 침투에, 프랑스의 수비진들까지 덩달아 난잡한 움직임을 보였다.
바로 그때였다.
“!”
터치라인을 따라 좌측측면으로 돌파한 이청룡이 이쪽으로 시선을 던졌다.
정확하고 빠른 땅볼크로스가 깔려 들어온 것은 그 직후였다.
호영의 눈이 전방으로 향했다.
‘부족해!’
논스톱으로 때리기에는 슈팅각도가 너무 좁았다.
마마두 사코가 어느새 호영의 발치 앞으로 접근한 것이었다.
사코는 확신의 찬 눈빛이었다.
이거, 자기가 잘라냈다고. 자기가 막았다고!
하지만 오산이었다.
스르륵.
중거리 슈팅은커녕 호영은 공을 건들지도 않았다.
대신, 그대로 흘려보냈다.
뒤에 있는 석형준에게로.
‘형준이 형!’
완벽한 노마크 찬스.
그 뒤에서 공을 잡은 석형준이 힘찬 오른발 슈팅을 준비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기고 말았다.
퍼억!
“크악!”
삐이이이이익!
경기의 흐름을 뚝 끊어버린 주심의 휘슬소리.
그것을 유발시킨 것은 시소코의 백태클이었다.
80kg 거구의 백태클은 누가 보나 악랄한 의도를 품고 있었다.
그에 따라 주심은 홈 어드밴티지에도 불구하고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
아무리 홈 팀에 관대하다지만, 이건 묵인할 수 없는 문제였다.
안 그래도 이미 시소코를 몇 차례나 봐준 상태였기에 강행할 수밖에 없는 판정이었다.
관중들 사이에서 심판을 향한 비난 섞인 목소리가 터져 나왔지만 사실 그들도 알고 있었다.
이는 누가 보나 마땅한 조치라는 것을 말이다.
“이런 씨발!”
시소코는 적반하장식 태도를 보이며 벤치로 나갔다.
그리고 석형준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들 것에 실려 경기장 밖으로 이송되었다.
경과를 지켜봐야 알겠지만 다행히 심한 부상은 아닌 것 같았다.
‘망할.’
호영의 입술이 파르르 떨렸다.
만약 아까 석형준에게 공을 흘려주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런 생각이 머릿속을 후벼 팠지만, 호영은 애써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김신우에게 가서 말했다.
“형, 제가 찰게요.”
후반 49분.
후회?
걱정?
지금에 와서 그런 감정은 사치였다.
진정 석형준을 위하는 길은 이 골을 득점으로 연결시키는 것뿐이었다.
호영이 도움닫기를 위한 거리를 벌렸다.
여섯 걸음.
문전까지의 거리는 대략 17미터.
관중들의 원성 어린 야유소리가 고막을 찔렀지만, 호영의 정신은 더없이 고요했다.
“후욱.”
숨소리를 제외하고는 그 아무 것도 들리지 않았다.
자신만의 공간에 갇힌 것처럼, 지금 호영의 눈에 보이는 건 둥그런 축구공밖에 없었다.
골키퍼와의 신경전도 없었다.
차가운 눈빛으로 공을 응시하며 성큼성큼 다리를 뻗을 뿐이었다.
한 발자국.
두 발자국.
그리고 세 발자국······.
“···!”
보폭을 살짝 넓혀 상대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았다.
찰나 인 프런트로 공을 빠르고 정교하게 감아 찼다.
골망이 출렁인 것은 그 직후의 일이었다.
바로 축구신동의 역전골이었다.
“와아아아아아아아아!”
경기장이 떠내려갈 듯한 동료들의 함성소리가 호영의 귓전에 내려앉았다.
그리고 눈앞에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것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간결하고 정확한 프리킥(B-)↑]뜻밖의 수확.
토 킥(Toe kick)에만 국한되어있던 프리킥이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했다.
호영의 입가에 매력적인 미소가 걸쳤다.
관중석에 앉아 망연자실하고 있는 시소코의 모습과 대비되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로부터 정확히 10초 뒤.
삐이익!
프랑스의 마지막 밤이 막을 내렸다.
2대1.
대한민국이 몽테규 대회 왕좌에 오른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