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Football Talents Are Mine RAW novel - Chapter 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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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5. 프랑스의 전설(9)
한국의 축구팬들은 앞서 치른 개막전과 같이, 이번에도 한국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경기는 뜻대로 풀리지 않았다.
개막전에서 부상으로 출전하지 못했던 프랑스의 비장의 카드.
이른바 ‘몸빵 축구’의 선두주자 무사 시소코(Moussa Sissoko) 때문이었다.
‘TV에서 보던 것보다 훨씬 대단해.’
시소코.
축구광이 아니더라도 EPL팀인 토트넘의 팬이라면 누구나 그의 이름을 알 것이다.
그만큼 꽤나 유명했고, 유소년 기에 이미 어느 정도의 기량을 만개했다는 평을 받는 선수였다.
그에 대해 호영은 공감했다.
‘틀린 말이 아니야.’
중앙미드필더에 위치한 시소코는 무지막지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경기 내내 중원을 장악하고 있었다.
한국의 중앙미드필더 구자영은 볼 경합을 붙는 족족 밀려나기 일쑤였고, 그렇다고 볼 배급이 원활하게 이뤄지는 것도 아니었다.
89년생의 무사 시소코.
문자 그대로 짐승이었다.
그런데 더 경악스러운 건 지치지도 않는다는 것.
그는 왕성한 활동량과 월등한 피지컬을 바탕으로 미친 존재감을 과시했다.
단 한 사람에게 그 넓은 중원을 점령당한 꼴이란 눈뜨고도 못 봐줄 정도였다.
박경운 감독의 지시로, 호영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라인을 내린 뒤에야, 그나마 볼 배급이라도 수월해졌지만 중원에서의 고립을 뚝딱 해결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큭.”
이게 얼마만인가.
호영이 벽을 느낀 것은 간만의 일이었다.
마치, 절대 허물어지지 않을 고성(固城)을 마주한 느낌이었다.
브라질에는 테크니컬 중시의 선수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이런 무지막지함은 체험해보지 못했었다.
키가 180cm에 80kg에 육박하는 시소코.
호영에게 있어 그는 새로운 난관이었다.
‘사코보다 훨씬 육중해.’
그나마 다행히도, 시소코는 축복받은 하드웨어에 비해 축구에 필요한 기본기와 축구지능이 뒤떨어지는 탓에 그 허점을 노릴 수 있었다.
[무사 시소코]보유재능
-축구영재(B+3)
-거침없는 치고 달리기(A+2)
-람보르기니 뺨치는 빠른 다리(A+)
-강인한 육체(B+3)
-풍부한 활동량(B+2)
-(더 보기)
(조건을 만족할 시 한 가지 재능을 탐할 수 있습니다.)
(조건1 : 45분 동안 같이 축구하기)
(조건2 : 이번 경기에서 MOM으로 선정되기)
(조건3 : 득점하기)
‘머리만 좋았다면 제2의 비에이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말이 있었지.’
패트릭 비에이라.
그는 강력한 피지컬과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중원 전 범위를 홀로 담당할 수 있는 현 제일의 중앙 미드필더였다.
이러한 부류를 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Box to Box Midfielder)라고 일컫는데, 이 포지션의 선수는 수비진에 박혀 있는 것에 한정하지 않고, 자동차의 와이퍼처럼 경기장을 쓸어버리는 중책을 맡는다.
시소코와 비에이라 모두 프랑스 출신의 ‘박스 투 박스’이지만 둘 사이에는 엄청난 차이점이 있었다.
지능.
호영은, 떨어지는 시소코의 지능을 이용하기로 했다.
바로 그때부터였다.
호영은 공격형 미드필더임에도 불구하고 3선까지 내려가 공을 직접 공수해왔다.
뚝뚝 끊기는 중원의 흐름을 강제로 복구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시소코가 중원에서 빗자루 질을 하든 말든 피해 다니면 그만이야.’
부딪혔다가는 패배할 것을 아는데, 굳이 상대해줄 필요가 없지 않은가.
시소코가 엄청난 활동량으로 중원을 청소하려 한다면, 거기에 맞서 왕성한 활동량으로 중원을 어지럽히면 되는 것이다.
오스카에게서 얻어온 풍부한 활동량(B-)이 그것을 가능케 해주었다.
그 효과는 5분 만에 나타났다.
‘제길.’
기존의 역할에다가, 호영의 뒤까지 쫓아다니느라 더욱 바빠진 시소코는 점점 숨이 가빠오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타이트했던 중원이 점점 헐거워지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국 팀의 볼 배급도 서서히 원활해져갔다.
‘저 쥐새끼 같은.’
저 13살의 소년이 3선까지 내려오면서 경기가 뒤집히고 있었다.
“미친 새끼가!”
“뭐야.”
“이리로 오라고! 도망 다니지 말고!”
“뭐라는 거야.”
시소코가 뭐라 하든 말든 호영은 경기에 집중할 뿐이었다.
“개 같은 놈.”
시소코는 그 모습이 몹시 눈에 거슬렸다.
동분서주하는 호영의 모습이 꼴불견 그 자체로 느껴졌다.
‘저게 잘 생겼다고?! 젖비린내 나게 생겼구만.’
안 그래도 시소코는, 우호영에게 주목하고 있는 언론에 불쾌함을 가지고 있었다.
언론의 주목을 받아야하는 자신은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심술이 났다.
안타깝게도, 내후년이면 프로에 데뷔해야할 그에게는 아직 프로의식이란 게 없었다.
혈기왕성한 질풍노도의 시기.
더욱이 또래에 비해 체격이 월등히 좋았던 그는 자신의 힘을 주체할 통제력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여긴 우리 구장이니까.’
퍼억!
“큭.”
전반 25분.
볼 경합 중, 무사 시소코가 널찍한 어깨로 호영와 몸을 밀쳐냈다.
일반적인 숄더 차징이 아닌, 과격한 힘으로 찍어 누르는 그릇된 행동이었다.
울렸어야할 주심의 호각소리는 감감무소식이었다.
‘관대해.’
보통 유소년 경기의 심판들은 엄격하지만, 오늘 경기의 주심은 비교적 관대한 편이었다.
몸싸움에 굉장히 관대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뛴다면 이러지 않을까 싶었다.
이후에도 주심은 웬만한 것으로는 파울을 부르지 않았고, 때문인지 유독 호영에게만 몸싸움이 거칠게 들어오고 있었다.
‘장난 없네.’
집중마크가 들어오니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퍼어억!
어딜 가나 몸싸움이 벌어지는 것은 예사였고, 그럴 때마다 넘어지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럼에도 결코 반칙선언은 이뤄지지 않았다.
홈 어드밴티지.
편파적이기는 하지만 이는 스포츠 특성상 어쩔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쩔 수 없이 수용하고 받아들여야했다.
‘이것보다 더욱 심한 경기도 치러봤어.’
탓할 게 있다면, 그건 바로 근력의 차이를 커버하지 못하는 호영의 실력.
호영에게 있어 시소코는 재앙이나 다름없었다.
마마두 사코가 멧돼지라면, 시소코는 코뿔소나 마찬가지였다.
당연히 몸이 절로 위축될 수밖에 없었고, 그것은 플레이에 영향을 미쳐 결과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전반 40분 동안 1슈팅 1돌파.
팀의 에이스라고 여기기 힘든 성적이었다.
프랑스 감독 로랑의 ‘우호영 맞춤식 대응전략’이 제대로 통한 셈이었다.
호영이 공간침투를 해결책으로 내세웠지만 충격적이게도 번번이 막혔다.
‘달리기도 나보다 빨라.’
온 더 볼 스피드(치고 달리기)야 호영이 더 빠를 수도 있겠지만, 중요한 건 정작 그럴 기회가 성사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가장 기본적인 볼 키핑조차 되질 않으니 치고 달릴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설상가상.
이대로는 죽도 밥도 안 된다.
해결책이 필요했다.
팀의 크랙인 자신이 계속 죽을 쑨다면 경기에서 이길 수 없다.
‘생각을 하자.’
몸이 소극적이게 되면 머리를 적극적으로 쓰라는 카를로스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러길 잠깐.
‘버틴다. 일단.’
답은 하나였다.
‘그 순간’이 올 때까지 일단 버티는 것이다.
불리한 경기양상은 전반전 막바지에 다다를 때까지 지속되었다.
마찬가지로 호영의 슬럼프도 계속되었다.
무사 시소코에게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나이대가 U15에서 U16으로 겨우 한 살 높아졌을 뿐이지만, 실제로 체감되는 차이는 피부로 느껴질 정도로 컸다.
‘U17월드컵은 훨씬 더 힘들겠지.’
고등학생들과 싸워야하는 월드컵.
U16에서야 날아다닌다지만, 피지컬 차이가 압도적으로 나면 제대로 된 활약을 할 수 없다.
호영이 펠레나 마라도나 같은 괴물은 아직 아니니까.
결국, 먼저 포문을 열어젖힌 것은 프랑스였다.
출렁!
“그렇지!”
전반 43분, 파란색의 물결이 그라운드를 뒤덮었다.
선제골을 터트린 프랑스 선수들의 세리머니였다.
“망할.”
안 된다.
게임이 안 풀려도 너무 안 풀린다.
호영은 목구멍이 꽉 막힌 것 마냥 답답했다.
브라질리언 특유의 풋볼스타일은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강력한 몸싸움이 특징인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괜히 브라질리언들의 무덤이라는 불리는 게 아니다.
그나마 중원은 롱패스 위주의 플레이로 볼 배급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프랑스의 수비 진영은 흡사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호영의 수난시대였다.
그래도.
“일어나!”
“얌마! 정신 차려!”
열 명의 동료들, 그리고 힘내라는 한국관중들의 응원소리에 정신을 차렸다.
투지.
그거 하나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넘어지고 부딪혀도 또 일어섰다.
그리고 피해 다녔다.
“가요!!”
호영이 목에 핏대를 세우며 발악했다.
어차피 마지막 경기다.
모든 것을 불사 지를 각오로 뛰어다녔다.
전반 45분.
이청룡과 석형준이 분주히 움직이며 다른 공격루트를 모색하였다.
개인기나 돌파는 어림도 없었지만, 그나마 간간히 터져 나오는 중거리 슈팅이 공격의 활력을 불어넣었다.
곳곳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한국인들의 목소리가 경기에 활력을 북돋아주고 있었다.
“가자!”
그렇게, 꺼진 불씨가 마지막에 가서야 조금씩 살아나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타악!
구자영의 키 패스가 골문 앞으로 쇄도했다.
“···!”
골키퍼와의 일대일 상황.
공을 잡은 이청룡이 힘껏 슈팅을 때렸다.
“아!”
하지만 힘차게 때린 축구공은 데굴데굴 굴러가더니 골키퍼의 품에 살포시 안착하고 말았다.
하필이면 이럴 때 소녀 슛이 나온 것이었다!
“으악!”
대한민국은 절망의 구렁텅이로 빠져 들어갔다.
삐익!
깔끔하고 완벽한 축구를 선보인 프랑스가 경기를 1대0으로 리드하면서 전반전이 끝났다.
바닥에 힘없이 주저앉은 호영에게 한 소년이 걸어왔다.
“괜찮냐?”
피부가 까무잡잡한 그 소년은 홀로 경기를 장악했던 무사 시소코였다.
“힘내. 아직 안 끝났어. 으흐흐.”
그는 어찌나 매너가 좋은 특유의 눈웃음을 지으며 호영을 위로했다.
누가 보나 악의가 있었다.
그리고 앞서 나아가고 있는 자의 여유였다.
시소코가 주먹을 불끈 쥐어 힘내라는 모션을 취하자, 그의 말뜻을 지레짐작한 호영은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 꼭 힘내마.”
기가 꺾일 만도 했지만 전혀 내색하지 않았다.
천진난만하게 웃고 있는 시소코를 한 번 바라보았다.
진심이었다.
‘정말 힘낸다.’
승부는 이제 시작이었다.
한국 팀 선수들이 전반 종료 이후 라커룸에 들어서자, 박경운 감독이 10분 가까이 열띤 전술설명을 늘어놓았다.
물론 이게 먹힐지는 모르겠지만 안 하느니만 못했다.
이대로 지는 것보다는 뭐라도 시도해봐야 했다.
유독 힘을 못 쓰는 호영을 교체해야하는 게 아니냐는 박철우 코치의 의견도 있었지만, 박경운 감독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너 자꾸 미친 소리 할래.”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대로는 힘들 것 같은데요. 차라리 피지컬 좋은 남우정을 투입시켜보는 것이······.”
“아직 시간 남았어.”
“흠···.”
“너 임마. 축구공이 왜 둥근지 알아?”
“왜요?”
“모르면 가서 그거나 고민하고 있어. 옆에서 이상한 소리하지 말고.”
박철우를 옆으로 치워버린 감독은 호영을 찾아가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물론 박철우 코치의 말에도 일리가 있었다.
하지만 박경운 감독은 끝까지 호영을 믿어보고 싶었다.
애초 준결승 진출도 힘들었던 한국을 여기까지 올라오게 한 주인공이 바로 호영이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이번경기를 뒤집을 키 플레이어는 우호영 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호영은 그 기대에 부흥할 기회를 얻어냈다.
라커룸을 나서기 직전, 기다리고 기다리던 그 순간이 마침내 찾아온 것이었다.
[축구신동(S-)을 완전히 가져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금일 날짜 3월 28일.
40일 전 탐했던 네이마르의 재능소화가 마침내 끝났다.
더욱이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필리페 쿠티뉴, 모니카, 이청룡, 마마두 사코, 토마스 뮐러, 훔멜스, 토니 크로스, 카가와 신지.
지금껏 미리 탐했던 그들의 재능이 분수처럼 콸콸 쏟아져 나왔다.
[뛰어난 민첩성(B-)을 탐합니다.] [타고난 언어감각(B)을 탐합니다.] [뛰어난 침착성(B-)을 탐합니다.] [흑인의 타고난 근육(B-)을 탐합니다.] [천재적인 축구지능(A-)을 탐합니다.] [날카로운 예측력(A-)을 탐합니다.] [정교하고 빠른 킥(A-)을 탐합니다.] [간결하고 섬세한 볼 터치 감각(B+)을 탐합니다.] [간결하고 섬세한 볼 터치 감각(B+2)↑]밀려있던 월급을 받는 느낌이 이러할까.
오랫동안 굶주렸던 지갑이 두둑해진 이 기분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었다.
가슴속에 팡파르가 울려 퍼졌다.
‘이젠 A-급도 바로바로 소화되네.’
중원사령관의 다재다능(U)이 조금씩 성장하면서 재능을 담는 그릇의 크기도 점차 커지고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재능들이, 당장 오늘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확신할 수 없다.
중요한 건 후반전이 시작되었다는 것이다.